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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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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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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외법권이라 함은...

DUMMY

파진군(破陳軍)

이들은 군에 소속되어 전투에 참가했지만, 원래는 화포와 화약을 다루는 화약장.

때문에 화기에 대해서는 이곳 비변사에 있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전하. 소신들은 그들의 조총을 곁에서 지켜보았을 뿐, 그들은 가까이에 접근도 하지 못하게 했으며 또한 전투 중이라 제대로 보지 못하였으니 혹여나 잘못된 점이 있더라도···”


화약장들은 원래는 양인이나 천인 출신.

조정에서 거관이나 장원서 따위의 벼슬을 주었지만, 감투뿐인 하급의 벼슬이고, 이런 자리는 처음인지라 두려워하고 있었다.


“걱정 말고 보고 들은 대로만 말해보라.”


선조는 김익룡의 말을 끊었다.


“소신은 양란 이전부터도 화포를 만드는 법을 익혔으며, 임진년의 난 중에는 명의 주백총에게서 조총과 화약을 만드는 법을 전수받았고,또한 항왜들을 통해 새로운 조총을 만드는 법도 배웠사옵니다. 염초를 굽는 법과 조총을 만드는 것은 기실 명과 왜는 큰 차이가 없사옵니다.”


“실로 그러하다.”


선조 역시 조총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우연히 주백총을 만나 비밀리에 조총 제조법을 배운 것도.(선조 26년 2월 10일)

항왜(항복한 왜구)를 죽이지 않고 살려서 조총과 염초 제조법을 익히게 한 것도. (선조 26년 3월11일)

바로 선조 자신이었다.


선조 역시도 화약과 조총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지 알기에.

임란 당시에는 직접 조총을 연구해서 설계해 류성룡에게 시험해 보라 전교한 적도 있었다. (선조 26년 11월 12일)


“무릇 조총을 단련할때는 먼저 철을 두드려 한 줄기로 젓가락처럼 크게 펴고, 차게 식힌 다음에 붉게 달구어 휘감아 망치로 두드립니다. 먼저 이렇게 만든 철 세 개를 접합하고, 접힌 부위를 뜨겁게 달구어 힘을 다해 접합하옵니다. 조총 제작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쇠를 단련하는 것이니 두 개의 통을 정교하게 단련하여 서로 감싸게 하는 것이옵니다.”


김익룡은 총열을 만드는 법에 대해서 먼저 되짚었다.

총열은 조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1. 반드시 일직선이어야 하며.

- 이것은 사거리와 정확도, 오폭에 모두 관여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2. 반드시 밀폐되어야 했다.

- 화약의 내부 폭발압력을 견디지 못하면 사람의 손이 터지게 된다.


총열은 원통형의 막대.

그 가운데에 탄환이 지나가기 위한 구멍을 뚫어야 한다.

현대에야 보링머신으로 드르륵하고 구멍을 뚫어버리지만.

이 시기에는 그러한 구멍을 뚫을 수 있는 기술이 없다.


당시 왜구들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총열을 만들었다.


1. 온동장(饂飩張)

철판을 한 장으로 한 바퀴만 말아서 절단면을 고온에서 두드려 접합한 것.

용접이 아닌 고온으로 녹여서 접합한 것이기에 연속해서 사용 시에는 접합면이 쉽게 터진다.

범용으로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한 총열.


2.갈권(葛卷).

온동장으로 제작한 총열 위를 또다시 가느다란 철판으로 총열을 따라 한바퀴 감은 것이다.

그 이후에 가열해서 다시 접합하게 되면 이중 접합으로 총열의 강도가 증가된다.

장수들을 위한 고급 총열.


어쨌든 인력을 갈아서 만드는 핵심 첨단기술이니만큼 온갖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철판을 2장 말아서 내부 총열과 외부 총열을 만드는 방법.

철판 두 장을 붙이는 방법, 철판을 세 겹으로 만드는 것까지 온갖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다.

어쨌든 총열을 만들고 개발하는 것은 조총의 핵심과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김익룡도 총열을 이중으로 성형하고 다시 외부를 갈권처럼 감아서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신이 본 그들의 철통(총열)은 극히 매끄럽고 부드러워 단 한 곳의 이음매조차 없었사옵니다.”


믿을 수 없는 말.

선조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이음매가 없다? 접합한 곳이 없다는 말이더냐?”


“그러하옵니다. 소신도 믿기지 않아 계속해서 관찰하였사옵니다만 단 한 곳도 매끄럽지 않은 곳이 없었사옵니다.”


“허어···그런 일도 있단 말인가. 계속하라.”


“외형은 그러한데 그들의 조총은 화약을 장전하지 않았사옵니다.”


“그렇다면 포수는 그저 탄알을 넣는 것뿐인가? 그들은 화승은 어찌 사용하던가? 한번 발사한 후에 재장전하는 속도는 어떠하던가?”


“포수는···그저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기만 했사옵니다. 그런데···”


“그런데?”


선조는 이제 상체를 완전히 앞으로 기울이고 있었다.

단 한 글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태도.


“수 백발의 탄환이 한 번에 쏟아졌사옵니다. 그것이 너무 빨라 신은 감히 셀 수조차 없었사옵니다.”


“수백발이?”


“그러하옵니다.”


“조란탄을 말하는 것인가?”


조란탄(鳥卵彈)

말 그대로 새알 모양의 탄.

지름 2.5cm의 구슬들을 한꺼번에 발사하는 지자총통.

그 안에 들어가는 탄을 말하는 것이다.


“탄환의 모양은 보지 못하였사옵니다. 하지만 조란탄을 쏘는 승자총통은 조총이 아니라 총통이지 않사옵니까? 그 안에 탄환을 수백 발을 동시에 넣을 정도로 입구가 크지 않사옵니까?”


“그러하다. 그들의 철통은 가늘단 말인가?”


“그러하옵니다. 그 구멍 속으로 손가락 하나도 넣을 수 없을 만큼 작았사옵니다. 그런데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총알이 발사됐습니다. 그러니까 분명히 총은 한 자루였는데, 그 속에서 비처럼 총탄이 쏟아졌습니다.”


“어찌 그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반드시 내 눈으로 보아야겠구나.”


이미 K-6 중기관총만으로도 넋을 잃을 지경.

그런데 파진군에서 K-4유탄 발사기까지 설명하자 선조는 오히려 이들이 작당하고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문득 들 지경이었다.

유탄이 펑!펑!펑! 하고 날아가, 주위의 왜적을 몰살시켰다는 대목에 이르자 선조는 말을 끊었다.


“화포의 거리가 1,500보나 되었다고? 그것도 화약도 넣지 않고? 숫자 하나를 셀 때마다 5개씩?”


“그러하옵니다. 제가 분명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었습니다. 이것은 조총보다는 빠르지 않아 날아가는 것도 눈으로 보았으니 틀림없사옵니다.”


“허어···선전관! 이 자의 말이 확실한가? 화약이 없이 어찌 화포와 총을 발사한단 말인가!”


선조는 다시 김식을 불렀다.

지금 자신이 들은 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이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어쩌면 대신들 모두가 자신을 속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하. 감히 신들이 어찌 없는 일을 만들어 고하겠나이까! 그저 보고 들은 것만을 말씀드릴 뿐입니다!”


이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왜란은 몇 달 안에 끝낼 수 있었다.

선조의 눈길이 류성룡을 향했다.


“도제조가 대모구락시(大母求樂時) 호에 간 일은 어찌 되었는가? 그들은 무어라 하였는가? 조총은 구하였는가?”


남원성 전투가 끝나자마자 밤낮으로 파발을 달려 장계가 먼저 도착했다.

천조국의 배는 그보다 이틀 늦게 강화에 돌아와 있었다.

남원성의 선전관과 파진군들이 도착한 것은 바로 오늘.


장계를 보자마자 천조국으로 류성룡을 보낸 것은 선조.

그들의 협력이 무엇보다 조선에 절실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전하!”


류성룡이 내키지 않는 걸음을 한 발짝 앞으로 걸었다.


뒷골이 띵했다.

재수 없게 첫 날 대모구락시 호에 오르는 바람에 그 뒤로 천조국과의 일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이 말을 어찌 꺼내야 하나···’


류성룡은 한참이나 망설이다 덥석 무릎을 꿇었다.


“전하!”


억울하게 목 놓아 소리친다.


“그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었으나 그 말과 뜻이 심히 망측하고 무도하여 신은 감히 전할 수가 없사옵니다.”


“무도하고.”


선조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망측하다?”


그를 천조국과의 회담에 보낸 것은 류성룡을 알기 때문.

류성룡은 앉을 자리와 누울 자리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처세에 능하고 정세 판단에 누구보다 밝다.

때문에 박쥐라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두루두루 사람을 포용할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저렇게 죽는 소리를 하는 것은 필시 뭔가 크게 잘못된 것이었다.


“말해보라! 그들이 무엇이라 했는지 말해보라!”


“신은 감히 그 말을 입에 담을 수도 없사옵니다!”


류성룡은 다시 한번 안전장치를 걸었다.

지금부터 말해야 할 것은 안전장치를 열 개 걸어도 목이 위험한 일이었다.


“말해보라 하지 않았는가!”


선조의 다그치는 음성이 다시 한번 들리고서야 류성룡은 입을 열었다.


“그들은 얼마를 주더라도 그들의 조총을 파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사옵니다. 또한 천조국이 가진 어떤 물건도 팔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거기까지는 선조도 예상한 터였다.

그 정도의 무기를 함부로 타국에 판매하지는 않을 터.

병법서인 기효신서조차도 명에서 입수하는데 수백 금의 뇌물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럴 것이다. 허나 그것은 도제조도 나도 예상한 것이 아니던가?”


천조국과 우호를 가지는 동안 매수할 기회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조선으로서는 왜적을 모두 물리칠 때까지 서두를 생각은 없었다.


“대신 그들은 기술을 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화포를 만드는 기술과 조총을 만드는 기술, 그리고 염초(화약)를 지금보다 몇 배나 더 많이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알려주겠다고 했사옵니다. 또한 배를 만드는 기술과 농작물이 몇 배나 더 수확할 수 있는 기술을 모두 알려주겠다고 했사옵니다. 남해안에 쌓은 왜성을 모두 없애줄 것이며, 내년에는 풍신수길(히데요시)을 죽이고, 5년 이내에 왜국의 섬 전체를 완전히 토벌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 하였사옵니다. 조선의 백성 모두가 배불리 먹고, 곡식은 광에서 썩도록 남을 것이며 누구나 끼니때마다 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 하였습니다.”


비변사의 대신들로부터 탄식이 터져 나왔다.


“염초를 몇 배나?”

“화포와 조총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면 더 좋은 것이 아닌가.”

“그들이 어찌 조선에 이리도 호의적이란 말인가.”


놀라움과 두려움이 섞인 채로 대신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선조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다면 좋은 일이 아닌가? 도제조는 어찌하여 망측하다는 말을 하는 것인가?”


“조건이 있었사옵니다! 한데 그 조건이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는 것이었사옵니다.”


“말해보라!”


“신은 감히 입으로는 내뱉지 못할까 두려워 글로 정리한 것이 있으니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도제조 류성룡이 앞으로 나아가 한 장의 종이를 바쳤다.

모두의 시선이 선조의 얼굴을 향했다.

선조가 종이를 펴기 전 류성룡은 재빨리 뒷걸음질을 쳐서 자리로 돌아갔다.


“감···히···어찌 그들이 이리도···무도하단 말인가!”


왕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한 장의 종이는 그대로 구겨져 대전에 내팽개쳐졌다.

모두들 고개를 숙인 채 숨도 쉬지 못하고 류성룡과 선조의 얼굴만 번갈아 살피고 있다.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도제조가 직접 읽으라!”


왕의 엄명이 떨어지자, 류성룡이 종이를 주워들었다.

그리고 내키지 않는 목소리로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천조국은 하늘의 명을 받아 조선을 돕기 위하여 만 리의 바다를 건너왔다. 용과 함께 하며···”


류성룡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가끔은 한숨을 쉬다가···결국 마침내 그 문장에 이르렀다.


“ 이러한 조건들을 원활하게 이행하기 위하여 우리는 향후 50년 동안 강화도에 대한 치외법권을 요구한다. 치외법권이라 함은 강화도 내에서는 어느 나라 국민을 막론하고 천조국의 법률에 따르는 것을 말한다.”


조정의 대신들을 분노하게 하는 데는 이 한 문장으로 충분했다.

모두들 벌 떼처럼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강화도를 달라는 소리가 아닌가!”

“조그만 공로로 어찌 저리도 무도한 요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왜적이 임란에 쳐들어올 때도 길을 빌려달라고 말을 했지 감히 땅을 달라곤 하지 않았사옵니다.”

“도제조 영감은 도대체 그곳에서 뭘 하고 온 거란 말이오!”


류성룡은 한숨을 쉬었다.

분노할 부분은 아직도 두 문장이나 더 남아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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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금쪽이 아빠 +3 24.04.06 2,161 66 12쪽
22 염초와 홍문지회(鴻門之會) +6 24.04.05 2,287 63 13쪽
» 치외법권이라 함은... +5 24.04.04 2,368 63 12쪽
20 전술함대지 유도탄 해룡 +2 24.04.03 2,379 73 13쪽
19 전투식량 1형 +2 24.04.02 2,393 73 12쪽
18 일방적인 학살 +3 24.04.01 2,504 74 13쪽
17 살려둘수는 없겠구나. 24.03.31 2,470 64 12쪽
16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 24.03.30 2,394 74 12쪽
15 한산도의 노장(老將) +4 24.03.29 2,511 60 12쪽
14 충(忠)을 향한 걸음 +2 24.03.28 2,522 68 13쪽
13 남원성 전투 +2 24.03.27 2,613 62 12쪽
12 화폐가 없는 나라 +4 24.03.26 2,654 63 12쪽
11 독을 타다니! +5 24.03.25 2,665 68 12쪽
10 데모크라시호에 탑승을 환영하오 +4 24.03.24 2,752 76 12쪽
9 화약이나 비누부터 만들던데요? +2 24.03.23 2,856 67 13쪽
8 왜성들까지 없애주겠소. +4 24.03.22 2,905 72 13쪽
7 칼과 창. 어느 쪽으로 +1 24.03.21 2,994 66 13쪽
6 보이지 않았다. +7 24.03.20 3,092 7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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