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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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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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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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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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에트 88여단 2

DUMMY

“눈치챘겠지만 우리도 군인이요. 소련에서 왔소.”


무표정한 얼굴.

높낮이 없는 건조한 말투.

말 몇마디 툭 던지고는 날 빤히 쳐다보고 있다.


묻지도 않았지만, 내생각을 넘겨 짚고 자기신분부터 밝히다니.

그리고는 부담스런 눈빛으로 내 반응을 살피고 있다.


서로 인사하는 자리임에도 살가운 표정 하나없이 감정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뚝뚝한 것만도 아니어서 말투가 그렇게 불손하지 않다.


소심하다고 하기보다는 묘한 구석이 있군.

더군다나.


소련도 한창 전쟁중일 텐데. 꽤나 널널한건가.


지금 온 세상이 전쟁중 아닌가.

대부분의 군인이 신경이 예민해져 있고, 또한 기도를 날카롭게 벼리고있다.


그런데 이자는 영 아니다.

얼굴도 하얗고 혈색도 좋아서 군인 특유의 예리함은 없지 않나.

살이 통통하게 올라서 그럴지도.

정말로 소련은 널널한건가?


다만 저 눈빛.


방에 들어올때부터 김일성은 줄곧 날 탐색하듯 노려보고 있었다.

내 속마음을 읽어보려는 의도인가.

빤히 들여다보는 저 눈빛은 상당히 거슬렸다.


“그리고 이분은 강건이라 하지요.”


“하하, 안녕하십니까?”


오른쪽 사내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한다.

나이는 이제 겨우 이십을 넘겼을까. 나보다도 어려보인다.


“만주군 장교분과 이렇게 만나보는건 처음입니다. 저와 계급도 같군요. 좋은친구가 될수있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나이 탓인지 이 친구는 김일성과는 반대로 감정을 숨기지 않는구나.

꽤나 외향적인 성격이군.


저렇게 말하니 나 역시 웃어보이며 화답해 줄수밖에.

이자의 말대로 다음에도 볼수 있으려나?


“밖에 계신분은 김협이라는 분입니다. 그분은 원체 답답한건 싫어하시죠. 하핫.”


밖에 호위하는 것처럼 문을 지키는 갈색곰을 말하는것 같다.


“모두 만나서 반갑습니다. 한현이라고 합니다.”


“추운데 여기까지 오시느라 힘드셨을텐데 따뜻한 차나 한잔 하시죠. 이거 제가 주인행세를 하는것같아 선생께 미안하군요.”


“하핫. 별말씀을요. 처음에 어색할때는 같이 뭘 마시는게 최곱니다. 역시 김선생이 잘 아십니다그려.”


역시나 같은 부류끼리 주거니 받거니 하고있다.

하다못해 웃는 모습까지도 비슷하지 않나.


이렇게 서로에 대한 소개는 마쳤다.


예상대로 이들은 모두 소련 군인이었다.

이들이 왜 여기에 있는걸까?


소련과 일본은 불가침조약을 맺은 상태다.

국제 정세상 서로 적대적일 수밖에 없는 두 국가임에도, 서로 필요에 맺은 협약이었다.


독일이 소련을 침공했다. 소련은 지금 모스크바 인근까지 수세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일본이 비록 독일의 동맹국이긴 하지만, 이 상황에서 소련이 극동에서까지 일본과 전쟁을 치를 여력이 있을리가.


일본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 중국과 미국을 동시에 상대하고 있는 형국 아닌가.

소련과의 확전은 피해야 하겠지.


이렇게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 적과의 동침이 가능해졌다.

이들이 소련장교라고 해서 딱히 경계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그러나 여전히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박성우가 했던 말이 있지 않는가.

소련 군인이 부대를 염탐했다는것과 호송중에 탈출했다는 이야기.


최근에 발생한 이런 사건과 갑작스런 이들의 등장이 과연 우연일까?

김책이 따라준 차를 입으로 가져가며 물었다.


“그런데 북쪽 분들이 이 먼곳까지 무슨 일이십니까?”


“하하하, 별일은 아닙니다. 타국 군인에게 이런말을 하는게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최근 저희 군내부에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머, 극히 일부 중국계가 반란을 모의한게 발각된 것이지요. 그 일부가 예까지 도망쳤기에 진선생에게 협조를 좀 부탁드리려는 것입니다.”


진선생은 소련과도 선이 닿아있는가.

그동안 진선생이 죄익 계열이라는건 눈치채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만주는 타국이니, 진천부같은 현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게 틀린 소리는 아니지만.


“제가 도와드릴 일은 없습니까?”


“오, 말만 들어도 고맙습니다. 혹시나 부탁드릴 일이 생기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책이 얼굴에 웃음을 가득 담으며 감사해한다.


말주변이 좋아선지 이 셋중 김책이 주로 얘기한다.

김일성은 있는듯 없는듯하며 눈동자로 여전히 나를 탐색하고 있다.


“전 잠시 담배 좀 태우겠습니다.”


강건이 답답한 방에서 벗어난다.


문닫고 나오니 옆에는 김협이 팔짱낀채 집 바깥을 쳐다보고 있다.

강건이 담배를 입에물고 불을 붙인다.


“형님은 뭘 그리 빤히 보시오?”


하라는 대답은 안하고 다른 질문이 들어왔다.


“그 사람은 누구냐?”


“형님도 잘아는 사람이오.”


그가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자 강건이 피식웃는다.


“토시오, 들어봤잖소. 만주군 철벽.”


그가 놀랬는지 눈을 키운채 문쪽을 돌아본다.


“철벽? 저놈이 그놈이라고? 아니, 그놈이 여기에 왠일로?”


“글세. 그건 나도 알수없소. 그게 뭐가 중요하오?.”


“흥, 죽어야 할 놈이 제발로 걸어온 셈이군.”


어금니에 힘주며 고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크크크, 맞소. 저놈은 이제 죽은 목숨이오.”


강건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웃고있다.


“그래도 아직은 좀 참으시오. 얼마 안남았으니까. 근데 형님은 아셨소? 저놈 조선인이요.”


“그래? 흥, 뒤져야할 이유가 또 늘었군. 매국노 새끼.”


그러더니 다시 앞쪽을 노려보고 있다.


“왜 자꾸 저놈들과 눈싸움 하는거요?”


“일본 끄나풀인 주제에 날 노려보고 있다. 저새끼는 내손으로 쳐죽인다.”


지프안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조장이 허공에 담배구름을 만들면서도, 눈을 가늘게뜨고 시선을 고정한다.


“조장님 저새끼가 계속 노려보는데요? 나가서 한바탕 해야하는거 아닙니까?”


“....”


“설마 쫄은건 아니시죠?”


“금국아.”


여전히 가늘어진 눈으로 말한다.


“여기선 사고치지 말자. 우린 셋이고 무장도 안했지? 저놈들은 몇놈인지도 모른다. 대장님도 아마 저안에서 놈들에게 둘러싸여 계실텐데 시비걸어서 어쩌자는 것이냐?”


그러면서도 보닛 너머의 사내를 계속 보고있다.


“저놈과 인연이 여기가 끝이 아니면 또 만나겠지. 그때 본때를 보여주면 되는거다.”


잠시후 방문이 열리며 내가 나오자, 선생이 배웅하러 따라 나온다.


“하이고 여까지 오셨는데 이리 가시면 우짭니까? 따뜻한 국물이라도 뜨고 가셨으면 좋을텐데요.”


“괜찮습니다. 조만간 날이 따뜻해지면 한번더 들리겠습니다.”


그렇게 집을 나섰다.

선생이 작은 한숨을 내쉬더니 뒤돌아 방안으로 들어간다.


“덕분에 개탕은 여러분과 먹게 됐군요.”


방에 들어온 진천부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진동지. 지금 시국에 굳이 포섭할 필요가 있소? 조만간 일본은 끝장날 것이오.”


김책이 진천부가 앉자마자 묻는다.


지금 일본은 완전 내리막이지 않나.

곳곳에서 패색의 기운이 완연하다.

한때 위세등등하게 공략하던 동남아도 해군의 몰락과 함께 후퇴를 거듭하고있다.


미군이 바다를 장악한후, 조금씩 일본의 목에 칼끝을 들이밀고 있는 형국 아닌가.


“하핫. 그동안 투자한게 아까워서 그렇지요.”


익숙한 농담으로 얼버무리려고 하지만.


“만뇌서생은..”


둔탁한 목소리. 줄곳 말이없던 김일성이 비로소 무겁던 입을 열었다.


“그자의 군재軍才가 탐나는가보오.”


여전히 그답게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지만 한중위에게는 호기심이 일었을까?

실로 오랜만에 연 입, 그는 진천부의 생각을 정확하게 꿰뜷었다.


그게 김일성이 가진 무기였다.

자기 심중은 드러내지 않으며 남의 의중은 정확히 넘겨짚는 능력, 그러니 김책 같이 똑똑한자가 한참어린 그의 뒷수발을 드는것 아니겠는가?


“하핫, 그런점도 있겠지요.”


어색하게 웃을수 밖에 없다.

그러자 김일성의 눈이 다시한번 이채를 띈다.

그것말고도 또다른 의도가 있는지, 그의 눈동자가 다시 진천부를 찬찬히 탐색하고있다.


“그나저나 만뇌서생, 이시겐 중대를 깨부셔야겠소. 도와주시오.”


강건이 다짜고짜 말한다.

어른들의 빙빙돌리는 화법이 지겨운 얼굴이다.


이시겐 중대를?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하핫. 그렇습니까?”


밑도 끝도없는 소리에 진천부는 난감할 수밖에.


“아, 이 녀석이 또 제멋대로 구는군요.”


김책이 짐짓 미안한 모양이다.


강건이 불쑥 말을 꺼냈지만, 그것이 이들이 이곳까지 온 이유였다.

이번에는 김책이 얼굴색을 바꾸며 진지하게 말한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어려운 부탁을 하게되어 미안하게 됐습니다. 예전에 저희를 구해주신 은인인데 또 이런 염치없는 부탁을 하게 됐습니다. 부디 이해해 주시오. 진동지.”


완곡하게 표현한 김책의 말 그대로였다.


수년전이었다. 일본군이 공산당 지하조직과 항일단체를 대대적으로 토벌할때, 이들을 소련으로 피신시켜준 사람이 진천부였다.


그가 아니었으면 이들이 어떻게 살아남았겠는가.

그는 이들의 생명의 은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넓은 중국에서 만뇌서생 외에 어떤분이 이런도움을 줄수 있겠습니까? 염치없지만 다시금 부탁드립니다. 진동지.”


“하핫. 별말씀을요. 이런일은 당연히 같이하는게 맞지요. 이런거라면 어제든지 환영합니다.”


진천부가 손사래치며 흔쾌히 말했다.


“그런데 김동지. 무례가 되지않는다면 한가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네, 얼마든지 물어보십시오.”


김책이 웃으며 대답한다.


“동지들이 갑자기 이렇게 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상한 일이었다.

이들이 항일운동에서 손뗀지가 몇 년인인데.

그런데 뜬금없이 나타나 다시 도움을 청하다니.


김책의 눈빛이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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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사보임강 전투, 대륙을 통일하다 1 24.06.24 35 2 9쪽
59 혈맹의 시작 3 24.06.23 39 2 10쪽
58 혈맹의 시작 2 24.06.22 33 2 10쪽
57 혈맹의 시작 1 24.06.21 44 2 9쪽
56 패권전쟁, 출사하는 소년장군 24.06.20 45 2 10쪽
55 중공군의 두기둥, 팔로와 동북연군 24.06.19 40 2 10쪽
54 팔로군 총사령관 24.06.18 42 2 10쪽
53 선각자의 길 2 24.06.17 39 2 9쪽
52 선각자의 길 1 24.06.16 44 2 10쪽
51 평양에 나타난 두사람 24.06.15 48 2 10쪽
50 고당, 현준혁, 그리고 김일성 24.06.14 40 2 10쪽
49 고당 선생 24.06.13 37 2 10쪽
48 만뇌서생의 마지막 모습 2 24.06.12 35 2 12쪽
47 만뇌서생의 마지막 모습 1 +3 24.06.11 38 2 10쪽
46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5 +2 24.06.10 44 2 9쪽
45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4 +1 24.06.09 42 2 10쪽
44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3 +1 24.06.08 41 2 11쪽
43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2 +1 24.06.07 39 4 10쪽
42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1 +1 24.06.06 57 4 9쪽
41 소비에트 88여단 3 +1 24.06.05 41 4 10쪽
» 소비에트 88여단 2 +1 24.06.04 42 4 10쪽
39 소비에트 88여단 1 +1 24.06.03 52 4 9쪽
38 지청천vs홍사덕, 누구의 길을 따를것인가. +1 24.06.02 50 5 10쪽
37 뜻밖의 여인 4 +1 24.06.01 44 4 10쪽
36 뜻밖의 여인 3 +1 24.05.31 48 4 9쪽
35 뜻밖의 여인 2 +1 24.05.30 46 4 9쪽
34 뜻밖의 여인 1 +1 24.05.29 56 4 9쪽
33 어쩔수 없는 일본의 선택 2 +1 24.05.28 56 5 9쪽
32 어쩔수 없는 일본의 선택. 1 +1 24.05.28 57 4 9쪽
31 만뇌서생 드디어 만나다. 5 +2 24.05.27 51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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