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과 검정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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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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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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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 동물의 숲, 장미축제 마을 01

DUMMY



우리는 다음날 아침이 되어 짐을 챙겼다.


다음 목적지는 [장미축제 마을]이다.


세레나와 사와의 강력추천으로 일정에 넣은 행선지이다.


원래 장미라는 꽃도 5월, 6월 정도에만 피는 계절을 타는 식물인데,


이 마을은 1년 내내 장미가 만개해 있다고 한다.


가상세계니까 그런것 쯤은 쉬운것이 아닌가? 생각할수 있지만,


기본적인 월드 알고리즘이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AI 가상세계에서 기본 알고리즘은 절대법칙이다.


현실세계의 많은 물리법칙과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자연과 계절, 동물과 식물의 관계를 알고리즘에 설정해 두면 예외를 만들기 힘들다.


그냥 버튼 몇개 틱틱 만들어서 “짠~ 일년내내 피는 장미가 완성되었습니다!” 할수는 없다.


만약 그런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실세계의 유전공학 연구소에서 처럼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






왜 가상세계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이곳은 현실이 아니라 가상세계인데..


그냥 편하게 재미있게 다양성이 공존하게 만들어도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굳이 이렇게 어렵게 만들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직접 전뇌화 AI가 되어 이 세상에 들어오기 전에


언론을 통해 그렇다더라.. 하고 들었을때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최초에 이 가상세계를 설계 했던 사람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이 세상에서 며칠간 살면서 조금은 알것 같다.


처음 이 세계를 만들었던 사람들은 ‘가상’세계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 아닌것 같다.


그들은 처음부터 전뇌화 AI를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의 생각에는 AI는 인간과 다른 별도의 존재가 아니라 인간과 동일한 존재이다.


그들이 만든 세상은 그래서 ‘가상’ 세계가 아니라


인간인 AI가 거주할 수 있는 세계였다.


언젠가는 기술이 더 발전되어 클라우드에 업로드 된 전뇌화 AI들이


다시 육체를 얻고 뇌에 ‘다운로드’ 할수 있게 되는 그날까지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현실세계와 크게 벗어나지 않은 물리법칙을 적용한 것이라고 본다.


육체에 ‘다운로드’ 될 수 있는 그날이 오기까지 백년이 걸릴지 천년이 걸릴지 모른다.


어쩌면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믿은 것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그런날이 올 것이라고 믿은 것이다.


마치 구원의 그날이 올 것이라고 믿었던 유태인들 처럼 말이다.





마치 현실 세계를 만든 창조주가 있다면


하늘나라의 그것을 그대로 본따 지상세계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가상세계는 현실세계를 본따 만들어 졌다.


언젠가는 그 두개의 세계를 자유롭게 왕래하는 날이 올것이고


그때가 오면 양 쪽에 사는 존재의 이질감을 최소화 해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닮아 있는 것이 가장 완벽한 상태라고 믿은 것이다.




물론 이런 생각은 나의 판단이다.


정확히 초기의 AI 전용 거주구역을 설계한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른다.


이런 생각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해볼 뿐이다.


그들은 계속 인간이고 싶었고, 그래서 인간의 세상을 확장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볼 뿐이다.





[동물의 숲]의 마을들은 몇몇의 예외를 빼면 대부분 한 마을당 차로 1시간 내외의 거리로 떨어져 있다.


그렇게 비슷한 간격을 두고 벌집구조처럼 자리 잡고 있다.


하나의 마을에서 다음 마을로 갈수있는 선택지는 여러개 있다.


[동물의 숲] 중앙에는 우뚝 솟은 [환영산]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그 주변을 동그랗게 도넛 모양으로 둘러싼 평야지대에 다양한 마을들이 산개해 있다.


그리고 그 평야지대를 동그랗게 둘러 싼 모양으로 밀림지대가 자리 잡고 있다.


[태초 마을]은 마을 들 중에서 가장 바깥쪽의 마을이고


우리는 점차 안쪽으로 이동하면서 [환영산]을 향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동시간이 1시간 정도 되자 [장미축제 마을]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거대한 유리로 만든 피라미드가 햇빛을 반사시켜 번쩍인다.


차가 [장미축제 마을]에 가까이 다가갈 수록 그 피라미드의 크기가 느껴진다.


생긴 모양은 프랑스 파리의 르브르 박물관 앞에 있는 유리 피라미드를 닮은 것 같다.


하지만 크기는 차원이 다르다.


가장 높은 꼭지점 위부분은 목을 꺽어 하늘 높은 곳을 바라봐야 볼수 있다.


예전에 두바이에 여행을 갔을때가 생각이 났다.


그때 보았던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부르즈 칼리파’를 아래에서 올려다 보았을 때와 비슷한 압박감이다.


이 거대함이 주는 박력이 있다.






우리는 차에서 내려 [장미축제 마을]로 들어갔다.


[장미축제 마을]은 초 거대 유리 피라미드 안에 있다.


이 초 거대 유리 피라미드는 이 자체로 온실이다.


[동물의 숲]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존재한다.


물론 [동물의 숲]의 어느 지역에 있는가에 따라서 다른 날씨와 계절감이 있지만


그래도 지구의 축소판처럼 각각의 지역은 그 나름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낸다.


원래 장미가 봄날의 후반기의 날씨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그래서 [장미축제 마을]은 마을 전체를 온실로 만들어서 1년 내내 장미꽃이 피는 시기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 마을은 아름다운 꽃을보고, 인생샷을 찍기 위해 오는 관광객들이 북적인다.


중간중간에 꼬마기차와 재미있는 동화속 캐릭터를 차용한 탈것들이 지나다닌다.


그래서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도 많이 오는 곳이다.


관광객 뿐만 아니라 이곳은 마을 자체로 거대한 화훼단지 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꽃들은 생화로도 수출되고, NFT로 만들어져 판매되기도 한다.


그리고 장미가 주력 품종이지만 다른 꽃들도 많이 재배되며


그 꽃들에서 추출된 색으로 염료도 만들고, 향을 추출하여 향수의 원액을 만들기도 한다.


[장미축제 마을]은 고부가가치 농업 마을이다.





거대한 피라미드 온실에 전체 크기에 비하면 왜소한 출입문이 있다.


이 문은 커다란 덤프트럭 몇대가 동시에 지나갈수 있을 정도로 컸지만,


피라미드가 워낙 말도 안되는 크기였기에 왜소해 보인 것이었다.


우리는 [장미축제 마을]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차에서 내려 걸어서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마을안으로 들어가자 마자 우리를 처음 반겨준 것은 짙은 장미향이었다.


여기를 보고 저기를 봐도 온통 가득 피어있는 장미들 덕분인지


아니면 따로 마을 전체에 장미향을 뿌리고 있는 것인지


코를 지나 폐가 가득 찰 정도로 황홀하고 고급스러운 장미향이 진동을 했다.





“어머 어머.. 너무 예쁘다.. 정말 너무 예뻐..”


세레나는 이미 몸도 마음도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마을의 주변부는 대부분 꽃밭이었다.


햇빛이 잘 드는 곳들은 사람이 아니라 꽃들에게 양보된채였다.


그리고 많은 건물과 시설들이 최대한 그림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인지


투명한 기둥으로 높이 솟아 있는 하늘에 있었다.


그리고 그 하늘에 있는 건물들로 가기 위한 계단과 도로도 모두 유리처럼 투명한 소재로 만들어져 있었다.


정말 모든것이 꽃들에게 가는 햇빛을 방해하지 않게 설계되어 있는 것 같았다.




나와 제이는 당연히 그 투명한 계단을 올라 [장미축제 마을 관광 정보 센터]에 가려고 했다.


하지만 오늘도 이녀석들은 샛길로 먼저 빠지고 있었다.


꽃밭들은 맨해튼의 사각형으로 단정하게 잘려있는 블럭처럼 사각형으로 길이 나 있었다.


그리고 그 블럭의 모서리에는 카페나 식당, 기념품 가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들을 귀여운 모양의 꼬마기차 같은 탈 것들이 오가고 있었다.


관광객들은 꽃밭 사이를 걸으며 꽃구경을 하고,


중간에 카페에서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하고~ 사진을 찍으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장미 케이크와 꽃차 가게] 간판이 보였다.


사와와 세레나도 이 간판을 보고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즐거운지 둘이 팔짱을 끼고 하하호호 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차타고 올때는 그렇게 기분이 좋아보이지는 않았는데..


꽃과 향기가 주는 마법이 사와와 세레나를 행복하게 만든 모양이다.


찻집도 정말 동화속에 나오는 것 같이 예쁘게 생겼다.


그리고 여기 저기 꽃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아무 방향으로 사진을 찍어도


SNS에서 좋아요 수백개를 받을 수 있을 인생샷을 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와와 세레나는 꽃밭이 잘 보이는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메뉴를 보았다.





“얘들아, 그래도 [관광 정보 센터] 먼저 가서 퀘스트는 받고 나서


차를 마시건, 디저트를 먹건 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친구들의 옆자리에 앉으며 말을 꺼냈다.


그러자 세레나가 눈을 흘기며 나에게 대답했다.




“어휴~ 진짜 쟤는 누가 데리고 살지..


맨날 진지하고 여유없이 팍팍해서 재미대가리가 없어!!


같이 살 사람이 불쌍하다 불쌍해~~ 그치???”



세레나가 이야기의 마무리 부분에 “그치??” 하고 말할때는 사와를 바라보고 동의를 구했다.



‘윽.. 그런가.. 내가 이러면 사와도 싫어하려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제이가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 찌르며 조용하게 속삭이듯 말했다.



“야.. 가만히 좀 있어.. 넌 왜 이렇게 여자를 모르냐!”



“넌.. 어떻게 아는 거냐.. 여자의 마음.”



“세레나한테.. 교육.. 받았지..”



나는 이제 이런 상황이 오면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래야 사와에게 점수를 딸 수 있다는 것을 제이에게 배웠다.


우리는 장미케이크, 장미 마카롱, 장미 크림 페스츄리, 장미잼 데니쉬, 장미초콜릿 에클레어 를 주문했다.


그리고 장미차도 주문했다.



“아니.. 이렇게 많이 시키면 밥은.. 크헉..”



나도 모르게 튀어나간 디저트 주문 저지를 제이가 팔꿈치 찌르기로 차단했다.



‘아.. 이런거 안하기로 했지..


이런 센스가 있어서 제이가 세레나랑 잘 지내는구나..’



앞으로 나는 이런 상황에 입조심 하기로 다시한번 다짐했다.


정작 디저트들을 먹으며 따끈하고 향기로운 장미차를 홀짝이니 기분이 좋았다.


눈앞에 붉게 물든 장미밭을 보고 있으니 마음도 따듯해 지는 기분이다.


온도와 습도마저 장미를 위해 맞춰진 봄날의 그것이어서 완벽했다.


우리가 그 완벽한 평화를 즐기고 있는 사이에 장미 꽃밭의 중간 중간에서 ‘지잉’ 하는 소리와 함께 쇠막대기 같은 것이 올라왔다.


그리고 스프링쿨러가 물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촥촥촥촥촥촥촥촥!”


하는 소리와 함께 뿜어져 나온 물들이 사방 팔방으로 튀어나간다.


그 물방울들에 쏟아지는 햇빛들이 여기 저기 작은 무지개들을 만들어 낸다.


장미꽃 위에 또르르 물방울이 맺히고 훌러내리는데 이 광경이 또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정말 인생을 살면서 본 광경중에 아름다움으로 손꼽히는 모습이었다.


감탄하며 입을 떡 벌리고 바라보고 있는데 사와가 조용히 내 뒤로 다가와 속삭이듯 말했다.




“이것봐! 이 모습을 못보고 그냥 갔으면 어쩔뻔했어.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그 상황을 즐기자.


상황에 쫓기지 말고, 즐기면서 가자!”



사와는 그 말을 하고 양손으로 내 볼을 꾸욱 짜부시키며 몇초간 아이컨텍을 하고 웃으며 카운터 쪽으로 갔다.


나도 그녀의 미소와 뒷모습을 보면서 따라 웃었다.


‘맞아.. 인간 답게 사는건 이런걸지도 몰라..’




“너 얼굴에 장미크림 묻었어.


사와 지금 손에 묻은 크림 닦으러 화장실 간 거야 ㅋㅋㅋ”





제이가 산통을 깨는 바람에 나의 행복한 여운은 길게 가지 않았지만,


나는 이 친구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내가 되고 싶었던 평범한 인간이 무엇인지 조금씩 배워나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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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EP - 동물의 숲, 장미축제 마을 03 24.07.21 43 0 11쪽
55 EP - 동물의 숲, 장미축제 마을 02 24.07.19 4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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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EP - 동물의 숲, 강철의 대장장이 마을 06 24.07.17 45 0 13쪽
52 EP - 동물의 숲, 강철의 대장장이 마을 05 24.07.16 43 0 11쪽
51 EP - 동물의 숲, 강철의 대장장이 마을 04 24.07.15 44 0 11쪽
50 EP - 동물의 숲, 강철의 대장장이 마을 03 24.07.12 48 0 11쪽
49 EP - 동물의 숲, 강철의 대장장이 마을 02 24.07.11 47 0 11쪽
48 EP - 동물의 숲, 마법도서관 06 / 강철의 대장장이 마을 01 24.07.10 5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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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EP - 동물의 숲, 마법도서관 01 24.07.03 51 1 11쪽
42 EP - 동물의 숲, 태초마을 03 24.07.02 4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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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EP - 동물의 숲, 밀림지대 03 24.06.21 4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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