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1,338
추천수 :
3
글자수 :
694,051

작성
24.04.02 22:00
조회
17
추천
0
글자
12쪽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2)

DUMMY



‘....... 아파.....’


방에 혼자 있게 된 아이는 꼼짝없이 드러누워 하늘색 눈을 깜박였다. 슬며시 얼굴 위로 내려온 자신의 머리카락이 시야를 가려 아이는 머리를 작게 흔들었지만 쉽게 떨어지질 않았다.


‘.... 또 색깔이 연해졌어.'


손 하나 까닥하기 힘든 기분에 아이는 그대로 머리카락을 쳐다보다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마치 맑은 호수 같던 아이의 머리색은 하늘의 끄트머리처럼 연한 푸른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점점 연해지는 머리색이 잦은 실험을 말해주는 것 같아 아이는 눈을 감았다.


꾸욱-


진통제의 효과가 끝났는지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는 고통에 손을 꽉 쥐었다. 늘 그렇듯 실험이 있는 날은 매 번 끔찍했다. 아무런 생각조차 할 수 없고, 그저 늘어진 채 고통을 잊으려고 노력할 뿐이었다.


색색 숨을 쉬고 있던 아이는 다른 것에 집중하기 위해 생각을 잇다 방에 도착할 무렵 감시하던 이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정말 카넬이 오늘 올까...?’


일순간 기대감이 몰려오며 아이의 괴로움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졌다. 지옥 같은 이곳에서 카넬은 유일하게 자신을 상냥히 대해주는 이였으며, 아이가 실험을 버티도록 도와주는 하나밖에 없는 희망이었다.


‘기대하면 안 돼, 저번에도 온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다만 카넬의 방문은 늘 들쭉날쭉 예측할 수가 없을뿐더러 갑자기 취소되는 날도 많았다. 그것은 이 실험실의 주인인 베르트의 기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었으나, 실험체에 불과한 아이가 그러한 사실까지는 알기 어려웠기에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


콩콩-


“아이야, 안녕?”


“카넬!”


아이가 가진 불안감을 깨부수듯 방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문이 열렸고, 틈 사이로 그토록 기다리던 이의 금발이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왔다.


카넬이라 불린 자는 바다와 같은 파란색 눈동자을 휘어 접으며 다정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이는 카넬을 보자마자 그대로 달려가 팔을 뻗었고, 그는 익숙한 듯 아이를 품에 안았다.


“잘 지냈니? 크게 다친 곳은 없고?”


“응! 난 괜찮아. 카넬은?”


“나는 잘 못 지냈단다. 저번 달에 너를 보러 올 생각이었는데 상황이 틀어져서 못 온 것이 무척 아쉽더구나.”


그의 말에 아이는 해맑게 웃었다. 카넬이 이제는 자신이 보기 싫어져서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정면에서 부정해 주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슬픈 척 말을 하던 카넬은 주머니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사탕을 꺼냈다.


“자, 오늘도 챙겨 왔단다.”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그가 가져온 보라색 사탕을 조심스럽게 입에 넣었다. 상큼하면서도 단맛이 입안에 퍼지자 행복을 감추지 못한 미소가 입가에 퍼졌다. 카넬은 흐뭇하게 아이를 바라보다 속삭였다.


“준비는 잘 되어가니?”


카넬의 말에 아이는 멈칫하더니 자신의 방 문 너머 감시자들이 신경 쓰이는 듯 시선을 두었다가 속삭였다.


“거의 다 되었어.”


대답과 함께 카넬의 품에서 폴짝 뛰어내린 아이는 베개 밑을 살짝 들춰 카넬에게 보여줬다. 그곳에는 작은 오르뷔 조각들 몇 개가 모여 있었다.


아이의 발에 박혀 있는 오르뷔보다 한참 작은 크기였지만, 이 작은 조각들로도 작은 집 한 채는 살 수 있는 만큼 값진 물건이었다.


“양이 조금 부족해 보이는데...”


“괜찮아, 이 정도면 몇 분 정도는 버틸 수 있어.”


카넬은 아이의 굳은 의지에 더 말을 덧붙이기보다 쓸만한 정보를 넘겨주었다.


“좋은 날짜를 알려줄게. 창문도 없는 이 안에서 흘러가는 시간을 알아차리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정확한 날짜에 실행해야 해. 아마, 그때가 되면 저들 중 관련된 내용을 언급하는 순간들이 있을 거야. 제국의 몇 없는 기념일이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기억하겠다는 듯이 아이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함께 계획을 쌓아왔고, 이제는 일을 감행할 차례였기에 정확히 날짜를 정하는 것만으로도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야.”


꼭 탈출해야 해. 입 밖으로 카넬이 소리 내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입모양만으로도 아이는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카넬은 앞으로의 일들이 무사히 이뤄지길 바라며 다정하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쾅쾅쾅-


“이제 그만 나오시지요. 가주님께서 찾으십니다.”


“..... 안녕, 아이야. 다시 볼 때까지 건강하길.”


“잘 가, 카넬.”


짧았던 아이의 평화를 방해한 것은 이 실험실의 총책임자 샤토였다. 카넬이 방 밖으로 나오자 그녀와 함께 유렌가의 그림자들인 티시포네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몇몇은 여전히 아이를 감시하기 위해 이곳에 남고, 나머지는 샤토와 카넬을 데리고 실험실을 빠져나와 베르트가 있는 별장의 서재로 향했다.


“실험 결과서는 받아보셨는지요?”


“네, 샤토 님. 상당히 자세한 수치를 적어주셔서 무척 놀랐답니다. 대략적으로 인식하던 효과들이 글자로 명확히 쓰여 있으니 파악하는데 무리가 없더군요.”


카넬은 예의 바르게 웃으며 샤토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의 말에 샤토도 내심 기분이 좋았는지, 좀 더 말을 늘여놓았다.


“제로원에게 관심이 많으신가 봅니다.”


“그럼요, 샤토 님께서 만드신 걸작 아니겠습니까. 오르뷔와 인체가 결합된 형태라니 범인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 할 영역을 개척하셔서 볼 때마다 놀라울 따름입니다.”


“흠흠, 그리 띄워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닙니다. 미천한 소견입니다만, 저는 사실 오르뷔의 무기 개발보다도 더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무기야 사용하면 소멸되는 것들이지만, 샤토 님께서 하고 계신 것은 인류의 발전 그 자체 아니겠습니까.”


입에 꿀을 바른 듯한 카넬의 말에 샤토는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감동마저 받은 얼굴이었다. 헛기침을 몇 번 한 끝에 감정을 가다듬고 무언가 샤토가 대답하려는 순간, 가주의 방 앞에 도착했고 그들의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가주님, 화원의 주인이 도착했습니다.”


“들어오거라.”


베르트의 대답에 문이 열리자 그녀는 어느 때처럼 맹수와 같이 검은 눈으로 매섭게 카넬과 사토를 바라봤다.


“어서 오시게, 화원의 주인. 최근에 아랫것들의 잘못으로 서로에게 오해가 조금 있지 않았는가? 오늘 내 이리 연락을 전한 것은 서로의 허물을 덮어주고 함께 협력을 다지자는 의미에서 초청했네. 잠시 시간이 괜찮겠는가?


“가주님께서 한낱 정원사에 불과한 저를 신경 써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화답한 카넬은 베르트의 눈빛에도 겁먹지 않았다. 미묘한 두 사람의 태도가 엇갈리며 밤은 더욱더 깊어졌다.





.

.

.





다그닥-다그닥-


“그건 뭐야?”


“이거? 경감님이 선물해 준 포도사탕.”


에드워드가 루테에게 사건에 대해 듣고 있을 때 뒤늦게 클로이가 경찰국에 도착했고, 두 사람은 함께 경감이 마련해 준 마차를 타고 곧바로 백작저를 향해 출발했다.


데구루루-


마차에 타기 직전 루테가 장난스럽게 던진 사탕을 에드워드는 빤히 쳐다보았다. 병 안에서 짙은 바이올렛 색깔의 사탕이 이리저리 굴러 다닐 뿐 특이한 점은 없었다.


굳이 라울이 준 것과 차이점을 꼽자면 루테의 것이 좀 더 고급화된 브랜드였다. 아예 가게가 있는 상표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자주 사주는 제품이며, 신맛이 좀 더 강한 사탕이었다. 물론 독을 넣지 않아 온전히 이 브랜드의 사탕일 때의 얘기지만.


“모두들 네가 갑자기 사탕을 먹기 시작하니 신기해하더라.”


“나도 내가 이렇게 자주 먹게 될 줄은 몰랐는 걸.”


알 수 없는 에드워드의 대답에 클로이는 질문하는 대신 창문으로 바깥을 보려고 했다.


‘이것 봐, 또.....’


애써 시선을 피했음에도 그녀는 에드워드가 신경이 쓰였다. 루테의 선물을 상당히 씁쓸하게 보더니 코트에 넣어버리곤 굳이 주머니에서 다른 사탕을 꺼내 먹는 모습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미래, 미래라니. 처음엔 황당했었는데.....’


그날 밤, 에드워드에게서 진실을 들었을 때 클로이는 반 정도는 그의 말을 믿었지만 내심 한구석에 어딘가 다쳐 이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남아있었다.


강도단과의 전투에서 크게 머리를 맞았거나, 환각을 일으키는 무언가를 들이마셨을까 싶어 병원에 가봐야 하나 고민을 조금 하기도 했다. 클로이의 동공이 잠시 흔들린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에드워드의 간절하고 진실된 눈을 마주해 믿기로 결심했고, 그가 자신의 손과 결합된 오르뷔를 보여주자 이전의 의심은 모두 사라지고 경악만이 남았다.


‘에드가 8년 전으로 회귀했다는 말은, 그럼 지금의 에드는 8년 후의 사람이란 말이고..... 어쩐지 태도가 많이 변했다 싶었어.’


며칠 전과는 너무나도 달라졌다. 묘하게 어른스러워지기도 했으며, 기행에 가까웠을 정도로 무심했던 성격이 적절히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맞춰주기도 했다.


에드워드의 사회성 측면에서는 좋은 변화였으나 클로이의 입장에서는 달라진 그가 낯설었고, 그 점을 에드워드도 알고 있었다.


‘당분간은 내가 불편하겠지, 클로이로서는 내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거야. 그래도 같이 사건을 해결하다 보면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음, 그런데 아무리 8년이 흘렀다지만 이렇게 사람이 달라질 수 있나? 샬럿이란 아이가 꽤 소중했나 보네.’


에드워드는 클로이에게 자신이 겪었던 중요한 미래를 대부분 털어놓았지만, 말하지 않은 것이 두 가지 있었다. 바로 클로이의 죽음과 배신자였다.


‘배신자에 관해서는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걸로 클로이에게 괜한 혼란을 줄 수도 있으니 지금도 얘기할 생각이 없지만, 클로이의 죽음에 관해서는 헛된 고집이나 다름없어. 하지만 도저히....’


몇 번인가 입 밖에 내려했지만, 클로이를 마주할 때마다 목에 무언가 막힌 것 마냥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초자연적인 힘이 개입하기보다는 의지의 문제였다.


끼익-


복잡한 생각들을 각자 다른 방향의 창문을 바라보며 하고 있던 두 사람은 마차가 멈춘 것을 깨달았다. 엥겔 백작저가 수도에서 그리 먼 거리도 아니기에 어느새 저택 앞까지 도착한 것이었다.


“도착했습니다, 손님! 내리시지요.”


마부가 밖에서 문을 열었고, 에드워드는 먼저 마차에서 내린 뒤, 클로이가 쉽게 발판을 밟도록 손을 내밀었다. 이마저도 거의 경험해 본 적이 없던 클로이는 어색하게 내민 손을 잡았다.


‘가끔 장난스럽게 신사처럼 군 적이 있기야 하지만.... 아, 어색해.’


괜스레 의식한 탓에 다시금 미묘한 분위기와 함께 어색한 침묵이 덧붙여질 무렵, 갑자기 클로이는 저택 근처 나무를 쳐다봤다. 에드워드 또한 기시감이 들었으나 일부러 클로이가 바라본 쪽 반대편을 보며 작게 속삭였다.


“방금, 눈치챘어?”


“응, 누군가 우릴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아.”


당연히 저택 입구 인지라 보초를 서있는 백작저의 기사단과 에드워드를 발견한 몇몇의 경관들이 다가오고 있기에 그들의 시선도 있었지만, 방향이 달랐다.


“루테 경감님 부탁으로 왔네. 에드워드 탐정과 조수인 클로이일세.”


“아, 탐정님! 안녕하십니까. 마침 잘 오셨습니다. 경감님께서는 말을 타고 오신지라, 먼저 오셔서 다른 업무 중이십니다.”


두 사람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마중 나온 경관과 인사를 나눴고, 경관은 사람 좋게 웃으며 백작저로 안내했다. 정원을 지나 저택의 정문에 다다르자 클로이가 중얼거렸다.


“시선이 없어졌어.”


“...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닐세.”


경관이 에드워드의 말에 다시 앞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에드워드는 명백히 동의한다는 듯이 클로이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 우릴 감시하고 있군. 굳이 왜 숨어서 행동을 살피고 있는 거지?’


사건과 관계된 이라면 어차피 에드워드와 클로이를 마주칠 터, 이리 비밀스럽게 그것도 저택 밖에서 자신들을 관찰할 이유가 별로 없었다.


‘이 사건, 생각보다 꼬여있나 보군.’


어쩌면 복잡한 사건에 발을 디뎠는지도 모르겠다는 판단을 하며 에드워드와 클로이는 저택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8) 24.04.08 12 0 14쪽
13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7) 24.04.07 13 0 12쪽
12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6) 24.04.06 10 0 13쪽
11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5) 24.04.05 14 0 14쪽
10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4) 24.04.04 12 0 17쪽
9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3) 24.04.03 12 0 11쪽
»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2) 24.04.02 17 0 12쪽
7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 24.04.01 15 0 12쪽
6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5) 24.03.31 17 0 14쪽
5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4) 24.03.30 21 0 15쪽
4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3) 24.03.29 19 0 12쪽
3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2) 24.03.28 20 0 16쪽
2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1) 24.03.28 34 1 16쪽
1 case. 14 : 제 2 오르뷔 참사 24.03.28 60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