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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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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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끽채교의 정체

DUMMY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 반 걱정 반이었다. 무인이라도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에서였다.


용운휘가 끽채교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 내용은 실로 괴이했다. 세상에는 빛과 어둠이 섞여 있고 빛을 추구하며 타락을 피하기 위해 형상이 있는 것을 파괴하지 말라. 이 교리 자체를 충실히 따른 나머지 교도들은 과일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음식을 먹어서도 안 되었다.


그럼 고행의 가시밭길을 양민들이 굳이 따를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진 용운휘는 투숙객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뭐...나로서도 잘 이해가 되지 않긴 하지만, 이 산서는 요 근래 특히나 가난하게 살지 않았소? 염앙채가 아주 은밀히 파고든 데다 가장 큰 전장이 신용을 잃으면서 여러 사업체들이 줄줄이 망했지 않소. 거기에 대해 요 몇해 동안 흉년이니 말이오.”


자신이 관여한 전장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용운휘는 입맛이 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그 모든 이유는 아니라 해도 자신이 벌인 일 중에 하나가 원인이라고 들으니 묘하게 씁쓸한 기분이었다.


물론 그 당시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간다고 해도 용운휘는 자신의 결정이 변하지 않으리란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기분이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군요.”


용운휘의 어조가 묘하게 가라앉자 투숙객은 그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잠시 말을 멈추고 용운휘의 안색을 살폈다.


“뭐. 세상이 어지러우면 사람들이 무언가를 의지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겠소? 어떤 지역에서는 도교가, 또 어떤 지역에서는 불교가. 이번에는 그것이 끽채교일 뿐인 것이오. 허나 나도 여러 해 장사를 해오며 여러 가지 일들을 보긴 했지만 지금 여기의 기세는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을 것 같소.”


“...어째서입니까?”


“이렇게 혹독한 교리를 어느 누가 장시간 버틸 수 있겠소? 더군다나 먹고 살기 힘든 마당에 과일만 먹어야 한다면 다들 굶어 죽기 딱 좋은 때가 아니오. 알아서들 제 살길을 찾을 거라 보오.”


용운휘는 투숙객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용운휘와 투숙객과의 대화는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장사치였던 투숙객은 머지않아 다른 지역으로 옮기며 모습이 사라졌다.


상인의 이야기는 대체로 맞아 떨어져 개방의 정보와도 틀린 내용이 없었다. 단 한가지만을 제외한다면.


끽채교의 세가 줄지 않고 날이 갈수록 무섭게 불어난다는 점만을 제외하고 말이다.



***



끽채교의 세는 점차 늘어났고 객잔의 장사는 더욱 바닥을 기었다. 곽맹과 장 사부는 이미 육류와 어류의 구입은 구 할 이상을 줄인 상태였다. 가을이 한창이라 비축이 여유롭다한들 먹는 이가 벽력일무문에 속한 이들 말고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육류나 어류는 하루에 한 접시가 팔리면 다행인 수준이었다. 육류와 어류가 팔리지 않으니 자연히 매상에서 술의 지분도 거의 사라졌다. 어째서인지 술을 좋아하는 이들까지 술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술마저도 끽채교에서 금지하는 것인가? 교도가 아닌 이상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끽채교의 세가 양민들 대부분을 차지해 버리자 교도들의 행동은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객잔에서 고기냄새가 풍기기만 해도 그들의 표정은 일변했다. 마치 더러운 것을 보기라도 했다는 듯이 찡그려진 얼굴이 그들의 심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요리가 끝나고 마침내 누른 돼지머리가 접시에 담겨져 나왔다. 요리의 향과 김이 이리저리 퍼지자 객잔에서 밥을 먹고 있던 이들 중 한 명이 용운휘가 밥을 먹는 곳으로 다가왔다.


“실례하겠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중년의 사내가 정중하게 말을 건네 오자 용운휘가 일어나서 말을 받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죄인입니다.”


“하.”


자리에 앉아 듣고 있던 곽지성의 입에서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무공을 한 자락도 배우지 못한 이가 와서 행동하는 꼴이 가관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사마귀가 수레에 맞서는 형국이랄까. 아주 자기들의 세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행동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우리가 주문한 음식을 우리가 먹는 것도 안 된다는 말씀이오?”


“그렇소. 그것은 죄악이오. 아주 큰 죄악.”


“...저는 물론 이 자리에는 끽채교의 교도들은 한 명도 없습니다.”


“그것이 당신들의 두 번째로 큰 죄악이오.”


“...”


“채소가 아니라 고기를 먹는데다, 끽채교를 믿지 않다니. 그 죄를 어찌 갚으려고 그러시오.”


“죄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소. 당장 뉘우치고 제사장과 사도에게 가서 회개하도록 하시오.”


“거절하겠소.”


용운휘는 몸에서 경기를 방출해 사내를 정중히 밀어냈다. 손끝하나 다치지 않도록. 그리고는 자리에 앉았다.


“이게 무슨 짓이오!”


보통 사람이라면 생각할 수도 없는 기이한 현상에 바로 물어났어야 할 일이지만 사내는 어떻게 된 일인지 오히려 따져 물었다. 그리고 그것은 중년의 사내 하나 뿐만이 아니었다.


“그렇소!! 이래서 무림인들이란.”


“언제까지 그렇게 힘으로 강제하려 들 것이오!”


“옳소! 그래도 무림인들 중에는 괜찮다고 봤었는데 벽력일무문도 역시나 어쩔 수 없는 왈패들이오.”


객잔에 있는 교도들은 광기에 취하기라도 한 듯 용운휘와 일행들을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상황이 별로 좋지 않은걸. 어떡한다지?]


모용교가 용운휘에게 전음을 보내왔다. 전음을 들은 용운휘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입을 다문채로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용운휘가 잠시 침묵을 지키는 사이 먼저 행동에 나선 이가 있었다.


곽지성은 식탁에 있는 찻잔을 집어 들더니 중년의 사내 앞에 있는 바닥으로 집어던졌다.


콰직!!!


술잔과 바닥이 부딪친 소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자기로 이루어진 술잔임에도 불구하고 나무로 된 바닥은 술잔이 그대로 박혀든 상태였다.


“말이 많아. 밥 먹을 때는 개도 건드리지 않는데.”


곽지성의 살벌한 기세에 교도들의 입이 잠시 멈추었다. 곽지성이 살벌한 눈으로 좌중을 살피자 눈을 마주치는 없었다. 모두의 시선이 돌아가고 곽지성의 눈이 맨 처음 나섰던 중년 사내에게로 향했다. 허나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럴수록 그대들의 죄가 더욱 깊어짐을 모르겠소!”


“응. 모르겠어.”


곽지성이 태연자약하게 말하자 중년의 사내도 잠시 당황했는지 말문이 잠시 막혔다. 그가 잠시 후 입을 열었다.


“모른다는 말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소.”


“거참. 시끄럽게.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고?”


“...우리가 무엇을 하겠소. 그저 맘을 고쳐먹기를 바랄 뿐이오.”


“허. 그게 밥을 먹는 우리들에게 달려든 놈이 할 말인가?”


“달려들다니. 그 무슨! 그저 그대들의 죄를 알려준 것이지 않소.”


“아. 시끄러워.”


곽지성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사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사내의 멱살을 잡았다.


“무슨 짓이오. 이게 무림인이 할 짓이오?”


“그럼 남들이 밥 먹을 때 건드리는 짓은 해도 되는 건가?”


“그게 죄-”


“시끄러. 여기서 음식을 먹지도 않고 행패부릴 거라면 나가라고.”


곽지성이 경력을 담아 사내를 던지자 공중으로 날아오른 사내의 몸이 기묘한 변화를 일으켰다. 그렇게 공중에서 여러 차례 회전한 사내의 몸이 자연스레 땅바닥에 닿은 순간, 누군가가 중년의 사내를 받아들었다.


“괜찮습니까?”


“제...제사장님.”


갑작스레 나타난 사내가 중년 사내의 몸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어디 아픈 데는 없는 것 같군요.”


“예. 예에. 제사장님 덕택에.”


“다행입니다.”


제사장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이 몹쓸 놈! 무림인이란 자가 사람을 이리 핍박하다니.”


“이 자들은 편리할 때만 핍박이란 단어를 찾는군. 여럿이서 밥 먹는 이들을 윽박지르는 것은 괜찮은가 보군.”


“웃기지마라. 우리들은 그저 너희들의 죄를 씻어주기 위해-”


“자자. 너무 그렇게 열 낼 필요 없지 않겠습니까?”


제사장이 타이르자 교도들은 금세 가라앉았다.


“제가 잘 이야기 해볼 터이니 교도분들은 객잔 밖에서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예. 그럼 저희는...”


수십명의 인원이 썰물처럼 객잔을 빠져나갔다.


“이런이런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교를 믿으시는 분들의 신앙심이 워낙 대단하셔서 말이지요.”


“당신은 누구지?”


용운휘가 제사장이라고 불린 자에게 물었다.


“저는 일월신교의 제사장 암륜입니다.”


“일월신교?”


“예. 그렇습니다.”


“끽채교가 아니고?”


“하하...아무리 그래도 스스로를 끽채교라고 부르는 교인들이 있겠습니까. 저희 교의 이름은 어디까지나 일월신교입니다. 주로 세인들이 끽채교라고 부르긴 합니다만 새로 들어오신 분들도 간혹 그렇게 부르기는 하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뭐라고 부르면 되는 거지? 일월신교인가? 그도 아니면 끽채교?”


“하하. 뭐 이름이야 뭐 어떻든 중요한 것은 내용물이 아닐까요? 저희의 본질은 이름보다는 저희의 교리에 있다고 저는 밉습니다.”


암륜이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허나 용운휘는 그와 상반된 모습으로 어딘가 경직된 표정이었다.


“뭐. 중요한 것은 저희의 이름보다는 좀 전에 있었던 일이겠지요. 정식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교인들의 신심이 워낙 깊으시다 보니 이런 저런 일이 많습니다. 가급적 삼가시도록 말씀은 드리고 있습니다만 워낙 사람이 많다 보니 사고가 끊이질 않습니다. 부디 강호에 명성높은 벽력일무문께서 잘 봐주시길 청합니다.”


“잘?”


“예.”


암륜은 여전히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잘 봐달라...안 되겠는데?”


용운휘의 말에 암륜의 얼굴이 잠시 살짝 굳었다.


“하하. 죄송합니다. 기분이 상하셨을 줄은 압니다만.”


“아니아니. 그 일로 기분이 상하진 않았지. 오히려 기분이 거슬리는 건 네놈의 행동이다.”


“...그게 무슨...말씀이신지?”


“사람들 사이에 바람잡이를 그렇게 배치해놓고 삼류 연극을 보여주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을 리가 없잖아.”


“...하하하....연극이라니요.”


암륜의 웃음기는 좀 전에 비해 확연히 줄어든 상태였다.


“몇몇 사람이 계속해 바깥을 보며 신호를 보내던데. 눈치 못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이 아닐까? 안 그래? 사기꾼?”


암륜의 표정에서 마침내 웃음이 사라졌다. 그 순간 용운휘의 손이 움직였다.


퍽.

용운휘의 주먹을 암륜이 용케 막아냈다. 암륜의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생각을 잘 하시오. 더 이상 행패를 부리면 나는 물론 교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게 되오.”


“그래. 가만히 있지 말라고.”


말을 마친 용운휘가 다시금 주먹을 휘둘렀다. 방금 전보다도 두 배나 빠른 주먹이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공중을 날았다. 그 쾌속함에 암륜은 미처 반응도 하지 못했고, 주먹은 그대로 암륜의 얼굴로 파고들었다.


콰지지지직!!!!


둔탁한 타격음이 객잔 안을 울려 퍼졌다.


작가의말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오늘 중으로 한편 더 올려 보겠습니다.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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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 제왕검형(帝王劍形) +2 24.05.18 454 17 11쪽
50 50화 남궁세가 +5 24.05.17 478 14 11쪽
49 49화 팽호 +1 24.05.16 501 16 11쪽
48 48화 황산으로 +1 24.05.13 564 14 13쪽
47 47화 십이사도의 죽음 +1 24.05.11 568 16 11쪽
46 46화 십이사도 +1 24.05.10 563 15 12쪽
» 45화 끽채교의 정체 +1 24.05.09 631 15 11쪽
44 44화 파리 날리는 객잔 +1 24.05.06 758 16 11쪽
43 43화 강호는 넓다 +1 24.05.05 824 17 11쪽
42 42화 소중유도 강찬운(수정) +1 24.05.02 801 18 12쪽
41 41화 칠대악인의 제자 +3 24.05.01 828 20 11쪽
40 40화 곡예단 +1 24.04.29 850 23 11쪽
39 39화 악인촌(수정) +1 24.04.27 913 21 11쪽
38 38화 복수 +1 24.04.26 970 19 11쪽
37 37화 귀검문의 최후 +1 24.04.23 1,040 22 12쪽
36 36화 재회 +1 24.04.22 1,039 18 11쪽
35 35화 살수 +1 24.04.21 1,020 18 11쪽
34 34화 강호인들의 도전 +1 24.04.20 1,048 19 11쪽
33 33화 영육쌍전(靈肉雙全) +1 24.04.17 1,165 18 11쪽
32 32화 다른 풍경이었다. 하지만... +2 24.04.16 1,175 17 11쪽
31 31화 승부의 끝 +4 24.04.15 1,151 23 12쪽
30 30화 의기충천(意氣衝天) +2 24.04.14 1,090 23 12쪽
29 29화 격전 +2 24.04.12 1,106 19 11쪽
28 28화 탈혼악경(奪魂樂經) +2 24.04.11 1,171 21 13쪽
27 27화 습격 +3 24.04.10 1,104 21 12쪽
26 26화 탈각 +2 24.04.09 1,175 20 11쪽
25 25화 모용교 +4 24.04.07 1,202 24 11쪽
24 24화 결착 +4 24.04.07 1,197 24 11쪽
23 23화 재격돌 +3 24.04.05 1,251 24 13쪽
22 22화 투귀 곽지성 +5 24.04.04 1,281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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