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과 검정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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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맨
작품등록일 :
2024.05.0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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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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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 - 친구들 07

DUMMY

[흡! 흡! 흡! 흡!]


어디선가 운동할때 넣는 호흡소리 같은것이 들렸다.


복싱 같은 걸 할때 펀치를 내지르며 내는 그런소리 말이다.


큰소리가 아니라 굉장히 작은 소리여서 일반인간이라면 절대 들을 수 없는 크기였다.


창문에 커튼을 걸어두었지만 그 틈 사이로 햇빛이 삐져나오고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누가 아침 운동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설마 제이에게 이런 기특한 습관이 있었나? 하며 창문에 커튼을 조금 밀어 밖을 내다보았다.


뒷마당에서 누가 운동을 하고있다.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과격한 움직임의 운동을 하고 있는데


그때마다 검은 긴 머리가 펄럭인다.


“쿠로사와??????????”


충전기에 올려둔 워치를 들어올려 손목에 찼다.


지금 시간은 겨우 오전 6시를 지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창가로 다가갔는데


그녀가 운동을 멈추고 내가 서 있는 창문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내 인기척을 느꼈다고?? 우리 사와가 생각보다 엄청 예민하네~’


계속 훔쳐보고 있는것도 예의가 아닌것 같아서 아랫층으로 내려갔다.


뒷마당으로 나가는 문을 열었을때 사와는 다시 운동에 집중하고 있었다.


우리집 뒷마당을 쓰는 빗자루를 들고 검을 휘두르는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정면으로 내려치기, 대각선으로 내려치기를 번갈아가면서 계속했다.


한번 한번의 동작마다 훙~ 훙~ 하는 바람소리가 났다.


그냥 장난처럼 하는 운동이 아니었다.


평소에는 생전 땀 한방울 흘리는 것을 본적이 없었는데,


이마에도 땀이 송글 송글 맺혀있고,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카락 뒤에 목줄기를 따라 땀이 흐르고 있었다.




'꺄!!! 너무 좋아!!!!!!’




‘헉.. 나에게 이런 변태성향이 있었을 줄이야.


아니야 그냥 사와가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이 멋진거야..’ 라며 자기합리화를 했다.




그녀는 내가 뒤에서 보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계속해서 한번 빗자루를 휘두를 때마다 [흡! 흡! 흡!] 하는 소리만 냈다.


그리고 정해진 횟수를 채운건지, 그 다음은 횡베기, 그 다음은 올려치기 등


다양한 자세의 운동을 했다.


나는 중간에 다시 주방으로 들어와서 양치를 하고 커피를 내렸다.


생각보다 운동이 길어져서 내 아침 루틴을 시작 한 것이다.


커피는 사와의 것까지 한 잔 더 준비했다.


욕실에서 타월을 꺼내와서 커피와 함께 들고 다시 뒷마당으로 나갔다.


사와가 운동하는데서 조금 떨어진 벤치에 타월과 커피를 올려뒀다.


그리고 그 옆에 조용히 앉아서 다시 사와의 운동을 감상했다.


그녀는 더 많은 땀을 흘리고 있었고,


그녀가 빗자루로 일으키는 바람은 더 거세진것 같았다.


빗자루가 오갈때마다 다른 화분에 심어져 있는 상추들이 바들바들 떤다.




‘우아.. 멋지다..’




사와의 운동은 그 후로도 십여분 더 이어졌고, 덕분의 나의 감상시간도 충분했다.


커피가 다 식어버려서 미리 만들어두지 말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사와가 운동을 마쳤다.


그리고 내쪽으로 걸어와서 타월을 건네주었다.


그녀는 타월로 이마의 땀을 닦고 타월을 길게 늘어뜨려 목뒤에 걸었다.




[뿅~] 내눈에 하트가 떴는데.. 그녀는 알까?


그 순간 그녀가 뱉은 첫 마디에 깜짝 놀랐다.




“나 여기 같이 살아도 돼?”



“?????????????”



“위에 남는 방 많던데? 월세도 낼게. 나 여기가 너무 좋다.”



“?????????????”



“왜 싫어??”



“아니, 싫을리가 없지~ 좋아, 아니 괜찮아, 아니 당연히 아두다브릅빕.”






너무 당황해서 혀가 꼬이는 것 같았다. 여기서 나랑 같이 살자고?


사와랑 나랑?? 한집에서??


[펑..] 머리에 퓨즈가 나가는 것 같았다.


사와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말을 이어가서 다시 정신줄을 잡았다.






“나 어려서부터 검도를 오래해서 정말 좋아 하거든.


그런데 뉴욕에 온 이후에 마땅히 할만 한 공간이 없어서 못하고 있었어.


내 방은 너무 좁고, 짐에 가서도 검도연습을 하기는 힘들었는데,


여기 너무 딱 좋다.


여기라면 빗자루 말고 내 검으로 연습도 할수 있겠어.


매일 아침 여기서 눈뜨면 완벽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아.”




“물론이지~ 언제나 웰컴이지~


위에 남는 방 많으니까 여기에서 살아도 돼.


당연히 아침마다 뒷마당 사용도 가능하십니다~~”





사와가 밝게 웃으며 고맙다고 말을 했다.


그녀가 이렇게 밝게 웃는건 아주 없는건 아니지만 흔한일은 아니다.


아침 햇살이 나뭇잎사이로 부서지듯 쏟아져 내린다.


그리고 그녀의 미소와 얼굴은 역광임에도, 올려다보는 각도임에도 완벽하다.


속으로 회관에 친구가 같이 살아도 되는 건지,


재단 사무장님이나 부모님께 허락을 받아야 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자 친구와 동거를 하겠다는 말처럼 들릴것 같아서..


아.. 뭐 굳이 그런거 말해야 하나??


[갠차나~ 갠차나~~~]를 속으로 외쳤다.


사와가 식은 커피잔을 들고 입으로 가져갔다.




“커피, 다 식은거 같은데 새로 내려줄까?”



“아니, 지금도 좋아.


이거 로봇 시킨거 아니고 네가 만든거야?


와~ 너 커피 잘내린다~ 사먹는 것 보다 나은것 같은데?”




그녀가 입고 있는 잠옷도 꽤나 땀으로 젖어 있었다.


씻으러 올라 간다며 윗층으로 올라갔다.


나는 그녀가 윗층으로 올라간 것을 확인하고 집에 있는 두대의 가사도우미 로봇을 불렀다.


집안의 상황에 대해서 정기적이건 비정기적이건 재단이나 부모님께 보고 하는 프로토콜이 있는지 물어봤다.


두대의 AI 모두 그런 설정은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기능을 원하는지 물어봤다.


나는 절대로 원하지 않고, 앞으로도 부모님이나 누가 그런 기능을 설치하려고 하면 나에게 통보해 달라고 했다.


아.. 이게 부모님 몰래 동거하는 것 같아서 이런 것 부터 신경이 쓰였다.


나는 왜 감추려는거지??




남은 커피를 마시며 상상의 날개를 펼쳐본다.


사와랑 나랑~ 둘이서 요리도하고, 꽁냥 꽁냥~


그러다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꺄~~ 행복하다 행복해~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정말로 호박이 넝쿨째 알아서 굴러들어 오는 구나~


혹시 사와도 나를 좋아하나???


별의별 생각을 다하며 앞으로의 동거(?) 생활을 상상해보았다.






원래는 일어나면 단골집이기도하고 우리집 바로 옆인 엠파이어 다이너에 가서 아침 식사를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각지 않은 전개로 너무 일찍 일어났기에 그냥 아침식사를 준비하기로 했다.


베이컨을 꺼내서 오븐에 넣었다.


믹싱보울에 계란을 깨서 넣고 설탕과 소금 조금과 함께 섞는다.


밀가루, 베이킹파우더를 넣고 우유를 넣어 팬케이크 반죽을 만든다.


팬케이크를 구우면서 옆에 다른 프라이팬에 에그스크램블을 만든다.


오븐 안에 베이컨이 구워지면 냄새가 집안에 퍼져 나간다.


요리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흥이나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주방에서 요리 할때 아빠에게서 자주 보던 행동을 내가 지금 하고있다.


요리가 대충 마무리 되어갈때 계단위로 소리쳤다.




“밥 먹어라!!!!! 아침 식사 시간입니다!!!!”




미리 일어나 있었던 건지 누군가 금방 계단을 걸어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제이와 세레나가 같이 내려 왔다.


미리 깨 있었으면서 왜 안내려 온거야??


누가 커플 아니랄까봐 둘이 뭐 하다 온건가??


그리고 바로 그 뒤를 이어서 샤워를 하고 아직 덜 말린 머리로 내려오는 사와가 보였다.




“다 앉으세요~ 아침 간단히 준비 했습니다.”



“오오~ 냄새 좋은데~ 베이컨 줘~ 베이컨!”



제이가 먼저 자리에 앉았다.



“혹시 콤부차도 있나요?”



세레나가 주문을 추가하며 앉았다.



“없을줄 알았지? 냉장고에 보틀로 사둔거 있다~”



평소에 콤부차를 많이 마시는 세레나가 찾을 것 같아서


친구들을 초대하기 전에 장 보며 사둔것이 있었다.



“잘 먹겠습니다!”



사와는 일본 사람들이 젓가락을 들고 [이따다끼마스~] 하는 자세로


나이프를 들고 인사를 하고, 에그스크램블을 먹기 시작했다.


나도 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먹기 전에 커피를 한모금 입에 물었다.




“야! 너네 동거하기로 했다며!”



“풉!!!!!!!”



제이가 꺼낸 말에 입에 물고 있던 커피를 다 뿜어 버렸다.


커피가 콧구멍뒤로 역류해서 뒷통수가 따갑다.


내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와를 돌아봤다.


사와는 내가 커피를 뿜어서 주방 한쪽이 엉망이 되었는데도 별로 개의치 않고 나이프로 베이컨을 자르고 있었다.




“아니 동거는 무슨.. 동거가 아니라..”



나는 추가적인 설명에 대한 SOS를 바라며 사와를 계속 처다봤지만


그녀는 계속 [난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표정으로 베이컨을 먹었다.




“너가 사와 여기 살아도 된다고 했다며! 그게 동거지 뭐야~!”



이번에는 세레나가 추가 포격을 날렸다.




“동거는 어감이 좀 다르잖아~ 그게 아니고 룸 메이트.


하우스 메이트. 그래, 하우스 메이트라고 해야지~


동거는 좀 늬앙스가 다르잖아!”




“그말이 그말이지! 왜 오버야~ 너가 흑심이 그득하니까 동거가 이상하게 들리지~”




“아니~ 나는.. 그게 아니고~”




나는 혼자서 괜히 낯뜨거워서 키친타월을 가져다가 내가 뿜은 커피 들을 닦았다.


가뜩이나 당황하고 있는 중인데 제이 녀석이 연속 펀치를 날렸다.




“나도!! 나도 여기 살래!! 나도 살게 해줘!!”




“어???????”




“나도 기숙사 좁아~ 나도 여기 좋아. 나도 살게 해줘!


사와가 된거보면 너네 가족 아니어도 같이 살아도 되는거네~


여기 방도 엄청 많은데, 나도 살게해줘! 월세 낼게!!”




“어???????”




[뭐라고 ㄱㅅ끼야!!!!]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차마 욕은 못했다.


방금 전 사와와 단둘이 집에서 꽁냥 꽁냥 하던 상상의 날개는 펼쳐보지 못한채


바로 짓밟히고 부서져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세레나가 쐐기를 박았다.




“나는 3층 쓸거야~ 어제는 하루 잘것 같아서 집주인이 지정하는 곳으로 썼는데


4층에 화이트톤 보다 3층에 우드톤이 더 내 취향이야.


그리고 침대는 있는거 버리고 내걸로 가져온다.”




“어???????”




[뭐라고??? 이 새끼들아???]


나의 판타지와.. 나의 꽁냥 꽁냥.. 나의 러브라인.. 나의 청춘의 봄날이..


정말 일장춘몽인가..


시작도 해보기 전에 이렇게 허물어지는 건가.. 크흙..


나의 이런 슬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와가 베이컨을 우물우물 씹으며 말했다.




“나, 짐이 별로 없어서 좀 이따가 집에가서 바로 짐 싸서 나올게.


오후에는 돌아올거야.


난 이제 여기 말고 다른 곳에서 아침을 맞이하기 싫어졌어.


오래간만에 운동했더니 정말 너무 좋다~


아~ 부동산에 내 방도 월세로 돌려달라고 연락도 해야겠다.


괜찮지? 레온?”




사와가 마지막 말을 하고 예쁜 얼굴로 웃으며 나의 대답을 종용했다.




“응, 그래~”



“나도 나도, 짐 다 싸서 와도 두시간이면 될거야!”



제이가 씩~ 웃으며 사와의 말을 따라했다.


이 새퀴.. 죽여 버릴까..



“하.. .. .. 그래.. .. ..”



세레나는 옷이 많아서 짐 싸는데 며칠 걸릴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3층 거실은 자기가 옷방으로 개조해서 쓰겠다고 ‘통보’했다.


잠시후에 버틀러 로봇을 불러서 치수를 재고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주방에 자기 음식 전용 냉장고와 와인냉장고를 선물해 주겠다고 한다.


하나더 자기 버틀러 로봇도 데리고 온다고 한다.



“하.. .. .. .. .. 그래.. .. .. .. ..”



이렇게 485, 웨스트 22 스트리트, 뉴욕, 클클무 하우스는 새로운 식구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또 인생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그래~ 다 잘 된거지 뭐.


좋다 좋아~ 좋은거야~ 라고 생각해 보지만


마음 한구석에 아쉬운 마음이 아주 크게 남은 것은 어쩔수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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