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과 검정의 경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공모전참가작

비트맨
작품등록일 :
2024.05.08 12:39
최근연재일 :
2024.09.13 09:34
연재수 :
89 회
조회수 :
4,560
추천수 :
72
글자수 :
481,400

작성
24.06.04 00:05
조회
64
추천
2
글자
12쪽

EP - 지구적응기 07

DUMMY


한동안 즐거운 날들이 이어졌다.


엄마가 오셨고 며칠 뒤에는 형이 휴가를 내서 가족들과 함께 왔다.


누나는 바쁘다며 영상통화로 대신했지만 그렇게 평소의 휴가주간 같은 날들을 보냈다.


딱히 지구생활 적응기간이 왜 필요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이벤트가 없으면 다 같이 얼굴보기 힘들다며 엄마가 굉장히 좋아하셨다.


주로 엄마와 하나 뿐인 조카와 형수님과 함께 많이 뉴욕 시내를 돌아다녔다.


검색해서 맛집이란 맛집은 다 가볼 기세로 찾아다녔고,


엄마가 좋아하는 쇼핑도 많이 했다.


나는 평소에 나노소재로 만든 옷만 입고 다운로드 받아 디자인만 바꿔가며 다니는 편이지만


엄마의 취향에 장단을 맞춰드렸다. 괜찮다는데..


그만 사자고 말해도 천연소재의 옷이 거의 30벌 정도 생겨버렸다.


흠.. 이거 입고 다닐 라나..





드디어 (꼭 이날을 기다린건 아니다) 2주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엄마와 아빠가 시카고 집으로 복귀 하셨다.


엄마는 계속 혼자 잘 지낼수 있겠냐며 걱정의 눈물을 흘리셨다.


엄마는 늘 휴가때도 헤어질 때면 눈물을 흘린다.


내가 달 기지에 있어서 나랑 함께 시간을 많이 못보내신 것에 대한 죄책감 같은걸 가지고 계신 것 같다.


나만 보면 자꾸 손을 꼭 잡고, 헤어질 때면 눈물을 보이신다.


아빠가 걱정할 필요 없다며 엄마를 모시고 갔다.


형의 가족도 함께 시카고로 돌아갔다.





공항까지 배웅을 하고 돌아왔다.


집이 원래 시끌벅적 했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니 더 고요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집에 혼자 지낸다고 해도 로봇형 AI가 2대나 있어서 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건 다 시킬 수 있다.


심심할때는 꽤 좋은 말상대도 되어준다.


장보기나 요리하기 같은것도 당연히 가능하지만 그건 내가 좋아해서 직접 하는 것 뿐이다.


뒷마당으로 나가는 문을 활짝 열었다.


환기를 하려고 문을 열었는데 밖의 공기가 생각보다 좋아서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마당은 꽤 큰 항아리 모양의 화분들이 여러개 있고 중간 중간 소파와 바베큐 공간이 있다.


화분들은 대부분 상추나 로메인 같은 먹을 수 있는 야채와 허브들을 키우고 있다.


그리고 하나 큰 나무가 한그루 있는데 연구소에 있던 판도와 같은 종류이다.


물론 이녀석은 국립공원에서 뽑아온 건 아니다.

(아닌가.. 할아버지라면.. 어쩌면.. 이것도..하는 의심이 살짝 들었다.)


나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지만 이렇게 혼자 보내는 시간이 더 익숙하다.


[우주인류]연구소의 중앙광장에 있는 나무를 보면서 멍때릴 때가 많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뒷마당에 앉아 있으니 편안함이 느껴진다.


앞으로도 여기서 멍타임을 자주 보내게 될 것 같다.


이제야 휴가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것 같은 기분이다.


정말로 지구에서의 삶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처음 지구에 올때는 매스컴에 여러번 도배 되었던 사람이니 다들 날 알아보고,


그 중에 날 싫어하는 사람도 잔뜩있어서 위험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락스타가 아니었다.


지금 지구에 온지도 몇주가 지났고 뉴욕의 번화가 맛집들을 열심히 돌아다녔다.


아주 가끔 알아보고 헤이~ 래빗맨!! 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했다.


그리고 알아보고 뒤에서 수근 거리는 사람들도 좀 있었다.


하지만 그게 다 였다.


하긴 나는 연예인도 아니고 와서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거나, 팬 이라며 말을 걸 이유는 없으니까.


SNS에 내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이런걸 하는거 보면 나도 관종끼가 좀 있는 것 같다)


뉴욕에서 나를 몰래 도촬 한 사진들이 올라와 있었다.


#래빗맨 #뉴욕 #하이브리드 이런 해시태그와 함께였다.


하지만 그런 피드가 그렇게 많은 좋아요를 받지 못했고


사람들의 흥미가 떨어졌는지 점점 나와 관련된 언급이 점점 줄어들었다.


역시 사람들이 궁금한건 나라는 존재 자체가 아니라 하이브리드 생명체와 인간이라는 이슈였을 뿐이다.


삼성의 신형 스마트렌즈가 성능이 좋다고 엄청난 화제가 된다고


그걸 만든 수석연구원이나 사장에게 그 관심이 연결되지 않는 것과 비슷 할지도 모르겠다.





잘 된거지 뭐~ 나의 지구에서의 삶은 그렇게 더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속으로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드는건 왜 일까?


이제 일주일 정도 후면 학교에서 첫 수업을 한다.


입학식을 하기는 하는데 굳이 주목을 끌고 싶지 않아서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가족들도 당연히 오지 말라고 했다.


학교 측에서는 여러번 와주시면 안되냐고 부탁을 해왔지만 완곡하게 거절했다.


그리고 제발 1년 정도는 나의 입학을 학교 홍보나 이벤트에 사용하지 말라고도 부탁했다.


많이 배려해 주신 것은 감사하지만 나는 그냥 일반적인 학교 생활을 하고 싶으니 도와 달라고 했다.


학교 담당자가(나를 관리하는 담당자까지 생겼다!) 알겠다며 충분히 이해한다고 해주었다.


아마도 학교측도 내가 어떤 업적을 이루고 나서 동문인게 널리 알려지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지금은 특혜 입학이니 불공정 시비가 생기지 않는게 더 중요하다.





첫 학기에는 평소에 관심이 있던 사진과 영상 촬영에 대한 수업을 들을 것이다.


요즘은 사실 촬영보다 편집이나 후보정이 더 큰 비중을 갖는다.


컨텐츠 시장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예술의 영역에서는 아직도 촬영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직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확실히 정한 건 아니다.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건지, 컨텐츠 제작 혹은 기술자가 되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막연하게 시각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나의 삶은 다른 사람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


물론 어느 누구나 각자의 삶은 특별하고 다를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내 삶이 보통 사람들의 것보다 더 특별하다는 말이 아니다.


그냥 걸어온 루트가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달에서 자라고 보통의 인간과 다른 신체,


그리고 정신상태도 사실 완전히 동일하다고 증명 된것도 아니다.


이 다름이 차별점을 만들고 그것이 내 삶을 살아가는 무기가 될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관점과 다른 시선이 다른 컨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 다름이 더 가치있고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는 물론 최선을 다하겠지만,


선택을 하고 안하고, 사랑받고 아니고를 결정하는 것은 내 몫이 아니다.


나는 나의 시선에서 보이는 세상을 말하고 가치를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이렇게 하면 좀 팔리겠는데~ 이걸로 먹고 살 수 있겠어~ 그런 생각은 아니었다.


나의 시선으로 만들어내는 컨텐츠가 사람들의 생각을 확장할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가능하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재수업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먹고 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나의 능력이 아니라 할아버지 덕분이고, 할아버지 때문이다.


그 분이 나를 비롯한 자손들과 후원멤버로 선발된 사람들이 이렇게 살기를 바란 것이다.


할아버지는 인간이 인간 답게 살기위한 기초공사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다.


먹고 살기 위해서 살아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생존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신성한 것이고 필수적인 것이지만,


정말로 인간이 인간다워 지기 위해서는


그 단계를 넘어서서 다른 차원의 목적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생존을 위한 행동은 그 어떤 행동에 우선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2차적인 목표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그런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그건 당연한거고 올바른 선택이다.


당연히 생존을 위한 선택을 우선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선택의 반복으로 인해서 2차적인 목표는 달성에서 점점 더 멀어진 다는 것이다.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 되어야 한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주제에 이상만 높아봐야 그건 사상누각이다.


기초 체력도 없으면서 무공을 쌓는다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






하지만 이 얽히고 설킨 세상속에서 안정적인 생존을 약속 받는 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먹고 사는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 문제를 푸는건 절대로 쉬운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평생을 먹고 살기 위해서 바둥대며 살아간다.


아니면 그 단계에 도달한다 해도 인생의 상당기간을 소모하고 만다.


겨우 그 단계에 돌입하고나면 은퇴를 한다.


나이가들고 체력이 소진되어 일수도 있고,


치열하게 살면서 또 다른 목표를 세울 만한 정신력이 남아있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정말로 소수의 사람들은 먹고사는 문제 말고 더 상위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먹고사는 문제까지도 동시에 풀어내고 상위 차원의 목표까지 동시에 달성해 낸다.


그런 사람들은 천재적이고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정말 인류를 이끌고 가는 히어로들이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너무 소수라는 것이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생물이건 이런 피라미드 구조가 당연하고 보편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인위적인 가속 진화를 꿈꾸는 사람이다.


[우주인류]연구소도 그렇고, [경계]를 통해 인식의 확장을 꿈꾸는 것을 봐도 그렇다.


할아버지는 인류를 성장시킬 히어로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원했다.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후대들 부터 시작해서


각 분야의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먹고 사는 걱정없이 더 높은 목표를 추구하고 노력하기를 기대했다.


그래서 세계 각지에 숙소와 작업실을 지원해주고 연구소를 설립하셨다.


그리고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한다.






그런 지원이 독이 될수도 있다.


아무런 노력없이도 생존이 확보되면 나태해지고 평균이하의 인간이 될수도 있다.


양날의 검이다.


어떤이에게는 날개가 되어 하늘을 날게 해줄수도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세상과의 소통이 필요없는 동굴로 처박아 버리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또한 적자생존의 원리로 해결 될 것이라고 하셨다.


자신이 이 시스템을 가동시켜서 몇백년이 지나고 몇세대를 거치고 나서,


긍정적인 결과를 꾸준히 가져온다면 이 육성사업은 인류에 기여하는 인물들을 배출하고 명성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비슷한 시스템을 운영하는 기관들이 하나 둘 생길 것이다.


그런 기관들이 늘어날수록 지원을 받는 사람의 숫자가 늘어나고


그 사람들이 세상에 기여 하며 인류의 발전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것이다.


만약 이 시스템이 인류에 기여하는 인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나태한 게으름뱅이들을 양산한다면 조만간 무너져 사라질 것이다.


종교와 국가, 주식회사, 공공교육 같은 시스템들이 결과를 내고 다른 집단에도 카피 되어 확산되었다.


필요한 것은 역사의 흐름의 선택을 받아 생명력을 유지하고 불필요한것은 도태된다.


생명체의 적자생존처럼 시스템도 그렇게 선택을 받는다.






이런 할아버지의 철학관에 나 역시 찬성한다.


세상을 더 경험하고 더 많은 것을 배우고나면 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나는 이 논리에 반박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


나는 할아버지의 DNA를 받고 태어났다는 행운 덕분에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 된 상태에서 삶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더 높은 차원의 목표를 세우고 싶다는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아직은 명확하게 어떤 목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항상 위를 보며 살게 되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것들은 배우며 나도 멋진 목표를, 구체적인 목표를 세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작가의말

얼웨이즈 땡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파랑과 검정의 경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EP - 디센트럴랜드 03 24.06.17 51 1 12쪽
30 EP - 디센트럴랜드 02 24.06.14 54 2 12쪽
29 EP - 디센트럴랜드 01 24.06.14 46 2 12쪽
28 EP - 전쟁의 서막 10 24.06.13 46 2 11쪽
27 EP - 전쟁의 서막 09 24.06.13 53 1 13쪽
26 EP - 전쟁의 서막 08 24.06.12 47 1 12쪽
25 EP - 전쟁의 서막 07 24.06.12 51 0 12쪽
24 EP - 전쟁의 서막 06 24.06.11 53 1 12쪽
23 EP - 전쟁의 서막 05 24.06.11 52 1 12쪽
22 EP - 전쟁의 서막 04 24.06.10 47 1 11쪽
21 EP - 전쟁의 서막 03 24.06.10 55 2 12쪽
20 EP - 전쟁의 서막 02 24.06.08 50 2 12쪽
19 EP - 전쟁의 서막 01 +1 24.06.08 42 2 12쪽
18 EP - 친구들 07 24.06.07 61 1 12쪽
17 EP - 친구들 06 24.06.07 45 1 13쪽
16 EP - 친구들 05 24.06.06 44 2 13쪽
15 EP - 친구들 04 24.06.06 42 2 14쪽
14 EP - 친구들 03 +1 24.06.05 46 2 12쪽
13 EP - 친구들 02 24.06.05 58 2 14쪽
12 EP - 친구들 01 +1 24.06.04 68 2 13쪽
» EP - 지구적응기 07 +1 24.06.04 65 2 12쪽
10 EP - 지구적응기 06 24.06.03 68 1 12쪽
9 EP - 지구적응기 05 24.06.03 54 2 13쪽
8 EP - 지구적응기 04 +1 24.06.02 59 2 13쪽
7 EP - 지구적응기 03 24.06.01 57 2 13쪽
6 EP - 지구적응기 02 24.06.01 57 2 14쪽
5 EP - 지구적응기 01 24.05.31 65 2 15쪽
4 EP - MOON 04 +1 24.05.30 84 2 14쪽
3 EP - MOON 03 24.05.30 87 2 17쪽
2 EP - MOON 02 24.05.29 130 2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