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과 검정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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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맨
작품등록일 :
2024.05.0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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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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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 동물의 숲, 장미축제 마을 02

DUMMY



스프링쿨러가 장미밭에 물을 흠뻑 준 다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고양이 열차가 들어왔다.


그냥 기차의 머리 부분에 큼지막한 미소를 띄는 고양이 조각상이 달려있는 작은 기차였다.


멈춰선 고양이 기차에서 고양이들이 내렸다.


얼추 30여마리 정도 될것 같았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다른 고양이들 처럼 네발로 걷는것이 아니라 다들 두다리로 사람처럼 걷고 있었다.


그리고 고양이들의 발에는 다 같이 빨간색 장화가 신겨 있었다.




“저거봐. 엄청 귀엽다!”



내가 손가락으로 고양이들을 가리키며 말을 하자


우리 테이블의 친구들 뿐만 아니라 주변의 테이블도 그곳을 바라보았다.


여기저기서 ‘너무 귀엽다~’ 하는 탄성이 나왔다.


처음에는 장화신은 고양이들이 퍼포먼스라도 하러 온 것으로 생각했다.


[장미축제 마을]은 화훼단지인 동시에 테마파크이다.


여기저기서 작은 이벤트와 퍼레이드가 열린다.


가족단위로 온 관람객들은 화훼단지의 이곳 저곳을 걸어다니며 그런 쇼를 구경한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이 고양이들은 화훼단지를 관리하는 작업자들이었다.


고양이기차 제일 뒷칸에서 장비들을 내렸다.


귀여운 고양이 손에 맞는 사이즈의 정원용 가위를 들고,


바구니에 끈이 달린 가방 같은 것을 어깨에 크로스로 맸다.


그리고 밀집모자도 하나씩 챙겨서 썼다.


한줄로 나란히 서서 열을 맞추기 시작했다.


제일 앞에 서 있던 뚱뚱하고 늙어보이는 고양이가 입에 호루라기를 물었다.




“삑삑삑!!”




호루라기 소리를 내자 나머지 고양이들이 차렷자세를 하면서 열을 맞췄다.


그리고 단체로 대답을 했다.



“냥!!”



그 고양이들은 사뭇 진지했지만 나는 그들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완전히 시선을 빼앗겨서 계속 그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주변의 다른 테이블 사람들은 처음에는 귀엽다고 바라보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다가


하나 둘 점점 관심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작업을 계속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줄을 맞춰 서 있던 고양이들이 또 다시 대장으로 보이는 뚱뚱한 고양이의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양팔벌리기를 했다.


그렇게 간격을 벌려서 선 후 고양이들은 장미 밭으로 가위를 들고 전진했다.


‘쟤들은 뭘 하는거지.. 장미가 열매를 수확해야 하는것도 아니고.. 그냥 가지치기인가?’


그들의 행동에 호기심이 생겼다.


나는 카페에서 일어서서 좀더 가까이 다가갔다.


장미 밭은 나의 허리춤에서 가슴 정도의 높이로 유지되고 있었다.


장미나무는 키우기에 따라서 덩굴처럼 무언가를 휘감고 길게 자랄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의 장미밭은 어느정도 높이 이상으로 자라지 않게 가지치기를 하는듯 보였다.


아마도 시기에 맞춰서 꽃을 생화로 수출하는 작업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고양이들이 키가 작아서 그 장미밭 안으로 들어가니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장미나무를 건드리는 바람에 중간 중간 꽃들이 떠는 것은 보였지만


그들이 그 안에서 어떤 작업을 하는지는 카페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가까이 다가와 본 것이다.





대장 뚱보 고양이가 내가 다가서자 한쪽 눈을 찌푸리며 이상하게 바라 봤지만


특별히 제제를 하거나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가까이서 바라봐도 고양이들이 무슨 작업을 하는지 알수 없었다.


손에 가위를 들고 두리번 두리번 거리면서 무언가를 찾는 것 같았다.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인지, 이동하면서 특별히 무언가를 하는 고양이가 잘 안보였다.


대부분 계속 두리번 거리면서 앞으로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다.





그때 저쪽의 한 고양이가 “냥!” 하는 소리를 냈다.


표정을 보니 굉장히 신나 보였다.


그렇게 찾던 무언가를 찾은 모양이다.


나도 잽싸게 그쪽으로 가서 무엇인지 알아보려 했다.


그건 검붉은 색의 장미였다.


주변의 새빨간 장미들이 가득한 가운데,


이물질처럼 끼어있는 두세송이의 검붉은 장미꽃들이 보였다.


방금 전에 “냥!” 하고 좋아하던 그 고양이는 그 검붉은 장미꽃들이 있는 가지를 통째로 땅에서 파냈다.




‘오호! 레어템 같은건가? 저걸 찾으면 좋은 것인가보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파낸 장미꽃과 줄기를 바구니에 대고 손에 들고 있던 가위로 잘라버렸다.


아니 자르는 것을 넘어서 거의 조사버렸다고 해야 할것 같다.


꽃과 줄기 가릴것 없이 제거해 버렸다.


그리고 저쪽에서도 “냥!” 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또 다른 쪽에서도 “냥!”. “냥!!” 하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이렇게 섞여 있는 다른 색의 장미꽃들을 제거하는 모양이다.




‘검은색도 나름 예쁜데.. 그대로 팔지 왜 굳이 저렇게 할까..


하긴 뭐 주인장 취향이니 뭐라 할건 아니지.. 아님 잘 안팔릴지도 모르고.’




그때 내 귀에 미세하게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치이이이익] 하는 소리였다.


아직 스프링쿨러가 안꺼진 곳이 있는 건가?


나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살금 살금 걸어가 보았다.


작업을 하고 있던 고양이 무리에서 조금 떨어진 구석에서 묘한 행동을 하고 있는 고양이 한마리를 발견했다.


많은 고양이들과 달리 이녀석의 손에는 작은 캔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입가에는 천으로 대충 만든 마스크가 있다.


이 모습은 딱! 뉴욕의 벽면에 서서 그래피티를 하는 사람들을 닮았다.


몰래 그 고양이 녀석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았다.


그 고양이는 검붉은 장미를 조심히 숙여서 스프레이로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치이이이이익] 하는 소리가 났다.


바로 이 고양이가 스프레이로 검은 장미를 붉은 장미로 둔갑시키는 소리였다.





‘이 녀석은 도대체 뭐 하는거지??’




그때 내 뒤에서 “삑삑삑삑삑!!” 하는 호루라기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려보니 대장 뚱보 고양이가 내 뒤에 있었다.


그 호루라기 소리에 몇몇의 고양이들이 냉큼 달려왔다.


그리고 뚱보 고양이의 지시에 방금 스프레이를 뿌리던 고양이를 잡아갔다.



“냥!!! 냥 냥!!!!”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다른 고양이들은 방금 몰래 작업을 하던 고양이의 스프레이캔을 빼앗고, 마스크를 내렸다.


그리고 손을 묶어서 체포 하듯이 끌고 갔다.


왠지 내가 대장 고양이를 이쪽으로 데리고 온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끌려가는 고양이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다양한 종류의 고양이들이 있었고 무늬와 색도 여러가지 였다.


이 녀석은 온몸이 새하얀 고양이였다.


그리고 금방 지나쳐서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양쪽의 눈동자 색이 다른 것 같았다.


한쪽은 푸른색이고, 다른 한쪽은 초록빛이 돌았다.


나를 원망하는 것인지.. 그 눈빛이 슬퍼 보였다.


이대로 끌려가서 어떻게 되는거지??




‘내가 잡히게 만든 것 같은데.. 설마 어떻게 하는건 아니겠지?’




나는 대장 고양이에게 다가가서 물어봤다.




“저기 저 고양이는 끌려가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냥냥~냥냥냥 냥냥!! 냥!!”



대답을 해주었지만 나는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 고양이는 손가락질을 하며 뭐라뭐라 말을 했는데,


[장미축제 마을] 중앙에 유리기둥으로 떠 있는 중앙광장 쪽을 몇번 가리키며 말했다.


아마도 저쪽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말인 것 같았다.


고양이들은 방금 체포한 하얀색 오드아이 고양이를 고양이열차 짐칸에 넣고 잠궜다.


그리고 작업을 중단하고 다들 기차에 탑승했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고양이 녀석들이 흡사 군인같았다.


고양이 기차가 출발했다.


나는 잽싸게 카페로 돌아가서 친구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나 사고쳤어!! 빨리 가야해 일어나!! 일어나!!”


여유를 즐기고 있던 친구들은 ‘으이그..’ 하면서 인상을 썼지만 내말을 듣고 자리를 정리했다.


사와는 아직 테이블 위에 남아있던 마카롱과 에클레어를 여러장의 냅킨으로 싸서 가방에 조심히 넣었다.


나는 고양이 기차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보고 싶어서 주변에 높은 곳을 찾았다.


나무 위 라던지, 건물위에 올라가서 어디로 가는지 눈으로 쫓고 싶었지만


주변에 높은 곳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그럴때 가야 하는곳이 있다.


[동물의 숲]에서 무언가를 묻고 싶다면 관광 정보 센터로 가면 된다.




나때문에 헐레벌떡 나온 친구들이 물었다.



“무슨일인데, 어디로 가야 하는 거야?”



“일단 [장미축제 마을 관광 정보 센터]로 가자!!”




우리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






우리도 나름 서두른다고 왔지만 시간이 꽤나 걸렸다.


오는길에 친구들에게 앞서 있던 고양이 소동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니 너 때문에 걸린건 맞지만 그 고양이가 잘못을 한 거잖아.


해서는 안될 짓을 했으니까 잡혀간거지.”


세레나가 말했다.




“그렇기는 한데.. 꼭 걸리게 한것 말고도 고양이 행동이 신경쓰여서..”




나는 그 고양이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도대체 왜 그런 행동을 한 건지 궁금했다.


새빨간 장미들이 뒤덥고 있는 이곳에서 구석진 귀퉁이에서 피어난 검은 장미.


아마도 돌연변이 일 것이다.


마치 네잎클로버 처럼 어쩌다 발생한 일반과 다른 개체.


누군가에게 행운이고 희소한 것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정상적이지 않은 비정상적인 것에 불과하다.


비정상은 누군가에게 특별하지만, 누군가에게 쓸모없는 것이다.





[장미축제 마을]에서 검은 장미는 필요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개체를 그냥 두면 자꾸 덩굴이 번져나가서


더 많은 검은 장미 개체가 생겨날 것이다.


관광과 상품화 어떤 관점으로 봐도 그들이 검은 장미를 제거하는 것은 타당하다.






나는 검은 장미가 고양이들의 손에 제거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저 검은 장미도 그 자체로 저렇게 아름다운데..


다르다는 이유로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치부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문득 수많은 군중들 속에 서 있는 내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인간들 속에 섞여 있는 하이브리드 생명체가 이 넓은 붉은 장미밭에 이물질처럼 취급받는 검은장미 같았다.


검은 장미는 옥에 티인 것일까?


그런데 스프레이로 검은 장미를 붉게 칠하는 고양이를 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잡혀간 것을 보면 꽤 큰 위험을 무릎서고 한 행동일 것이다.


그 오드아이 고양이는 왜 그런 행동을 한 것일까?


물어보고 싶었다.


아마도 그녀석도 내 심정과 같지 않았을까?




검은 장미들을 죽이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나는 그 고양이가 해코지 당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급함에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장미축제 마을]의 광장으로 올라가는 유리계단이 생각보다 복잡해서 시간이 걸렸다.


유리 계단으로 올라가면 마치 지하의 구조물처럼 실내의 복잡한 시설들이 얽혀 있었다.


복잡하고 거대한 몰 처럼 생긴 실내를 지나서 옥상으로 올라가면 그곳이 [장미축제 마을]의 광장이었다.


이곳에 마을회관, 포켓몬센터, 관광정보센터 등의 마을의 주요 기관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 광장에서 아까 그 고양이들을 다시 볼수 있었다.


작가의말

이번주도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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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EP - 동물의 숲, 강철의 대장장이 마을 05 24.07.16 44 0 11쪽
51 EP - 동물의 숲, 강철의 대장장이 마을 04 24.07.15 45 0 11쪽
50 EP - 동물의 숲, 강철의 대장장이 마을 03 24.07.12 4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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