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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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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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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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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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중공군의 두기둥, 팔로와 동북연군

DUMMY


북쪽 지역답게 거친 산새를 자랑하는 거대한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그중 유별나게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사면이 둘러쳐져 있고, 바늘같이 뾰족하게 솟은 봉우리를 여럿 거느려, 자칫 거대한 성채처럼 보이는 산이 한가운데에 우뚝 서있다.


우현산.


눈이 덜녹아 축축해 보이는 산은 흰색과 연한 녹색이 절묘하게 섞여, 서로를 향해 얼룩이라고 삿대질 하는것 같다.


산의 입구에 다가가는 우마차의 느릿느릿한 걸음.

계곡입구의 한쪽 바위에서 곰방대를 손가락에 끼운채로 꾸벅꾸벅 졸고있는 촌로앞에 우마차가 선다.


“무 할아범, 여기서 주무시면 감기 걸립니다.”


마부가 친근하게 인사하자, 노인이 한쪽 눈을 슬쩍 뜨더니 마차를 쓱 한번 훑어보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여기부터는 걸어가셔야 합니다.”


마부가 다시 마차안에 대고 공손히 말한다.


마차밖으로 나오니 앞에 젊은사내가 마중나와 있다.

마차를 끌던 소도 힘이 들었는지, 희번득한 눈망울로 여리게 쳐다보며 거친숨을 몰아쉰다.


“그래. 이놈도 수고했지.”


개털로 만든 방한모자를 둘러쓰고 옷을 여러벌 겹쳐입은 팽덕회가, 벙거지 장갑을 낀손으로 소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동지, 전 양홍초라고 합니다. 명성이 자자한 두분을 만나서 영광입니다.”


다가와 인사하는 젊은사내.

키가 크고 바짝말라 핏기 하나없는 젊은이었다.


“그래 고맙네.”


팽덕회가 고개를 끄덕인다.

양홍초가 진천부에게서 잠시 눈을 떼지못한다.


“왜 그러오? 우리가 어디서 만난적이 있는게요?”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위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훗날 만세군 군단장 양홍초와 진천부의 오랜 인연의 시작점였지만, 지금은 그냥 솜털기가 덜 가신 어린 청년일 뿐이다.

양홍초가 앞장서서 계곡따라 산위로 난 오솔길에 오른다.


진천부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보지만, 울창한 숲의 나무로 천장을 두른듯 하늘은 보이질 않았다.


산속이여서 그런가? 아직도 녹지않는 오르막 산길은 미끄러지기 쉬운 빙판이지만, 팽덕회는 뒷짐을 쥔재 태연히 유람하듯 따라가고 있다.


“동지, 괜찮으시겠습니까?”


“하하하, 진동지가 날 노인취급 하는구려. 동지와 난 겨우 열살차이 아니오?”


평소에 자주짓던 익살맞은 표정으로 괜찮다는듯 웃고있다.


제발 저렸을까? 괜히 민망해진다.

얼굴만 보면 아버지뻘인데..


이 남자가 평지보다 산길을 더 편하게 생각한다는 팔로군에서, 가장 오래된 최고참이란 사실을 깜빡했구나.


산 입구의 양옆에 구축된 방어용 진지가 산을 따라 옆으로 한바퀴 돌듯이 길게 파여져 있어 끝이 보이질 않았다.


이런 진지가 산등성이를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겹겹이 줄지어 선게, 최소한 스무줄은 되지 않은가.

진지 덕분에 눈덮인 산비탈이 계단처럼 보인다.


진지가 3미터 이상 깊게 파여 참호안의 모습은 알수가 없지만, 몸에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으로 얼마나 많은 병력이 있는지 가늠할수 있다.


진지가 끝나는 지점까지 오르자, 산등성이 곳곳에 작은굴을 만들고 입구를 통나무와 잡목으로 위장했다. 포병진지인 모양.


“대단합니다. 산 전체를 요새화한거 아닙니까.”


둘러보며 감탄하자 팽덕회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구료. 이산에 오래 있었나보오.”


깊은 한숨에 복잡한 속내가 들어있다.


이 산에서 오랫동안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니.

나무사이를 뚫고 불어오는 날선 바람처럼, 오도가지 못하는 암울한 상황에 가슴에도 싸늘한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괜한 소리를 했는가.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드리워졌다.


이렇게 산에 오른지도 어언 세시간이 지났다.


이제야 산의 중간에 도착했는가.

화전민 부락처럼 집들이 모여있는 곳에 도착하자, 밥짓는 냄새가 솔솔 풍기고 있고, 개울에 일렬로 늘어앉아 빨래하는 여성동지들도 보인다.


개울은 물반 얼음덩어리 반, 여기서 빨래하는 그녀들의 손도 새빨갛게 부은것이 동상에 걸린 탓일테지.

그녀들은 아랑곳하지않고 빨래를 거칠게 주무르고있다.


밖에서 보는것과는 다르게 산속에서 빼곡하게 움직이는 많은사람, 대부분이 총을 메고있는 군인이었다.

이 일대 산에 5만의 병력이 주둔하고있다더니..

그 정도는 돼야 이렇게 빼곡하겠지.


“거의 다 와갑니다. 조금만 더 올라가시면 됩니다.”


앞장서서 혼자만 갔던게 민망한 모양이다. 한창동안 말없이 가던 양홍초가 오랜만에 뒤돌아서 안내인다운 말을 했다.

나중에 알았다. 원래 성격이 저렇게 무뚝뚝하다는 걸..


“다 왔습니다. 저곳입니다.”


양홍초가 가리킨것은 오두막.


주위에 유달리 아름드리나무가 많아 울창해 보이는 산속에, 덜렁 동떨어져 있는 허름한 작은 오두막이었다.


드디어 진정한 여행의 목적지, 반전의 작은 불씨를 피울 장소에 도착했는가.


오두막 문을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한바탕 전투라도 벌어진 모양이다.

내부는 엉망이었다. 온갖 잡다한 물건과 음식 찌꺼기가 가구나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려져있어, 발 딛기도 힘들 지경 아닌가.

가운데에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면 쓰레기 창고로 의심했을 것이다.


청소 안한지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니 청소할 엄두가 나지 않았을까?


그 난장판속 한가운데 있는 작은 탁자에 젊은 사내가 앉아있다.

두사람이 들어서자 인기척에 눈길을 슬쩍 흘리는것 같더니, 곧장 다시 고개를 탁자에 쳐박는다.


아니, 이자가..

지금 뭐하고 있는건가.


진천부는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끈적거리는 기름이 잔뜩 묻은 새까만 양손에 노란 닭껍질을 쥐고있다.

빠른 속도로 오물거리는 입주변에도 누르끼한 기름기가 잔뜩 묻어있고, 손을 대고 있는 넓은 접시에도 기름에 자작하게 묻은 닭껍질들이 층층이 쌓여있다.


더러운 뒷간에서 똥이나 처먹는 돼지처럼, 오직 닭껍질에만 관심있는 더러운 짐승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기가막힌 광경이에 가슴이 막막하고 답답해진다.

이따위 인간에게 반전의 계기를 이뤄야 한다니.

내색하지 못할 불안감에 입안이 깔깔해졌다.


정녕 이게 하늘에서 내렸다는, 공산당의 축복이라 불리우는 자의 모습이란 말인가.


소년장군 임표.

그는 상승장군이라 불렸다.


18세에 소대장으로 시작해 불과 몇달만에 대대장이 되고, 20세 사단장, 23세가되자 군단장이 됐다.


그는 지략과 전술에 능한 전쟁의 천재였다.


중일전쟁때 일개여단으로 일본사단을 기습해 통째로 괴멸시킨 전투는, 연전연패하던 중국이 처음으로 일본에 승리한 전쟁이었다.


그가 아군의 오발사고로 머리에 총상을 입자, 전세계의 공산지도자들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고 스탈린은 만사를 제치고 그를 모스크바로 불러 치료하게끔 했다.


닭껍질을 그렇게 좋아한다더니.


“오셨소?”


두 사람이 서서 쳐다보자 마지못해 고개를 들었다.

비호처럼 날렵하다고 알려진 그의 얼굴은 돼지 새끼마냥 살이 뒤룩뒤룩 해졌다.

쯧쯧, 얼마나 처먹었길래 살이 저리 쪘는가.


“이분들께 의자를 가져다 드려라.”


마지못해 임표가 말하자 양홍초가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탁자 맞은편 바닥을 대충 훔쳐내고 의자 두개를 갖다 놓았다.


“껍질 좀 드시겠소?”


“아니 괜찮네. 마저 드시게나.”


팽덕회가 다정한 어투로 말한다.


그런 반응이 더 불편했는지 먹던 껍질을 대접에 던지듯 내려놓고는, 팽덕회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팽아저씨는 날 책망하러 오셨소? 내가 한심해 보이오?”


심술난 얼굴로 툭 뱉은 말이지만 이건 분명히 자기 자신에게 짜증내는 것이다.


냉철하고 이지적인 그리고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단단한 사내였건만, 지금은 폭풍전야처럼 위태로워 보이지 않은가.


무력감 때문인게지.

쥐구멍에 숨은 쥐새끼마냥 바짝 엎드려 있을뿐, 지금 여기서 그가 할수있는게 뭐가 있겠는가.


“아닐세. 오히려 식음을 전폐하고 자리에 누워 두문불출하지 않을까 했네만, 이렇게 식욕이 왕성한걸 보니 오히려 다행 아닌가.”


가식적인 미소를 짓는 팽덕회.

딱딱하게 굳은 눈초리로 쳐다보는 임표.


팔로와 연군.

공산당의 두기둥이라는 이들로 인해, 흩날리는 먼지도 가라앉을만큼 주변 공기가 무거워졌다.


“다친 머리는 좀 어떤가?”


팽덕회가 다시 이웃 아저씨처럼 낫낫한 목소리로 안부를 물었다.


임표는 아직도 부상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본의 패망후 국민당과의 전황이 급해지자, 중국공산당이 소련에서 요양이 끝나지도 않은 그를 다시 불러낸 탓이다.


“지금도 가끔 머리가 깨질듯이 아프오. 전문가란 사람들의 말 안믿는지 오래됐소. 그간 죽지않은게 오히려 이상한것 아니겠소? 이젠 살아도 그만, 죽어도 그만이오. 그저 더는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겠소.”


사고후유증으로 물에 공포를 느낀다더니.

사고 이후로 한번도 목욕한 적이 없을 정도다.


“그래. 자네에게 못할 짓을 한거야. 그만큼 사정이 촉박했다네. 자네가 이해해주게.”


팽덕회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부상당한 몸이어도 어쩔수 없는 일.

이번 일은 임표외에 할수있는 사람이 없질 않나.


대륙을 차지하기 위한 패권싸움 아닌가.


결국 일본의 최대 군수기지였던 만주를 누가 차지할 건가로 귀결될 것이다.

만주의 운명, 그리고 중국 공산당의 운명은 바로 앞에 있는자, 임표의 어깨 위에 달려있다.


두사람이 머나먼 이곳까지 찾아온 이유였다.

이들은 어떻게 돼지가 된 맹수의 야성을 다시 깨울 것인가.


작가의말

장개석의 외교력이 빛을 발한 순간입니다.

일본패망 직후 공산당과의 회담이 지리멸렬하고 있을때, 장개석은 숨가쁘게 움직입니다.

이른바 2중 외교였죠.

미국의 원조를 이끌어낸 직후 다시 소련과 평화 협정을 맺습니다.

냉전시대 양진영의 종주국과 동시에 협정을 맺음으로서 공산당을 물리칠 기반을 마련한 것입니다.


소련의 스탈린은 세계대전 말미에 있었던 카이로 회담과 포츠담 회담에 중국 대표로 참석한 장개석에 호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만큼 모택동은 못 미더운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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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사보임강 전투, 대륙을 통일하다 1 24.06.24 35 2 9쪽
59 혈맹의 시작 3 24.06.23 38 2 10쪽
58 혈맹의 시작 2 24.06.22 32 2 10쪽
57 혈맹의 시작 1 24.06.21 43 2 9쪽
56 패권전쟁, 출사하는 소년장군 24.06.20 45 2 10쪽
» 중공군의 두기둥, 팔로와 동북연군 24.06.19 40 2 10쪽
54 팔로군 총사령관 24.06.18 42 2 10쪽
53 선각자의 길 2 24.06.17 39 2 9쪽
52 선각자의 길 1 24.06.16 44 2 10쪽
51 평양에 나타난 두사람 24.06.15 48 2 10쪽
50 고당, 현준혁, 그리고 김일성 24.06.14 40 2 10쪽
49 고당 선생 24.06.13 37 2 10쪽
48 만뇌서생의 마지막 모습 2 24.06.12 35 2 12쪽
47 만뇌서생의 마지막 모습 1 +3 24.06.11 38 2 10쪽
46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5 +2 24.06.10 44 2 9쪽
45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4 +1 24.06.09 42 2 10쪽
44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3 +1 24.06.08 41 2 11쪽
43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2 +1 24.06.07 39 4 10쪽
42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1 +1 24.06.06 57 4 9쪽
41 소비에트 88여단 3 +1 24.06.05 40 4 10쪽
40 소비에트 88여단 2 +1 24.06.04 41 4 10쪽
39 소비에트 88여단 1 +1 24.06.03 52 4 9쪽
38 지청천vs홍사덕, 누구의 길을 따를것인가. +1 24.06.02 48 5 10쪽
37 뜻밖의 여인 4 +1 24.06.01 44 4 10쪽
36 뜻밖의 여인 3 +1 24.05.31 48 4 9쪽
35 뜻밖의 여인 2 +1 24.05.30 46 4 9쪽
34 뜻밖의 여인 1 +1 24.05.29 55 4 9쪽
33 어쩔수 없는 일본의 선택 2 +1 24.05.28 56 5 9쪽
32 어쩔수 없는 일본의 선택. 1 +1 24.05.28 57 4 9쪽
31 만뇌서생 드디어 만나다. 5 +2 24.05.27 51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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