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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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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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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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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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 없는 일본의 선택. 1

DUMMY

그 후 매주 한두번은 진천부를 찾아갔다.


고기를 사들고 가서 탕이나 수육을 해먹기도 했고, 때로는 주변 내천에서 낚시하거나 야산에서 작은짐승을 사냥하며 보내기도 했다.


완연한 가을이다.

아침저녁의 선선한 바람이 이제 곧 겨울을 대비하라고 다그치는 것같이 제법 매섭다.


오늘은 야산 끝자락의 작은 계곡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있다.

움푹 들어간 지형 덕분에 매서운 바람을 피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진선생이 잡은 꿩을 손질하는걸 구경하는 중이다.


“이렇게 살짝 익혀줘야 털이 수월하게 뽑히지요.”


끓는 물에 살짝 데친 꿩의 털을 다 뽑고 난 뒤에는 배를 갈라 내장을 긁어내는게 어찌나 능숙한지, 옷에 피나 털 한올도 묻히지 않고 깔끔하게 손질을 끝냈다.


손놀림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네.


손질한 몸통을 나무 꼬챙이에 꽂더니 대충만든 Y자 거치대에서 걸었다.

나무 부스러기를 모아만든 장작이 탁탁 터지며 타고있다.


난 막대기를 손에 들고 한번씩 장작더미를 뒤집으며 타오르는 불꽃을 멍하니 보고있다.


장작 터지는 소리가 조금씩 잦아지고, 야생조류 특유의 비린내가 고기익는 구수한 냄새로 슬슬 변하기 시작할 때였다.


“일본은 앞으로 어떻게 될것 같습니까?”


몇번 만난동안 무거운 대화는 꺼내본 적이 없었기에 담담한 척하려고 노력했던것 같다.


주변에 있던 나무 쪼가리를 장작불에 밀어넣던 선생이 뜻밖이라는 얼굴로 쳐다보더니 피식하고 웃는다.


내가 생각해도 간단하지만 요망해 보이는 질문이라, 선뜻 대답하기가 쉽지않을것 같다.


“글세요. 뭐랄까... 음, 그래요. 일본은 정말 잘하고 있다고 할수 있겠군요.”


부스러기를 마저 장작 위로 쌓아놓는다.

새장작으로 공기가 부족한지 불씨가 조금 사그라들자, 더미를 휘적휘적 헤집으며 불씨를 다시 되살렸다.


“선생은 그렇게 생각하시오?”


선생의 손길을 구경하며 되물었다.


“당연히 그렇지요. 수천년 동안 열도를 벗어나본 적이 없는 민족 아닙니까. 해적질 외에는 말.. 아, 그렇군요. 섬을 떠나 조선을 침공한적이 딱 한번 있긴한데 그것도 실패했지요. 그런데 지금 보십시오. 조선과 만주. 중국을 거쳐 동남아까지. 역사적으로 이런 패권국가는 몇 없었죠. 특히 해양을 중심으로한 패권국가는 처음일 겁니다. 국기처럼 그야말로 욱일승천의 기세입니다.”


일본 국기면 욱일승천기?


“그깟 깃발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선생은 일본을 높이 평가하시는군요.”


나도 모르게 냉소적인 어투로 변했다.


“하핫. 그게 사실이니까요. 대동아 아닙니까?”


“그놈의 대동아가 또 나왔군.”


내가 지겹다는듯이 되뇌자 선생이 신기한 모양이다.


“중위님은 일본을 썩 좋아하시지 않나봅니다.”


“뭐 좋아하고 자시고할게 뭐 있겠습니까, 나하고 상관없는 일이니. 그냥 앞으로 어떻게 될지 그런것이 궁금할 뿐이요.”


그가 끄덕이더니 짐짓 심각한척 팔짱을 낀다


“그렇군요. 사실 그들이 지금까지 잘해오긴 했는데 앞으론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렇소?”


“물론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알수 있습니다. 초반에는 그들도 은밀하고 서서히 세력을 넓혀 왔습니다. 그들이 정말 잘한건 인내심을 가지고 힘을 아껴가며 야금야금 영토를 넓힌것이지요. 조선, 만주까지는 말이지요.”


만주군 장교앞이라서 그런지 일본에 대한 그의 견해는 생각밖으로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중국을 건든건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장작을 뒤집으며 곁눈질로 슬쩍 내 눈치를 본다.

만주에 만주국이라는 괴뢰국을 세운후 일본은 중일전쟁을 일으켰다.


“그렇군. 결국은 중국 때문에 힘들거라고 보시오?”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힘은 들겠지만, 쌓아놓은 체력이 있으니 중국 정도는 해볼수 있을겁니다.”


너무 조심스러운것 아닌가?

여간해서는 직설적인 화법은 피하는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말고도 미국이라는 거대한 적과 동시에 전쟁하고 있지요. 일본 정도의 나라가 두개의 전장을 동시에 꾸린다는건 힘든 일입니다.”


“선생도 미국을 건드린것이 일본의 탐욕이라고 보는것이요? 누군 이런 탐욕때문에 일본이 망할거라고 하더이다.”


“아니 중위님에게 그런 심한 말을 한사람이 있단 말입니까? 간덩이가 여간 부은게 아니군요. 하핫. 콜록콜록”


진 선생이 재밌다며 껄껄거리다 사레가 들었는지 기침한다.

폐병 환자라더니...


“탐욕이라, 그렇게 몰아가기엔 일본도 억울한 점이 있을겁니다. 그들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으니까요.”


“그럴 사정이 있단 말이오?”


지금 일본은 무서운 기세로 조선. 만주. 중국. 동남아를 침탈했다.

그 기세로 미국을 비롯한 서구열강과 전쟁중이다.


그런데 피치못할 사정이라니.

탐욕이 아니라 마지못해서 전쟁을 일으켰다는건가?


어느새 고기익는 냄새가 자욱하다.

둘의 대화가 잠시 끊겼다.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는지 그동안 잠잠했던 위장이 꼬르륵거리며 몸부림 쳤기 때문이다.


꿩 익은게 뜨거운지 입김을 불어넣으며 칼로 조심스럽게 다리 한쪽을 뭉텅하게 잘라냈다.

그리고 가져온 작은 종지에서 한꼬집 양념을 빼 고기위에 살살 뿌린다.


“이러면 누린내가 안날겁니다. 마법의 약이라 할수있죠. 하핫.”


나뭇잎으로 밑동의 뼈를 돌돌말아 손잡이를 만들어 내개 줬다.

꿩다리를 받아들고 한입 깨물었다.


처음에는 고기위에 강하게 입혀진 불향이 코 안쪽을 파고들며, 특유의 향으로 입안의 미각세포들을 긴장시켰다.


곧이어 뒤따라온 부드럽고 고소한 꿩의 익은살이 감칠맛을 내며 혀에 미끄러지듯 닿자마자, 아교를 물에 푸는것처럼 금방 녹아 사라졌다.


다시 깨끗해진 입안에는 오직 강한 불향만이 여운처럼 남아있다.


이건 누린내가 문제가 아니다.

저 비법양념에 아편이라도 들어있는 것인가.

꿩을 처음 먹은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맛을 내는걸까?


내가 눈을 크게 뜨고보자 그럴줄 알았다는듯이 껄껄껄 웃는다.

꿩이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 양반은 도대체 못하는게 뭘까.

머리에 든 학식뿐만 아니라 사냥에 요리까지.


“그런데 그 사정이란게 무엇입니까?”


아까 얘기하다만 일본이 미국을 공격할 수밖에 없는 사정.

일본이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야 했던 피치못한 사정이 궁금해졌다.


선생이 한번 트림하더니 쑥스럽게 웃는다.


“아, 아까 하다만 얘기 말이군요. 일본의 사정이라... 그렇습니다. 일본이 처음 중국을 칠때는 금방 전쟁이 끝날줄 알았을 겁니다. 장개석의 국민당군이 대륙을 재패한 군대치고는 너무 무력했으니까요. 순식간에 장강이남으로 밀렸지요.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있지 않았겠습니까?”


이 양반 이야기 할때도 비법양념을 치고있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지 않은가.


집중하겠다는듯이 고개를 바짝 세우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핫. 장강남쪽까지 밀린 이상 언제 전멸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처지였죠. 그야말로 바람 앞에 등불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잘 버틴단 말이에요? 아무리 두드려도 더이상의 진전이 없어요. 단순히 강남이 그들의 원래 본거지였기 때문만은 아니지요. 왜 그럴까요?”


장교 술집에서도 선배들에게 그얘길 들었다.

대륙각처에서 중국군대의 기세가 올라 일본 대본영이 한풀 꺾였다고 했다.


손문이 처음 국민당을 창당할때 근거지는 강남의 광동성(광저우)이었다.

광동성은 동해안 바닷가지만, 지금 국민당의 수도는 내륙인 중경(충칭)이다.

강남이래도 같은 근거지라 보기 힘들다.


“하핫. 그건 미국 때문입니다.”


“미국...?”


“네. 그렇습니다. 동남아를 통해 어마어마하게 물자를 지원했거든요. 무기같은 군수물자 말입니다. 일본으로선 속타는 일이었겠죠. 중국을 먹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미국의 지원을 끊어야했습니다.”


그 당시 동남아, 특히 인도나 버마(지금 미얀마)를 통해 중국내륙를 경유한 지원이 중국군대에게는 큰힘이 되었다.

국민당의 수도인 충칭엔 대량의 무기가 매일같이 들어오고 있다.


“그래서 동남아를 친것이라는 거군요.”


“뭐 그것 뿐이겠습니까만 그 이유가 제일 크다고봅니다. 동남아를 침공하고 미국까지 공격한거지요. 일본도 바보가 아닌 이상 쓸데없이 미국을 건들리가 없으니까요.”


“그런 얘기는 처음들었소.”


그런 내막이 있었을줄이야.


만주국 장교인 김명국은 일본의 탐욕으로 비하했지만, 오히려 공산주의자로 의심받는 선생이 일본을 대변하는 모양새가 됐다.


그걸 차치하더라도 선생의 식견은 늘 나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트이게한다.


“하하핫. 대동아라는 명분으로 애써 감추고 있는 사실인데, 일본이 그런 얘기를 떠벌리며 다닐 이유가 없지요.”


역시나 동남아시아의 외세에 대한 독립은 허울좋은 명분이었다.

결국은 미국의 중국지원을 끊는게 직접적인 이유였다.


대동아란 구호속에 이런 속내가 있다는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래서 역사공부가 중요한것 아닙니까? 그런걸 통찰하게 해주니까요. 오늘도 뿌듯함을 느낍니다. 하하핫”


유난히 작은눈을 더욱 오므리며 애들처럼 신나게 웃는다.


“난 도통 모르겠습니다. 난 앞으로 어떻게 처신해야 합니까?”


내가 고백하듯이 얘길하자, 선생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림을 그릴 시간이 벌써 찾아온 건가?



작가의말

버마를 통한 내륙의 공급선을 끊기위해 일본이 버마를 침공한 전투가 유명한 임팔전투입니다.

태국에서 시작해 버마로 기동한 일본군의 가장큰 문제는 보급이었죠.



"일본인은 초식 동물이니 길가의 풀을 뜯으며 진격하라."

희대의 망언을 한 사령관 렌야의 말처럼 보급을 무시한 작전으로 전사자만 5만이었으며 상당수가 굶어 죽었습니다.

이때 대한민국 임시정부도 연합군 일원으로 지원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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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53 흑전사
    작성일
    24.08.28 10:25
    No. 1

    그렇군요. 무식한 지휘관이 용감하면 다 죽죠. 러일전쟁의 노기. 기관총 앞에 돌격 앞으로 하다가 다 죽였지만 일본 대본영에서 이용가치가 있어서 살려두고 용감한 노기라고 국민(초등)학교 교과서에 도배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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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팔로군 총사령관 24.06.18 42 2 10쪽
53 선각자의 길 2 24.06.17 39 2 9쪽
52 선각자의 길 1 24.06.16 44 2 10쪽
51 평양에 나타난 두사람 24.06.15 48 2 10쪽
50 고당, 현준혁, 그리고 김일성 24.06.14 40 2 10쪽
49 고당 선생 24.06.13 37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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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4 +1 24.06.09 42 2 10쪽
44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3 +1 24.06.08 41 2 11쪽
43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2 +1 24.06.07 39 4 10쪽
42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1 +1 24.06.06 56 4 9쪽
41 소비에트 88여단 3 +1 24.06.05 40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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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뜻밖의 여인 3 +1 24.05.31 47 4 9쪽
35 뜻밖의 여인 2 +1 24.05.30 46 4 9쪽
34 뜻밖의 여인 1 +1 24.05.29 54 4 9쪽
33 어쩔수 없는 일본의 선택 2 +1 24.05.28 56 5 9쪽
» 어쩔수 없는 일본의 선택. 1 +1 24.05.28 57 4 9쪽
31 만뇌서생 드디어 만나다. 5 +2 24.05.27 51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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