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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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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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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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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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맹의 시작 1

DUMMY

만주에서의 회합후 수십일이 지났다.


늦은 오후, 남포항에서 출발한 여러대의 자동차가 국도위를 달리고 있다.

자동차 전후에 호위하는 지프가 따라붙어, 고위급인사가 탄 차라는걸 대번에 알수있다.


이들의 목적지는 평양, 이들은 모택동이 보낸 사절단이었다.


“벌써 일년이 넘었군요. 괜찮겠지요?”


귓가에 울리는 여성의 목소리가 조심스럽다.


“응? 뭐가 말이오?”


물론 그녀가 말하는 의도는 알고 있지만 모른척 의뭉스럽게 묻는다.


“아시면서 짓궂으십니다. 일년전 그일로 혹시나 해코지 할까 두렵습니다.”


“요 며칠 조용하더니 이렇게 나타난걸 보면 두려운 모양이군. 아무일 없을테니 걱정하지 마시오.”


이시겐과의 사건 이후에도 이봉선은 가끔 그의 귓속에 나타나 잔소리를 하고있다.

그녀의 유언대로 진천부가 대업을 이룰 때까지는 잔소리를 멈출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오래동안 부부의 연을 맺어던 정이 그녀를 불러내는 걸까?

진천부의 생각이 복잡해질 때마다, 그녀는 이런식으로 불쑥 나타나 말을 건네곤 했다.


그가 안심시키는 말을 했지만, 한번 솟구친 불안은 온갖 불길한 생각으로 그녀를 매몰시켰다.

오히려 당사자인 진천부가 담담해한다.


그들의 등에 배신의 칼을 꽂은지 겨우 일년밖에 안됐다.

그런데 이 남자는 벌써 먼 과거의 저편으로 흘려보낸 것같이 이렇게 담담하다니.


“동지는 무모한건지 아니면 생각이 없는건지 모르겠습니다.”


“하핫, 무슨 소리요. 대범한 것이겠지.”


귓속에 울리는 가벼운 핀잔에 짐짓 대범한척 호탕하게 웃는다.


이봉선은 여전히 그에게 따뜻한 빛이 되고있다.

진천부에게만 들리는 그녀의 애틋한 목소리는, 심장이 움츠러들 상황이 올때마다 부드럽게 매만져주며 그를 안심시키기 충분했다..


“이번 일 잘 풀릴까요?”


“글쎄. 가봐야 알겠지.”


“그 사람들 보통내기가 아니잖습니까.”


“그래. 그러니 그 타격을 입고도 북조선을 접수한것 아니겠소?”


일년전 그일이 있고난후 그들은 만주에서 자취를 감췄다.

얼마나 큰 타격이었을지는 쉽게 예측할수 있다.


일본이 패망하자 북조선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권력투쟁은 또다른 전쟁이었다.

결국 수많은 공산 조직과 민족주의 진영을 이겨내고 북조선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보통 수완으로는 달성할수 없는일 아닌가.


그리고 지금, 등에 커다란 비수를 꽂았던 진천부가 다시 그들에게 가고 있다.

그때는 만뇌서생에게 그들이 도움을 구하러 왔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진천부가 부탁해야 한다.


‘단순한 부탁 정도가 아니다.’


만주에서는 지금 패배의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안되면 무릎꿇고 빌어야 할 정도로 전황이 급박하다.


그녀 앞에서 침착한척 허세를 부렸지만, 하루내내 심장을 누르고 가슴을 옥죌 정도로 이번 일은 중요하다.

대가로 목을 원한다면 줘서라도 성사시켜야 할 정도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상념에 생경한 북조선의 바깥풍경은 눈에 담아지지 않는다.


평양.


회담 장소에 도착하자 김일성이 고위직들을 거느리고 직접 마중나와 있다.

중국측 대표인 중앙위원 진운이 김일성과 깊게 포옹한다.


진천부는 비공식 인사였다.

명목상 이들을 수행하는 비서였기 때문에, 멀찍히 뒤에 떨어져 환영식을 보고있다.


역시 조선의 밥맛이 좋나보군.

중국측 인사를 소개받는 김일성을 보면 그새 살이 더 올랐다.


“그게 아니죠. 조선의 독립엔 관심이 없어서겠지요. 그러니 저렇게 돼지처럼 피둥피둥 살찐거 아니겠어요?”


뒤에 바짝 밀착해섰던 그녀가 귓속말로 비웃고있다.


하긴, 그렇지.

산야를 떠돌며 전투를 벌였다면, 저렇게 하얗고 포동포동하게 윤기 흐르는 얼굴을 하진 않았겠지.

저건 꼭 일본 어느 대학을 나온 지식인같은 모습 같기도 하고.


원래 수령이란 놈들은 다 그 모양인가?

남조선 수령은 미국 어디서 와인 마시다가 왔다던데.


뒤에 늘어선 김일이나 최용건과 같은 빨치산 출신과도 유난히 비교되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뒤에 늘어선 인사중에 김책이나 강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김일성의 최측근이자 정권의 실세라는 그들이 빠졌다니, 무슨일이 생긴건가.


그러는 사이 김일성의 눈과 마주쳤다.


어.. 언제..?

중국측 인사들을 소개받던 그가 어느새 진천부 앞까지 온것이다.


수행원 자리까지는 오지 않는게 관례지만, 예상외로 여기까지 왔다.

의도가 있는 움직임인가.


조금씩 내품는 하얀입김, 여유롭지만 거침없는 움직임, 느긋한 눈가의 미소, 이제는 일개 장교가 아닌 한나라의 지도자로 내앞에 섰다.


“진선생, 오랜만이오.”


“네. 잘 계셨습니까?”


생각할것도 없는 의례적인 인사였다.

일년전의 일을 기억하고 있는가? 안부인사를 했지만 대답하지 않은채, 입꼬리를 올리고만 있다.


그래 저 눈.

서로의 손을 가볍게 잡고 악수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사람의 심중을 읽으려는 눈동자는 그때와 변함이 없다.


“또 볼일이 있을 것이오.”


그가 돌아서며 던진 말이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온몸의 세포가 요동칠 정도로 이봉선은 불편했다.

오늘밤에 진천부가 겪을일이 얼마나 소름돋게 거칠지, 생각만으로도 진저리가 쳐진다.


이사람은 왜 이런일만 골라서 하는걸까?

그가 가엾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원망스럽다.


환영식이 끝나고 시작된 만찬자리.


대동강에 면해있는 동화원이라는 여관을 통째로 빌렸다.

만찬장소이자 중국인사들의 숙소였다.


만찬장은 방 두개를 터서인지 제법 크다.

상차림이 두줄로 길게 이어졌고, 그 한쪽 맨끝에 진천부가 앉아있다.


봉선은 여전히 이자리가 상상이상으로 불편한 이유는 상석에 앉은 김일성이 주변사람과 환담을 나누는 와중에도, 눈이 자꾸 마주치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가슴이 움츠러들며 방망이 치지만, 이상하게도 그 꺼림칙한 시선을 피할수가 없다니.

이 고통스러운 자리가 빨리 끝나기만 바랄뿐.


여기에서도 전장의 피비린내가 느껴지는구나.

그것도 적진 한가운데에 홀로 낙오되어, 사면초가에 빠진 기분 아닌가.


거미줄에 걸린 벌레를 처리할 방법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김일성 저놈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무슨 생각을 할까.

거미의 독니를 날카롭게 벼리면서, 어떻게 요리할지 행복한 상상을 하고있지 않았을까?


그래서인가. 멀리 보이는 저 오만한 눈에서 짙은 피비린내가 느껴졌는게..


한편, 진천부는 아직도 담담한 얼굴이다.

머리속을 깨끗이 소독하려는 듯이 대동강 소주를 연달아 들이키고 있다.


크흐~~

평소에는 즐기지 않았던 독주, 목구녕을 불태웠던 알콜의 거친 알싸함이 머리와 발끝까지 스며들며 온몸을 쏘지르고 있다.


그때였다. 뒤에서 누군가가 조용히 다가와 귓속에다 속삭인다.


“선생. 조용히 보자는 분이 계십니다.”


이제야 연락이 오는건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진천부의 눈꼬리가 가늘게 변했다.


몸을 무겁게 짓누르던 긴장감을 이젠 갈무리해야 한다.

대륙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가 이제 곧 만주에서 벌어진다.

여기에 대륙의 주인은 물론, 공산당의 운명도 결정된다.

그리고 그 시발점은 바로 이곳 평양이 될것이다.


그 결판을 낼 시간이 왔다.



밖에 나오자 엔진을 켠 자동차가 기다리고 있다.


"너무 무서웠습니다. 숨이막혀 죽는줄 알았어요."


귓가에 울리는 봉선의 목소리가 불안에 떨리고 있다.


"이대로 대동강 물에 빠져죽는건 아니겠죠?"


여전히 불안한 보양이다.


폐부에 가득찼던 숨결을 토해내며 두려움을 덜고자 하지만, 왜 가슴을 울리는 방망이질은 갈수록 요동치는지 모르겠다.


봉선이 옆 남자를 쳐다봤다.

창밖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는 심연속에 깊숙히 가라앉아 있다.


참 볼수록 대단한 사내 아닌가.

평소에 활기차고 가벼워 보이지만, 위기가 닥치거나 중요한 순간이 오면 한없이 진중해지며 침착해지다니.


다행히 대동강에 빠질 팔자는 아닌 모양이다.

다리를 건너고 조금 있으니 낯선 저택앞에 다다랐다.


오늘밤은 달이 연하게 고택을 비치고있다.

달에 비쳐진 모습에 운치가 있어서 그런가?


상당히 수려하고 고풍스러워 보이는 기와집, 안내를 받고 정원을 지나 들어간 안채의 큰방에는 두남자가 이미 기다리고있다.

익숙한 얼굴.


“오랜만입니다. 진선생. 이렇게 또 뵙는군요.”


역시나 이남자, 김책이었다.


자리에 일어나며 웃는 표정이 희미하고, 목소리도 맥아리가 없다.

안색도 파리하고 눈에띄게 핼쓱해진게, 생명의 여명끝에 다다라 곧 죽을 사람처럼 보였다.


“그렇습니다. 김동지. 몸은 좀 어떻습니까?”


“어떻겠소!! 일년전에 배에 총 맞은후 줄곳 저렇게 허약해지셨소.”


사례들린 것처럼 거칠게 토해내는 소리가 느닷없이 옆에서 들렸다.


목소리에 띠거움이 가득 덧칠돼있다.

아직도 앙금이 남아있는가.


거칠었던 소리만큼 눈에도 불꽃이 튀고있다.

물론 저 눈빛의 의미는 충분히 알고 있다.


그래, 그 사내. 강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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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사보임강 전투, 대륙을 통일하다 1 24.06.24 35 2 9쪽
59 혈맹의 시작 3 24.06.23 39 2 10쪽
58 혈맹의 시작 2 24.06.22 33 2 10쪽
» 혈맹의 시작 1 24.06.21 44 2 9쪽
56 패권전쟁, 출사하는 소년장군 24.06.20 45 2 10쪽
55 중공군의 두기둥, 팔로와 동북연군 24.06.19 40 2 10쪽
54 팔로군 총사령관 24.06.18 42 2 10쪽
53 선각자의 길 2 24.06.17 39 2 9쪽
52 선각자의 길 1 24.06.16 44 2 10쪽
51 평양에 나타난 두사람 24.06.15 48 2 10쪽
50 고당, 현준혁, 그리고 김일성 24.06.14 40 2 10쪽
49 고당 선생 24.06.13 37 2 10쪽
48 만뇌서생의 마지막 모습 2 24.06.12 35 2 12쪽
47 만뇌서생의 마지막 모습 1 +3 24.06.11 38 2 10쪽
46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5 +2 24.06.10 44 2 9쪽
45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4 +1 24.06.09 42 2 10쪽
44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3 +1 24.06.08 41 2 11쪽
43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2 +1 24.06.07 39 4 10쪽
42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1 +1 24.06.06 57 4 9쪽
41 소비에트 88여단 3 +1 24.06.05 41 4 10쪽
40 소비에트 88여단 2 +1 24.06.04 41 4 10쪽
39 소비에트 88여단 1 +1 24.06.03 52 4 9쪽
38 지청천vs홍사덕, 누구의 길을 따를것인가. +1 24.06.02 48 5 10쪽
37 뜻밖의 여인 4 +1 24.06.01 44 4 10쪽
36 뜻밖의 여인 3 +1 24.05.31 48 4 9쪽
35 뜻밖의 여인 2 +1 24.05.30 46 4 9쪽
34 뜻밖의 여인 1 +1 24.05.29 55 4 9쪽
33 어쩔수 없는 일본의 선택 2 +1 24.05.28 56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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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만뇌서생 드디어 만나다. 5 +2 24.05.27 51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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