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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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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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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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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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여인 1

DUMMY


“순영씨가.. 여길 어떻게?”


내 스스로도 헤아릴수 없는 감정을 어정쩡한 단어로 입밖에 내고말았다.

놀라워서였을까? 아니지, 반가워서일테지.


그녀가 날보더니 자리에서 급히 일어나 고개를 숙인다.


“한중위님 오랜만이에요.”


그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녀도 수줍은 것이다.


주방앞 식탁에 진송이 신기한 구경거리를 보는것처럼 둘을 번갈아 보고있다.

하긴, 내가 여자와 얘기하는걸 본적이 없으니.


“쉽게 올수있는 거리가 아닐텐데 여긴 어떻게 오셨습니까?”


“오라버니가 군용차를 내줘서 타고 왔습니다.”


“아..”


아! 아직도 난 문앞에서 서있구나.

그제야 비로소 정신이 들었다.

황급히 그녀에게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


진송이 물컵을 들고온다.

자꾸 순영에게 곁눈질하는 하는것이 장난기가 다분하다.


“뭘로 줄까?”


“어? 어.. 같은걸로.”


얼떨결에 주문하자, 진송은 눈을 가늘게 뜨고 순영을 한번 더 슬쩍보더니 엉덩이를 흔들며 돌아간다.


“그런데 웬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죄송해요. 불쑥 찾아왔지요? 오라버니가 이걸 전해주라고 해서..”


그녀가 조심히 탁자위에 내려놓은건 두툼한 보자기였다.


“이게 뭡니까?”


“솜털이에요. 오라버니가 겨울이 오기전에 빨리 갖다줘야 한다고해서. 중위님이 열하에 오실 일이 당분간 없을터이니 저에게 가져다 주라고 했어요.”


여전히 고개를 숙인채 모기만한 소리다.


그녀가 이렇게 부끄럼을 타는 처자였던가.

아니지. 이 상황이 그만큼 어색한거지.


“그럼 다시 올라가시겠군요. 당일치기로 오시기엔 만만치않는 거리인데, 제가 너무 폐끼친것 같습니다. 이거 정말 죄송합니다.”


뭐, 이건 사실이니까.

열하까지는 차로 왕복 열시간이 넘는 먼거리. 울퉁불퉁한 도로사정을 생각하면 여자의 몸으로 결코 쉬운 거리가 아니다.


이때 진홍이 차를 내왔다.

풍기는 진한 차향이.. 음, 국화향이네.


“뭐 필요한것 없으세요?”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진홍이 중국어로 순영에게 묻는다.

이 여자도 말걸고 싶었나보네.


차를 마시며 슬쩍 그녀를봤다.


무슨말을 하고 싶은데 입이 쉽게 안 떨어지는 모양이다.

사과처럼 옅은 홍조를 띈 얼굴에 더 붉은 입술이 우물거린다.


안절부절하는 그녀의 모습이 왜이리 귀여울까?


그녀를 위해서는 말문을 트여줘야 하지만.


아~~ 모르겠다.

그냥 저모습을 계속 보고싶은걸 어쩌라고.


찰나에도 수만번의 감정이 일렁이는구나.

내 스스로의 비굴함에 질릴때가 되서야 비로소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내 질문에 더 난처한지 눈 둘곳을 찾지못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어렵게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오.. 오라버니가 보내준 차는..”


쉽사리 말을 잇지 못하겠는지 작게 심호흡을 하더니.


“다..다시 올라갔습니다. 저 혼자 남았습니다.”


마시던 국화차를 내뿜을뻔했다.

이.. 이건 무슨 소리인가.


모기만한 목소리가 야포 백문을 동시에 쏜것처럼 커다랗게 울려 퍼진다.

못들을 말을 들은것처럼, 머리가 싸하게 감전되며 얼이 나가버렸다.


“오. 오라버니가 솜털을 저.. 정복에 붙여주고 오라고..”


얼굴이 이제는 잘익은 사과처럼 빨개졌다. 몸에서 사과향이 날것만 같다.

그렇지, 처녀가 이런말을 옮기는게 어찌 쉽겠는가.


“네. 그렇게 된 것이군요. 그럼 솜털다는데 얼마나 걸립니까?”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담담한척 물었다.

새삼스럽게 심장을 흔들어대는 설레임은 무슨 이유일까?


“제가 바느질이 서툴러서.. 누비는데 한 이틀정도 걸릴거에요.”


그녀는 울음을 애써 참고있다.

칠흑같이 검은 눈동자가 가늘게 떨리고있고 눈망울엔 물기가 촉촉이 젖어있다.


더 짓궂게 묻는다면 숱 많은 속눈썹에 눈물방울이 맺히게 될것이다.

내 가슴도 아리겠지.


“바느질만 끝나면 바로 올라가겠어요. 중위님께 부담드리진 않을거예요.”


“아.. 아닙니다. 저야 뭐..”


부담은 무슨. 오히려 내가 고맙지.

김명국 선배, 못마시는 술, 먹어준 보람이 있구나.


“.....”


이틀 자고간다는 사실에 둘 사이가 어색해졌다.

그녀는 여전히 죄인처럼 고개를 들지못하고 계속 가락지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가락지.. 맘에는 드십니까?”


손가락에 끼워진 상아색 가락지를 보며 물었다.

그것도 넷째 손가락, 하필 그 손가락에 크기가 맞았나보네.


“네?”


뜻밖의 말이었는지 그녀가 고개를 드는게 살짝 놀란 얼굴이다.

여전히 얼굴은 빨갛게 노을져있다.

그냥, 어색함을 풀려고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그렇게 놀랄 필요까지는..


“아~ 네, 곱습니다. 제가 이런 선물 받아본게 처음이어서... 중위님께 고맙게 생각해요.”


“그런 말씀 마십시오. 앞으로 이것저것 자주 사다드리겠습니다.”


그녀가 조용히 미소지었다.

아주 얕고 희미하지만 그래도 오늘 처음으로 웃었다.


“진홍! 이따 저녁에 이분도 식사를 할거야. 푸짐하게 준비해줘.”


“찌 다올라 (알았어).”


평소의 진홍답지 않게 유쾌하게 대답했다.

둘이는 가게에서 나와 관사로 갔다.


부대에서 그리 멀지않은 장교관사는 가족이 함께 오는걸 고려해 지어졌다.

일본식 다다미로 된 네칸짜리 집으로 침실 두개와 거실. 서재로 되어있다.


빈방을 그녀에게 안내해주자 그녀가 짐을 푼다.

본인 옷 말고도 각종 바느질감과 나에게 줄 밑반찬도 들어있다.


“내일 아침은 제가 해드릴게요. 가까운곳에 시장같은게 있나요?”


“시장은 있습니다만.”


주방은 있어 취사가 가능하지만, 집에서 음식해먹은 적이 없어서 먼지만 수북이 쌓여있을건데.


“괜찮아요. 치우면 되지요. 아침에 동료분들도 같이 부르세요. 모처럼인데 신세지는 분들에게 대접해 드려야죠.”


어느정도 예전의 활발함을 찾은것 같다.

얼굴은 여전히 붉어 있지만 아까보다는 환한 표정이다.


역시 예전처럼 활달한 그녀가 좋다.


짐을 풀자마자 팔을 걷어부치더니 청소를 시작한다.

본인 방과 부엌을 먼저 청소한다고 바쁘게 움직이자 멀뚱하게 있기가 어색해졌다.


“내가 도울 일은 없소?”


“괜찮습니다. 남자가 도울 일이 뭐 있겠어요? 부대에 가보셔야죠? 전 집에서 할일하고 있을 테니 끝나고오세요. 참 시장은 가까운가요?”


“바로 앞에 있소. 작은동네라 시장이라고 할것까지는 없고 반찬거리 살정도는 될것이오.”


“네, 잘됐어요. 그럼 다녀오십시오.”


그녀가 공손히 인사한다.


“알겠소. 일끝내고 빨리 돌아오리다.”


그길로 부대에 복귀했지만 손에 일이 잡힐리가 없다.

시간도 무척 더디게 흐른다.


이렇게 시간만 죽이고 있을 때, 박성우가 어기적거리며 다가와 눈치를 본다.


“열하의 그분 맞지요?”


“그래.”


“역시 참한분 같았습니다.”


“그래.”


“근데 뭐가 고민이십니까?”


눈치챘나? 녀석 보기에도 내가 들떠보이지 않았나보다.

좋아하는 여인이 찾아왔는데 내 반응이 이상했겠지.

부대에서 애인이나 부인이 면회올때 소대원 녀석들의 상태를 생각해보면 뭐..


“.....”


대꾸할 기분이 아니다.

처음 흥분됐던 마음이 진정되니 마냥 좋아할 상황만은 아니었다.


“성우야.”


“네?”


“난 말이다. 지금 많이 불안하다.”


“네? 뭐가 말입니까? 우리가 군에 들어온 후로 이렇게 편안한 생활을 한적이 없잔습니까. 그런데 뭣때문에 불안해 하십니까?”


녀석, 이해 안되겠지.

복잡한 내 속내를 녀석이 어떻게 알겠는가.


“앞으로 일 말이다. 넌 이 생활이 언제까지 지속될거라 생각하냐?”


“글세요. 앞으로 뭐가 변합니까? 설마 일본이 망할리는 없을 것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변할게 없는데 말입니다.”


그래, 녀석아. 그 일본이 문제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뱉지못하고 다시 삼켰다.


녀석에게 털어놔봐야 무슨 소용이겠는가.

불과 얼마전까지 나도 성우랑 똑같았다.

아무 고민없이 보내던 하루하루였다.


열하에서 선배들을 만나고 진선생과 교류를 시작한 후부터, 내 머리는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히게 됐다.

앞으로의 정세가, 그리고 내 미래가 얽히고 설킨 미로처럼 출구가 보이질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순영일 받아들여도 괜찮을까?

항상 꿈꾸던 안정적인 가정생활이 가능할까?


언제부턴가 자신이 없어진 것이다.


그런 고민을 뒤로한채 저녁에 조장과 함께 순영을 데리고 진송이네로 갔다.


모처럼 돼지볶음을 술에 곁들여 맛있게 먹었다.

진송이 웬일로 음식을 푸짐하게 주고, 공짜음식도 만들어주다니, 안하던 짓을 했다.


순영도 긴장이 많이 풀렸는지 이전의 활발한 성격이 다시 나왔다.


그래, 그녀와 같이 있는데 복잡한 정세따위가 무슨 소용일까.

이렇게 좋은걸..


그녀와 술은 처음 마셔서 몰랐지만 나보다 주량이 훨씬 세다.

오후내내 붉게 물들었던 뺨이 술을 잔뜩 마시니 오히려 하얘진다.

이건 또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내가 술이 너무 약해 헛것을 보는것일까?


그날, 나와 순영은 흥에겨워 술을 잔뜩 마셨다.


으쓱한 밤이 됐다.

술이 거나해진 둘은 관사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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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사보임강 전투, 대륙을 통일하다 1 24.06.24 35 2 9쪽
59 혈맹의 시작 3 24.06.23 38 2 10쪽
58 혈맹의 시작 2 24.06.22 32 2 10쪽
57 혈맹의 시작 1 24.06.21 43 2 9쪽
56 패권전쟁, 출사하는 소년장군 24.06.20 45 2 10쪽
55 중공군의 두기둥, 팔로와 동북연군 24.06.19 39 2 10쪽
54 팔로군 총사령관 24.06.18 42 2 10쪽
53 선각자의 길 2 24.06.17 39 2 9쪽
52 선각자의 길 1 24.06.16 44 2 10쪽
51 평양에 나타난 두사람 24.06.15 48 2 10쪽
50 고당, 현준혁, 그리고 김일성 24.06.14 40 2 10쪽
49 고당 선생 24.06.13 37 2 10쪽
48 만뇌서생의 마지막 모습 2 24.06.12 35 2 12쪽
47 만뇌서생의 마지막 모습 1 +3 24.06.11 38 2 10쪽
46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5 +2 24.06.10 44 2 9쪽
45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4 +1 24.06.09 42 2 10쪽
44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3 +1 24.06.08 41 2 11쪽
43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2 +1 24.06.07 39 4 10쪽
42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1 +1 24.06.06 57 4 9쪽
41 소비에트 88여단 3 +1 24.06.05 40 4 10쪽
40 소비에트 88여단 2 +1 24.06.04 41 4 10쪽
39 소비에트 88여단 1 +1 24.06.03 51 4 9쪽
38 지청천vs홍사덕, 누구의 길을 따를것인가. +1 24.06.02 48 5 10쪽
37 뜻밖의 여인 4 +1 24.06.01 44 4 10쪽
36 뜻밖의 여인 3 +1 24.05.31 47 4 9쪽
35 뜻밖의 여인 2 +1 24.05.30 46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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