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공모전참가작 새글

뒤폰트
작품등록일 :
2024.05.08 11:25
최근연재일 :
2024.09.19 09:00
연재수 :
148 회
조회수 :
7,134
추천수 :
360
글자수 :
652,307

작성
24.06.05 09:00
조회
40
추천
4
글자
10쪽

소비에트 88여단 3

DUMMY


“물론 대답해 드려야지요. 휴~~ 어쩔수 없는 사정이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소련과 일본놈들의 관계가 있지 않았소? 그러다보니 그동안 일본놈들을 보고만 있었던 것이지요.”


소련과 일본과의 관계. 김책이 둘사이의 불가침조약을 들먹이고 있다.

소련당국의 방침이 그럴진대 몸담고 있는 신분으로 따를수 밖에 없었다는 변명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지요, 서쪽 모스크바의 전황이 좋아졌습니다. 이제 본국에서도 한숨을 돌리게 된것이지요. 슬슬 동쪽으로 관심을 가질 여유가 생긴겁니다.”


2차대전이 한창일때 독일이 소련을 침공했다.

독일의 전격전으로 한때 모스크바 30킬로까지 진격해 소련이 백척간두의 위험에 빠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전황이 바뀌어 한달전에 최고의 승부처였던 레닌그라드의 포위전에서 소련이 승리했다. 현재 독일은 소련땅에서 후퇴하고있다.

이때를 기점으로 독일은 전 전선에서 후퇴를 거듭하며 패망의 길로 들어서게된다.


“더이상은 일본과의 동맹을 유지할 필요가 없게된 것입니다.”


소련의 상황이 호전된 반면 일본의 전황은 악화일로였다.

괜히 동맹을 계속 유지했다간 동아시아의 전후처리에서 소련의 기득권을 모두 잃게 될것이다.


“조만간 일본에 선전포고 할것이라고 군내부에서 공공연하게 얘기가 돌고있습니다. 드디어 왜놈과 싸울수 있게 된것입니다.”


이번엔 강건이 득의만만한 웃음을 보니, 지금 당장이라도 전투를 치르고 싶어 안달난 것처럼 보였다.


“그렇습니까? 그런 속사정이 있었군요.”


하지만 진천부는 아직도 이해가 되지않는 모양이다.

잠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있다.


“그런데 아직도 좀 이해가 안되는 점이 있군요. 그동안 소련소속의 독립군들도 만주에서 계속 항일운동을 하지 않았습니까? 비록 소규모였지만 저도 여러번 함께 했었지요. 특히 허동지는 만주의 항일단체내에서도 상당히 인망이 있습니다. 소련내에서도 김일성 동지와 비슷한 위치라고 알고있습니다만.”


만주에서 일본의 토벌이 한창일때, 쫒기던 중국 공산조직과 빨치산을 소련 극동사령부가 받아들였다.

그리고 산하에 88보병여단을 새로 편성해 이들을 흡수했다.


주로 중국인이 대다수인 이부대에서 1대대의 대대장은 김일성 대위였고 3대대장은 허형식이었다.

허형식은 소련에 간후에도 꾸준히 만주에 침투하여 항일운동을 이어갔다.


김책과 허형식 두사람은 소련으로 가기전에 만주에서 활동할 당시에, 조선인 출신의 항일단체에서는 이름을 날리던 자들이었다.


하지만 소련에 간후 김책과 허형식은 길을 완전히 달리한다.

김책은 김일성과 운명을 같이 하기로한 반면, 허형식은 만주까지 내려와 독자적인 항일운동을 계속 전개했다.


“하하하. 맞습니다. 그런면에서 우리도 허동지를 굉장히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허동지를 본받아서 이렇게 나온것 아닙니까?”


대충 얼버무리는게 김책이 당황한 모양이다.

진천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저희가 먼 이곳까지 온 까닭입니다. 먼저 만주군과 한바탕 하기 위해서지요.”


“맞습니다. 만주군에서도 이왕이면 특설대 아니겠습니까? 그 새끼들에겐 특히 당한게 많으니까요.”


강건이 바닥을 주먹으로 쿵쿵찧으며 호기를 부린다.


“그중에서도 이시겐 중대겠군요.”


특설대가 항일단체 토벌당시 했던 잔인무도한 짓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좌우를 막론하고 항일단체들은 뼛속까지 원한이 깊지 않은가.

이왕 목표를 잡는다면 특설대인게 당연하다.


“저희 부대의 특공대가 이미 소련에서 넘어와 화평현에 결집해 있습니다. 사전 작업을 위해선 선생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물론 약간의 보급 문제도 있습니다만.”


“네. 당연히 해 드려야지요.”


이때 수육이랑 탕이 나왔다.

개탕은 상당히 얼큰했지만, 이봉선의 손맛탓인지 누린내가 이상한 향신료에 섞여 더 역겹게 느껴졌다.


모두 배고플 때였지만 수육과 건더기만 건져먹을뿐 국물에 손대는 사람은 없다.

먹성좋은 김일성만 국물까지 훌훌 마시고 있다.


짧은 식사후 김책과 강건이 방밖으로 나갔다.

식후 연초는 불로장생이라 했던가.


안채에서 좀 떨어진 행랑채 처마밑에서 쭈그려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인다.

처마끝에 매달린 고드름이 어찌나 크고 단단해 보인지, 그대로 떨어지면 머리가 박살날 것같다.


“선생님. 허형식이 인기가 대단한데요?”


고드름을 보며 연기를 내뱉던 강건이 침을 타악뱉고 말한다.


"다시 돌아가면 허형식을 가만히 두면 될것 같습니다. 계속 앞길을 막지 않습니까?"


“흠, 역시나 대단한 자야. 우리를 이렇게까지 궁지로 몰아넣었으니까.”


무얼 생각하는지 망연하게 앞을 보는 김책이 씁쓸한 모양이다.


김책과 강건은 스승과 제자 사이다.

보통학교에서 김책이 교편을 잡고있을때 강건은 제일 똑똑했던 학생이었고 또한 수제자였다.


그를 좌익으로 입문시킨것도 김책이였고, 지금도 김책은 그를 무척 총애하고있다.

김책이 아들 이름을 강건의 본명으로 지을 정도면 말 다한것 아닌가.


그건 김일성도 마찬가지였다. 강건을 유난히 아끼고 있다.

강건은 졸업하자마자 15세부터 김일성을 따라다니며 빨치산활동을 했다.

그가 똑똑하기도 하지만 유격전술에도 상당한 재능을 지녔기에 김일성이 총애하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독자적인 무장단체를 이끌기도 했다. 그래서 그나이에 소련군에서 중위로 복무하는것 아닌가.


결정적으로 강건의 최고수훈은 김일성과 김책을 연결해 준것이었다.


그는 소련으로 망명한 김책을 김일성에게 소개했다. 이것이 대단한 항일전략가였던 김책이 허형식과 길이 달라진 계기였다.

향후 북한 정권에서도 이둘은 김일성의 오른팔로 내치와 군부를 각각 담당하게된다.


“선생님, 그렇게 허형식이 만주를 떠돌때 우리는 군대내에서 입지를 굳혔습니다. 이제 일본이 패망하면 만주와 조선은 무주공산 아닙니까. 저번에 선생님이 조직한 조선공작단이 극동사령부의 인정도 받았습니다. 지금 독일과 전쟁중인 모스크바의 남일 동지도 우리와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결국 허형식이 독립운동을 하고있을 때, 이들은 군대내부에서 정치질을 열심히 했다는 소리였다.

모두 김책의 비상한 머리에서 나온것 아니겠나.


괜히 이름이 김책인게 아니다.

평소 책사라고 부르던 별명이 그대로 이름이 됐다고한다.


“나중에 조선으로 진군하면 공작단 동지들이 각 지방에 파견될 겁니다. 전체 조선땅을 빠르게 장악할수 있습니다. 그렇게되면 공작단을 이끌던 일성 형님이 당연히 조선을 이끌게 되겠지요. 그걸 소련 사령부가 지지해 줄거구요.”


“그렇긴하다만 민중의 지지가 없으면 쉽지않다. 힘으로 밀어붙일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래서 빨치산 경력에서 허형식에 밀리면 곤란하다는 거지. 소련도 안정을 위해선 민중의 눈치를 안볼수가 없을테니.”


“네. 그때문에 우리가 여기까지 온것 아닙니까?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빨치산 경력을 쌓으면 됩니다. 걸리적 거리는 허형식은 치워버리고 말입니다.”


이 추운겨울에 먼거리를 왔다.

소련에서 이곳까지 사람들의 눈을피해 무장한 특공대를 이끌고 오려면 험준한 산으로만 다녀야 했다. 고단한 행군 아니었겠나.


둘이서 한참 두런거리며 얘기하고 있을때 별안간 별채의 문이 활짝 열렸다.

행랑채에서 홍씨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가 나오면서 이들과 눈이 마주치자 뜻밖이라는 얼굴로 놀라 머뭇거린다.

하지만 이 둘보다 더 놀랐을까.


두사람의 밀담을 모두 들었는가?

서리하다 들킨것마냥 두사람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지고 있다.


강건의 손이 조용히 허리춤의 총집으로 향했다.


홍씨는 문지방을 내려오며 연신 고개를 조아린다.

한겨울 살을 에는 추위가 당연한 만주지만, 그는 얇은 천쪼가리 몇개 겹쳐서 둘렀을 뿐이다.


김책과 강건의 얼굴이 추위만큼 싸늘해졌다.


홍씨가 그들 옆으로 발을 끌며 지나가려하자, 김책이 그를 막아서며 어깨를 두손으로 잡았다.


“형씨, 이 엄동설한에 어딜가려고 그러시오? 옷도 이렇게 허름하게 입고서 말이오.”


김책이 눈웃음을 보이며 친근하게 말했다.

홍씨가 순간 당황하더니 억지웃음을 짓고 고개를 다시 조아린다.


그때였다. 어쩔줄 몰라하는 홍씨의 뒤통수에 총구가 겨눠졌다.

뒤통수와의 거리 불과 수센티였다.


찰칵

뒤통수 바로뒤에서 해머를 뒤로 당겼다.

여전히 홍씨는 김책을 보며 안절부절이다. 곧이어 검지가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이 없는 빈 권총.

총알은 강건이 왼손에 움켜쥐고 있다.


바로 뒤에서 방아쇠를 당겼지만 홍씨는 의식 못하는 모양이다.

어리둥절해하며 쩔쩔매는 모습 그대로였다.


“귀머거리라더니.”


강건이 중얼거리며 총을 거둔다.

다행히 이들의 대화를 듣지 못했다. 물론 그것때문에 홍씨는 살수 있었겠지만..


김책이 다시 웃으며 말했다.


“조심하시오. 감기 걸리면 큰일 아니오.”


김책이 손을 놓자 홍씨가 한번더 주억거린후, 절뚝거리며 이들에게서 멀어진다.

소쿠리를 어깨에 맨채, 한쪽 다리를 질질끄는게 바닥의 눈을 쓸고다닌다.


강건이 그런 홍씨를 눈에 담으며 말을 잇는다.


“그래도 역시 허형식은 제거해야 합니다. 우리 앞길을 막고있지 않습니까? 이번일만 마무리하면 처리하시지요.”






작가의말

88여단은 극동사령부 산하 88독립 보병여단. 또는 88국제 여단이라고 합니다.

중국 만주에서 활동하던 공산 조직들을 흡수했기 때문에 중국인. 조선인. 만주인등 다양하게 구성되있습니다.


당시 소련은 일본과의 관계때문에 항일운동에 대한 태도는 이중적이었습니다.

필요에 따라 항일 조선인을 탄압하기도 하고 이용하기도 했거든요.


소련이 서부전선때문에 일본의 눈치를 볼때는 일본과 협정을 맺고 만주국을 승인한 몇 안되는 나라였조.

이때는 일본을 자극하지 않기위해 항일 조선인을 탄압했습니다.

항일활동이 의심되는 연해주의 고려인 지도자 2천명을 처형했고, 분쟁을 피하기 위해 고려인 17만명을 중앙아시아로 추방했습니다.(강제이주), 홍범도 ㅠㅠ


반대로 일본과의 전쟁 또는 전후처리를 위해 항일단체를 받아들이기 했는데 이게 88여단입니다.

그래서 88여단에 투신한 항일단체는 이렇게 항일을 탄압하는 소련의 행태때문에 애초 목적이 항일보다는 공산 혁명이라는 비판을 받는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0 사보임강 전투, 대륙을 통일하다 1 24.06.24 35 2 9쪽
59 혈맹의 시작 3 24.06.23 38 2 10쪽
58 혈맹의 시작 2 24.06.22 32 2 10쪽
57 혈맹의 시작 1 24.06.21 43 2 9쪽
56 패권전쟁, 출사하는 소년장군 24.06.20 45 2 10쪽
55 중공군의 두기둥, 팔로와 동북연군 24.06.19 40 2 10쪽
54 팔로군 총사령관 24.06.18 42 2 10쪽
53 선각자의 길 2 24.06.17 39 2 9쪽
52 선각자의 길 1 24.06.16 44 2 10쪽
51 평양에 나타난 두사람 24.06.15 48 2 10쪽
50 고당, 현준혁, 그리고 김일성 24.06.14 40 2 10쪽
49 고당 선생 24.06.13 37 2 10쪽
48 만뇌서생의 마지막 모습 2 24.06.12 35 2 12쪽
47 만뇌서생의 마지막 모습 1 +3 24.06.11 38 2 10쪽
46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5 +2 24.06.10 44 2 9쪽
45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4 +1 24.06.09 42 2 10쪽
44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3 +1 24.06.08 41 2 11쪽
43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2 +1 24.06.07 39 4 10쪽
42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1 +1 24.06.06 57 4 9쪽
» 소비에트 88여단 3 +1 24.06.05 41 4 10쪽
40 소비에트 88여단 2 +1 24.06.04 41 4 10쪽
39 소비에트 88여단 1 +1 24.06.03 52 4 9쪽
38 지청천vs홍사덕, 누구의 길을 따를것인가. +1 24.06.02 48 5 10쪽
37 뜻밖의 여인 4 +1 24.06.01 44 4 10쪽
36 뜻밖의 여인 3 +1 24.05.31 48 4 9쪽
35 뜻밖의 여인 2 +1 24.05.30 46 4 9쪽
34 뜻밖의 여인 1 +1 24.05.29 55 4 9쪽
33 어쩔수 없는 일본의 선택 2 +1 24.05.28 56 5 9쪽
32 어쩔수 없는 일본의 선택. 1 +1 24.05.28 57 4 9쪽
31 만뇌서생 드디어 만나다. 5 +2 24.05.27 51 4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