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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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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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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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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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맹의 시작 2

DUMMY

“하핫. 강건 동지, 오랜만이외다.”


태연한척 친근한 어조로 인사했지만, 그에게는 이를갈던 원수가 바로 눈앞에 서있는 모양이다. 성급하고 광폭한 성격 아니랄까봐 여전히 노려보고 있다.


멋쩍어진 진천부는 그냥 웃을수밖에 없다.

강건의 등장에 방안에 삭풍이 부는것처럼 냉랭하니 어색해졌다.


“용서하시오. 선생. 강동지는 아직 젊어서 그런지 혈기가 앞서 나가는 경향이 있소. 괜한 사람 잡지 말라고 말려도 저렇게 듣지 않는구랴.”


“서.. 선생님!!!”


“강동지, 피를 나눴던 동지가 적의 눈과 귀가 되어 배신하는게 흔한 세상이었네. 진선생 부하들도 마찬가지였겠지. 작전중에는 얼마든지 비밀이 새어나갈수 있는 법이야. 그얘긴 그만하시게. 진선생이 난처해하고 있지 않나. 손님 불러놓고 할짓이 아니네.”


김책의 말에 억지로 입을 봉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수긍할법도 하지만, 아직도 꼬질러보는 모습이 쉽게 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건강도 안좋으신 분이 너무 무리하는거 아닙니까?”


이건 진심으로 걱정하는 말이었다.


김책은 부수상이면서도 국방부장관 격인 민족보위상. 산업상. 외무상을 모두 겸직하고 있다.

또한 김일성 영웅가를 직접 작사, 작곡하는등 정권의 모든 분야에서 손길이 미치지 않는데가 없다.


“그러니 말입니다. 하루 하루가 죽을 맛입니다.”


그가 한숨쉬며 죽는 시늉을 하지만, 그의 농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안색이 너무 좋지않아 보이질 않나.


“그래서 하는말인데 선생이 들어와서 제 짐좀 덜어주시오. 그렇다면 조국의 발전도 훨씬 빨라지지 않겠소?”


“하핫. 아무리 그래도 충분히 쉬어가며 하십시오. 동지가 잘못되면 공화국의 큰 손해 아니겠습니까.”


그의 말을 한쪽 귀를 흘렸다.

저 인간들과 한배를 타다니 상상할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오늘, 내일은 휴가를 냈다오. 아무래도 더 중요한 일이 있을것 같아서 말입니다.”


김책도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얘기한다.


결국 이렇게 될일이었다.

지금 북조선에서 이런 얘기를 나눌만한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눈싸움밖에 모르는 김일성이나 진짜 싸움밖에 모르는 강건일리가 없다.

북조선을 실질적으로 끌고가는 자는 김책 아니겠나.


당연히 협상대상자는 김책이어야 했고 또 그밖에 없었다.


“중국에서 손님이 온다는 말을 듣고, 당연히 선생이 실세라는 생각을 했다오. 물론 선생이 어떤 이야기 보따리를 가져올지는 눈 대중으로 얼추 감이 오긴 하오만.”


역시 그도 보통내기가 아니다.


“여기 강건 동지는 지금 공화국 군부의 일을 거의 도맡아서 하고있소. 공화국의 군대를 만드는데 매우 바쁘다오. 그래도 선생과 얘기하려면 이사람의 의견도 들어야할 것 같아 동석시켰습니다. 괜찮지요?”


군부실세까지 대동한걸로 보아, 김책 역시 진천부가 온 이유를 꽤뚫어 보고있다.

이제 실제적인 협상을 해야할 시점이다.


“자, 이제 말씀해 보시지요. 무슨일로 오신겁니까?”


김책이 웃는낯으로 묻지만 가볍게 할 얘기가 아니었다.

진천부가 잠시 생각에 잠긴듯 뜸을 들인다.


“대륙전체가 전화에 휩싸였습니다.”


“물론 알고있소. 공화국 인민들은 중국동지들이 필승하기를 염원하고 있다오.”


“감사한 말씀입니다."


그래, 말이라도 고맙지.


"아시다시피 지금 상황이 여의치 않습니다. 그래서 도움을 요청하고자 모택동 동지가 절 보낸 것이지요.”


김책이 어느새 팔짱낀채 계속 얘기해 보라는듯 끄덕이고 있다.


“무기가 제일 시급합니다. 아무리 사기가 높고 사상무장이 잘 돼 있어도 총과 실탄이 없으면 오합지졸 아니겠습니까?”


“맞는 말이요. 구체적으로 말씀해 보시오.”


“총과 실탄이 부족합니다. 지금 동지들이 몽둥이와 화승총으로 적들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북조선에 있는 총을 지원해 주십시오.”


어째 강건의 숨소리가 좀 거칠어지고 있는것 같은데..


“최소한 소총 십만정 이상이 필요합니다.”


김책의 눈꼬리가 살짝 흔들린다.

여지없이 쾅하니 탁상치는 소리가 들렸다.


“개수작하지 마라!! 우리에게 그만한 무기가 있을리가 없다. 선생님 저놈말을 계속 들으실 겁니까?”


분노에 휩싸인 용이 세상천지를 다 태울듯 불을 품어내는 것처럼, 강건의 입에서 포화가 쏟아지고 있다.


협상할때는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면 이길수 없다는 김책의 신신당부에, 저자가 손바닥에 파고든 가시처럼 신경이 거슬렸음에도 침착하게 행동하려고 수백번을 되뇌였건만, 놈이 얼토당토않은 억지를 부리지 않는가.


용납할수 없는 요구는 간신히 다스리고 있던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것과 같았다.


“강건 동지!! 그만하시게. 반박하려거든 먼저 다 들어보고 해야하네.”


김책이 단호하게 만류한다.


“선생님, 미친소리 아닙니까!! 지금 공화국도 이제야 군대를 조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총을 전부 가져가겠다는것 아닙니까? 무슨 방법으로 훈련시킬 것입니까. 장교를 양성하는 평양학원마저 몽둥이로 훈련하라는 소리 아닙니까!”


강건의 흥분한 목소리에 이가 갈리고 있다.


“진정하라니까!!"


김책이 눈에 노기를 띄자 비로소 강건이 말을 멈췄지만, 씩씩거리며 어깨가 들썩이는게 언제든지 불을 다시 내품을 기세다.


강건을 진정시킨 김책이 말한다.


"그나저나 선생, 대단하시오. 공화국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오셨습니다. 어찌 그리 수량을 정확히 아는거요?”


북한은 일본의 전쟁물자를 생산하는 후방기지여서 북한전역에 군수공장이 산재해 있었고, 지금도 일본이 놓고간 무기와 탄약이 창고에 쌓여있다.

수량만 십만정이 넘는 소총과 탄약이다.


김책이 계속 듣겠다는 손짓을 한다.


“나진의 질소 비료공장에서 생산하는 황색폭약도 모두 보내주시오. 앞으로 생산할 총도 계속 보내시오. 병력 10만이 일년동안 먹을수있는 식량과 피복.....”


입에서 나온 단어마다 귓구멍을 들쑤시는 엄청난 내용이지만, 진천부는 상대방의 반응에 상관하지 않는다는 투로 해야할 말을 덤덤히 읊어갔다.


악다구니 쓰며 난리칠것 같던 강건은 너무 어이가 없어선지 조용해졌다.

얼타고 있는 강건에 비해 김책은 달랐다.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처럼 가사를 음미하듯 차분한 표정으로 단어들을 곱씹고 있다.


허공을 가르던 무심한 목소리가 끝났다.


지독하게 불쾌한 정적.


중국은 무슨 생각인가.

정녕 이걸 공화국이 들어줄 거라고 생각하는가?


“하하하, 말씀 잘 들었소이다. 공화국 정부가 생긴지 일년밖에 안됐다고 무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오. 이건 아주 기둥뿌리채 뽑아갈테니 좋게 말할때 내놓으라고 협박하는것 같습니다.”


가슴이 내려앉을만큼 섬뜩한 미소였다. 물론 이런 비릿한 이죽거림은 당연한 것이다.


“웃기는 소리하지 마시오!! 중국동지란 자들은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란 말인가. 우리는 소련에서 온 사람들이요. 이 말뜻을 모르지 않을텐데 말이야.”


강건의 목소리는 의외로 차분하지만 분명 거들먹거리는 몸짓이고 빈정대는 말투였다.


소련은 지금 중국공산당보다는 오히려 국민당편을 들고있다.

북조선이 중국공산당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걸 에둘러 말하고있다.

에둘러 말하기 보다는 대놓고 비아냥거렸지만.


“하핫. 그랬지요. 그래도 과거 얘기일 뿐입니다. 지금은 어엿하게 공화국을 통치하고 있지 않습니까.”


"....."


“그럼에도 여전히 강건 동지는 소련에 전적으로 의지하시나 보군요.”


진천부의 호탕한 웃음에는 따가운 뒤끝이 있다.


강건이 얼굴에 불쾌한 티를 숨기지 않는다.

소련장교 출신에게 이따위 망발을 하다니.


“강건 동지, 난 동지의 그말 때문에 소련을 믿지 말라는 것이오.”


강건의 반응이 어떻든지, 더이상 낯간지러운 말을 할때가 아니다.


“동지 말대로 소련은 중국을 배신했소, 왜 그럴까요? 국민당이 이긴다고 보는것이오. 그러기에 같은 이념을 가진 동지들을 저리 배신하는 것입니다. 만일 중국을 국민당이 먹었다고 생각해 보시오. 국민당과 여러분의 공화국은 넓은 국경을 맞대야 할텐데 소련이 작은 북조선을 지지해 주겠소?”


하긴, 이념보다 더 중요한게 자국의 이익이었다.

냉정한 국제현실에서 적국과 몸을 섞었다고 손가락질 할일이 아니다.


일본과도 불가침 조약을 맺었던 소련이다.

이번에 중국공산당을 버리고 국민당과 손잡는건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나중에 국민당과 북조선을 저울질할 일이 생기면, 당연히 이익이 되는쪽으로 손내밀 것이다.

북조선은 낙동강 오리알되기 십상이겠지.


“진선생, 희한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설사 소련이 그런 짓을 하더라도 먼훗날에 일어날 일이요. 지금 중국동지들이 하는짓을 보시오. 말이 되지않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어찌 살림을 거덜내면서까지 도와달라 할수있소? 또 누가 살림을 다 내주며 도와준단 말이오.”


김책의 성격대로 빠르지않은 차분한 어조였지만, 말속에 담긴 예리한 뜻은 진천부의 논리를 날카롭게 난도질했다.

어떤 여지도 주지않는 철저한 논리앞에 파고들 공간은 없어 보인다.


“하하핫, 졌습니다. 역시 선생을 이기기는 쉽지 않군요.”


진천부가 항복한다는 얼굴로 팔과 어깨를 으쓱 들어올렸다.


“진선생. 선생답지 않게 너무 간을 보고있지 않소?”


김책도 알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협상은 시작하지도 않았다.

강건만이 무슨 상황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사람을 쳐다볼 뿐이다.


“자, 선생. 궁금하군요. 공화국 살림을 거덜내려는 중국동지들이 무엇을 줄지 말이오.”


자. 이제 진천부의 패를 깔 차례다.

어떻게 북조선을 설득할 것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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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사보임강 전투, 대륙을 통일하다 1 24.06.24 35 2 9쪽
59 혈맹의 시작 3 24.06.23 39 2 10쪽
» 혈맹의 시작 2 24.06.22 33 2 10쪽
57 혈맹의 시작 1 24.06.21 43 2 9쪽
56 패권전쟁, 출사하는 소년장군 24.06.20 45 2 10쪽
55 중공군의 두기둥, 팔로와 동북연군 24.06.19 40 2 10쪽
54 팔로군 총사령관 24.06.18 42 2 10쪽
53 선각자의 길 2 24.06.17 39 2 9쪽
52 선각자의 길 1 24.06.16 44 2 10쪽
51 평양에 나타난 두사람 24.06.15 48 2 10쪽
50 고당, 현준혁, 그리고 김일성 24.06.14 40 2 10쪽
49 고당 선생 24.06.13 37 2 10쪽
48 만뇌서생의 마지막 모습 2 24.06.12 35 2 12쪽
47 만뇌서생의 마지막 모습 1 +3 24.06.11 38 2 10쪽
46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5 +2 24.06.10 44 2 9쪽
45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4 +1 24.06.09 42 2 10쪽
44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3 +1 24.06.08 41 2 11쪽
43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2 +1 24.06.07 39 4 10쪽
42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1 +1 24.06.06 57 4 9쪽
41 소비에트 88여단 3 +1 24.06.05 41 4 10쪽
40 소비에트 88여단 2 +1 24.06.04 41 4 10쪽
39 소비에트 88여단 1 +1 24.06.03 52 4 9쪽
38 지청천vs홍사덕, 누구의 길을 따를것인가. +1 24.06.02 48 5 10쪽
37 뜻밖의 여인 4 +1 24.06.01 44 4 10쪽
36 뜻밖의 여인 3 +1 24.05.31 48 4 9쪽
35 뜻밖의 여인 2 +1 24.05.30 46 4 9쪽
34 뜻밖의 여인 1 +1 24.05.29 55 4 9쪽
33 어쩔수 없는 일본의 선택 2 +1 24.05.28 56 5 9쪽
32 어쩔수 없는 일본의 선택. 1 +1 24.05.28 57 4 9쪽
31 만뇌서생 드디어 만나다. 5 +2 24.05.27 51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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