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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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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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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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승부의 끝

DUMMY

“크허허헉.”


가쁜 숨을 몰아쉬던 하후악이 큰 숨을 한 번 불어 내쉬고는 몸을 일으켰다.


“네놈...이 감히 지금 나를 상대로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냐?”


“연습이라...말에 조금 어폐가 있군. 아직 몸에 익숙하지 않아서 말이야.”


하후악의 광기어린 눈빛을 유들유들하게 받아넘겼다. 용운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최선을 다하고 있진 않은 것 같은데?”


“흐흐흐흐흐흐.....흐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후악은 미친 듯이 웃었다.


“네놈이 감히 이 몸의 바닥을 보았다는 이야기냐?”


“아니 보진 못했지. 그래서 언제 보여줄 건데?”


하후악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그가 강호에 출도하고 나서 언제 이런 수치를 당해보았던가?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강호인으로서의 그는 언제나 남들 위에 서서 군림하는 자였지. 누군가에 밑에 서본 적이 없는 이였다.


어릴 적 가족을 모두 비명에 죽은 이후 결코 약자가 되지 않기 위해 얼마나 절치부심했던가.


잠시 상념에 젖었던 하후악은 굳게 결심하고는 말을 이었다.


“오냐. 그렇게 보고 싶다면 보여주마. 사왕십삼편의 절초들을.”


하후악은 말을 끝마치고는 곧장 자신의 채찍의 손잡이를 들어 올리고 다른 한손으로는 채찍의 몸통을 붙잡았다. 가공할만한 경기가 채찍에 모이더니 채찍이 살아있는 것처럼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것과 동시에 하후악이 움직였다.


내려오는 채찍을 그대로 땅에 꽂아버리더니 이내 그 주변의 땅을 뒤집어엎었다.


사왕제굴(蛇王製窟). 사왕심삽편의 후반부 절초들 중의 첫 번째로 강력한 경기로 땅을 파헤치고 땅의 파편에도 경기를 주입해 그대로 상대에게 퍼붓는 초식이었다. 경기가 주입된 채찍만으로도 충분히 무서운 것인데 그것도 모질라 땅을 뒤집은 다음, 갈라진 땅거죽에도 막대한 경기를 주입해 상대를 공격하는 가공할만한 수법이었다.


자신을 압사시키려는 듯이 날아오는 공격에 대해 용운휘가 선택한 것은 음양개천(陰陽開天)이었다. 손에 쥔 보검을 가볍게 흔들자 음과 양의 내공이 순식간에 교차하고 이내 무형지기가 용운휘의 주변을 감쌌다.


그와 동시에 검광이 튀어나오며 사왕제굴의 초식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앙!


마치 천지개벽을 방불케 하는 굉음과 동시에 반경 십장이 초토화되었다. 지켜보고 있던 이들 또한 그 여파를 피해 황급히 물러날 정도였다.


초식을 펼친 두 명 또한 충격의 여파로 서로 뒤로 물러났다. 물러난 거리는 용운휘가 다섯 발자국 하후악이 한 발자국이었다.

이번 공격에서 자신이 우위였다는 것을 곧바로 알아차린 하후악이 다음의 초식을 준비했다.


한 손에 있던 채찍이 공중으로 뛰어 오르더니 이내 뱀이 똬리를 튼 것처럼 둥글게 모이더니 손을 감싸기 시작했다. 채찍이 손을 감싸자마자 하후악이 뛰어올랐다. 그는 공중에서 내려오며 마치 채찍의 갑옷을 두른 듯한 팔을 아래로 휘둘렀다.


사왕천뢰(蛇王天雷). 사왕의 분노라는 이름의 초십답게 하후악의 팔과 채찍에는 만물을 부숴버릴 수 있는 가공할 강기가 실려 있었다.


‘물러서면 죽는다.’


용운휘는 직감했다. 사왕천뢰에 맞서는 한줄기의 그림자. 강기에 맞서는 검의 몸짓은 너무나도 미약해 보였다. 허나 이내 검의 그림자가 하나 늘어났다. 하나, 하나, 조금씩 늘어나던 검의 그림자가 순식간에 사방을 뒤덮었다.


수십, 수백의 검기가 이내 강기와 부딪쳤다.


“크흑!!”


아무리 미약한 타격이라 해도 그것이 수백 수천이 모인다면 무시할 수 없는 법. 하후악은 기혈이 진탕됨을 느꼈다. 물론 그것은 하후악뿐만인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검기로 강기를 상대하면서 아무런 피해가 없을 수는 없었다. 임기응변으로 최대한 막아내기는 했지만 용운휘 또한 내상을 입어 입에서 선혈을 한 모금 토해냈다.


하후악은 용운휘가 입가를 닦는 모습을 지켜보며 무시무시한 안광을 발했다. 여기까지 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그였다. 사왕천뢰를 펼치며 자신이 방출한 것은 강기였다. 강기를 대적할 수 있는 방법은 상대 또한 강기를 사용하는 것뿐.


도대체 눈앞의 애송이가 익힌 것이 무엇이라고 자신의 사왕천뢰를 저따위 검기다발로 막아낸단 말인가. 게다가 진탕된 속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것이 마치 강기끼리 부딪친 형세이지 않은가. 하지만 의문도 잠시, 다시 타오르는 분노가 의문을 삼켜버렸다.


눈앞의 애송이를 채찍으로 갈라 흐르는 피를 자신의 입에 넣지 않으면 결코 이 울화가 가라앉지 않으리라.


하후악은 속이 진탕된 상태로 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하후악의 전신에서 막대한 경기가 흘러나왔고 곧 손에 든 채찍을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다.


휭. 휭. 휘잉!


빙글빙글 돌아가던 채찍이 이내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하후악의 주변 전부를 에워싼 형태로 사방을 누볐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모용교의 입에서 한 마디의 말이 흘러나왔다.


“사왕천겁(蛇王千劫)”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온 이름이었다. 그만큼 그녀 또한 놀랐다는 방증이리라.


“...그게 저 초식의 이름인가요?”


악령화가 묻자 모용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아. 나도 딱 한번 보긴 했지만...틀림없는 것 같군. 결코 잊을 수 없지. 후우”


모용교가 한숨을 쉬자 주변에 있던 두 명이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좋지 않아. 어떻게든 저기까지 가기 전에 승부를 냈어야 했는데.”


“좀 전에 저 녀석이 강기를 파훼하는 것을 그쪽도 보지 않았소? 강기에는 강기만이 맞설수 있다는 무림의 상식을 깨어버렸는데도 그리 비관할 필요 있겠소?”


진광혼이 부정적인 모용교를 보며 물었다.


“확실히...이해 가지 않는 광경이긴 했지만...좀 전의 초식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것이 사왕천겁이요. 하후악 저 녀석의 가문의 원수를 꺾기 위해 가문에 전해지던 무공을 거듭 연찬하고 고쳐온 모습을 지켜봐온 나로선 회의적이오. 게다가...”


그녀가 말꼬리를 흐리자 진광혼이 의아한 얼굴로 그녀의 입을 응시했다.


“지켜보는 우리의 목숨도 장담할 수도 없다는 거요”


“...지금 저쪽과의 거리는 9장 정도는 될 텐데 말이요?”


“사방을 말려들게 할 정도로 흉험한 절초요. 강기와 경기의 폭우다발이라고 하면 이해하겠소?”


“.....”


모용교의 진지한 기색에 그 또한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가지 않겠어요.”


셋 사이의 침묵을 깬 것은 악령화였다.


“사제가 진다면 어차피 죽은 목숨. 저는 여기서 사제의 승리를 믿고 기다릴 뿐입니다.”


그녀의 굳은 어조에 모용교 또한 동조해왔다.


“좋지. 어차피 나 또한 죽음 정도는 각오했으니까.”


둘의 이야기를 듣던 진광혼 또한 마음을 굳혔다. 그 또한 무인. 이 일전에서 눈을 돌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셋의 이야기가 이루어지는 사이 채찍이 움직이는 범위는 점점 커져 이장에 이르렀다. 채찍에서 흘러나오는 경기에 주위의 나뭇잎이 두 동강이 날 정도였다. 중심부에 있는 하후악의 모습은 채찍의 검은 그림자로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용운휘는 위기를 직감했다. 허나 그가 펼칠 수 있는 것은 검기혼탈무와 서하검기뿐. 펼칠 수 있는 것 중 그 어느 것을 떠올린다 한들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뱀의 흉험함을 이길 수 있는 초식을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지금의 자신으로 대적할 수 없다면 대적할 수 있는 자신이 되면 그뿐이었다. 좀 전에 검초들의 연환초식을 펼쳐 강기를 파훼한 것처럼 말이다.


용운휘는 서서히 내기를 끌어올렸다. 운기의 시작은 음양개천이었다. 음양개천의 운기 경로대로 음기와 양기를 끌어올리자 무형지기를 방출되어 일종의 호신기를 형성했다. 용운휘는 그 상태로 상대의 초식을 기다렸다.


하후악은 용운휘가 자신의 최절초를 보고도 달아나기는커녕 미약한 기운으로 대적하려는 낌새를 느끼고 실소가 흘러나왔다.


"소용없는 짓. 발버둥은 여기까지다!!!"


소용돌이 치던 채찍의 그림자들이 용운휘가 있던 곳으로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금방이라도 꿰뚫릴 것만 같았던 용운휘에게 변화가 시작된 것은. 용운휘는 운기 경로를 순식간에 바꾸며 차례대로 청룡파미, 청룡탐조를 펼쳤다. 청룡파미의 쾌속함에 청룡탐조의 강맹함이 음양개천에 더해지자 말 그대로 무엇이든 꿰뚫을 듯한 검광이 만들어져 그대로 사왕천겁과 맞부딪쳤다.


충돌은 했으나 충돌음이 바로 들려오지는 않았다. 마치 해일 전의 전조처럼 말이다. 휘감겼던 경력이 잠시 후 흩어지고 이내 힘이 약한 곳으로 몰려들었다.


쾅!!


굉음과 함께 지축이 흔들렸다.


하후악과 용운휘의 승부를 지켜보고 있는 이들이 한순간 죽음을 각오했으나, 굉음 이외에는 그들을 덮쳐오는 싸움의 여파는 거의 없었다. 용운휘의 뒤쪽에 자리 잡았기에 발생한 일이었다.


먼지와 기의 폭풍이 가라앉자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지진이라 해도 부족하다고 해야 할 처참한 땅거죽의 상태였다.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곳곳이 갈라져있고, 폭풍이 땅만을 파헤치기라도 한 듯 패여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위태롭게 서있는 이가 있었으니, 용운휘였다.


검만에 의지한 채로 살짝 비틀거리며 서있는 모습에 악령화가 즉시 달려갔다.


“사제!!!”


모용교와 진광혼은 처참한 싸움의 흔적 속에서 하후악의 모습을 찾았으나 좀처럼 발견할 수는 없었다. 모용교가 잠시 기감을 펼쳐 살피는 사이, 파여진 땅 속에서 무엇인가가 일어났다.


땅에서 나타난 인형의 그림자는 어딘가 이상했다. 어딘가 허전한 모습. 보통의 사람이라면 있어야 할 것이 존재치 않았다. 어깨 부분은 물론 팔까지 송두리째 달아난 모습으로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어디 있... 쿨럭. 쿠헉. 어디이이이!! 있느냐 용운휘.”


하후악은 잔해 속에서 눈에 들어간 모래 덕택에 맹인처럼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바라보는 방향은 용운휘가 서있는 곳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모용교는 균형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하후악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위. 이제 됐어.”


하후악은 자신의 어릴 적 이름이 들려오자 잠시 멈칫하더니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신형을 돌렸다.


“크으으으윽”


하후악은 신형을 돌리며 자신의 오른팔 쪽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모용교는 바로 하후악에게 다가가 그를 눕혔다.


“크윽. 내팔... 내팔..”


“됐어. 이제 된거야...”


모용교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그의 눈에 들어간 모래를 닦아 주었다.


“내가...내가 졌다고?”


“그래. 졌어.”


“그놈들에게 아직 가지도 못하고 이렇게...이렇게 죽어간다고? 크으으으으으으윽!!!!!”


그로선 결코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지만 계속해서 덮쳐오는 고통은 모용교의 말의 사실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런 모용교와 하후악의 주위에 용운휘와 나머지 일행이 다가왔다.


“...”


용운휘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딱히 그를 동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조금만 힘이 뒤쳐졌다면 저 꼴이 되어버릴 수도 있었던 것은 자신이었을지도 모르기에.


단지...모용교와 하후악의 알 수 없는 분위기에 잠자코 진탕된 속을 다스리며 둘의 이야기를 들을 뿐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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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 제왕검형(帝王劍形) +2 24.05.18 454 17 11쪽
50 50화 남궁세가 +5 24.05.17 478 14 11쪽
49 49화 팽호 +1 24.05.16 501 16 11쪽
48 48화 황산으로 +1 24.05.13 564 14 13쪽
47 47화 십이사도의 죽음 +1 24.05.11 568 16 11쪽
46 46화 십이사도 +1 24.05.10 563 15 12쪽
45 45화 끽채교의 정체 +1 24.05.09 630 15 11쪽
44 44화 파리 날리는 객잔 +1 24.05.06 758 16 11쪽
43 43화 강호는 넓다 +1 24.05.05 824 17 11쪽
42 42화 소중유도 강찬운(수정) +1 24.05.02 801 18 12쪽
41 41화 칠대악인의 제자 +3 24.05.01 828 20 11쪽
40 40화 곡예단 +1 24.04.29 850 23 11쪽
39 39화 악인촌(수정) +1 24.04.27 913 21 11쪽
38 38화 복수 +1 24.04.26 970 19 11쪽
37 37화 귀검문의 최후 +1 24.04.23 1,040 22 12쪽
36 36화 재회 +1 24.04.22 1,039 18 11쪽
35 35화 살수 +1 24.04.21 1,020 18 11쪽
34 34화 강호인들의 도전 +1 24.04.20 1,048 19 11쪽
33 33화 영육쌍전(靈肉雙全) +1 24.04.17 1,164 18 11쪽
32 32화 다른 풍경이었다. 하지만... +2 24.04.16 1,175 17 11쪽
» 31화 승부의 끝 +4 24.04.15 1,151 23 12쪽
30 30화 의기충천(意氣衝天) +2 24.04.14 1,090 23 12쪽
29 29화 격전 +2 24.04.12 1,106 19 11쪽
28 28화 탈혼악경(奪魂樂經) +2 24.04.11 1,171 21 13쪽
27 27화 습격 +3 24.04.10 1,104 21 12쪽
26 26화 탈각 +2 24.04.09 1,175 20 11쪽
25 25화 모용교 +4 24.04.07 1,202 24 11쪽
24 24화 결착 +4 24.04.07 1,197 24 11쪽
23 23화 재격돌 +3 24.04.05 1,251 24 13쪽
22 22화 투귀 곽지성 +5 24.04.04 1,281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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