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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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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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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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1

DUMMY

김책이 별다른 반응을 보지 않았다.

부정하지 않으면 긍정 아니겠는가.


“제가 알아서 할테니 선생님은 그냥 모른척 하십시오.”


강건이 입술을 비틀어 올리며 말하자,김책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후 김일성 일행이 사라진 자리엔 기름기 가득 묻어있는 탕그릇과 지저분하게 비어있는 죽그릇만 남아있다.

밥상앞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진천부의 표정이 아까부터 펴지지가 않는다.


“이번에 크게 움직이려나 봐요. 병력을 꽤많이 끌고 왔네요.”


이봉선이 밥상을 행주로 훔쳐내며 말했다.

음식이 거의 비워진게 기분 좋은지 이봉선의 목소리가 가볍다.


“쯧쯧, 저들도 한때는 항일투사였는데 말이야.”


진천부가 혀를 끌끌차고 있다.


특히 김책 저사람은 최후까지 소련으로 피하지 않고 항일운동을 계속했었다.

결국 부대가 전멸되기 직전까지 몰리자, 그제서야 소련으로 향하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은.


“지금은 아니란 소린가요?”


“지금? 흥, 이들에겐 이미 조선의 독립같은건 의미가 없어져 버렸소.”


소련이 일본과 불가침조약을 맺자 이들도 일본을 동맹으로 생각했다.

그러기에 항일운동은 생각도 안한것이지.


‘이젠 오로지 소련군부의 충실한 개가 되는게 목적이 됐어. 아마도 난 왜놈들의 총구가 아니라 동지들 손에 죽을것이오.’


몇번의 항일투쟁을 연계했을때 허형식 동지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김일성 일당은 같이 항일운동했던 동지들을 소련내에서 이간질하고 억압한것을 한탄하며 한말이었다.


“과거의 동지들을 마치 왜적인 것마냥 말이오.”


그래. 허동지의 말처럼 되버렸다.


이런 경우는 처음 아닌가.

진천부는 가슴이 답답해지는걸 느꼈다.


그동안 항일운동하다가 배신하고, 일본의 주구로 변한 변절자 놈들을 셀수없이 봐왔다.


변절한 놈들이 오히려 다른 부역자보다 더 악독하게 옛동지들을 고발하고 고문했다.

자신의 충성을 일본에 증명이라도 할것처럼...


차라리 한중위처럼 똥오줌 못가려서 그랬으면 이해라도 하지.

어제까지의 동료를 팔아먹는 개짓거리를 서슴치 않았다.


그런데..

진천부가 새삼 끝숨을 토해낸다.


일본으로 돌아선것만 변절한 것인가!


그럼 소련은?

소련으로 변절한것은 괜찮은가!


조선의 독립을 외면한다면 둘다 같은건 아닐까?

자신의 영달을 위해 동지들을 핍박한다면 똑같은 변절자 아닌가?

다를게 뭐가 있을까!


진천부가 품에서 담배를 꺼내며 씁쓸하게 읊조렸다.



......



이런걸 이상기온이라고 하는건가.


며칠간 날씨가 계속 따뜻했다.

삼한사온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근래 보기드문 화창한 날이 계속되고 있다.


부대에서 꽤 떨어진 월산현.


부대가 관할하는 현중에 제일 큰 마을로 웬만한 도시에 버금가는 규모다.

나름 환락가라고 할수있는 거리의 한건물에서 아침부터 큰소란이 일어났다.


“이 새끼가 날 무시해? 잘해준다고 봐줬더니 어디서 기어오르고 지랄이야?”


군인이 가게주인에게 거칠게 욕지거릴 뱉으며 뺨을 세차게 때린다.

거대한 몸집의 주인이 한참을 날아가 바닥에 나자빠진다.


엎어진채 주인이 기침하자, 피가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이빨도 두개가 굴러다닌다.

얼마나 맞았는지 멍든 얼굴이 땡땡부어있고 입술도 두배는 커져있다.


주인이 뺨을 어루만지며 애원한다.


“아이고 제가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오해이십니다.”


“그게 아니라고? 그럼 그년이 왜 없냐고!! 다들 있는데 왜 그년만 없냐고. 당장 이리로 데려오란 말이야!!”


“아이고~~, 배가 아프다고 하지않습니까? 새벽에 보셨다면 아셨을 것입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배아프다고 거의 기다시피 집으로 갔습니다. 어떻게 잡을수 있겠습니까?”


“이 새끼가. 내가 핫바지로 보여? 그년을 봐야 진짠지 알지, 새끼야!!”


다시 우당탕거리며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렸다.


“어이, 시끄럽다. 아침부터 왠 소란이냐?”


이층에서 속옷차림의 젊은사내가 졸린 눈으로 내려온다.

꽤 건장한 사내의 팔에는 역시 속옷만 입은 처녀가 매달려있다.


“아니 일어나보니 옆에 년이 사라지고 없잖습니까! 이새끼가 무시하고 있는게 틀림없습니다.”


계단 중간에 걸터앉은 사내가 피식웃는다.


“배가 아프다고 하지않았는가? 그런것으로 그렇게 핏대를 올리면 되나? 군인체면이 있지.”


주인장이 얼마나 맞았는지 속이 울렁거려 바닥에 토악질을 하고있다.

위의 사내말에 희망이 생겼는지, 주인을 만난 강아지처럼 머리를 연신 끄덕이고있다.


“좋게 타협해라. 어이 주인! 오늘 일은 간단히 한달치 상납금만큼 이놈에게 주는걸로 퉁치자고.”


“네?”


이런 날강도같은 새끼들.

그나마 붓지 않았던 얼굴 근육이 다시 일그러진다.



“아이고. 그러면 저흰 어떻게 장사합니까? 살려주십시오.”


“뭐야!! 감히 대장님 말에 토를 달다니. 이새끼가 뒈지고싶어 환장했구나.”


위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위층에서 두놈이 새로 나타난 것이다.


한놈이 인상쓰며 소리치자, 옆에 놈은 재밌는 구경한다는 듯이 키득거리고 있다.


이들은 이시겐 중대의 소대장과 부하들이다.


기생집에서 밤새내내 술마시고 놀다가 거의 점심이 다되어 일어났다.

정기적으로 각 현을 돌며 상납금을 받던중에 이번에는 이가게 차례였다.


쾅!

그때였다. 출입구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장정 몇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가게가 소란스럽다는 신고가 들어왔는지 환락가를 지키는 무뢰배들이다.


“뭐야? 양아치 새끼들이 감히 우르르 몰려 들어와!! 한번 해보겠다고?”


일층에 오장(하사)이 눈을 부라리자, 이제야 상대를 알아본 이들이 흠칫 놀라며 당황해한다.


“어이, 역시 떼놈들은 말로해서는 안되는건가? 좋게좋게 넘어가려 했더니 쉽지않군.”


소위가 무뢰배들을 보며 어이없어 했다.


“죄.. 죄송합니다, 몰라뵀습니다. 저희는 중국인이 아. 아닙니다. 조선인입니다.”


쩔쩔매던 맨앞에 덩치큰 자가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말한다.

뒤에 늘어선 자들도 모두 무릎을 꿇었다.


“흥, 이새끼들이. 말대꾸를 다하는군. 내가 떼놈이라면 떼놈인것이다. 네놈들이 감히 나에게 반항한단 말이냐!!”


“아.. 아닙니다. 이놈들도 모르고 온겁니다. 누가 행패 부린다고 생각했을겁니다. 말씀하신 상납금은 그대로 바치겠습니다.”


“행패? 그래그래, 우리가 행패를 부린거였어.”


마키다 소위의 웃음이 비릿해졌다.


빌어먹을, 이러면 이대로 좋게 끝나기는 글렀다.

주인이 더욱 절박하게 매달린다.


“노.. 노여움을 참으시..”


“이 새끼가...”


아까부터 패악부리던 오장이 주인을 다시 걷어찼다.

그리고 들어온 자들에게 소리친다.


“이새끼들 죽으려고 환장했구나!! 조선인? 좋아, 이 빨갱이 새끼들. 오늘부터 너희 새끼들 전부 빨갱이 새끼다, 전부 체포한다. 감히 우릴 모욕해? 오늘로 이 가게 장사 접을줄 알아. 이 빨갱이 새끼야!!”


다시 주인을 걷어차기 시작한다.

쉽게 분이 안풀리는지 한참이나 걷어찼다.


“혀.. 형님..”


무릎꿇은 건달들이 안절부절 하지만 할수 있는게 뭐가 있겠는가.


으어어..

한참을 걷어차이자 고통스런 신음을 몇번 토하더니, 죽었는지 기절했는지 움직임이 없다.


“뭐야! 이 빨갱이 새끼, 벌써 뒈졌어? 그럼 재미없는데? 응? 죽은척 하는거 아냐?”


오장이 숨을 헐떡거리며 짓눌린 목소리로 말한다.


“아~~ 이녀석, 성질머리 하고는. 죽이면 어떡하는가. 빨갱이는 데리고가서 심문해야지. 죽이더라도 부대에서 죽여라.”


연신 하품하던 마키다 소위는 여전히 무료한 모양이다.


“큰형님. 이걸 어떻게..”


제일 앞에선 덩치 큰자가 전전긍긍하며 안타까운 신음을 내뱉자, 뒷줄의 더부룩한 수염을 가진자가 서서히 일어선다.


“뭘 어떻게야? 형님한테 받은 은혜를 생각해봐라. 이 새끼를 가만히 둘수있겠냐?”


천천히 앞으로 나오며 말하는게, 결심이 섰는지, 단호하게 쳐다보는 눈에 날이 서있다.


“어차피 우리도 끌려가면 빨갱이로 죽일것이다. 이 x새끼들.”


그의 손에는 어느새 시퍼런 단칼이 쥐어져있다.


"어.. 어이. 철구, 하.. 하지만."


여전히 무릎꿇은 덩치가 어쩔줄을 몰라하지만, 그를 막아설 생각도 못하고 있다.

철구가 이미 분노와 공포, 광기에 뒤덮인 눈으로 상대방을 노려보고 있기 때문이다.


“너.. 이. 새끼..”


심상치않은 분위기를 느끼자 오장이 움찔하며 뒷걸음질 치지만 이미 늦었다.


커억..

철구가 전광석화와 같이 달려들어 오장의 배를 갈랐다.

칼이 등가죽을 뚫고 나오자 내복이 붉은 선혈로 물들여진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오장이 뒤로 넘어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이..이런. 빌어먹을... 철구.. 너 이새끼."


니미럴, 이젠 어쩔수 없는가.

무뢰배들도 사태를 정상적으로 수습하기는 글렀다는걸 느끼고있다.


“모두 정신차려라!! 저위에 새끼들 다 쳐죽이고 여길 뜨는 수밖에 없다. 뜨기전에 형님의 원수를 갚자!!”


피로 물든 칼을 들어 소위를 가리키며 철구가 소리쳤다.

그리고는 계단으로 성큼성큼 올라간다.


“x팔, 가자!!”


그뒤를 무뢰배들이 우르르 따른다. 각자 손에 흉기를 든채였다.


“이. 이 자식들 뭐야!!”


마키다의 얼굴이 한껏 뒤틀리고 있다.




작가의말

그당시 항일운동했던 사람들은 일제의 탄압을 피하기 위해 본명 이외에 여러개의 이름을 썼습니다.

강건의 본명은 강신태입니다.

김책의 세째 아들이 이름이 같죠. 제자인 강건의 본명을 그대로 쓴 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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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사보임강 전투, 대륙을 통일하다 1 24.06.24 35 2 9쪽
59 혈맹의 시작 3 24.06.23 38 2 10쪽
58 혈맹의 시작 2 24.06.22 32 2 10쪽
57 혈맹의 시작 1 24.06.21 43 2 9쪽
56 패권전쟁, 출사하는 소년장군 24.06.20 45 2 10쪽
55 중공군의 두기둥, 팔로와 동북연군 24.06.19 39 2 10쪽
54 팔로군 총사령관 24.06.18 42 2 10쪽
53 선각자의 길 2 24.06.17 39 2 9쪽
52 선각자의 길 1 24.06.16 44 2 10쪽
51 평양에 나타난 두사람 24.06.15 48 2 10쪽
50 고당, 현준혁, 그리고 김일성 24.06.14 40 2 10쪽
49 고당 선생 24.06.13 37 2 10쪽
48 만뇌서생의 마지막 모습 2 24.06.12 35 2 12쪽
47 만뇌서생의 마지막 모습 1 +3 24.06.11 38 2 10쪽
46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5 +2 24.06.10 44 2 9쪽
45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4 +1 24.06.09 42 2 10쪽
44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3 +1 24.06.08 41 2 11쪽
43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2 +1 24.06.07 39 4 10쪽
»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1 +1 24.06.06 57 4 9쪽
41 소비에트 88여단 3 +1 24.06.05 40 4 10쪽
40 소비에트 88여단 2 +1 24.06.04 41 4 10쪽
39 소비에트 88여단 1 +1 24.06.03 51 4 9쪽
38 지청천vs홍사덕, 누구의 길을 따를것인가. +1 24.06.02 48 5 10쪽
37 뜻밖의 여인 4 +1 24.06.01 44 4 10쪽
36 뜻밖의 여인 3 +1 24.05.31 47 4 9쪽
35 뜻밖의 여인 2 +1 24.05.30 46 4 9쪽
34 뜻밖의 여인 1 +1 24.05.29 54 4 9쪽
33 어쩔수 없는 일본의 선택 2 +1 24.05.28 56 5 9쪽
32 어쩔수 없는 일본의 선택. 1 +1 24.05.28 57 4 9쪽
31 만뇌서생 드디어 만나다. 5 +2 24.05.27 51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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