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과 검정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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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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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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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 동물의 숲, 장미축제 마을 03

DUMMY


[장미축제 마을] 중앙광장은 다른 마을들과 달리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지상층의 꽃밭을 구경하러 다니고 있고,


쇼핑몰이나 숙소, 식당등의 서비스 지역은 이 중앙광장으로 올라오기 전 mall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마을회관 등의 주요시설들이 광장 주변에 위치하고 있기는 하지만 오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중앙광장은 [장미축제 마을]의 내부자들을 위한 공공서비스 지역이다.


우리가 광장에 도착했을때도 사람이 많이 있지 않았다.






중앙광장의 한가운데 철창이 설치 되어 있었다.


아래 바퀴가 달려있고, 지게차도 바로 옆에 있는 것을 보아 항시 설치 되어 있는 것은 아닌것 같다.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아서 작은 자동차 한대 정도 크기의 철창이었다.


그리고 그 철창 안에 새하얀 오드아이 고양이가 갇혀 있었다.


철창의 위에는 나무로 만든 간판이 붙어 있었고, [BAD CAT]이라고 써 있었다.


그 철창 앞에 2마리의 장화신은 고양이들이 허리춤에 검을 차고 지키고 서 있었다.


나는 보초병 고양이에게 가서 질문을 했다.




“저.. 이 고양이는 무슨 잘못을 한건가요?”



“냥!! 냥!!”



아무래도 고양이들은 사람의 말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말투와 손으로 휙휙 하는 행동을 보았을때 저리 비키라는 뜻인것 같았다.


나는 철창안에 있는 하얀색 고양이와 다시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장미축제 마을 관광 정보 센터]로 갔다.


모르는 것이 있을때는 너구리에게 물어봐야 한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장미축제 마을]의 너구리는 멋진 턱시도를 차려입고 서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 장미꽃 한송이를 꽂고 있었다.


옷이 날개라지만, 너구리들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말 같았다.


어느 마을의 너구리들이나 더 멋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저기, 마을 중앙광장에 갇혀있는 고양이는 무엇을 잘못한거야?”





“네? 고양이요? 그런 질문을 하시는 관광객이 없었던지라..


잠시만요~ 제가 알아봐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너구리도 잘 모르는 듯 했지만, 언제나 친절한 너구리는 그냥 모른다고 하는법이 없었다.


자신의 앞에 있는 컴퓨터를 이용해서 무언가를 검색해보고


또 전화를 걸어서 다른이에게 물어보는 것 같았다.


통화 내용을 들어보니 ‘냥, 냥냥, 냐아아앙, 냥냥. 냥냥냥..’ 하는걸로 봐서 고양이와 통화중인 모양이다.


고양이 언어까지 마스터하다니 참 도움이 되는 너구리이다.





“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제가 수소문해보니, 지금 중앙광장에 갇혀있는 고양이는 아주 큰 잘못을 했다고 하는군요.




최근에 [장미축제 마을]에 어떤 바이러스가 유행 한 것 같습니다.


자꾸 돌연변이들이 생겨서 검은장미들이 번지기 시작했죠.


그래서 고양이 작업자들의 주요업무 1순위가 그 검은장미를 제거하는 것 이었습니다.


그런데 고양이들이 굉장히 열심히 제거작업을 했음에도 꾸준히 검은장미가 나타났죠.


검은장미를 뿌리뽑지 못하고 꽤나 애먹고 있던 상황에서 한가지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누군가 검은장미 위에 붉은 칠을 해놔서 눈속임을 해둔거죠.


그래서 검은 장미들이 계속 살아남았고, 퍼져나가서 박멸할수 없었던 것이지요.




오늘 그 원흉이 드디어 잡힌것 입니다.


저 고양이는 [장미축제 마을]을 파괴하고 전복하려는 테러리스트 입니다!”





“하지만.. 그냥 검은 장미도 예쁘던데.. 굳이 제거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거야?”




“우리 마을은 이름 처럼 장미로 상징되는 마을입니다.


주요 수출품도 관광객도 대부분 장미를 좋아하는 사람들 덕분에 운영되고 있지요.


우리가 전통을 잃고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더이상 아무도 우리를 찾지 않을 것 입니다.


[장미축제 마을]이 계속 번영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것을 지켜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검은 장미를 허용하면, 노란 장미, 핑크 장미, 초록 장미 등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튤립마을, 물망초마을, 백합마을과 다를바가 없어 질 겁니다.


우리는 장미의 붉음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조금전 턱시도를 입은 너구리를 처음 보았을 때만해도


[강철의 대장장이 마을]에서 유카타를 입은 너구리,


그리고 그 이전의 마을에서 만났던 너구리들과 다를바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었다.


모두 같은 알고리즘과 세팅 값을 가진 너구리라면 어떤 옷을 입고 있다고 다른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장미축제 마을]의 입장을 대변하는 너구리를 보면서 굉장히 낯설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들 모두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 내가 단편적인 사고를 한 것이었다.





어쩌면 정말로 이들은 같은 너구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서있는 곳이 달라지면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다.


그리고 그 상황과 주변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가 형성된다.


우리는 그 관계로 인해서 전혀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이다.


지금 이 너구리의 말은 틀린것이 하나 없다.


[장미축제 마을]의 입장에 서 있는 사람으로서 저 말은 틀린것이 없다.


하지만 나처럼 변화를 수용하고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입장이라면?


아니면 철창에 갇힌 흰 고양이의 가족 입장이라면?


우리는 늘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입장을 갖게 된다.


이것은 이중적이고 기회주의자 이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시간과 공간의 지배를 받는다.


시간과 공간은 우리에게 어떤 입장에 서기를 강요한다.


그리고 우리는 강요의 압박으로 선택을 한다.


어떤이는 생존을 위해서, 어떤이는 사랑 때문에, 어떤 이는 신념 때문에 선택을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을 하고나면 누군가가 대척점에 서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한쪽은 선이고 반대편은 악이라고 부른다.


나와 같은편에 서있는 자를 동료라 부르고, 반대편에 서 있는자들을 적이라고 부른다.





다들 자신의 선택에 나름의 이유와 논리가 있다.


그렇기에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은 말도 안되는 이유와 비논리적 인간이라 치부한다.


정말 그런걸까?


나의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들은 정말로 무식하거나 악인 인걸까?


정말로 그런걸까?


나는 저 사람의 시간과 공간의 지배아래 있었을 때,


혹시 저 사람과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까?


나의 생각이 한없이 소용돌이를 따라 깊어지고 있을 즈음 너구리가 나를 불렀다.




“추가로 다른 질문은 없으신가요?”




“아.. 그럼 저 고양이는 어떻게 되는거야? 재판 같은걸 받는 건가?”




“불법행위를 했을때 재판을 받는건 전뇌화 AI로 인격체로 인정된 분들 한정입니다.


일반적인 AI의 경우 각 마을의 시행령에 따라서 처분됩니다.


현재 [장미축제 마을]의 경우 일반적인 불법행위를 한 경우 마을에서 추방됩니다.


하지만 이번 케이스 처럼 심각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에는


구금형, 태형, 낙인형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형이 집행된 이후에 마을에서 추방됩니다.”




“그럼 재판이 없는데 어떤 형이 집행되는지 어떻게 정하는거지?


저 고양이는 어떤 형벌을 받게 되는거야?”




“재판을 대신해서 마을 주민 게시판에 범인의 행동이 업로드 됩니다.


그것을 보고 마을 주민들이 어떤 형벌을 줄지 투표를 하게 됩니다.


44시간 동안 투표가 이루어지고 투표기간 중에 중앙광장 철창안에 구금됩니다.”




“그럼 저 고양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다거나..


변론의 기회 같은건 주어지지 않는거야??


나쁜 행동이었지만, 그래도 좋은 뜻이 있었을지도 모르잖아..”




“그런 기회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너구리는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그럼 혹시 고양이 말을 통역할 수 있는 통역사나 기계를 구할수는 없을까?”




“내가 할수 있어. 고양이 말. 그러니까 좀 적당히 하고 눈치껏 그만해..!”




어느새 내 뒤에 와서 어깨 동무를 하고 속삭이듯이 제이가 말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장미축제 마을] 사람들에게 불쾌할수 있는 질문을 이어가는 내 주변에 다른 고양이들이 팔짱을 끼고 모여 있었다.


아마도 이 마을의 주민들 중 다수는 고양이 AI들 인것 같았다.


내가 범법자 고양이를 감싸는 늬앙스를 보이자 하나 둘 모여들어 팔짱을 끼고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키가 작아 무릎보다 조금 더 올라오는 정도였기 때문에 나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제이는 더 고양이들이 모여들기 전에 이제 그만하라고 나를 옆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너구리에게 [장미축제 마을] 퀘스트에 대한 질문을 했다.


세레나는 내 팔짱을 끼고 자연스럽게 잡아당기며 고양이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해 나를 밖으로 끌고 나갔다.





나는 조용히 건물 뒷편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작은 분수 겸, 벤치에 앉았다.


세레나가 조용히 한마디 했다.




“레온, 네 마음 알것 같은데..


너도 알다시피 우리가 주목받는 행동을 하면 안되는 상황이잖아?


쓸데없는 행동 하다가 위험한 일 만들지 말자.


뭐.. 쓸데없는.. 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나는 세레나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지금 상황에서 우리는 적어도 정부나 시스템과 맞서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혹여 신분 검사라도 하게되면 우리가 전뇌화 AI 거주구역에 불법침입 한 것을 들키게 된다.


저 고양이의 상황이 안타까울지 몰라도 내가 지금 오버하다가


[장미축제 마을] 공무원들과 마찰이 생기면 그것도 큰일이다.


그리고 불의를 보고 참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 지금 [장미축제 마을]의 구성원들의 행동은 아무 잘못이 없다.


철저하게 내 입장에서 내 잣대를 그들에게 들이댄것 뿐이다.


나도 알고 있다.


지금 나의 감정의 동요가 정의로운 것도 아니고 옳은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그냥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왠지 나도 모르게 제국의 침략을 묵인하고 숨어사는 오비완 케노비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제다이도 아닌 주제에..





잠시 뒤에 제이와 사와가 하드 아이스크림 바를 봉지에 담아 들고 왔다.




“자! 이거 하나씩 먹어. 냉수먹고 속 차려!”




“알았어.. 그만해.. 이미 세레나가 1절 했어.


그런데 갑자기 웬 아이스크림 바 야?”




“너 때문에 분통터지신 고양님들 달래드리느라 모시고 편의점 갔다.


하나씩 입에 물려드려야 화가 가라앉으실 것 같아서.


그때 우리것도 몇개 더 산거야.”




우리는 건물의 그늘이 드리워진 작은 분수벤치에 걸터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다들 말이 없었다.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답은 내려졌는데 마음에 남은 찝찝함은 가시지 않았다.


친구들도 비슷한 기분이었을까?


우리는 꽤나 오랫동안, 아이스크림을 다 먹어 치우고도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벤치에 앉아 있었다.


헛헛한 마음을 털어내려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래서 [장미축제 마을] 퀘스트는 뭐야?”




우리는 어쨌거나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했다.


그래야만 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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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EP - 동물의 숲, 장미축제 마을 04 24.07.23 60 0 12쪽
» EP - 동물의 숲, 장미축제 마을 03 24.07.21 43 0 11쪽
55 EP - 동물의 숲, 장미축제 마을 02 24.07.19 46 0 11쪽
54 EP - 동물의 숲, 장미축제 마을 01 24.07.18 46 0 12쪽
53 EP - 동물의 숲, 강철의 대장장이 마을 06 24.07.17 44 0 13쪽
52 EP - 동물의 숲, 강철의 대장장이 마을 05 24.07.16 43 0 11쪽
51 EP - 동물의 숲, 강철의 대장장이 마을 04 24.07.15 44 0 11쪽
50 EP - 동물의 숲, 강철의 대장장이 마을 03 24.07.12 48 0 11쪽
49 EP - 동물의 숲, 강철의 대장장이 마을 02 24.07.11 47 0 11쪽
48 EP - 동물의 숲, 마법도서관 06 / 강철의 대장장이 마을 01 24.07.10 5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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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EP - 동물의 숲, 마법도서관 03 24.07.05 42 1 11쪽
44 EP - 동물의 숲, 마법도서관 02 24.07.04 40 1 12쪽
43 EP - 동물의 숲, 마법도서관 01 24.07.03 51 1 11쪽
42 EP - 동물의 숲, 태초마을 03 24.07.02 4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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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EP - 동물의 숲, 밀림지대 03 24.06.21 4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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