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공모전참가작 새글

뒤폰트
작품등록일 :
2024.05.08 11:25
최근연재일 :
2024.09.19 09:00
연재수 :
148 회
조회수 :
7,118
추천수 :
360
글자수 :
652,307

작성
24.06.24 09:00
조회
34
추천
2
글자
9쪽

사보임강 전투, 대륙을 통일하다 1

DUMMY

산아래의 전장을 보면서 진천부가 감탄한다.


우왕좌왕하는 깨알만한 크기의 사람과 시꺼먼 연기를 품어내며 논밭위에 처박힌 차량들 위로 폭탄이 폭죽처럼 터지는것이 굉장히 역동적이고 장관이다.


“정말 놓칠면 땅을 치고 후회할만한 장관이군.”


동네싸움보다 몇백배는 더 재밌다.


“얼어죽지만 않으면 말이지요.”


“하핫. 그렇긴 하오.”


빨개진 코끝으로 계속 콧물을 들이키면서 진천부가 씨익 웃는다.

두꺼운 옷을 껴입고도 그렇게 벌벌떠는 주제에 호기를 부린다고 또 잔소리를 들었다.


티격거리면서도 흥미진진한 얼굴로 계곡아래에 눈을 떼지 못하는게, 영락없이 시골부부처럼 한가로운 모습이다.


“한여름의 모기같은 놈들입니다. 아무리 잡아도 귀에 앵앵거리지 않습니까.”


“하핫. 그렇지. 그래서 다 잡으려고 하면 본인만 괴로운 법이야. 마음을 달리먹어야 하오.”


“어떻게 말입니까?”


“아무리 애써도 없어지지 않는 모기도 가을이 되면 저절로 사라지게 돼있소. 그렇다면 굳이 힘을 낭비할 필요가 뭐 있겠소.”


콧구멍을 통해 누런 콧물이 흘러나오려고 한다.

진천부가 손가락으로 콧구멍을 막고 힘껏 힘주자, 노란 점액덩어리가 바닥의 눈을 직사포처럼 강타한다.


이봉선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동지는 지금 가을을 기다리고 있는겁니까?”


“그렇지. 굳이 놈들과 전면전을 할 필요가 없지. 이렇게 시간만 끌면될텐데 뭣하러 애써 피를 흘린단 말이오? 난 이렇게 가을을 기다릴 것이오.”


아무렇게나 손가락을 옷에 문지르며 말한다.


“모기를 박멸할 사람은 따로있다는 말이군요?”


“하핫, 그렇소. 동지도 잘알지 않소?”


모기가 없어질 때까지 보급만 원활히 해주면 된다.


“하지만 왠지 얍쌉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으십니까?”


“에이~~ 얍쌉한게 아니지. 보통 이럴땐 전략전술을 잘쓴다고 하는 것이오. 하하핫.”


한바탕 웃더니 다시 계곡아래로 눈을 돌린다.

눈을 가늘게뜨고 전장을 여기저기 천천히 살폈다.


“하핫, 더이상 놈들의 증원은 없을테니 너무 서둘지는 마라.”


진천부의 코에서 다시 거친 콧김이 품어져 나오고있다.


.....


무송현(현 바이오시 무송)

국민당군 사령부가 주둔하고 있다.


“놈들이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습니다. 이 난관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묘수가 없어 답답한 상황입니다.”


두율명 중장이 지도를 가리키며 한숨쉰다.


황소같은 어깨근육의 윤곽이 군복 밖으로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온몸에 단단한 근육질을 두른 전형적인 무골의 군인이지만, 우락부락한 노장의 얼굴에 수심이 깊게 드리워지고 있다.


군벌가문에 태어난 그는 국민당군의 병단을 이끌고 있다.

3개 군단, 9개 사단으로 구성된 두율명의 병단은 10만이 넘는 대병력. 이런 대병력을 이끌고도 상대방에게 쩔쩔 매고있다.


장개석도 만주를 중시하고 있다.

만주에 있던 일본의 군수공장들이 공산군에 넘어가는걸 막아야한다.


특히나 지정학적으로도 만주는 대단히 중요하다.

만일 국민당이 만주를 점령한다면, 북경을 중심으로 한 화북의 공산군을 강남과 만주 아래위에서 포위할수가 있다.


반대로 만주를 내주면 화북과 만주가 연결되어, 장강이북의 거대한 땅이 공산당 손에 넘어가게된다.


장개석은 미군에게서 원조받은 최신식무기로 무장한 대규모 병력을 만주로 급파했다.

지금 만주에는 총사령관 사문동이 이끄는 국민당 최정예 60만이 몰려있다.


변변한 무기하나 없는 임표의 공산군에 비할 전력이 아니다.


만주에서 제일 중요한 지역은 중북부. 만주국 수도였던 장춘을 비롯한 대도시에 대규모 군수시설이 모여있다.


압도적인 전력으로 단시간에 중북부를 평정한 국민당군은 남으로 도망간 임표를 쫓아, 이곳 백두산인근 임강까지 내려왔다.


국민당군 2개 병단 30만이 지금 임강에서 공산군을 상대하고 있다.

손입인 중장이 이끄는 병단의 20만은 임표의 직할 3개 사단 4만과 치열하게 전투중이다.


그리고 또다른 병단 10만이 두율명 중장의 병단이었다.


“압록강이 얼어붙었소. 쉽게 강을 건널수 있게 된것이지. 어떻게든 강을 통한 놈들의 보급을 끊어야하오.”


맞은편 사내가 지도를 가리키며 말한다.


두율명도 잘아는 사실이다.

강건너 조선땅에서 막대한 보급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공산군의 숨통을 끊기 위해서는 이 보급선을 끊어야한다.


“만약 보급로만 끊을수 있다면 고립된 임표는 저절로 굶어죽을 것이오.”


국민당군 지도부는 이를위해 두율명의 병단, 십만을 보냈다.

보급로만 끊을수 있다면 임표와 굳이 싸울 필요가 없다.


이 엄동설한을 놈들이 보급없이 어떻게 버티겠는가.

가을에 되면 저절로 사라지는 모기처럼 이놈들은 스스로 자멸하겠지.


“이제 전쟁은 거의 끝났소. 이곳 임강만 점령하면 되오. 조금만 더 힘내시오.”


아직도 만주 곳곳에서 공산군과의 전투가 한창이지만, 이미 국민당군에 승기가 넘어가 만주의 7할이 국민당 손에 장악됐다.


임표의 직속부대만 괴멸시키면, 20년간 지리멸렬하게 지속되었던 내전이 끝난다.

장개석과 모택동의 지겨운 싸움이 끝나는 셈이다.


이곳 임강의 전황도 호의적이어서 남쪽 압록강을 빼면 삼면을 포위했다.

그게 벌써 두달전의 전황이다.


그러면 이미 끝을 볼 시기가 지나지 않았는가.


하지만 아직도 전황에 변화가없다.

남쪽 후방기지를 통한 보급선이 아직도 살아있는 탓이었다.


그렇다고 북한땅에 있는 놈들의 보급기지를 공격할수는 없다.

북한까지 전쟁을 확대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조선을 건들지 않으려면 압록강의 중국쪽 나루터를 점령하는 수밖에 없습니다만.”


두율명이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끝숨을 삼킨다.


여기를 지키는 적들이 보통 놈들이 아닙니다.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 말을 차마 내뱉을 수는 없었다.


“음, 그렇군. 놈들 병력이 어떻게 되오?”


높낮이가 없는 건조하고도 굵직한 목소리가 귀에 꽂히자, 입안이 바짝 타들어간다.

마주하는 사내의 깊은 눈빛을 마주할 용기가 없다.


잘 갈무리된 날카로운 기도와 수없이 단호한 결단을 내렸을 눈에서 흘러나오는 카리스마는 주변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김홍락 중장.

조선인인 그는 장개석이 가장 총애하는 지휘관이다.


국민당이 군벌을 정벌했던 북벌전쟁과 이어진 중일전쟁까지, 평생동안 전장을 누비며 수도없이 공을 세웠었다.


뿐만 아니라 젊었을 적엔 소련내전까지 참전했고, 윤봉길에게 도시락 폭탄을 만들어주는 등 조국의 독립운동까지 참여한 흔하지 않은 경력의 백전노장이다.


군벌출신의 두율명이 같은 계급이라고 들이대기에는, 군내에서의 지위나 경력에서 비할바가 못된다.


그는 조금전 전용기로 사령부에 도착했다.

장개석이 임강의 전황을 파악하기 위해 그를 직접 보냈다.


임강의 전황이 정체된 이유가 무엇인가.

국민당 지도부도 답답하지 않겠는가.


“조선인으로 구성된 두개의 사단급 병력입니다. 독립 4사라고 합니다만 여간 까다로운 적이 아닙니다.”


지도를 유심히 보던 김홍락 중장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장군, 9개 사단을 가지고있지 않소. 병력이나 무장 모두 우위일텐데 2개 사단에 발이 묶였단말이오.”


“면목이 없습니다.”


두율명이 고개를 떨궜다.


그래 이해가 안되겠지.

입이 열개라도 무슨 할말이 있겠는가.


“장군을 탓하는게 아니오. 전장에서 승패는 병가지상사라 하지 않소. 단지 이유가 궁금해서 그렇소.”


충분하다 못해 흘러넘치는 전력으로도, 한발짝도 제대로 못딛는 이유를 알고 싶을 뿐이다.

한층 부드러워진 목소리에서 심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두율명에게 갈증을 해소할 만한 답을 얻는다는 것은 부질없는 기대였다.

제자신도 이상황이 이해되지 않는걸 어떻게 타인을 이해시킬 것인가.

단지


“신출귀몰한 놈들입니다.”


이말밖에 할말이 없었다.


팔로군의 기동전은 신물이 날정도로 겪어본 두율명도 이놈들의 전술에는 대처할수가 없었다.


공격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돌아설쯤엔 어김없이 나타나 후방을 친다.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놈들처럼, 귀신같이 회피와 기습을 반복하는데 당해낼 도리가 없다.


자존심 상했고 치욕스러운 일이었지만, 신출귀몰하다는 말 이외에 무슨말을 할수 있을까.


어떤 작전도 부질없이 만드는 놈들의 신묘한 움직임은, 겪어보지 않으면 알수없는 당혹감 그자체였다.


평생 자랑이었던 군경력이 결국 모래위에 쌓을 뿐이라고 자인하는 꼴이 됐다.

전선 지휘관으로서 심지를 굳건하게 내보여야 하지만, 자신감을 잃은 목소리는 힘없이 잦아들고 있다.


아...

김홍락 중장이 속으로 되뇌인 신음은 비탄이었다.


두율명의 말을 듣는순간, 온몸을 휘감아 나오는 불길한 예감에 솜털이 곤두서는걸 느꼈기 때문이다.


군에 갓 입대한 신병 입에서나 나올만한 어이없고 무책임한 말이, 일군을 이끄는 총사령관 입에서 나오다니.


이를 난국을 어떻게 풀어나간단 말인가.


작가의말

기본적으로 중국의 1개 병단이 3개 군 (한국의 군단 개념)으로 되어 있습니다. 각 군단은 3개의 사단과 지원부대로 됐으니, 대략 1개 병단은 10만 이상이죠. 물론 기본적인 병단입니다.

나중에 다시 나오지만 한국전쟁에 선발대로 1.2.3차 공세를 펼쳤던 13병단은 5개 사단 30만이었고, 장진호 전투의 9병단은 15만이였던걸 보면 병단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사보임강 전투, 대륙을 통일하다 1 24.06.24 35 2 9쪽
59 혈맹의 시작 3 24.06.23 38 2 10쪽
58 혈맹의 시작 2 24.06.22 32 2 10쪽
57 혈맹의 시작 1 24.06.21 43 2 9쪽
56 패권전쟁, 출사하는 소년장군 24.06.20 45 2 10쪽
55 중공군의 두기둥, 팔로와 동북연군 24.06.19 39 2 10쪽
54 팔로군 총사령관 24.06.18 42 2 10쪽
53 선각자의 길 2 24.06.17 39 2 9쪽
52 선각자의 길 1 24.06.16 44 2 10쪽
51 평양에 나타난 두사람 24.06.15 47 2 10쪽
50 고당, 현준혁, 그리고 김일성 24.06.14 40 2 10쪽
49 고당 선생 24.06.13 37 2 10쪽
48 만뇌서생의 마지막 모습 2 24.06.12 35 2 12쪽
47 만뇌서생의 마지막 모습 1 +3 24.06.11 38 2 10쪽
46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5 +2 24.06.10 44 2 9쪽
45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4 +1 24.06.09 42 2 10쪽
44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3 +1 24.06.08 41 2 11쪽
43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2 +1 24.06.07 39 4 10쪽
42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1 +1 24.06.06 56 4 9쪽
41 소비에트 88여단 3 +1 24.06.05 40 4 10쪽
40 소비에트 88여단 2 +1 24.06.04 40 4 10쪽
39 소비에트 88여단 1 +1 24.06.03 51 4 9쪽
38 지청천vs홍사덕, 누구의 길을 따를것인가. +1 24.06.02 48 5 10쪽
37 뜻밖의 여인 4 +1 24.06.01 44 4 10쪽
36 뜻밖의 여인 3 +1 24.05.31 47 4 9쪽
35 뜻밖의 여인 2 +1 24.05.30 45 4 9쪽
34 뜻밖의 여인 1 +1 24.05.29 54 4 9쪽
33 어쩔수 없는 일본의 선택 2 +1 24.05.28 56 5 9쪽
32 어쩔수 없는 일본의 선택. 1 +1 24.05.28 56 4 9쪽
31 만뇌서생 드디어 만나다. 5 +2 24.05.27 51 4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