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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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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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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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5)

DUMMY



“어머니!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일어나세요, 부인. 몸도 좋지 않다 들었습니다.”


“........ 제 부탁을 들어주시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백작부인을 만나 사건에 대해 들으러 온 클로이와 에드워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방에 들어오기 앞서 시종이 부인에게 말을 전하자 그녀가 무릎을 꿇고 두 사람을 맞이했기 때문이었다. 부인 옆에 있던 백작의 딸과 클로이가 함께 주저앉아 말렸지만, 그녀는 완고했다.


“부디 사건의 진실을 밝혀 주십시오. 명탐정으로 소문이 자자하시다 들었습니다. 제 남편은 이럴 사람이 아닙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그녀는 한참을 운 탓에 쉬어버린 목소리로 에드워드를 향해 울부짖듯이 말했다.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슬픔에 빠져버린 탓에 오늘 아침에도 백작부인은 쓰러졌었으나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이는 이를 놓칠 수 없었다.


황실 기사단은 황태자만을 보호하고, 경관들은 그런 기사단과 대립하지 못한다. 그녀가 사건의 내막에 손끝이라도 닿기 위해서는 에드워드가 절실히 필요했다.


“부인, 자리에 앉아주십시오. 진실을 밝힐 것이라 약속드리겠습니다. 그것이 제가 이곳에 온 이유입니다.”


에드워드 또한 부인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몸을 기울여 손을 정중하게 내밀었다. 부인은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듯 잠시동안 숨을 고르다가 마지막 기회를 잡듯 그 손을 잡고 일어섰다.


“....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아닙니다, 부인.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이지요. 다만... 약간의 협조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무엇이든 말씀 주십시오.”


“먼저, 저택의 곳곳을 조사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백작께서 사용하셨던 서재나 다른 방에 관해서도 수사를 동의해주셨으면 합니다.”


“상관없습니다. 집사에게 말해 놓을 테니 혹여나 잠긴 문이 있다면 그가 문을 열어줄 것입니다.”


“또한 조사 중, 그 공간에는 저와 조수인 클로이만 있었으면 합니다.”


“..... 그리 하시지요.”


두 번째 조건을 말한 순간, 백작의 딸이 멈칫했다. 아무리 그래도 백작저의 중요한 정보가 담겨있는 곳을 처음 본 외부인에게 맡긴다는 것이 과한 요구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백작부인은 그 어떤 요구도 수용하겠다는 듯이 모든 것을 허락했다.


“좋습니다, 부인. 괜찮으시다면 몇 가지 더 질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영애께서도 같이 들어주시고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기억이란 것은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까요.”


“이야기가 길어질 듯한데, 차를 준비시키겠습니다. 자리에 앉으시지요.”


백작의 딸은 시종을 불러 차와 간단한 디저트를 가져오라 전했다. 아무래도 대화가 시작되기 전, 격양되었던 부인을 진정시키려는 듯했다.


네 사람이 모두 의자에 앉자 곧 시종이 데운 홍차와 우유, 약간의 스콘과 잼을 들고 안으로 들어왔고 부인은 그날 밤에 대해 기억을 더듬었다.




.

.

.




“그래서? 소득이 있었어?”


“아니요. 경감님께서 얘기해 준 것과 동일했습니다. 호위 몇만 데리고 이곳에 도착한 황태자를 백작은 귀인이라고만 소개했고, 저녁 시간대라 식사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계속 후드로 된 망토를 쓰고 있어 황태자인 것은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에 알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까드득-


에드워드는 작아진 사탕을 입 안에서 굴리다 결국 씹어 부서트렸다,


“총소리가 나자 백작저 사람들 중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집사였고, 그가 다이닝 룸에 들어왔을 때 호위들이 황태자의 안위를 살피고 있었다고 합니다.”


백작부인은 어젯밤 일을 설명하다 집사 또한 불렀고, 그의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경황이 없는지라 집사는 백작부터 확인하며 조치를 취하려 할 때 부인과 딸이 나타났답니다. 백작의 딸은 경관을 부르러 현장에서 벗어났고, 부인은 귀인에게 달려들었으나 호위에게 제지당해 그대로 기절했다는 부분까지 모두 같습니다.”


“그럼 이제....”


“아직, 조사가 안 끝난지라.”


루테의 기대에 찬 눈빛을 간단히 에드워드가 쳐내자, 경감은 퍽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


에드워드가 황태자의 조사를 맡아 끝난 것이 벌써 몇 시간 전 이것만, 관련된 경위서는커녕 내용에 대해 단 한 마디도 루테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경위서가 경감님에게 넘어가는 순간, 사실상 현장 수사는 종료나 다름없어.’


아직은 좀 더 증거가 필요하기에 에드워드는 루테에게 순순히 줄 생각이 없었다.


“후우.....”


빠르게 타들어가는 담배와 달리 에드워드는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는지 오른손을 천천히 두드리다, 사탕을 하나 더 꺼내 입에 물었다.


“아참, 그 사탕 보니 생각나네. 저번에 헥티스 강도단이라고 기억나? 마차 안에 탄 사람들을 납치해서 인신매매하던 쓰레기들.”


“기억합니다.”


에드워드는 루테의 다음 말을 기대했다. 사건 이후, 뒤늦게 그들의 정체가 헥티스 강도단으로 밝혀지자 한동안 파란이 일었다.


경관 쪽에서는 생각보다 큰 거물급의 강도단이었기에 당황했고,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사건의 잔혹도가 큰 지라 몇 날 며칠 화제가 되어 퍼져나갔다.


그만한 주목도에도 불구하고 부탁했던 포도나무 병에 관련된 조사는 잘 진척되지 않았다. 수습이 더 먼저였고, 이전에 그들이 일으킨 범죄를 짚어나가는 것이 더 급했기 때문이었다.


“최근에 라울이 병을 확인했는데,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


“......?”


루테의 말에 에드워드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검시관인 그가 모른다면 누가 알 수 있냐는 에드워드의 의문이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자 경감은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음, 그러니까 병에 남아있는 미세한 가루가 있기는 한데 시료가 너무 적어서 확인이 어렵대. 명확히 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마취 계열일 것 같다고는 하더라. 우리 쪽에서는 납치에 쓰인 약물로 판단했어.”


시료가 적다는 말에는 에드워드도 납득했다. 눈으로 보기에도 빈병이었으니, 여러 가지 확인이 어려울 것을 그도 생각했었다.


그와 반대로 납치에 쓰였다는 점에서는 동의하지 못했다. 강도단의 보스는 그들을 관리하는 사람이지 직접 납치를 진행할 사람은 아니었다.


의문이 조금 남기는 했지만, 에드워드는 관련된 정보를 일단 기억 한편에 밀어 넣고 경감에게 감사를 표했다.


“라울에게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말도 마. 고게 나한테 얼마나 떽떽거렸는지 알아?”


라울에게 얼마나 시달렸는지 말하려던 루테는 멀리서 누군가 자신을 찾는 목소리에 잠시 말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 후웁.... 경감님!...... 흐악..... 제1 기사단장님께서 찾으십니다!”


론다 경관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루테를 찾으러 왔다. 기사단장이 계속 압박을 가했는지 이리저리 뛰어다닌 듯한 론다의 모습에 경감은 또 한 번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끼며 담배를 껐다.


‘아니 XX, 해도 해도 너무하지. 우리 부하를 또 긁어대?’


평소처럼 성질을 내려했지만, 론다의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보니 자연스럽게 리사의 잔소리가 떠올랐고, 루테는 담배도 피운 김에 자제하기로 마음먹었다.


“..... 나 간다. 너도 조사할 거면 얼른 진행하고, 빨리 넘겨.”


“당연한 말씀을.”


루테가 가고 나자, 에드워드는 자신이 사탕 병을 손에 든 채 대화를 진행했음을 깨달았다. 마침 병에도 단순화된 포도가 그려져 있는지라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 주머니에 넣지 않았던 것 같았다.


‘샬럿에게 처음 사준 사탕 브랜드도 이거였던가? 그때 한창 경계가 심했었지.....’


멍하게 사탕을 보던 에드워드는 한순간 상념에 빠져 과거를 더듬었다.


“이름이 무엇인지 말해줄 수 있겠니?”


“................”


“나이는?”


“...........”


처음 샬럿을 마주했을 때는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었다. 에드워드가 루테를 통해 받은 사건은 누군가 유렌가의 가주를 노려 기사들을 죽고 다치게 했다는 내용이었기에 용의자가 마르고 작은 소녀일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아무 말도 안 하면, 우리가 도와주기 어렵단다.”


에드워드는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다정하고 상냥한 말투를 구사했지만, 정적이 흐를 뿐이었다.


“.............”


소녀는 새하얗다,라는 표현 이외에 어울리는 것이 없었다. 머리색은 완연한 백색에 가까웠고, 눈동자 또한 옅은 하늘색이긴 했지만 흐릿했다. 유일하게 발등에 박혀 있는 듯한 오르뷔만이 붉었고, 하얀 소녀와 대비되어 무척 이질적이었다.


“.........”


처음 만난 날에도, 그다음 날이 되어도, 며칠이 흘러도 소녀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에드워드와 클로이의 호의는 물론 용의자를 대하는 경관들의 적의에도 표정변화조차 없었다.


대화를 나누는 것을 포기할지라도 유치장이 살만한 공간은 아니기에 에드워드가 담요와 따뜻한 빵 같은 것을 들고 가기도 했으나, 담요는 덮지 않았고, 빵에도 입에 대지 않았다.


그 모습에 클로이는 단순한 이치로 아이니까 달달한 것을 좋아하지 않겠냐며 초콜릿이나 사탕을 권유했고, 솔직히 실패할 것 같다고 생각은 했으나 에드워드는 단 것을 챙겨갔다.


“....... 오, 이건 마음에 드니?”


그러나 의외로 소녀는 사탕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듯, 에드워드가 가져온 것에 흥미를 보였다. 철장 가까이로 사탕병을 보여주자, 아이는 손을 들었다.


콕-


“초록색? 아닌가, 음... 보라색?”


병 어딘가를 찍은 것 같았는데, 유치장 안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는지라 에드워드는 감으로 물었다.


끄덕끄덕


아이가 고른 것은 보라색 포도맛 사탕이었고, 에드워드는 사탕을 꺼내 아이에게 건넸다.


“자-”


입 안에서 데굴데굴 사탕을 굴리던 아이는 갑작스럽게 의외의 행동을 보였고 에드워드와 클로이는 모두 어찌할 바를 몰라 철장에 가까이 다가갔다. 무표정은 물론이고 감정 하나 안 비치던 아이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 세상에, 괜찮니? 경감님. 이것 좀....”


클로이가 애처롭게 바라보았으나, 루테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아이의 모습이라 할지라도 기사단을 죽였기에 살상능력이 있다고 판단해 경감은 엄격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철장 근처에 가는 것도 막고 싶었으나, 클로이의 무력을 알기에 봐준 것이었다.


스르륵-


가까이서 아이를 달래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에드워드는 고심 끝에 손수건을 꺼냈다. 철장 간격이 그리 넓지 않은지라 에드워드는 손목을 비틀어 간신히 그 안으로 손수건을 내밀었다.


“......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네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더 있다면 좋을 텐데...”


아이는 에드워드의 목소리를 들은 듯 고개를 들었다. 사탕은 입안에서 모두 녹아버린 듯했지만 아이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보려 했지만, 어려움을 느꼈는지 아이의 시선이 이내 손수건에 갔다.


한참을 머뭇거린 끝에 아이는 손을 뻗어 손수건을 가져갔다. 조금이나마 에드워드의 호의를 아이가 받아들인 것 같아 그는 진심을 담아 전했다.


“아이야, 나는 네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기는커녕 어째서 우는지조차 모르는 타인임에 분명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알아주렴. 맹세하건대.....”


에드워드는 다음 말을 망설였다. 조사 과정 중 유렌가의 수상한 부분을 발견해 이번 사건이 온전히 아이의 잘못이 아닌 줄은 알았지만, 지금 하려는 말은 어떤 선을 넘어가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울고 있는 아이 앞에서 그의 신념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 네가 이곳에서 꼭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거란다.”


그의 대답에 경감도, 클로이도 놀란 눈치였다. 에드워드가 한 말은 탐정으로서 중립을 지키지 않겠다는 표현이었으며, 감정에 휩쓸리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이번에도 말없이 에드워드를 빤히 쳐다만 볼 뿐이었다.


“이젠 나와야 돼. 에드, 클로이.”


루테의 말에 에드워드는 내일 또 오겠다는 말을 아이에게 남기고 일어났다. 다음 날, 에드워드와 클로이가 다시 유치장을 찾았을 때, 아이는 두 사람이 준 담요를 몸에 두르고 있었다.


하루 밤 사이에 아이의 마음을 조금 열렸나 보다고 에드워드와 클로이는 생각했으나 이는 오판이었다.


“.... 제로원.”


에드워드가 철장 근처로 다가와 무언가를 묻기 전에, 아이는 처음으로 입을 열고 말했다.


“내 이름이야.”


아이의 마음은 이미 빗장이 풀렸고, 두 사람에게 전에 없던 신뢰를 보여주었다. 그때부터 에드워드는 이 아이가 보여준 작은 믿음에 보답하고자 모든 것을 내던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드워드는 결국 아이와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 백작 부인의 마음도 같겠지.’


잃어본 자만이 알 수 있는 고통과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평생의 후회를 에드워드는 알고 있었다.


‘적어도 진실만큼은 부인이 가져야만 해.’


다시금 사건을 생각하며 에드워드는 고개를 들었다. 수많은 슬픔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하늘이 푸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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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8) 24.04.08 12 0 14쪽
13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7) 24.04.07 13 0 12쪽
12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6) 24.04.06 10 0 13쪽
»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5) 24.04.05 15 0 14쪽
10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4) 24.04.04 12 0 17쪽
9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3) 24.04.03 12 0 11쪽
8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2) 24.04.02 18 0 12쪽
7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 24.04.01 15 0 12쪽
6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5) 24.03.31 17 0 14쪽
5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4) 24.03.30 21 0 15쪽
4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3) 24.03.29 19 0 12쪽
3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2) 24.03.28 20 0 16쪽
2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1) 24.03.28 34 1 16쪽
1 case. 14 : 제 2 오르뷔 참사 24.03.28 6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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