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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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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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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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7-3

DUMMY

“명심할 건 자네가 앞선 두 곳을 통과한 건 사실이나 각 단계에서 어떤 깨달음과 성취를 얻었는지에 대한 시험은 없기에 그대로 다음 단계에 도전할 기회를 주겠다. 하지만 최종단계를 통과하기 위해선 모든 단계의 극의(極意)를 시험하는 과정이 있다. 만일 행운으로 각 단계를 통과했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공염불이 됨은 물론 죽음까지 맞이할 수 있음을 명심하라.”


도전하기 전 마노사가 했던 말이 글귀로 명확히 쓰여있다.


씁쓸하다. 분명 통과하긴 했지만, 어느 수준까지 연성하고 깨달아야 한다는 것인지.


지금 자신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어르신! 그럼 어쩌라는 말입니까? 분명 수없이 많은 죽을 고비를 넘겨 여기까지 왔지 않습니까? 뭐 물론··· 비급의 큰 도움이 없었다면 진작 해골이 되어 뒹굴었을 것이지만···’


꼬르륵!

아우성치는 배.

그동안 먹었던 것은 물과 바위에서 자생하는 식용이끼, 그리고 날아드는 새나 박쥐 등이 전부였다.


물은 계곡 사이사이에 방울방울 흘러내리는 물을 받아먹는 것으로 족해야 했다.


그래도 그나마 그거라도 먹으며 허기를 채워 살 수 있었지 이마저도 없었다면 진작 굶어 죽었을 것이다.


1단계는 그럼 어떻게 살았지?

어떻게 그 긴 기간 먹지도 않고 살 수 있었는지 의아했다.



‘어떻게 살긴 어떻게 살아! 살아 꿈틀거리는 게 사방에 꿈틀댔었는데··· 살겠다고 본능적으로 잡아먹기도 하고 독액 유기체 역시도 죽지만 않는다면 고단백질 최고의 영약이잖아, 하긴 정신 줄을 놓았으니 기억이 날 리가 있나. 쯧쯧!’



매번 반복되는 갈등과 자포자기, 다시 돌아갈 방법도 없는데 어쩌겠나. 가야지.


한숨을 내쉬며 그제야 둘러본 자신의 행색, 거지도 이런 상거지가 없다.


툭툭 먼지를 털어내고 쪼그리고 앉아 비석에 새겨진 글씨를 다시 한번 찬찬히 훑어봤다.


다음 단계인 3단계는 과연 어떤 단계일까.

강(强)!

얼마나 대단하면 강일까?


처음 비석을 발견하고 강이라 새겨진 글귀를 보는 순간 전신에 소름이 쫙 돋았었다.


한편으론 어휘가 주는 강인함에 잠재되어 있던 야수의 본능이 자극받았다.


알 수 없는 미지의 도전 그 3번째. 비석에서 눈을 떼고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광대하게 펼쳐진 광경. 넓은 분지를 둘러싼 거대한 협곡, 분지 곳곳에 자리한 거대한 물웅덩이와 거울처럼 매끄러운 절벽이 병풍처럼 휘돌아 그를 압도했다.


앞선 단계에서는 깎아 세운 절벽이 그를 답답하게 했으나 이곳은 분지로 위가 시원스레 탁 트인 것이 답답한 마음을 한결 여유롭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여기에도 어김없이 나뒹굴고 있는 해골들이 보였다.


앞선 단계에서 발견한 것보다 많지는 않았지만 대여섯 구는 됨직했다.


앞서 너무 많이 봐 왔기에 별다른 감흥도 느낄 수 없었던 그는 한층 가쁜 해진 몸놀림으로 신형을 날려 공지에 내려섰다.


한 번 도약에 무려 5장 여를 날아가는 가벼운 몸놀림, 스스로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런데 이때.


“억~!”


갑자기 딛고 있던 땅 한쪽이 푹 꺼지며 몸 전체가 속수무책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칠흑 같은 어둠과 차가운 공기가 귓불을 가르는가 싶더니 풍덩! 살을 에는 차가운 물이 급속히 몸의 열기를 빼앗아갔다.


더불어 강하게 조여드는 수압이 전신을 짓눌렀다.

금방 가빠오는 숨, 다시 위로 오르려 발돋움했으나 솟구치기는커녕, 무언가 발목을 잡아 빨아 당기는 것이었다.


“쿠르르륵~ 푸아~”


죽어라 버텼지만, 속절없이 떨어져 내리는 몸. 전혀 통제되지 않았다.


내려갈수록 차가운 수온은 혈액마저 꽝꽝 얼려버릴 듯 신체 온기를 순식간에 빼앗아갔다.


숨도 쉴 수 없는 상황, 조여 오는 수압, 냉골처럼 차가운 수온, 공포가 엄습했다.


튀어나올 것 같은 눈을 가까스로 누르며 버텼지만 결국 한기와 수압을 이겨내지 못한 전신의 오공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배는 꾸역꾸역 마신 물로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이, 이대로 죽을 순 없어!!”


안간힘을 다해 위로 솟구치려 팔, 다리에 공력을 주입해 물길을 헤쳤으나 자연의 엄청난 힘엔 속수무책,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빨려갔다.


검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없어진 상태.

그러나 유일한 생명줄인 비급만은 절대 놓칠 수 없었기에 악을 쓰며 잡았다.


또다시 몽롱해지는 정신, 전신이 풀어헤친 실처럼 흐물흐물 해져 갔다.


강하게 압박하던 수압과 차가운 수온의 감촉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 상태. 이때 그를 유혹하는 악마의 음성이 들려왔다.


"흐흐, 권집! 이제, 그만 포기하고 나랑 저승길로 가는 건 어떤가? 힘들잖아! 차라리 죽여줬으면 좋겠지?"


저승사자인 듯 시커먼 옷에 창백한 얼굴의 중년인이 권집의 손을 잡아끌었다.


소스라치게 놀란 권집은 필사적으로 그의 손길을 뿌리치며 버둥댔다.


‘권집!! 정신 차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구석에 몰린 그를 강하게 다그치는 그 안의 자아,

문득 정신 차린 그는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 환상을 쳐냈다.


환상의 중년인은 그의 손짓에 무너지듯 흩어졌다.

이때 차가운 기운이 느껴짐과 동시에 몸이 갑자기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더니 빠른 속도로 위를 향해 솟구쳐 올랐다.


그와 동시에 그를 짓누르던 수압 역시 빠른 속도로 풀리더니 갑자기 알 수 없는 공간에 토해 내어진 듯 붕, 솟구쳐 올랐다가 뚝, 바닥으로 떨어졌다.


솟구치며 공기를 들이켠 순간 가까스로 정신이 돌아온 그는 처박히지 않으려 용을 썼지만, 그의 기대와는 반대로 굳어버린 그의 몸은 무참히 바닥에 처박히고 말았다.


콱! “우욱!”


데굴데굴, 비명과 함께 속이 울렁거렸고 배를 꽉 채운 찬물이 울컥울컥 토해졌다.


한바탕 토하니 한결 가쁜 해진 몸, 힘겹게 땅을 짚고 일어섰다.


그러나 휘청, 다시 주저앉고 마는 그.

수압과 찬물에 마비되었던 몸이 전혀 풀리지 않았던 것 아울러 수압에 짓눌렸던 혀와 눈등 각 장기들이 풀린 압력과 동시에 지독한 고통을 안겼다.


연신 터져 나오는 비명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를 악물고 참은 끝에 조금씩 마비가 풀리기 시작했다.


힘겹게 눈을 뜬 그는 언제 또 습격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방을 둘러보며 사주 경계를 한 뒤 위협 요인이 없음을 확인하고 몸을 굴려 벌러덩 드러눕고는 단전의 내력을 끌어올려 마비된 몸을 혈의 운행으로 풀어갔다.


머리와 손가락, 발가락 말단부터 희미하게 살아나는 온기와 정신, 일각의 시간이 흐른 뒤 드디어 굳었던 혀가 풀리고 컥컥 막혔던 숨이 조금씩 쉬어졌다.


“후~우, 사, 살았다.”


헉!!

그런 이때 문득 칼로 후벼 파는 듯 강렬한 살기가 그의 전신을 태워버릴 듯 엄습하는 것이 아닌가.


몸에 익은 본능이 살기(殺氣)에 무의식적으로 대응하려 반응했다.


그러나 아직 풀리지 않은 그의 몸은 그의 지시에 미동도 하지 않았다.


미칠 노릇.

크아아!

천둥 치듯 엄청난 굉음이 귀를 찢어발길 듯 파고들었다.


이를 악물고 몸을 뒤틀어 간신히 피했으나 어느새 스쳤는지 그의 옷이 북 찢기며 피부 또한 한 치 깊이로 뚝 떨어져 나갔다.


피가 튀며 비릿한 혈 향이 사방에 흩뿌려졌다.

이게 신호탄일까?

포효하는 괴물들의 광소가 동시에 터지며 귀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무엇이 자신을 공격하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었던 그는 무조건 몸을 공처럼 굴려 피할 도리밖에 다른 수가 없었다.


떼굴떼굴 굴러 피하던 그의 몸이 갑자기 또 푹 꺼져버렸다.


또다시 밀려드는 엄청난 수압, 마치 그를 기다렸다는 듯 짓누르며 빨아 당겼다.


입으로 밀려드는 차가운 냉기를 가까스로 토해내며 찢긴 상처의 고통까지 이겨내야 하는 권집, 생(生)과 사(死)의 경계에서 사선을 오가야 했다.


‘으, 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어···.’




* * *




“마노사! 아니 마장로, 수고하셨소이다. 하하하!”


머리가 희끗한 반백의 초로인, 단정하게 묶은 영웅 건과 잘 다듬어진 수염이 은연중 사내가 대종사의 기도를 간직한 대단한 인물임을 말없이 증명해 주고 있었다.


초로인은 호탕하게 웃으며 머리가 하얗게 센 오 척 단신의 노인 손을 마주 잡았다.


"일단 그 아이를 그곳에 넣기는 했으나 과연 해낼 수 있을지?"


노인의 노안엔 청년의 불타는 분노와 욕망이 전이된 듯 붉게 충혈됨과 동시에 짙은 어둠의 그늘이 공존해 있었다.


하지만 맞은편 초로인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활짝 웃었다.


“하하, 마노사! 뭘 걱정하는 겁니까? 그 아이의 사주 몰라서 그럽니까? 문제없어요. 거뜬히 해낼 겁니다. 장담합니다.”


그의 장담에도 불구, 그의 그늘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네. 하지만 중요한 건 마지막 순간 그 순간까지 이겨낼 수 있을지 그것이 의문이네.”


이 무슨 말인가?

그럼 권집, 그 청년을 부른 것도 그를 부추겨 도전하도록 한 것 모두 뒤에서 암중모색한 초로인의 음모에 따른 목적이었단 말인가.


그것도 모르고 부나방처럼 사지에 뛰어든 청년, 뒤에라도 이 사실을 안다면···, 참 할 말이 없다.


그런데 마노사, 그의 말이 수상하다.

마지막 순간, 무엇을 이겨내야 한다는 걸까?

마노사의 입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닫혔다.

아니 겉의 입은 닫혔을지 몰라도 마음속 입인 생각은 괴로웠다.


그의 뇌리엔 그곳에 도전했다 사라진 전설적인 인물들의 얼굴이 차례로 떠올랐다.


그는 산 증인이다.

무림 절대 고수라 무림에서 인정받으며 무소불위의 능력을 발휘했던 수많은 전설의 인물들이 그를 찾아왔고 단지 몇 마디의 말에 도전을 선택했다.


하지만 도전했던 그들 중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 이는 없었다.


노인의 얼굴엔 두 가지의 상반된 표정이 이 순간 양립해 있었다.


해냈으면 하는 기대와 해내지 말았으면 하는 부정적인 기대. 그의 어두운 그늘이 염려스러웠던 초로의 중년인, 다짐받듯 그의 눈을 또렷이 응시했다.


“우리의 힘을 확고히 다지기 위해선 그 아이의 성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수십 수백의 인재와 고수가 선택받아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 아이는 분명 다르다고 하셨죠? 반드시 결과를 내야 합니다. 아시잖습니까?”


“물론, 그래서 오랜 기간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 결과에 대해 안배한 비급을 주지 않았는가. 자네가 우려하는바, 나 역시 모르지는 않네. 하지만 인간으로 어찌··· 자넨 정말 잔인하고 무서운 사람이군. 무서운 사람이야···.”


“···”


마노사 아니 마장로의 흐리는 말을 애써 외면하며 고개를 돌리는 초로의 중년인.


이야기가 끝났으니 그만 가보라는 뜻이다.

그런 그를 물끄러미 지켜보다 마노사는 천천히 물러났다.


그의 가슴에 파도처럼 밀려드는 후회란 더러운 놈, 어차피 호랑이보다 더한 용의 새끼였다는 사실, 처음부터 알고 키웠다지만 이처럼 주도면밀하게 빈틈없이 해낼 줄 정말 몰랐다.


그것도 자신을 뿌리 깊게 증오하는 아이를 이용한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로 말이다.


하늘에 높이 떠 있는 초승달, 그 주변으로 실처럼 가늘고 긴 구름이 끊어질 듯 가늘게 이어지며 차갑게 흘러갔다.


“허허허”


허탈한 웃음, 허망한 웃음이 자신의 욕심을 탓한다.


노인의 작고 초라한 뒷모습,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초로인 그는 이 순간 자신의 꿈이 점차 현실화되어 가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희망이 보인다.

이제 그곳에 들어간 그 아이가 모든 단계를 연성하고 나오면 천군만마의 힘을 얻을 수 있다.


죽으라면 죽고 살라면 사는 이성 잃은 수족 말이다.

설사 돌아오지 못하다 할지라도 그것 또한 나름 나쁘지 않은 결과.


그에겐 어떤 결과가 나와도 하등 문제 될 것이 없다.

물론 원하던 결과가 나오면 최상이지만.


“은설귀!”

“존명!”


앞을 보며 읊조린 순간 한 사내가 스르륵 읍하며 섰다.


“모든 단계를 통과, 완성하면 즉시 그곳은 폐쇄하도록!”

“그곳을 말입니까? 존명! 명을 받들겠습니다!”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흔적없이 사라지는 사내,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광포하게 웃었다.


“크하하하!”


호탕한 웃음소리는 전각 대청을 쩌렁쩌렁 울렸다.


이미 대청 밖으로 나온 노인, 그의 시선이 힐끗 뒤를 향했다.


“허~ 과연 그대가 원하는 그런 결과가 나올까? 보시게 절대 장담하지는 마시게. 세상일이란 그 누구도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


마노사 그가 청년에게 했던 마지막 말, 자중자애. 그 청년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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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7-5 24.06.26 275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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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6-6 +1 24.06.16 363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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