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재벌은 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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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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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2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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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협잡꾼

DUMMY

이 자식이 악질적인 게 뭐냐면 재입사를 하자마자 표우용과 함께 공장 사람들을 홀리고 있다는 거였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이오스와 이더리움, 퀀텀으로 제법 짭짤한 수익을 거두더니 아예 공장 사람들을 불러다가 코인 리딩방이라는 걸 얼마 전부터 개설했다.

더 이상 시장 참여자가 아닌, 참여를 이끄는 호스트가 되기로 한 것이다.


지금은 내 스스로가 우스워지지만, 전생에서는 참으로 부러워했었던 기억이 난다.

서두필이 알려주는 코인에 투자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내 손가락을 원망했었다.

코인 불장 때문에 해당 은행 업무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고 나서는 아예 코인 계좌를 트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당시에 난 계좌 신설을 하지 못한, 도태된 자였다.


‘그때는 서두필과 표우용이 코인 고수라고 생각해 염치 불구하고 물어봤었지.’


내가 지금 이런 상황인데 어떻게 하면 코인 계좌 좀 만들 수 있겠냐고.

하다못해 내가 직접 돈을 줄 테니 소액으로라도 대리 투자를 해주면 안 되겠느냐고 체면불구하고 부탁한 적이 있다.

당연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서두필에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그리고 다시 일퇴를 반복하는 인생을 살 뿐이었다.


시장참여자가 되기로 작정한 이상, 이게 참 신기한 경험의 연속이었다.

남들이 다 먹을 때 나만 못 먹게 되니 소외감과 동시에 급격하게 나타나는 포모현상(자신만 뒤처지고 제외되는 것 같은 불안감)을 겪었을 때에는 얼마나 우울했는지 모른다.

한 번 사람이 비틀리고 꼬이기 시작하면 어느새 내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걷는 대로만 걷게 되는 법이다. 악화일로다.

내가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해서 루저였던 서우가 있지 않았는가.


지금은 어떤가.

코인을 조금 공부하고 나니 서두필과 표우용이 하려는 작당들이 너무 훤히 보이게 된다.


‘이런 불장에 아무 종목에나 넣어도 늦어도 일주일 후면 순환매가 온다는 것도 모르고.’


답은 간단했다.

이런 불장에는 아무 코인에나 돈을 넣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대장주들이 오르니 덩달아 알트 코인들이 오르는 건 당연지사.

서두필은 코인으로 더 발라먹을 게 없나 궁리하다가 리딩방까지 개설하여 사람들을 서큐버스처럼 홀리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코인이나 주식의 영역은 개미들이 일확천금을 벌어들이기가 즉, 사막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이 없는 난역(難役)이었다.

제일 처음으로 해당 기업과 기업인들이 벌어먹고, 그들의 일족과 친지들을 전부 끌어들여 2차로 발라먹게 한 뒤에 이후에 투자기관이나 그 외 벤처들이 개척하여 3차로 이익을 보는 구조다.


그 후로는?

당연히 최고층에 올라 폴 아웃만 기다리는 개미들이지.

그때가 아마 뉴스에 헤드라인이 걸리기 한 달 전쯤이거나 몇 주 전. 혹은 나오기 직전일 것이다.

나온 후라고 해도 개미들은 개미들일 뿐이다. 피라미드의 상부구조를 떠받들고 있는 하부구조인 개미들은 곧 포식자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된다.

언제 당한지도 모르는 채로, 어느새 묶여버린 내 원금을 갖고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하는 껄무새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탐욕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결국 개미는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기에 이르고.

마켓메이커들이 먹을 거 전부 털어먹고 빠진 뒤의 개미들의 탈선은 곧 필연으로 이어진다. 손해를 보고 팔아 최소한의 푼돈이라도 건지자는 식이거나, 아니면 잊은 듯이 살며 고통을 삭일 수밖에 없다.


난 제일 후자였다. 그렇게 몇 없는 짤짤이를 투자랍시고 했다가 휴지조각이 된 주식 뭉텅이를 두고 역시나 그러면 그렇지, 하고 살아온 놈이었으니까.


「서두필 : 오늘까지 입금하시려는 분들 따로 저한테 문자주세요. 입금자명도 본인 이름으로 명시해주시고요. 안 그러면 방 진입 안 됩니다.」


3개월에 자그마치 120만원이라는 리딩비를 마치 자기 돈인 것처럼 회수해 가는 서두필과 표우용이었다.

저것도 참 능력이라면 능력이었다.


「서두필 : 슬슬 이오스 정리하기로 하고요. 조금 늦었지만 리플에 탑승해보려고 합니다. 1차 평단가 2200원에서 2360원 사이에 현재 운용할 수 있는 돈의 50% 탑승하기로 합니다. 2차와 3차 진입가는 따로 설정을 해드릴게요. 조금 더 장 상황과 분석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요. 차분하게 발라 먹읍시다.」

「서두필 : 저녁까지 할 필요도 없겠네요. 일단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오스는 각자 진입 평단가 체크하셔서 수익국간에서 익절하기로 합시다. 참, 이오스요. 차트에 정통한 표우용 씨의 말을 대리로 전달해 드리자면, 하방 흐름이 강하게 나올 거 같습니다. 리플은 아닙니다. 상방 쐐기 흐름이 아직도 강하게 예상되는 만큼 지금 탑승하셔도 무리 없이 몇 배는 먹을 수 있을 겁니다.」

「서두필 : 그리고 한 가지 말씀을 안 드렸는데, 저희 리딩비를 앞으로 조금씩 더 올려 받게 될 거 같습니다. 1개월은 50, 3개월은 140입니다. 더 장기로 유지하고 싶으신 분은 따로 문의 주시고요. 대신 앞으로 조금 더 양질의 브리핑을 전달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어차피 2주 만에 우용 씨와 저로 인해 이미 리딩비 이상 충분히 뽑아 가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선동이 탐욕과 이기를 야합하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리딩비를 더 올려 받겠다는 말에도 욕심에 눈이 먼 사람들이 옳다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게 눈으로도 선연히 보였다.


「김성식 : 리플 잠깐 하락했는데 앞으로도 포지션 쭉 그대로 가져가는 건가요? 앞으로 리플 얼마까지 보시는 건가요? 」

「나서영 : 우용 씨하고 두필 씨 메시지 확인 좀 해주실래요? 조금 전에 치킨 기프티콘 보냈는데 맛있게 드셔달라고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코인 리딩비 올리는 건 이만큼 양질의 정보를 전달해주시고 돈도 벌게 해주시는데 절대 안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서두필 : 감사합니다. 그만큼 더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리플은 솔직히 단기 고점으로는 5,000원은 우습게 갈 종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1차 매도 시점으로 제안 드리는 리플은 5,000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저희만의 엄정한 매매원칙에 근거하여 이오스와 퀀텀 현금화 이후 리플에만 올 포지션으로 가져가고 관망 포지션을 강조드릴 거 같습니다. 현재 추이는 그렇고요. 매도 시점으로 말씀드린 BTC는 2만 불 이상 충분히 갈 저력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12월 말일 중 일단 최대 18,500불까지의 도달가능성이 있습니다. 참고해 주시고, 다음 브리핑 때 뵙겠습니다.」


내가 이 내용을 어떻게 알았냐고?

바로 팀원 중에 김평우와 석수용이 세 달에 120만원이라는 거금을 내고 서두필과 표우용의 리딩방에 들어갔단다.

그 순간 드는 기묘한 감정이라는 건 차마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부서나 공장 전체 채팅방과는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이 되고 있었던지라 내가 이 상황에 나서서 왈가왈부하기도 애매했다. 그리고 그런 스탠스로 갔다가 어차피 익절해주는 서두필과 표우용을 믿고 있는 사람들은 뭐라도 쓰인 것처럼 맹목적일 게 분명할 거고.


이전에도 서두필, 표우용 조합은 코인의 대폭락 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더 곤혹스럽게 된 건 당연히 공장 사람들이다.

그들이 리딩이라는 것을 알면 또 얼마나 알겠는가. 그리고 주식을 했던 사람들도 현재로서는 코인에 문외한인 경우가 많았다.

나도 코인에 대해 모든 걸 알지는 못한다. 현재의 장에서 무지성과 탐욕의 불씨로 인해 마지막 시세 조장을 하고 있는 것밖에는 말이다.


‘막지 못한다면 이 정도 가벼운 당부라도 해줘야겠지.’


내 자신이 욕심을 부려봤으니 다른 제삼자가 나타나 무슨 말을 하더라도 씨알도 안 먹힌다는 걸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코인 거래소 폐쇄조치부터 시작해 온갖 규제를 들먹이게 될 법무부 장관의 난입으로부터 우리는 어땠던가?

모두 다 멸망기로 접어들었다. 인생이 폭락하고, 그 후로부터 코인으로 꺼억, 거리던 트림이 전부 쏙 들어가게 되었던 날. 하물며 난 그 당시 법무부장관이 나섰던 날짜와 시간까지도 모두 알고 있다.

전세 대출이나 마이너스 통장은 예사고 온갖 영끌을 해 비트코인에 때려 박았던 이들의 결말을 하나 케미칼 직원들이라고 해서 겪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리고 그들은, 호구들을 단단히 물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퇴근하고 유흥에 탕진하러 가는 서두필과 표우용의 실체를 알지 못했고, 또 앞으로도 모를 것이었다.


어쨌든 난 오늘 4부서의 서두필을 조우할 수 있었고. 사무적인 말투를 건넸다.


“웬만하면 연 초에는 코인 올 포지션 정리를 하는 게 좋을 겁니다. 코인에 관한 특금법이 곧 발효가 될지 모르니 적어도 1월 7일이 넘어가기 전에는···.”


3일 간의 유예를 더 주기도 전에 그냥 더 빨리 처분을 해버리라는, 내 입장에서는 제법 친절함이 깃든 권유였다. 서두필과 표우용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나 기다렸다는 듯이 서두필이 한쪽 입가를 비스듬히 세웠다.


“아이고. 과장님.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왜요. 저 부자되어가니 슬슬 배가 아파지시나 봐요?”


유들유들한 서두필의 이죽거림이 들려온다. 픽 웃고야 말았다.


“안 그래도 이번에 G바겐 사전 계약했는데. 배 아프면 아프다고 솔직히 말을 하세요. 남 잘 나가는 게 부러우면 부럽다고. 그러면 육촌 된 자격으로나마 G바겐 태워드리고 중앙동에서 같이 놀아드릴게.”


김평우나 석수용의 계정을 빌려 리딩방에 내 의견을 말해봐야 묵살당하기 일쑤일 거다.

난 서두필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서 대꾸했다.


“리딩이 실패했을 때에 사람들은 어떻게 하려고. 아니, 똑바로 쳐다볼 자신이나 있고?”


한 가지의 심산은 하나의 결과로만 귀결되어지는 게 아니었다. 중상이든 최고든 최악이든, 그 일은 일어나게 돼있다.

서두필과 표우용이 더 악질적인 건 이미 이전에 코인 진입을 했다는 거였다. 그리고 이후에 사람들을 꾀어 의도적으로 자신들의 진입가를 발목으로 끌어내리는 식으로 무형질의 자산을 크게 불려나갔다.


코인은, 명백한 피라미드 구조다.

내가 선행 투자를 하고 뒤늦게 사람들이 올라타면 당연히 본인이 제일 많이 가져가게 된다.


범배보다도 한참 못한, 협잡꾼 새끼.

이내 눈을 마주쳤을 땐, 저돌적일 만큼 강렬한 서두필의 말이 들려온 후였다.


“공적인 자리에서 과장님, 하고 존칭 써달라니까 제가 조심스럽게 말씀은 해드립니다. 제가 리플에 진입한 평단가가 얼마인 줄 알아요? 자그마치 1,300원 대입니다. 전 재산 다 때려 박았다고요.”


난 아랫입술을 문지르며 소리 없이 입술 끝만 끌어올렸다. 고요하고 차분하게.

그 일련의 행동에 자극을 받았는지는 몰라도 서두필이 턱 끝을 높이 세운 채 이어서 말했다.


“코인으로 돈 벌고 싶으면 말을 하세요, 말을. 괜히 여기서 잘 나가는 사람 발목 붙잡지 마시고요. 아셨죠, 과.장.님?”


또박또박 박혀드는 음절에 더욱더 힘을 주는 서두필이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G바겐?

곧 사전 예약한 G바겐을 말 그대로 바겐세일해야 될 날이 올 텐데.


이러나저러나, 내게는 호재였다.


작가의말

경도였던 목디스크가 중증으로 이어진 후가 되어서야 이게 낫지 않는 차원의 지병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심해지면 30분만 걸어도 목과 팔이 아려오네요.


저와 제 작품과 함께해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건강하실 때 늘 좋은 자세, 웰빙 식습관으로 더 건강해지시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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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뜻밖의 자장면 +4 24.05.25 6,374 103 13쪽
34 투자의 맛 (2) +4 24.05.24 6,480 102 15쪽
33 투자의 맛 (1) +3 24.05.24 6,506 101 13쪽
32 투자는 필연이다 +3 24.05.23 6,535 108 13쪽
31 실현수익 +4 24.05.23 6,561 109 14쪽
» 코인 협잡꾼 +4 24.05.22 6,399 107 12쪽
29 부자가 되어간다 +2 24.05.22 6,426 101 11쪽
28 피할 수 있어도 즐겨라 +2 24.05.21 6,412 110 14쪽
27 꼭 저 친구 데려와 (수정) +6 24.05.20 6,466 103 11쪽
26 쓴 약이 몸에도 좋다고 하잖습니까 +4 24.05.20 6,480 100 13쪽
25 템포와 임팩트 +5 24.05.19 6,765 95 15쪽
24 그 작자 여간내기가 아니야 +9 24.05.19 6,982 108 16쪽
23 끗발 +3 24.05.18 6,944 110 15쪽
22 공적인 곳에서는 과장님이라고 불러야지 +2 24.05.18 7,054 110 12쪽
21 못 받아먹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4 24.05.17 7,154 116 16쪽
20 하루 만에 2억이 벌린다 +6 24.05.17 7,346 123 12쪽
19 할 수 있습니다 +5 24.05.16 7,259 120 14쪽
18 우리 부서는 베타테스트 집단이 아닙니다 +6 24.05.16 7,336 109 15쪽
17 솔직히 난 배 아픕니다 +5 24.05.15 7,547 11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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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형수님은 아십니까? +6 24.05.14 8,076 128 11쪽
13 어긋난 규칙 +7 24.05.13 8,114 13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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