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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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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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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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1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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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살수

DUMMY

35화 살수




일행은 모두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용운휘가 방으로 들어가는 사이, 무슨 볼일이 있었는지 모용교가 따라 들어왔다.


“...뭐야?”


“부부끼리는 같이 자는 게 당연하잖아.”


“미친.”


모용교는 뭐가 그리 좋은지 얼굴에 웃음이 떠올라있었다.


“쯧.”


그녀가 계속 웃고 있자 용운휘는 혀를 차더니 짐을 풀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의 입이 열렸다.


“한 가지만 묻지.”


“물어봐. 꼬마.”


“명문정파라는 건 뭐지? 어떻게 하면 남들에게 명문이라고 인정받는 거지?”


“흠...꽤나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군. 뭐 일반적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이지.”


“뻔하고 두루뭉술한 이야기는 그만두시지. 내가 묻는 건 그런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을 텐데. 요는 구체적인 방법 말이야.”


“가장 빠른 방법은 맹에 드는 것이겠지. 주위에서 명문이라고 떠받드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그런 경우엔 보통 역사가 오래되었으면서도 지역에 군림하는 토호에 가까우니까. 요즘의 강호의 시선들은 대부분 맹에 집중되어 있으니. 애초에 지역에 군림할 정도가 되면 맹에서 가만히 내버려 두지를 않지.”


“...당신은 그래도 괜찮은 건가? 내가, 아니 우리 문파가 무림맹에 들어가면 그쪽에게는 달갑지 않을 텐데. 게다가 이제는 굳이 우리 문파에 머물 필요도 없을 텐데.”


“말했잖아. 맹을 완전히 부정하는 건 아니라고. 단지 맹은 언제나 권력을 탐하거나 혹은 권력에 굴복하는 경우가 많은 뿐이지. 그들에게도 협이 없는 것은 아냐. 아니 있다고 믿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맹에서 희생된 이들의 죽음은 너무나도 가치 없어져 버리니까. 게다가 나는 내 눈을 믿어.”


“무슨 뜻이지?”


“너는 미친 놈이야. 하후악처럼 말이지. 맹을 바꿔버리겠다는 미친놈이 다른 색에 물들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지.”


“...내가 하후악과 닮았다고? 개뿔이.”


“후후. 미쳤다는 점에선 충분히 닮았어.”


“뭐가 그리 즐겁다고 계속 웃고 있지?”


“그야...정인을 보고 있으니까?”


“그만두지 그런 장난은.”


“장난이라니. 내가 장난으로 하는 것으로 보이나?”


용운휘가 고개를 돌려 모용교를 응시했다. 그녀의 입가엔 미소를 띠고 있었고 눈빛은 더없이 진지했다.


“말했잖아. 너를 좋아한다고. 이런 걸로 농담할 이유가 내게 없지.”


“뭐...?”


“그 얼빠진 얼굴도 꽤나 취향인데.”


톡.


그녀가 잠시 얼이 빠진 용운휘의 가슴에 손을 대고 밀었다. 그 손짓에 용운휘는 그대로 뒤에 있던 침상에 걸터앉게 되었다.


“명심해둬. 눈앞에 있는 여자가 너를 마음에 담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그말을 끝으로 방에서 빠져나갔다. 그녀의 귀는 어딘가 붉은 색으로 달아올라 있었다.


“나...날 좋아한다고?”


용운휘는 멍하니 침상에서 중얼거렸다.



***



벽력일무문에서는 꽤나 떨어진 곳에는 귀검문이라는 문파가 존재했다. 같은 태항산이라고는 해도 거리차이도 있고 각자 문파의 위치라는 것도 있어서 어쩌면 평생 마주치지도 않았을지도 모를 사이에 가까웠다.


허나 운명이란 기묘한 것이어서. 이 두 개의 문파는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귀검문주의 아들로서 당주직을 수행하는 진불견(陳不見)이 떡이 되어 돌아왔으니 귀검문주로서는 화를 삭이고 있는 중이었다.


이들 부자의 경우에는 견부견자라는 말이 더 없이 어울렸고, 딱 그만큼의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 어린놈이 내 아들을 이 꼴로 만들었다고?”


“그...그렇습니다.”

“하.”


귀검문주 진용(陳憃)은 주먹을 움켜쥐며 손에서 뼈소리를 냈다. 심기가 불편할 때의 그가 으레 보이는 버릇이었다.


그도 일문의 문주로서 최소한의 생각은 있었기에 산서의 패자나 다름없는 곳으로 등극한 벽력일무문에게 싸움을 건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넘어가기엔 자신의 아들이, 또 귀검문이 받은 수치가 너무나도 컸다. 야망과 욕심은 지닌바 역량에 비해 턱없이 큰 그였기에 넘어갈만한 도량이 존재할리 없었다.


차라리 용운휘가 나이가 많은 고수였다면 그런대로 숙이고 지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나이가 젊은 신진고수에게 패했다는 사실이 그를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자신의 아들보다도 어린놈에게 자신의 아들이, 자신이 평생에 걸쳐 키워온 귀검문이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곧 자신의 패배나 다름없었다.


잠시나마 머리를 굴리던 그가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고는 즉시 자신의 수하들에게 말했다.


“살수들과 접선을 해봐라. 칼질 좀 한다는 놈들로.”



***



산에서 내려온 용운휘는 바빴다. 그도 그럴 것이 단순히 후개에게 신물을 건네는 것만을 위해서 내려온 것은 아니었다.


벽력일무문에 있었던 사업체는 단 하나 뿐. 문파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돈은 필요하다. 허나 외문제자였던 손적이 운영했던 사업체는 단순한 시골객잔에 불과했고, 벽력일무문에게 들어가는 돈 또한 그 한계가 뻔했다.


백노경은 물론 장로들까지 불러 사업체에 대한 논의를 거쳐 재구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산에서 내려올 일이 있었던 용운휘가 그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산에 있는 벽력일무문은 문파원 대부분이 용운휘가 전했던 토납법을 위주로 새롭게 단련하기에 바빴기에 움직일 수 있는 이는 용운휘와 호흡법을 이미 배운 백노경과 악령화 뿐이었다.

백노경과 악령화 또한 아직도 몸에 익지 않은 호흡법을 계속해서 몸에 새기기 바쁜데다 두 명은 문파의 오래전부터 문파의 중심축으로 기능해왔으니 문파를 쉽게 떠날 수 없었다. 결국 내려 올 수 있었던 것은 용운휘 뿐이었다.


“후우...”


용운휘는 골치가 아팠다. 삼재검문으로 살아갈 때는 그저 문파원들 스스로가 하루 푼돈을 벌어서 입에 풀칠하는 정도였기에 문파의 생활에 이정도의 돈이 들어간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탓이었다.


이미 운영하고 있던 객잔은 이미 사불인에게 반 폐허나 다름없이 망가져있었다. 그곳에 새로운 사업체를 하나 만들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오십 명에 가까운 인원이 산에서 풀뿌리나 캐먹어야 할 판이었다.


“어디서 호위라도 서야 하나?”


이래서는 문파로서 기능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마주하고 나니 그저 암담할 뿐이었다. 전생에서 익히지 못했던 제대로 된 무공을 익힐 때는 그것만이 세상의 전부인줄 알았던 용운휘였다.


“뭘 그렇게 고민해?”


어느 새 용운휘의 옆에 나타난 모용교가 불쑥 말을 걸었다.


“돈.”


“돈이라...”


“그래. 당신은 마문일세에 있었으니 뭔가 방법이라도-”


“몰라.”


“모른다고?”


“내가 회에 계속 있지도 않았는데 그놈들이 돈을 어떻게 벌었는지 알게 뭐야.”


“...”


뭔가 실망스러운 기색이 역력한 용운휘였다. 모용교는 그 모습에 참을 수 없어 뭔가를 떠올리려고 했지만 회의 운영에 대해 관심이 일절 없었던 그녀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후우 마문일세의 사업체들을 하나 둘씩 돌아봐야겠군.”


“아아. 음.”


모용교는 그저 무어라 할 말이 없어 그저 동의하는 기색을 내보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 모용교의 모습을 지켜보던 용운휘는 다시 생각에 빠졌다.


그 순간이었다.


용운휘의 기감에 무언가가 잡힌 것은.


입을 다문 용운휘가 갑자기 심각한 기색으로 입을 다물고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모용교가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전음이 날아들었다.


[뭔가 못 느꼈어?]


용운휘는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태연하게 탁자에 앉아 잔에 물을 따랐다. 그리고 모용교를 손짓으로 불렀다.


[뭘?]


모용교 또한 용운휘가 하는 바를 따라 똑같이 탁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기감을 열어 주위를 살폈다. 그러자 무언가 이상한 것이 느껴졌다.


[뭐지. 주위에 뭔가가...이상한 게 있는데?]


‘...역시나.’


용운휘는 자신의 기감에 느껴진 바가 역시나 정확했다고 생각했다. 사람의 다리가 지나는 길에 갑자기 생겨난 얇고도 날카로운 줄은 물론 먼 곳에서 느껴지는 은신의 기척까지.


[살수인가?]


모용교가 머리에 떠오른 것을 말하자 용운휘가 조금 놀라서 대답했다.


[살수라고?]


[아아. 마문일세 초창기일 때 가끔 이런 식의 습격이 들어오긴 했었지. 하후악 그 녀석이 아주 뿌리를 뽑듯이 살수조직들에게 철저히 보복해서 산서에는 거의 없다고 생각했는데.]


[...멀리서 우리들을 감시하는 이유를 알겠군.]


[감시라고?]


[꽤나 거리 떨어진 곳에서 은신을 하고 있어.]


[그럼 뭘 하고 있어? 냉큼 가서 처리하지 않고.]


[놈들의 규모와 배후는 알아내야 할 것 아니야.]


[하. 그걸 말한다면 놈들이 살수겠어? 그것을 말하지 않으니까 살수인거다.]


[뭐 좋아. 두고 보면 알겠지. 일단 산통 깨지 않기 위해서라도 옆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은 해둬야겠군.]


용운휘의 전음에 진광혼과 곽지성도 본인들의 지나다니는 방문에 암기들이 설치된 것을 발견했다.


[이거야 원. 도대체 언제 저딴 걸 설치한 거야?]


[이 객잔 자체도 안심할 수도 없는 판국이군.]


[그 말씀에 동의합니다. 우리가 묵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객잔에 이 모양인데 다른 곳에 간다고 해도 상황은 비슷하겠지요.]


[그렇지.]


[해서 한 바탕 연극을 했으면 합니다만.]


용운휘의 이어지는 제안에 세 명이 점차 빠져들었다.



***



그날 저녁 곽지성이 미리 얘기했던 대로 용운휘의 방으로 찾아갔다. 그것을 감시하고 있는 살수들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근처에서 떨어져있던 살수들이 곽지성이 방문을 나선 것과 동시에 객잔의 지붕으로 다가왔다.


“크아아악!”


용운휘가 묵는 방에 들어가고자 걸어가던 곽지성이 비명을 질렀다. 살수들이 의도했던 용운휘의 부상은 아니었으나 그걸로 충분했다. 어차피 절정고수를 상대로 단순한 암기로는 한계가 있는 법. 한순간의 방심을 이끌어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몰래 구멍을 뚫어둔 객잔의 지붕으로 열 명이 넘는 살수가 한순간에 안으로 진입했다. 최적의 기회라고 여긴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 광경은 그들의 상상과는 전혀 달랐다.


“헛!!”

“아니?”


“여.”


그들의 앞에는 분명 일행에게 달려갔어야 할 용운휘와 모용교가 그들을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무기를 들고 있었다. 아무리 수많은 이들을 죽여 온 그들이었지만 표적이 이렇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처음이었으니 한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그들을 옥죄고 있는 것은 용운휘의 농밀한 살기였다.


스으윽.


살수들 중 한명이 손을 움직이는 순간 용운휘가 입을 열었다.


“그만. 더 움직이면 죽는다.”


움직이던 살수의 손이 순간적으로 멈췄다. 하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라는 생각에 살수가 마저 품에 넣은 순간 용운휘의 검이 공중을 갈랐다.


촤악!!!


품속에서 꺼낸 화탄을 사용하기도 전에 화탄을 들고 있던 살수의 머리가 갈라졌다.


“말했을 텐데. 죽는다고. 살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네놈들의 배후. 그도 아니면 네놈들 조직의 우두머리.”


“킥. 네놈이 우리를 졸로 봤구나. 그따위 협박에 넘어갈 것이라면 애초에 살수가 되지도 않았다.


“그래. 그럼...죽어라.”


용운휘의 단호한 대답이 방안을 울렸다.


작가의말

조금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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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 제왕검형(帝王劍形) +2 24.05.18 455 17 11쪽
50 50화 남궁세가 +5 24.05.17 479 14 11쪽
49 49화 팽호 +1 24.05.16 502 16 11쪽
48 48화 황산으로 +1 24.05.13 564 14 13쪽
47 47화 십이사도의 죽음 +1 24.05.11 568 16 11쪽
46 46화 십이사도 +1 24.05.10 563 15 12쪽
45 45화 끽채교의 정체 +1 24.05.09 631 15 11쪽
44 44화 파리 날리는 객잔 +1 24.05.06 759 16 11쪽
43 43화 강호는 넓다 +1 24.05.05 825 17 11쪽
42 42화 소중유도 강찬운(수정) +1 24.05.02 801 18 12쪽
41 41화 칠대악인의 제자 +3 24.05.01 828 20 11쪽
40 40화 곡예단 +1 24.04.29 851 23 11쪽
39 39화 악인촌(수정) +1 24.04.27 913 21 11쪽
38 38화 복수 +1 24.04.26 971 19 11쪽
37 37화 귀검문의 최후 +1 24.04.23 1,041 22 12쪽
36 36화 재회 +1 24.04.22 1,039 18 11쪽
» 35화 살수 +1 24.04.21 1,021 18 11쪽
34 34화 강호인들의 도전 +1 24.04.20 1,048 19 11쪽
33 33화 영육쌍전(靈肉雙全) +1 24.04.17 1,167 18 11쪽
32 32화 다른 풍경이었다. 하지만... +2 24.04.16 1,176 17 11쪽
31 31화 승부의 끝 +4 24.04.15 1,151 23 12쪽
30 30화 의기충천(意氣衝天) +2 24.04.14 1,090 23 12쪽
29 29화 격전 +2 24.04.12 1,106 19 11쪽
28 28화 탈혼악경(奪魂樂經) +2 24.04.11 1,172 21 13쪽
27 27화 습격 +3 24.04.10 1,105 21 12쪽
26 26화 탈각 +2 24.04.09 1,176 20 11쪽
25 25화 모용교 +4 24.04.07 1,203 24 11쪽
24 24화 결착 +4 24.04.07 1,197 24 11쪽
23 23화 재격돌 +3 24.04.05 1,251 24 13쪽
22 22화 투귀 곽지성 +5 24.04.04 1,281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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