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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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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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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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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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맹의 시작 3

DUMMY

“자, 이제는 말씀해 보시오. 만뇌서생께서는 무엇을 제안하러 오신거요?”


김책이 웃으며 얘기했지만, 손바닥 땀구멍은 아까부터 손을 흥건히 적시는 중이다.


“동지에게 제안하고 싶군요. 차라리 중국동지들에게 짐을 지우라고 말입니다.”


“호오. 짐을 지운다. 좋은 말씀이시오.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시겠소?”


김책의 뜨거워진 시선과 마주하면서도, 진천부의 눈빛은 오히려 싸늘하게 차가워진다.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담판, 짧은 시간에 생각을 정리한 다음 입을 열었다.


“모동지가 약속하셨소. 대륙이 안정되면 빌려주신 소총 십만정을 되돌려 주겠소.”


한치의 흔들림 없는 단호한 목소리 치고는 너무 황당무계한 말이었다.

기가 막히는 소리를 듣자, 김책의 뜨거운 눈길에 얼음이 끼얹어지려 하고있다.


이자가 나랑 장난하자는 건가?

고작 빌려준걸 갚겠다는 소리나 하다니.


강건도 황당한지 아무 기척도 없다.

하지만 입술을 굳게 다물고 어금니를 긴장시키고 있는 진천부를 보면, 분명 농이나 장난하고 있는게 아니다.


물론 두사람이 이러는 이유를 진천부는 알고 있다.

당연하겠지. 하지만 충격을 줄 활시위는 이제 당겨졌을 뿐이다.


아래턱의 근육을 다시 이완시키며 진천부가 말을 이었다.


“모택동 동지가 또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살다보면 적당히 떼먹는 경우가 있을수 있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대신 흘려준 피에는 공짜가 없는 법입니다.”


대신 흘려준 피.

이 단어가 주는 울림은 태산보다 무겁고, 바다보다 깊었다.


담담함을 유지하려는 의지와는 달리, 심장이 조금씩 오그라지며 팔뚝의 솜털이 쭈빗거린다.

김책, 그가 긴장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고 저러는가.


“소총 십만정을 되돌려줄 때!!”


진천부가 눈에 이채를 띄며 검지 하나를 폈다.


“그 총을 들고 팔로군 최정예 십만이 같이 들어올 것입니다. 모두 조선인 동지이며 공화국의 충실한 전사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셨소.”


"최... 최정예 십..."


두 귀로 듣고도 믿어지지 않는 엄청난 이야기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팔로군 최정예 십만.


오랜 전쟁으로 닳고닳은 노련한 군인을 대가로 받는다.

열개의 사단을 준다는 소리와 진배가 없다.


지금 북한 실정으로 일년동안 사단하나 만들기도 쉽지 않다.

온전한 사단 전력을 만들려면 만여명의 군인뿐만 아니라, 장교들도 양성해야 하고 각종 지원자원이나 장비까지 해야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온전한 최정예 사단을 10개 준다면...


곤혹감이었다.


마치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불시에 기습당한 것처럼, 거부할수 없는 제안을 불시에 받은 당혹감이다.


날벼락으로 기둥 절반이 날아간 아름드리나무처럼, 복잡했던 김책의 뇌가 통째로 깎여나가 하얗게 백지가 돼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로 정신차릴 여유가 없다.

김책은 망연하게 앞 사내를 보는것 외에는 할수 있는게 없었다.


단단하게 무장되었던 신념이 한순간에 허물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한참을 허물어진 후에야, 말라 붙어버린 위아래 입술을 겨우 벌려 물었다.


“그... 그게 정말이오?”


오랜 적막을 깨고 한다는 소리가 고작 이 모양이라니..


그만큼 충격이 컸다.

양키놈들을 몰아내고 남조선을 해방시키기 위해서는 지난한 노력이 필요했다.


김책이 다른 직책보다 오직 민족보위상(국방부 장관)과 상공상에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군대를 만들고 무기 생산에 북조선의 모든 자원을 쏟아붓기 위해서 아닌가.


옆에 앉아있는 강건도 거칠어진 숨소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 선생님. 그래도 군대는 만들어야 하니 소총은 만정 정도만 주는건 어떠..”


“전사도 만명만 들어오겠지.”


더 들어볼 가치도 없다는듯이 무 자르듯 말을 잘랐다.


두 사람의 반응은 어느정도 예상했었다.


중국으로서도 짜내고 짜낸 고육지책으로, 만주의 전황을 타개하고자 중국공산당 지휘부가 얼마나 머리를 싸매야 했나.


만주를 얻으면 대륙을 얻는다라는 당연한 명제앞에 그 어떤 방법도 가릴 형편이 아녔다.


북조선의 지지를 얻으면 만주를 얻을 것이고, 대륙을 통일할수 있다.

진천부는 북조선의 전폭적인 지지와 도움이 있다면, 임표가 충분히 만주를 얻을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위해서 진천부가 모택동과 팽덕회에게 제시한 계책이었다.

그렇다면 그 대가로 북조선에 무엇을 줘야하는가.


"만주를 통채로 내어줄 각오가 있으십니까?"


진천부가 물었을때 모택동은 그렇게 하겠노라고 말했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다.


평양이 절실히 원하는건 만주 따위가 아니라는걸 진천부는 알고 있다

어차피 만주를 가져가 봐야 지킬 능력도 없다.


그들은 남조선을 원할 것이다.


그렇다면...

진천부는 확신했다.

혓바닥을 살살 녹이고 있는 달콤한 솜사탕을 평양이 뱉어낼리가 없다.


“시간이 촉박합니다.”


지금 임표의 정예가 국민당의 공세에 백두산 너머인 임강으로 남하중이다.

대륙을 차지할 주인의 향방이 임강에서 결정될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총과 폭약은 한달내로 받을수 있을것이오. 원하는 물량외에도 군수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대로 계속 보내드리리다.”


협상은 타결됐다.

일단 결정이 됐으면 더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후방기지를 임강 맞은편인 평북 중강 일대에 세울것입니다. 거기에 각종 무기고나 식량창고. 그리고 병원으로 사용할 건물 오십채 이상 짓겠소. 남포항을 개방하겠소. 대륙에서 오는 증원군이나 물품은 공화국의 모든 차량을 총동원해서 차질없이 후방기지로 실어나르겠소. 그것 역시 공화국이 전적으로 책임질 것이오. 군량미와 피복도 걱정하지 마시오. 의료진도 남김없이 후방기지로 보내는걸 약속드리리다.


이쯤 되면 북조선도 총력전, 모든 생산자원을 후방기지에 쏟을 참이다.


진천부는 김책의 의도를 짐작했다.


이왕 도울것이면 이들의 진심을 모택동의 뼈에 깊게 아로새겨야한다.

공산당의 대륙통일을 위해 북조선도 팔다리 자르는 고통을 감수했다는걸 깨닫게 하기 위해선 어중간히 도와서는 안될 일 아닌가.


중국내전의 분수령이 되는 순간이었고, 이로서 북조선과 중국의 혈맹관계가 성립되었다.



.....



1946년 12월


백두산이 아이스크림처럼 하얗게 변한 겨울이 왔다.

압록강 너머 임강일대에는 대규모병력이 모여 치열한 전쟁이 한창이다.


임강현의 화수진은 유난히 봇나무가 많은 동네로, 조선인이 많이 살고 있다고하여 고려영자라 불리기도 한다.


대들보처럼 우뚝솟은 백두산에서 뻗어오는 험한 지형은, 압록강을 넘어 이곳 길림성 남부까지 옷깃처럼 둘러 솟아있다.


화수진까지 이어진 길 또한 계곡사이를 한참동안 굽이굽이 돌아야만, 비로소 동네입구에 다다를 정도로 험한 지형이다.


평소에도 우마차만 겨우 통과할수 있는 좁은길에 눈까지 수북하게 쌓이자, 도로와 논밭의 경계가 모호해져 잘못하면 진창에 빠지기 일쑤다.


그 좁은 길로 수백대의 장갑차와 트럭이 꼬리를 물고 거친 소음을 토해내며 전진하고 있다.

열악한 도로사정으로 앞차의 바퀴자국만 보고 거북이처럼 느리게 가고있다.


국민당군 175사단 3연대 극현강 대령은 내내 신경이 날카롭다.


“도대체 적들이 어디에 있단 말이냐! 본부에서는 연락온게 없나?”


본부로 다급히 구원요청하는 무전이 오자, 본부의 명령으로 서둘러 출동했건만.


“분명 이곳 화수진 인근이라고 했습니다.”


보고하는 참모 역시 난감한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벌써 전투가 끝났다는 것이냐! 너무 조용하지 않는가.”


연락받은게 불과 두시간 전.


이들은 병단의 직할부대로서 국민당에서도 최정예로 꼽히는것에 걸맞게 발빠르게 명령에 반응했다.


전투가 벌어지면 수킬로, 아니 수십킬로까지 각종 폭음이 들리게 마련이지만, 전투소음은 고사하고 한방의 총소리도 울리지 않다니..

겨울 찬바람만 시린소리를 낼뿐 사방이 고요한 적막 그대로였다.


“본부에서도 구원요청 이후에 연락이 끊긴 모양입니다. 직접가서 확인하라는 지시입니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지금쯤이면 벌써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 아니냐. 본부에 되돌아가겠다고 연락하라.”


뱀처럼 꼬불꼬불 이어졌던 긴 행렬이 우회해서 되돌아가려는 순간이었다.


삐이익. 삐이익.

챙 챙 챙,


갑자기 사방에서 피리와 꽹과리 소리가 일제히 울려 퍼진다.


동시에 멀리서 펑펑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더니, 도로 곳곳에서 쾅쾅쾅 시뻘건 불기둥이 쉬지 않고 솟아오르고 있다.


“기습이다!!!”


“모두 내려서 응전하라!”


트럭의 대열이 어지럽게 흩어지고 있다.


한겨울에 산과 계곡을 두껍게 뒤덮은 눈과 얼음은 분명 자연재해였다.

사람은 자연재해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가.


하지만 흩날리는 눈사이에 섞여 빗발치는 폭탄과 총알은 자연재해보다 더 큰 재앙이었다.

계곡의 좁은길에 갇혀 오도가도 못한 상태에서, 이들이 할수있는 거라고는 흰 양탄자 위에 붉은피를 흩뿌릴 뿐이다.


적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어디선가 날아오는 화마에 허무하게 병력이 소모되고 있다.


계곡 아래에서는 시뻘건 불지옥이 펼쳐지고 있지만, 산 정상근처엔 아무일 없다는듯이 평화롭다.

두꺼운 하얀 솜옷을 몇겹이나 겹쳐입은 산위에, 솜같은 눈이 소복이 쌓이면서 계속 두께를 보태고있다.


“제법 볼만하단 말이지.”


아래 전장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는 자가 있다.


진천부였다.






59.jpg


작가의말

북한의 도움은 무기와 지원물자에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연간 북한을 경유한 전략물자가 31만톤에 달했고 46년 반년간 약 18개 부대가 북한을 경유해 동북으로 진입했고, 수만의 병력이었습니다..

 

임강지역 이외의 지역에도 지원이 있었습니다.


46년 10월, 단동에서 2만명 내외의 부상병과 가족들이 맞은편 신의주에서 몰려들자 김일성은 전투요원과 부상병, 군인 가족들을 민가에 분산시켰고 중상자들은 병원에서 의료혜택을 줬습니다.


전방위로 후방기지 역할을 충실히 한 것이죠.


나중에 모택동이 오색홍기에는 조선 동지의 피가 묻어 있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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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사보임강 전투, 대륙을 통일하다 1 24.06.24 35 2 9쪽
» 혈맹의 시작 3 24.06.23 39 2 10쪽
58 혈맹의 시작 2 24.06.22 32 2 10쪽
57 혈맹의 시작 1 24.06.21 43 2 9쪽
56 패권전쟁, 출사하는 소년장군 24.06.20 45 2 10쪽
55 중공군의 두기둥, 팔로와 동북연군 24.06.19 40 2 10쪽
54 팔로군 총사령관 24.06.18 42 2 10쪽
53 선각자의 길 2 24.06.17 39 2 9쪽
52 선각자의 길 1 24.06.16 44 2 10쪽
51 평양에 나타난 두사람 24.06.15 48 2 10쪽
50 고당, 현준혁, 그리고 김일성 24.06.14 40 2 10쪽
49 고당 선생 24.06.13 37 2 10쪽
48 만뇌서생의 마지막 모습 2 24.06.12 35 2 12쪽
47 만뇌서생의 마지막 모습 1 +3 24.06.11 38 2 10쪽
46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5 +2 24.06.10 44 2 9쪽
45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4 +1 24.06.09 42 2 10쪽
44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3 +1 24.06.08 41 2 11쪽
43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2 +1 24.06.07 39 4 10쪽
42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1 +1 24.06.06 57 4 9쪽
41 소비에트 88여단 3 +1 24.06.05 41 4 10쪽
40 소비에트 88여단 2 +1 24.06.04 41 4 10쪽
39 소비에트 88여단 1 +1 24.06.03 52 4 9쪽
38 지청천vs홍사덕, 누구의 길을 따를것인가. +1 24.06.02 48 5 10쪽
37 뜻밖의 여인 4 +1 24.06.01 44 4 10쪽
36 뜻밖의 여인 3 +1 24.05.31 48 4 9쪽
35 뜻밖의 여인 2 +1 24.05.30 46 4 9쪽
34 뜻밖의 여인 1 +1 24.05.29 55 4 9쪽
33 어쩔수 없는 일본의 선택 2 +1 24.05.28 56 5 9쪽
32 어쩔수 없는 일본의 선택. 1 +1 24.05.28 57 4 9쪽
31 만뇌서생 드디어 만나다. 5 +2 24.05.27 51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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