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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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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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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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여인 3

DUMMY

“하핫, 아가씨 그곳 이름이 왜 열하인줄 아십니까?”


“...?”


“하핫. 말 그대롭니다. 뜨거운 하천이라는 뜻이지요.


새삼스럽게 신나는지 선생이 순영에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인다.


진선생이 밥값하겠다고 말한 순간부터, 순영의 커다란 눈이 뭔가를 기대하는것 같다.


오물거리면서도 선생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게 박조장 역시 흥미가 끌린 모양이다.


“하하핫, 뜨거운 하천이라. 그건 그 아래 온천이 있다는 뜻입니다. 아가씨도 아실겁니다. 청나라 황제가 여름마다 열하에 휴양하러 온다는걸요. 그런데 아가씨, 이상하지 않습니까?”


“네..? 이상하다니요?”


“하핫, 생각해 보십시오. 그 더운여름에 뜨거운 온천을 한다는게 말이 되지않죠. 그런데도 굳이 여기에 오는 이유가 뭘까요? 무슨 비밀이 숨어있는거 아니겠습니까?”


저 양반, 또 이야기 주머니에 아편가루를 뿌리고있다.


난 별다른 감흥없이 듣고 있지만 둘은 마약에 서서히 중독되가는 중이다.

하긴 저 마약을 어떻게 피하겠는가.


특히 순영의 진한 눈동자가 빨리 말하라고 채근하는듯하자, 진선생의 표정이 더 밝아졌다.

가만보면 거의 넘어왔다는 희열에 찬 약장수의 얼굴 같기도 하고..


“세간에선 기후가 몽고나 만주와 유사해 여름에도 선선해서라고 합니다. 또 어떤이는 고향 만주에 대한 향수를 달래기 위해서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택도없는 소리지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시선이 더욱 집중시키려고 뜸을 들이더니,


“아마도 황궁 여인네들의 등쌀 때문일 것입니다.”


“네에?”


황당한 이유였다. 순영이 눈이 커지며 자신도 모르게 반문이 튀어나왔다.


이미 예상된 반응이었는가. 선생이 슬쩍 웃더니 비밀을 말하는 것처럼 눈을 게스름하게 뜨고 상체를 조금 숙인다.

그리고는 누가 들으면 안되는 것처럼 목소리를 더 깊게 내려깐다.

순영도 이미 상체를 탁자위로 내민 상태로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그 온천수가 사실은 피부에 굉장히 영험하거든요. 특히나 여름에 효과가 최고로 좋답니다.”


“어머나! 피부에요?”


“그렇습니다. 그러니 여름이 다가오면 황궁 여인네들이 별장 가자고 난리를 치는 거지요. 그러니 황제가 여름마다 그곳에 안가고는 배길수가 없는 것입니다. 황제가 북경에 복귀한 후에도 일부 여인들은 몇달씩 더 머무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그런 얘기는 처음 들었습니다.”


“하하핫. 그렇죠. 요즘처럼 어지러운 세상에 누가 그런 얘기에 신경 쓰겠습니까. 하핫. 효능을 한번 들어보겠습니까? 이건 분명히 의서에도 나오는 얘기입니다.”


이제 뜸들일 필요도 없다.

순영은 얘기에 푹 빠졌다.


성우야, 너는 왜 밥 먹다말고 고개를 내밀고 있는거냐?


“그 온천수로 10일정도 세안하면 처음엔 얼굴이 붉어지며 따갑거나 가렵답니다. 10일을 더 세안하면 얼굴이 온통 흑인처럼 새까매진다고 하더군요.”


“그거 안좋은거 아니요?”


박성우가 끼어든다.

내가 봐도 얼굴이 위험해 보인다.


“하핫. 더 들어보십시오. 정말 중요한건 다음 10일입니다. 검어진 피부가 뱀이 허물을 벗듯이 벗겨진다고 합니다. 그걸 박태 현상이라고 의서에 쓰여있더군요. 신기한게 손으로는 절대 벗겨지지 않는답니다.”


선생이 손으로 자기 얼굴을 벗기는 시늉을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떨어지는데 이게 한달정도 계속됩니다. 첨엔 두껍고 선명한 검은 껍질이 떨어지더니 갈수록 얇고 연해진다고 하더군요. 마지막에는 세안할때나 조금 느낄정도로 아주 얇게 벗겨집니다. 이런식으로 더러운 기운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지요. 그런 다음에는 새살이 돋아나와 연한 복숭아색을 띠며 어린 아이마냥 탱탱하고 부드러운 피부가 된다고 합니다. 하하핫.”


“어머!! 세상에나.”


순영이 감탄하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세상엔 신기한 것들이 많다지만, 가까운데에 그런 진귀한게 있었다니.


황궁 여인들은 얼마나 좋을까?

이래서 권력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는거구나.


딱봐도 그녀의 얼굴엔 부러움이 가득 차있다.


성우도 마른 입술을 축이고있다.

그러니까 너는 왜?


“하하핫, 아직 놀라기에는 이릅니다. 아가씨, 진짜로 중요한 얘기는 이 다음부터 거든요.”


선생이 순영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새삼 진중한 표정으로 말한다.

아직도 뭐가 남았다고?


“아가씨, 지금 열하의 별궁은 일반인이 들어갈수 있는곳이 아닙니다. 그렇지요?”


“맞아요. 가끔 만주국 황제도 들른다고 들었어요.”


“그럴겁니다. 정작 중요한건 이겁니다. 예전 기록에 보면 황제를 따라왔던 고관대작들이 주로 남쪽에 무리를 지어 살았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이유가 뭘까요? 온천이란게 흐르는거지 머무는게 아니기 때문일겁니다. 아무래도 그 줄기가 남쪽 어딘가에 지표면 가까이 또 나오기 때문이지요.”


“아...”


순영과 성우가 같은 눈빛이다.

슬슬 감이란게 머릿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지금은 시간이 흐른뒤여서 폐허가 됐거나 일반마을이 됐겠지만, 찾아보면 예전 큰 저택들이 남아있는 마을이 분명 있을겁니다. 아가씨의 오빠 정도의 분이라면 충분히 찾을수 있겠죠. 그리고 인부를 구해 물을 공수해 오는것도 어렵지는 않을겁니다.”


“어머! 어머! 어머!”


진선생이 기어이 순영에게 핵폭탄을 떨어뜨렸다.

눈을 키운채 얼어붙은게 전율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눈동자가 유난히 반짝거리며 얼굴에 번진 붉은기는 어제의 홍조와는 비교할수도 없을 정도다.

사과가 아무리 붉어봤자 홍시만 하겠는가.


그렇다. 그녀 역시 여자였다.

그녀의 반응에 선생이 흐뭇한 눈으로 보면서 결정타를 날린다.


“시중에 젊은 처자들이 얼굴을 희게 만든다는 약초를 바르는게 유행이라고 하더군요. 그딴것들은 애들 장난 아니겠습니까? 하핫.”


“대.. 대장. 우리 담에 본부갈때 큰 대야를 챙겨갑시다. 내가 왜 여자에게 인기가 없나했더니 거칠고 시커먼 피부가 문제였소.”


어이쿠, 이놈 봐라.

선생의 열혈 신도가 하나 더 늘었다.


그녀는 무슨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식사내내 흥분을 가라앉히질 못하고 있다.

둘이 오늘 처음 만난게 맞지?

금새 오랜 친구처럼 스스럼 없이 얘기중이다.


근데 주제를 들어보니 무슨 상담하는 것도 같고..

그래도 별궁에 잠입하는 것까지 물어보는건 좀..


이렇게 수선스러웠던 아침식사가 끝났다.

순영은 남은 음식을 몽땅 싸서 진선생에게 준다. 사모님에게 갖다주라며.


“진선생. 가까운 거리도 아닌데 모셔드리겠소.”


“하핫. 아닙니다. 제가 아직 용무가 덜 끝났습니다. 아침에 얼마나 즐거웠는지 용무를 깜빡할 뻔하지 않았습니까?”


그가 대문을 나가서 깜빡할 뻔한 용무를 보러갔다.



느릿하던 그의 발걸음이 서서히 빨라진다.

그리고 좁은 골목에 들어서자, 허름한 집으로 들어간다.

부대가 내려보이는 작은 언덕에 있는 집이었다.


“그렇게 중요한 인물입니까?”


상대가 싱글거리며 물었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즐거운 감정이 감춰지지 않는다.


차를 마시는 진동지도 즐거운 모양이다.

역시 오랜만에 봐서 반가운 거겠지.


“그렇지, 중요하지. 그는 임표 동지처럼 될수있소.”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까지라니.”


“허허허, 그렇다니까.”


“그렇다고 꼭 그렇게 확인해야 합니까?”


“당연하오. 타인의 마음을 돌리려면 혼신의 노력이 필요한 법이거든. 아주 섬세한 작업이라오. 세심함과 꾸준한 노력이 장인의 그것과 비견할 만하지 않겠소, 하핫. 그중에서도 안사람에 대한 작업은 특히 더 섬세해야 한다오. 여인의 마음을 잡는다는게 여간 쉽지 않거든. 대개 남자에게는 안사람의 의견이 절대적인 법이요. 남자라는 동물은 가정이 생기면 혼자 마음대로 할수있는게 거의 없거든.”


“이 동지처럼 말이군요. 항상 동무를 지지하지 않습니까?”


선생의 아내 이봉선을 말한다.

무슨 소리냐는 듯이 진천부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동지? 아니지, 그건 경우가 틀리지. 거참, 이상하게 다들 반대로 알고있단 말이야. 하핫.”


선생이 검지를 좌우로 내젓고 있다.


“반대라고요? 에이~~ 설마.”


“사실이라니까. 날 만날때 이미 동지는 지독한 마르크스주의자였소. 팔녀투강 아니오. 오히려 내가 교편을 잡던 평범한 선생이었지. 순진한 선생을 그녀가 꼬신것이오. 그러니 반대로 알고있는게 맞지. 하핫.”


팔녀투강.

당시 중국의 공산주의자에게 널리 알려진 얘기로 항일투쟁의 상징처럼 전해진다.


중국 공산당부대가 일본과의 전투에 크게 패해 궁지에 몰리자, 일본군에 치욕을 당할수 없다고 여덟의 여인이 흑룡강의 무단장에서 강에 몸을 던진 사건이다.


이봉선은 그중 유일한 조선인이었다.

그리고 우연히 지나가던 진천부에 의해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호오. 그런 거였군요?”


“이제 알겠소? 내조가 이렇게 중요한거요. 그러니 내가 공을 들이지 않을수 없지. 하핫.”


점심까지 얻어먹은 그가 크게 껄껄거리며 다시 길을 나섰다.






작가의말

지금도 중국에서는 정부요직에 오르면 한번씩 무단강 팔녀투강 유적지에 가서 참배한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53 흑전사
    작성일
    24.08.28 10:31
    No. 1

    중국군이 역사가 있으니 나중에 계급장 다 떼도 지휘를 할 수 있었겠죠. 사람, 인간중심의 사회 인치주의 중국. 대륙의 역사는 대장강과 같은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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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패권전쟁, 출사하는 소년장군 24.06.20 45 2 10쪽
55 중공군의 두기둥, 팔로와 동북연군 24.06.19 39 2 10쪽
54 팔로군 총사령관 24.06.18 42 2 10쪽
53 선각자의 길 2 24.06.17 39 2 9쪽
52 선각자의 길 1 24.06.16 44 2 10쪽
51 평양에 나타난 두사람 24.06.15 48 2 10쪽
50 고당, 현준혁, 그리고 김일성 24.06.14 40 2 10쪽
49 고당 선생 24.06.13 37 2 10쪽
48 만뇌서생의 마지막 모습 2 24.06.12 35 2 12쪽
47 만뇌서생의 마지막 모습 1 +3 24.06.11 38 2 10쪽
46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5 +2 24.06.10 44 2 9쪽
45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4 +1 24.06.09 42 2 10쪽
44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3 +1 24.06.08 41 2 11쪽
43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2 +1 24.06.07 39 4 10쪽
42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1 +1 24.06.06 57 4 9쪽
41 소비에트 88여단 3 +1 24.06.05 40 4 10쪽
40 소비에트 88여단 2 +1 24.06.04 41 4 10쪽
39 소비에트 88여단 1 +1 24.06.03 52 4 9쪽
38 지청천vs홍사덕, 누구의 길을 따를것인가. +1 24.06.02 48 5 10쪽
37 뜻밖의 여인 4 +1 24.06.01 44 4 10쪽
» 뜻밖의 여인 3 +1 24.05.31 48 4 9쪽
35 뜻밖의 여인 2 +1 24.05.30 46 4 9쪽
34 뜻밖의 여인 1 +1 24.05.29 55 4 9쪽
33 어쩔수 없는 일본의 선택 2 +1 24.05.28 56 5 9쪽
32 어쩔수 없는 일본의 선택. 1 +1 24.05.28 57 4 9쪽
31 만뇌서생 드디어 만나다. 5 +2 24.05.27 51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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