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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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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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4화 파리 날리는 객잔

DUMMY

“사제.”


“예.”


“그 재주꾼은 어떻게 된 거야?”


“음.”


악령화의 물음에 용운휘는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말했다. 용운휘의 말을 다 들은 악령화가 탄식을 터트렸다.


“그럼 그 자가 앞으로도 사제를 노릴 거라는 이야기 아니야?.”


“...”


“칠대악인의 공동제자라니...어떻게 생겼어?”


악령화의 질문에 용운휘는 자신이 보았던 악유어의 생김새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묶은 머리를 푸니 머리카락이 허리춤까지 닿더군요. 눈썹은 그린 것처럼 진하더군요. 입가에는 언제나-”


“잠깐.”


용운휘는 끼어든 악령화를 응시했다.


“뭔가 이상한 것 같은데. 재주꾼은 남자였잖아.”


“변장이었습니다.”


“그 정도로 변장을 잘 한다면...찾기도 어렵겠구나. 하아. 매일 그 악녀가 오지는 않았을지 조심하고 경계해야 하는데다 거기에 더해 칠대악인이라니 지루하고 무서운 나날들이 기약없이 펼쳐지겠구나.”

“그럴까요?”


“무슨 소리냐.”


담담한 용운휘의 목소리에 악령화가 되물었다.


“악유어 그 여자는 둘째치더라도 칠대악인들이 바로 나설 것 같지는 않더군요. 뭐랄까...하나의 유희 정도로 여기는 느낌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군요.”


“방심하지마라. 그들이 그 정도라면 애초에 칠대악인이라 불리지도 않았겠지.”


“...”


용운휘 역시 그 말엔 동감이었다. 좋건 싫건 악유어라는 망아지와 또 마주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으니 칠대악인들과는 어떻게든 얽힐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이번에는 운 좋게 큰 피해 없이 지나갔지만 다음에도 또 그러리란 보장은 없다. 사람의 마음과 운명은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용운휘는 알고 있었다.


칠대악인이 오늘 용운화 자신과 악유어를 유희 삼아 논다고 해도 내일도 그러리란 보장은 없다. 더군다나 그들은 강호의 유명한 악인들이 아닌가.


언제고 자신의 기분과 욕심만을 챙겨 악인이라고 불리는 자들을 믿는다는 것도 바보 같은 일이었다.


“후우.”


용운휘는 복잡한 마음을 한숨을 드러냈다.


“돌아가도록-”


“여기이이이이!!!!!!!”


용운휘가 말을 내뱉던 중 어디선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듣자 용운휘와 악령화가 아차 싶었다.


“이건...”


“손 사저군요.”


일행은 서둘러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향했다. 소리가 들려온 진원지에 도착하자 손교아는 기절한 백노경과 함께 나무에 묶여져 있었다.


“아니 어떻게 우리만 쏙 빼놓고 갈려고 그랬어요?”


“...미안하구나.”


악령화가 고개 숙여 사과했다.


“정말이지. 우리가 죽어나가도 그냥 모른 채로 떠나가겠군요?”


“...서로 따로 나간 탓에 차마 생각하지 못했구나. 미안하구나.”


용운휘는 그녀에게 다가가 내기를 주입해 해혈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혈도가 풀린 그녀가 팔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일어났다.


“휴우...이제야 살겠네.”


손교아가 팔을 휘두르며 말했다.


“노경이는 왜 저렇게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이냐?”


“뒷목을 수도로 가격 당했으니 그럴 만도 하죠.”


“누가 그랬는지 알고 있느냐?”


“재주꾼이었어요. 곡예가 시작되던 중 기다리던 중에 아직 시간이 남았고 준비하는 중이니 잠시 후의 여흥을 위해 좀 비켜달라고 하더군요. 잠깐 자리를 옮기는 중에 바로 기습을 당했죠.”


“모두가 시간을 두고 그런 식으로 각개격파 당한 것 같구나.”


“그래서 그들이 악인촌에서 나온 이들이었나요?”


“전부 다는 아니었다. 그 중에 두 사람 정도만 악인촌의 사람이었던 것 같다.”


“후우...”


손교아는 마음이 무거웠다. 기껏 도와주려 내려왔더니 그냥 맥없이 당한 것이 자못 부끄러웠다.


“쿠우우우.”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코까지 골며 마냥 편하게 자는 백노경이 참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콰직!


“으읔!! 뭐야. 기습이냐!”


“...하아...”


“하하.”


손교아의 화풀이에 자리에 있던 이들이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


“기습은 아까 전에 끝났습니다. 사형.”


“...으응?”


“진짜 이제는 객잔으로 돌아가야겠구나.”


“자...잠깐. 같이 가자고.”


숲 속에서 백노경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악유어와의 만남은 벽력일무문의 사람들에게 좋은 기폭제가 되었다. 용운휘를 제외하면 악령화를 비롯한 이들이 모두 농락당한 터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문파원들 모두가 절치부심하여 무공에 몰입하는 계기로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허나 그들이 수련하는 동안 먹고 사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무림인들이 신선이라도 되지 않는 이상은 그들 또한 먹고 자고 그렇게 살아가야만 하는 한낱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


곽맹은 급한대로 객잔이 남아있던 자리를 급하게 수리하여 다시 객잔을 열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사업은 좀처럼 진척이 없어 가장 빠르게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일이라곤 객잔 정도 뿐이었다.


최소한 굶지는 않겠거니 하고 벌인 일이었다. 허나 어떻게 된 일인지 좀처럼 객잔의 장사는 되지 않았다. 사람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벽력일무문이 연 객잔이라는 입소문 탓에 손님은 제법 있었지만 어떻게 된 것이 수입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게다가 더욱 골치 아픈 것이 객잔을 연 초기에 오는 손님들을 보고 산 요리 재료들이 썩어가는 형편이었다.


“허어 참.”


곽맹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탄식을 터트렸다. 사질들이 보고 있지 않았다면 머리라도 쥐어뜯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유가 뭘까요?”


악령화가 눈앞에 쌓여있는 요리 재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일행은 모두 곽맹이 객잔을 열자 이곳으로 몸을 옮긴 상태였다.


“도무지 모르겠구나. 애초에 사람들이 오는 숫자를 헤아린 다음 사놓은 것인데. 어째 좀처럼 나가지 않는구나.”


요리재료 중엔 이미 부패하기 시작한 것들도 있었고 오늘 내일이 지나면 바로 상해버릴만한 것들도 있었다.


“일단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겠고, 놔두면 못쓸 판국이니 이 자리에서 먹어치우기라도 하려고 불렀다. 빈객들께서도 맛을 보고 생각나는 것이 있다면 말 좀 해주시구려.”


곽맹의 지시 아래 고용한 요리사가 바로 솜씨를 부렸다.


“음.”


바로 나온 음식의 모양과 향 나쁘지 않았다.


곽지성은 간만에 먹는 진수성찬을 보고 바로 손을 놀렸다.


“나쁘지 않은데. 이상하군.”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 하나만의 특별한 감상은 아니었다. 요리를 입에 댄 모두가 딱히 문제점을 찾을 수 없을뿐더러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맛이었다. 산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수는 물론 각종 육류와 어류로 만들어진 요리는 코와 눈길을 끄는 것은 물론 입을 충분히 즐겁게 해주었다.


애초에 요리사는 오랫동안 벽력일무문과 같이 일을 해왔던 요리사였고, 실력이 없었다면 오랜 세월 영업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요리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고 이걸 먹지 않는 놈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곽지성이 자신의 생각을 여지없이 털어놓자 옆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던 요리사가 입을 열었다.


“저도 이 자리에서 오랜 세월 영업을 해왔지만 이런 적은 처음입니다. 후우.”


“후우.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곽맹이 혼잣말을 터트리자 요리사가 말을 이었다.


“소채 요리가 팔림새는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보다도 더 팔리고 있지요.”


“음?”


“그도 그럴 것이 손님이 더 많아졌는데 전보다도 더 팔리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죠. 제 솜씨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은.”


요리사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흠...”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육류와 어류 요리는 전혀 팔리지 않고 있습니다.”


객잔에서 큰 수입을 차지하는 육류가 팔리지 않는다면 술도 팔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그 점을 상기한 곽맹은 장부를 넘기며 살피기 시작했다. 요리사가 말한 대로였다.


“장 사부의 말 대로군. 육류와 어류를 아예 먹지 않는 수준이야. 허. 왜 그럴까.”


요리사 장이는 곽맹의 말에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결국 입을 열지 않았다. 말할지 말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장 사부. 말씀해 보시지요.”


용운휘가 부드럽게 말을 유도했다.


“기이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요새 양민들 사이에서는 유행이라고 해야 할지...채소만을 탐하는 기이한 습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장 사부의 말에 자리에 있던 이들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채소만을 먹는다고요? 왜?”


“끽채(喫菜), 즉 채소 먹는 것을 숭배해야 한다고 할지, 민간에서 뭔가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제 요리가 팔리지 않는 것이 이상해 몇 번이고 객잔에 온 손님들의 대화를 엿듣다 알게 되었지요.”


“채소 먹는 것을 숭배한다? 이상하기 짝이 없군.”


곽지성이 내뱉은 말대로였다. 양민은 하루에 두 끼만을 먹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 이들이 배를 든든히 채우지 않고 소채 요리만을 탐한다는 것은 어딘가 이상한 이야기였다.


“육류와 어류는 아예 먹지도 않는다고 정한 것인지 고기가 들어간 국수마저 거부하는 것 같습니다.”


“뭔가 좀 더 들은 게 있습니까?”


“그들 말로는 끽채(喫菜)를 강제하는 그런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종교라고 해야 할지. 민간의 신앙이라고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허. 기이한 일이군.”


곽맹이 탄식을 터트렸다. 잠시 후 그가 진광혼가 모용교에게 물었다.


“그런 계율이 있다는 종교를 들어보신 적 있으시오 두 분?”


“아니오.”


그 둘로서도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다. 물론 불교에서 육식을 금한다고는 하나 수행자에게 국한된 일이지, 그들이 중생들을 강제하는 일은 좀처럼 없는 일이었다.


“좀 더 알아봐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용운휘가 말하자 곽맹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허 참. 먹고 살자고 하는 통에 이게 무슨 일인지.”



***



용운휘와 일행들은 그 날부터 객잔의 손님들의 이야기를 유심히 듣기 시작했다. 그 중의 소기의 성과가 있어 객잔에 오래 묶은 투숙객과는 말을 텄을 정도였다.


어느 정도 친해졌다 싶어졌을 때 용운휘가 이야기를 넌지시 꺼내었다.


“어째 다들 고기를 먹지 않는군요.”


“예에. 뭐. 이 근방은 끽채교가 유행인 것 같습니다.”


“끽채교요?”


“아아. 처음 들으시오? 요 근래 산서는 물론 산동 하남까지 널리 퍼져 있는 종교가 있소. 그것이 끽채교요. 뭐 이름만 들으면 굉장히 이상하긴 하군요. 저도 처음엔 무슨 사교인가 싶었는데 대충 들어보니 불교의 친척같은 뭐 그런 종파더군요. 애초에 살생을 하지 말라는 것이 딱 불교와 비슷하지 않소?”


“...비슷하긴 하군요. 헌데 그 정도면 그냥 원래 있던 불교를 믿는 것이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뭐 그렇긴 하오만...구세가 있다고 하면 사람들이 혹할 법도 하지 않소? 불교란 결국 수행을 통한 수행자 자신의 구세지. 양민들에게 와 닿는 것은 아니잖소. 신선같은 존재가 자신을 구제해준다면 끌릴 수밖에 없겠지.”


“헤에. 꽤나 신기하군요 좀 더 상세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용운휘는 자신을 평범한 투숙객으로 알고 있는 상대방에게서 정보를 캐내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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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 제왕검형(帝王劍形) +2 24.05.18 455 17 11쪽
50 50화 남궁세가 +5 24.05.17 479 14 11쪽
49 49화 팽호 +1 24.05.16 501 16 11쪽
48 48화 황산으로 +1 24.05.13 564 14 13쪽
47 47화 십이사도의 죽음 +1 24.05.11 568 16 11쪽
46 46화 십이사도 +1 24.05.10 563 15 12쪽
45 45화 끽채교의 정체 +1 24.05.09 631 15 11쪽
» 44화 파리 날리는 객잔 +1 24.05.06 759 16 11쪽
43 43화 강호는 넓다 +1 24.05.05 825 17 11쪽
42 42화 소중유도 강찬운(수정) +1 24.05.02 801 18 12쪽
41 41화 칠대악인의 제자 +3 24.05.01 828 20 11쪽
40 40화 곡예단 +1 24.04.29 851 23 11쪽
39 39화 악인촌(수정) +1 24.04.27 913 21 11쪽
38 38화 복수 +1 24.04.26 970 19 11쪽
37 37화 귀검문의 최후 +1 24.04.23 1,041 22 12쪽
36 36화 재회 +1 24.04.22 1,039 18 11쪽
35 35화 살수 +1 24.04.21 1,020 18 11쪽
34 34화 강호인들의 도전 +1 24.04.20 1,048 19 11쪽
33 33화 영육쌍전(靈肉雙全) +1 24.04.17 1,166 18 11쪽
32 32화 다른 풍경이었다. 하지만... +2 24.04.16 1,175 17 11쪽
31 31화 승부의 끝 +4 24.04.15 1,151 23 12쪽
30 30화 의기충천(意氣衝天) +2 24.04.14 1,090 23 12쪽
29 29화 격전 +2 24.04.12 1,106 19 11쪽
28 28화 탈혼악경(奪魂樂經) +2 24.04.11 1,171 21 13쪽
27 27화 습격 +3 24.04.10 1,105 21 12쪽
26 26화 탈각 +2 24.04.09 1,176 20 11쪽
25 25화 모용교 +4 24.04.07 1,202 24 11쪽
24 24화 결착 +4 24.04.07 1,197 24 11쪽
23 23화 재격돌 +3 24.04.05 1,251 24 13쪽
22 22화 투귀 곽지성 +5 24.04.04 1,281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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