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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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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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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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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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여인 2

DUMMY

다음날 아침.


“중위님. 한중위님...”


어렴풋이 내 이름이 들렸다.

술먹은 다음날은 항상 숙취로 인해 바위에 눌린 것처럼 머리가 무겁다.


아. 어제 또 과음했구나. 기억나지 않네.

누운채로 어제 무슨일이 있었는지 잠시 생각해봤다.


“한중위님 일어나셨어요?”


아! 맞다.

순영이 와있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네.. 네네. 일어났습니다.”


허둥지둥 대답하며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곧 방문이 조심히 열리고 그녀가 들어오더니, 단정히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지긋이 날 바라보는 깊고 짙은 눈동자.

어... 왠지 불안하다.


“중위님, 술도 못드시면서 계속 그렇게 벌컥벌컥 드시다간 크게 탈날 거에요. 부디 몸을 소중히 여기셔야 합니다.”


왜인지 몰라도 혼날것 같더라니.

내복바람에 머리가 쑥대처럼 헝클어진 채로 야단맞고 있다.


근데 별로 싫지 않은 이유가 뭘까.


“미안하오. 내가 어제 너무 마셨소. 혹시 순영씨에게 실수했소?”


아. 어제 결국 또 나만 취했나 보다.


“아닙니다. 다만 술을 절제하지 못하시는건 걱정됩니다.”


“내가 그랬소? 앞으로 조심하리다.”


이렇게 술버릇이 들통나다니.

여태 선배들이 억지로 술 먹인걸로 알고 있었을건데.


그나저나 어제 어떻게 집에 왔을까?

전혀 기억이 나질 않네.


“하지만 오랜만에 저도 매우 흥겨웠습니다. 중위님에 대해 많은걸 알수 있었어요. 박조장님도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습니다.”


“그 녀석이 뭐라고 했소? 다 믿진 마시오. 절반이 허풍이었을 것이오.”


“네. 알겠습니다.”


아~~ 그녀가 웃는다. 방안이 순식간에 환해지고 있다.

얼마나 귀엽고 싱그러운가.


새삼스럽게 어제의 그 떨림이 고지위의 깃발처럼 다시 가슴에 나부꼈다.

날마다 이런 설렘으로 아침을 맞이한다면 내 삶은 얼마나 달라질수 있을까.


“먼저 이것부터 드십시오.”


그녀가 내민 꿀물이 든 사발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 모습을 그녀가 잔잔한 미소로 보고있다.


어? 근데 꿀은 또 언제 준비했지?

어제 시장에서 샀나?

그렇다면 내가 저녁에 취할줄 미리 알았다는 소린데?


“있다가 여덟시까지 해장하러 오시라고 했어요. 한분 더 데리고 오신다더군요. 중위님도 얼른 준비하세요.”


뭐, 막내나 데리고 오겠지.


그녀가 다시 쾌활하게 말하며 일어서는게 이방을 청소할 기세다.

시계를 보니 이제서야 시계침이 6자를 막 찍고있다.


“아.. 아직 한참 남은것 같은데..”


“네. 하지만 전 시간이 촉박해요. 얼른 방을 치우고 음식도 장만해야 하니까요.”


“아.. 알겠소.”


그녀에게 내몰려 우물가로 나갔다.

일곱시가 넘어가자 집안에 온갖 음식냄새가 진동한다.


이런게 사람 사는 맛인가.


내게 집은 잠자는곳 이상의 의미는 없다.

집안일이란 걸 해본적도 없고 살림을 도울 사람을 쓸 생각도 못해봤다.


내 침실외의 방에는 먼지가 수북이 쌓여서 가끔 발자국만 찍힐 뿐이다.

식사도 모두 밖에서 해결했고 빨래도 부대에서 하기에 딱히 불편한게 없어서였다.


그랬던 집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내 집이 맞나 싶을정도로 깨끗해졌다.


부엌에 먼지가 자욱했던 식기들도 깨끗이 닦여 가지런히 놓여있고, 다다미방도 먼지하나 없다.

하다못해 창고로 쓰는 허름한 별채마저 깨끗이 치워져 있다.


잠깐 창고?

생각해보니 언제 이렇게 치웠지.


어제 오후에 관사에 도착한후, 집에 잠깐 있다가 시장보고 저녁 먹으러 나갔다.

집안을 청소할 시간이라 해봐야 한시간 남짓일텐데.

전투적으로 청소해도 고작 자기방과 부엌 정도 아닌가?


그럼 결국 오늘 아침이란 말인데.

도대체 몇시부터 일어난 거지?

여섯시라고 툴툴대다니, 아~~ 민망하다.


그나저나 꼭두새벽부터 뭘하지?

결국 생전 안하던 마당에 빗질하고 있다.


이때였다. 밖에서 인기척 소리가 들린다.


역시나 박성우다.


“어. 왔어? 신병은?”


“근데 대장.. 그.. 그게..”


그가 말을 잇지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을때 그의 등뒤에서 한사람이 보였다.


“진 선생?”


진천부가 뒷짐을 진채 씨익 웃고있다.

아.. 아니. 당신이 어떻게?


“하핫 안녕하십니까? 이것참 공교롭군요. 오랜만에 이곳에 볼일보러 왔다가 우연히 조장님을 뵈지 않았겠습니까? 조장님이 중위님댁에 식사하러 가신다고 같이 가자고 말씀하더군요.”


“내.. 내가요?”


그의 말에 성우가 더 놀란다.

녀석 표정을 보니 황당해 하는게 맞는데?


“이거 오늘은 먹을 복이 있을려나 봅니다.”


그러든 말든 천연덕스럽다.

이 양반, 원래 이렇게 뻔뻔했었나?


“잘 오셨소. 어서 들어오십시오.”


둘을 집안으로 들이면서 성우에게 슬쩍 물었다.


“막내는?”


“어제 먹은게 체했나 봅니다. 아침 내내 화장실 들락거리느라고 여기 올 상태가 아니네요.”


음, 그렇다면야. 어차피 두명을 초대할 계획이었으니.

선생 말대로 공교로워서 인지 아니면 먹을 복이 있는건지 둘중에 하나겠지.


세 사람이 식탁에 앉자, 순영이 부엌과 식탁을 오가며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고 있다.


그..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런 진수성찬이 가능하다고?


아무것도 없었던 집에 별볼일 없는 시장에 가서, 이정도 음식을 차려냈다니 요술방망이라도 가지고 있는걸까.

내 생일조차 이런 차림을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저녁에 들르면 제대로 차려준다던 열하에서 했던 말이 빈말이 아니었네.

아마 상다리가 휘어지겠지.


상을 차리는 내내 그녀는 말이 줄어들며 조심하는 기색이다.

처음 본 불청객이 중년 남성이라 어려운 탓이겠지.


물론 선생은 이런것에 아랑곳할 사람이 아니다.

돼지탕을 입에 가득 넣고 우물거리더니 감탄하며 말한다.


“오. 정말 맛있습니다. 사모님 음식솜씨가 대단하군요.”


“사모님 아닙니다. 그냥 순영이라고 불러주세요.”


“아이고, 어찌 그럴수가 있습니까. 그럼 아가씨라고 부르겠습니다. 하핫, 결혼도 안한 아가씨가 이런 솜씨를 내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정말 그렇네요. 어찌 이리 음식을 잘하신 답니까? 대장, 진송보다 훨씬 낫지않나요?”


성우도 감탄한 모양이다.


하하, 뭐 당연하지.

나도 처음 먹었을때는 깜짝 놀랐으니까.


특히나 선생부인이 했던 요리를 여러번 먹어봤으니, 진선생이 저렇게 말하는건 어쩌면 당연한 것일수도.


“하핫, 정말이지...”


선생이 감탄을 연발하며 찹찹거림을 멈추지 않는다.

이 많은 음식을 전부 배에 쓸어담을것 같은 기세다.


“오우.. 이거 삼계탕 맞지요? 세상에 이런맛이 나다니 말입니다. 역시..”


끊임없이 순영을 향해 찬양의 말을 하는 진선생을 마냥 편하게 쳐다볼수 만은 없었다.


선생은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왔을까?

자기 마을을 벗어난 적이 별로 없던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나.


우연히 조장을 만났다는 말을 어떻게 믿겠는가.

식탁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고 있는 선생을 보며, 머리가 온갖 생각으로 복잡해지고 있다.


그가 봇짐에서 주섬주섬 뭘 빼더니 식탁위에 올려놓는다.

시커먼 식물 뿌리같은게 두개였다.


“이건 흑 하수오라는 약재입니다. 귀한 것이지요. 보통 하수오는 기를 보중한다고 알려진 영물이라하죠. 대부분 붉어서 적하수오라고도 하지만 십년이 지나면 이렇게 검게 변하지요. 일년생도 시장에서는 보기 힘들 정도로 귀하답니다. 사실 단순히 기만 보중하는게 아니거든요.”


음, 딱봐도 몸에 좋아보인다.

순영의 기대섞인 얼굴을 보니 역시나 마음이 혹했다.


“십년 묵은것은 죽어가던 노인이 자식을 보게하고, 백년이면 백살까지는 고뿔 하나없이 정정하다고 합니다. 천년이면 앉은뱅이도 벌떡 일어선다 하더군요.”


이 양반 약장사해도 되겠다.

청산유수처럼 막힘이 없는게 바로 돈 내라고 흥정할 기세다.


“참 공교롭게도 제가 두뿌리를 가져왔습니다. 중위님과 아가씨 한뿌리씩 드십시오. 푹 삶아서 진액으로 만들어서 한달에 걸쳐 조금씩 드십시요. 너무 빨리드셔도 안되니 한달 정도로 나눠드시는게 좋습니다.”


“와~~ 영약이라 먹는 방법도 까다롭군요.”


“네. 맞습니다. 두분 기력에 도움이 될겁니다.”


얼굴에 화색이 도는게 그녀는 이미 넘어갔다.

하긴 진선생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 어디있을까.

나까지 순간 마음이 흔들리던데.


“그.. 그런데 그런 귀한 보약을 어떻게 받을수가 있겠어요. 당연히 선생님이 드셔야지요. 저희한테는 너무 분에 넘치는 선물입니다.”


정말로 황송한지 손사래를 친다.

하긴 이 귀한걸 왜 우리를 주는거지?

음~~ 그냥 준다는걸 보면 효능에 의심이 가기도 하고...


“하하핫. 아가씨. 전 건강이 좋지않아 이런건 평소에도 많이 먹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드십시오. 제집엔 아직도 많거든요.”


유난히 귀가 빨개지며 요란한 몸짓인게 뭔가를 들킨건가.

선생이 대화주제를 황급히 바꾼다.


“그런데 아가씨는 열하에서 오셨다 했습니까?”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기다렸다는듯이 눈에 진한 포물선이 그려진다.


“하핫, 아무래도 제가 아가씨에게 밥값을 제대로 할것 같군요.”


진천부가 마냥 신난듯 크게 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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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사보임강 전투, 대륙을 통일하다 1 24.06.24 35 2 9쪽
59 혈맹의 시작 3 24.06.23 38 2 10쪽
58 혈맹의 시작 2 24.06.22 32 2 10쪽
57 혈맹의 시작 1 24.06.21 43 2 9쪽
56 패권전쟁, 출사하는 소년장군 24.06.20 45 2 10쪽
55 중공군의 두기둥, 팔로와 동북연군 24.06.19 39 2 10쪽
54 팔로군 총사령관 24.06.18 42 2 10쪽
53 선각자의 길 2 24.06.17 39 2 9쪽
52 선각자의 길 1 24.06.16 44 2 10쪽
51 평양에 나타난 두사람 24.06.15 48 2 10쪽
50 고당, 현준혁, 그리고 김일성 24.06.14 40 2 10쪽
49 고당 선생 24.06.13 37 2 10쪽
48 만뇌서생의 마지막 모습 2 24.06.12 35 2 12쪽
47 만뇌서생의 마지막 모습 1 +3 24.06.11 38 2 10쪽
46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5 +2 24.06.10 44 2 9쪽
45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4 +1 24.06.09 42 2 10쪽
44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3 +1 24.06.08 41 2 11쪽
43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2 +1 24.06.07 39 4 10쪽
42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1 +1 24.06.06 56 4 9쪽
41 소비에트 88여단 3 +1 24.06.05 40 4 10쪽
40 소비에트 88여단 2 +1 24.06.04 40 4 10쪽
39 소비에트 88여단 1 +1 24.06.03 51 4 9쪽
38 지청천vs홍사덕, 누구의 길을 따를것인가. +1 24.06.02 48 5 10쪽
37 뜻밖의 여인 4 +1 24.06.01 44 4 10쪽
36 뜻밖의 여인 3 +1 24.05.31 47 4 9쪽
» 뜻밖의 여인 2 +1 24.05.30 46 4 9쪽
34 뜻밖의 여인 1 +1 24.05.29 54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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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어쩔수 없는 일본의 선택. 1 +1 24.05.28 56 4 9쪽
31 만뇌서생 드디어 만나다. 5 +2 24.05.27 51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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