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과 검정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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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맨
작품등록일 :
2024.05.0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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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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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EP - 친구들 01

DUMMY


첫 강의가 있던 날은 꽤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에 갔다.


거리가 아주 가까운건 아니었지만 30분정도 거리였기 때문에 걸어서 갔다.


강의실에 들어가서 슬쩍 슬쩍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을 훔쳐봤다.


친구가 될수 있을만한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내가 친구가 되고 싶다고 될수 있는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재미있어 보이는 녀석이 있는지 둘러봤다.


나처럼 풋내기 처럼 보이는 친구들 보다는 2학년인지 3학년인지 학교 생활이 익숙해 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딱 봐도 1학년 같아 보이는 녀석들도 있기는 했다.


이번 학기에 듣는 수업중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던 수업은 현재 순수 미술작가로 활동중인 ‘릭터’ 교수님의 촬영 수업이었다.


영상보다는 스틸컷 위주의 작업을 하시는 작가이지만 본격적으로 촬영을 어떤 식으로 준비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수업은 나름 재미있고 의미 있었다.


과제도 흥미로웠고 교수님의 접근방식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3주차가 되었음에도 나는 점심 밥 한번 누군가와 같이 먹지 못했고 친구는 생기지 않았다.


아.. 놔.. 그래도 소기의 성과(?)가 있다면 이상한 껌딱지 같은 녀석이 이 수업을 같이 듣는 다는 것이다.


적어도 인사는 할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


친구가 될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친구가 너무 싫다거나 한건 아니다.


처음 접근 방식이 괴랄했다.


뭔가 사람을 이용목적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도 그렇게 유쾌한 것은 아닌데,


적어도 어느정도 친분을 쌓고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 수순에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놈은 예의도 없고 센스도 없었다.


이놈의 첫 마디는 “I KNOW YOU! I KNOW YOU!” 였다.


첫번째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나는 교실에 도착해서 앉아 있었다.


두리번 거리며 탐색을 하고 있는데 중국계로 보이는 이 친구가 내 옆자리로 왔다.


여기 앉아도 되냐거나 하는 예의상 질문은 없었다.




“나, 너 알아!!”




[응? 어쩌라는 거지.. 일단 같이 수업듣는 녀석 같은데 맞장구 쳐 줘야 하나?]

“어.. 그래. 안녕”




“반가워 래빗맨, 난 제이야. 제이 창”




래빗맨이라고 부르는 것이 싫은건 아닌데 그래도 첫 인사부터 이름이 아닌 별명으로 불리는건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그래. 반가워 제이. 난 레온이야.”




“Leaon Bitman. 난 오랫동안 너 같은 사람을 찾아 다녔어.”


[응? 미친놈인가.. 아.. 씨.. 곧 수업 시작 할거 같은데..]


부담스럽게 바로 옆에 앉아서 광인의 맑은 눈을 하고 나를 바라보던 이놈은 묻지도 않았는데 지가 하고 싶은 말을 주절 주절 계속 이어갔다.




“나는 영상 전공이고 3학년이야.


다큐멘터리 쪽으로 졸업작품 만들생각인데,


널 보는 순간 니가 내 뮤즈라는 걸 깨달았어!!


널 주제로 다큐만들면 안되냐?”




[응?? 뭐라고?? 미친놈 맞네.. 내가 왜 너랑.. 처음 만나자 마자 뭐라는거야..]

“.. .. ..”


나는 차마 욕을 박아주지 못하고 참고 참았다.


아.. 아빠가 세상엔 미친놈이 많다고 하셨지..


그렇구나.. 그렇구나..


이놈이 왜 나를 주제로 다큐를 만들고 싶은지를 계속 주절 주절 거렸는데 의도적으로 귀를 닫고 마음속으로 딴 생각을 했다.


이놈은 예전에 고전 명화에서 보던 소림축구의 주성치와 닮았다.


말투도 비슷해서 중저음으로 운율을 타면서 영어를 해대는데.. 이게 묘하게 킹받았다.


짜증이 곱하기 2가 되는 말투 였다.


이럴때는 어떻게 해야하지..


다행히 수업이 시작하자 조용해졌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잽싸게 가방을 들고 뛰어 나갔다.


계단실에 들어갈 때 까지만 천천히 걷다가 코너를 돌며 순식간에 뛰어 내려갔다.


당연히 그놈이 내 속도를 따라 올수는 없었고 그렇게 따돌리고 카페로 갔다.




“아.. 진짜 뭐야 저 X끼는..”




그리고 그 다음주. 3주차가 된 오늘까지 그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내가 교실에 앉아 있으면 스물스물 내 옆으로 와서 앉아서 또 주절 거리기 시작했다.


혼잣말 같기도 하고, 요상한 랩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목탁소리만 있으면 불경을 외우고 있다고 착각할 정도로 일정하게 반복되는 이놈의 말투가 사람을 더 미치게 했다.


계속 딴 생각을 하면서 의도적으로 이놈의 말을 안들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단어 단어 하나씩 머릿속으로 파고 들어오는 것들도 있었다.


그래서 그 반복의 반복이 결국 그놈이 하고 싶은 말을 전부 다 내 귓속에 우겨 넣는데 성공했다.


뭐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나라는 존재 자체의 특수성을 기록하는 건 후대의 인류에게 중요한 일이다.


자기같이 널 모르는 사람이 편견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객관적으로 기록을 해야 좋은거다.


너의 인생은 그 자체로 소중한 컨테츠이고 인류의 자산이다.


그걸 그냥 낭비하지 말아라.


내가 너의 인생을 함께 하며 모든걸 기록해 주겠다.


지금은 어이없을지 몰라도 내가 결국 너의 베스트 프렌드가 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빨간색으로 했다가 노란색으로 했다가 파란색으로 했다가 변주를 넣어가면서 계속 반복했다.


마치 잠자리 잡을때 눈 앞에서 손가락을 돌리며 너는 잠이든다.. 너는 잠이든다.. 라고 외치는 머저리 같다.




‘아.. 난 잠자리가 아니라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데 참 열심히다.


그리고 이렇게 무반응 인데도 계속 포기하지 않고 눌어붙는 이놈도 참 철면피다.


그래도 그 와중에 내 귓속을 파고 들어 마음을 조금 흔드는 한 단어가 있었다.


베스트 프렌드라고?


아무리 고모가 어떻게 사람의 인연이 찾아올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지만 설마, 이런 방식은 아닐거다.


그리고 아빠가 이사람이 나와 가까워질지 멀어질지 알아보는 방법은 함께 시간을 보내보는 것 뿐이라는 말이 또 내 머릿속을 지나갔다.


두드리고 두드리고 두드리는 이놈 때문에 내 마음의 빗장이 조금씩 풀리는 건가..


안돼.. 안돼.. 이자식은 말투가 너무 킹받는다고!!!


오늘도 수업이 끝나자마자 가방을 들고 튈 생각이다.


원래는 캠퍼스를 얼쩡거리며 어쩌다 마주친 사람들과 스몰토크도 하고 친구도 만들어야 하는데,


이놈 때문에 캠퍼스에서 도망치기 바쁘다.


오늘은 가방들고 도망 말고 화를 내서 확실히 잘라버릴까?


더이상 내 캠퍼스 라이프까지 이녀석에게 잡아 먹히면 안된다고!!


이런 생각이 가득했지만 소심한 내 성격이 오늘까지는 그냥 도망가고,


다음 주에도 또 이놈이 다가오면 그때는 진짜 빽 소리를 지르거나 단호하게 잘라내자고 다짐했다.


교수님이 수업을 마치고 나가시고 잽싸게 가방을 들고 가려는데


[챙] 소리가 나며 가방이 책상에 걸렸다.




‘챙?? 여기서 왜 쇠붙이 부딪치는 소리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내 가방이 쇠사슬에 묶여 있다.


어이가 없어서 옆을 보니 이놈이 배실배실 웃고 있다.




[아니 이 미친 상 또라이가!!! 미쳐가지고 XXXXXXXX하고 있네!!]

“이게 뭐하는 짓이야?!?!”




내가 할수 있는 모든 욕이 목구멍까지 치밀고 올라왔지만 최대한 단정하게 화를 내기로 했다.


어디서 누가 촬영을 하고 SNS에 내가 화내는걸 올릴지도 모른다.




“미안, 미안한데 네 걸음이 너무 빨라서 못 쫓아가겠어.


바쁜일 없으면 나랑 커피 한 잔 하자!!


정말로 진지하게 이야기 좀 하고 싶어.


커피 아니면 내가 맛있는거 사줄게 밥 먹으러 가자!”





“내가 왜? 난 다큐 소재같은 거 하기 싫다고.


내 인생이 무슨 니들 TV쇼 인줄 알아?”




“아니야, 그런식으로 생각하는거 아니라고.


정말로 내가 무슨 생각으로 다큐를 만들고 싶은 건지 한번만 들어줘.


그걸 이야기 하고 싶어서 시간을 달라는 거야.


그걸 다 듣고 그래도 싫다고 하면 더 이상 귀찮게 안 할게.


설명 할 수 있는 기회라도 한번만 줘~ 제발~”




“아니, 왜 이렇게 까지 하는 거야? 넌 자존심도 없냐?”




“너 아니면 안되니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면 너 아니면 안되니까..”




진정성 있어보이는 부탁에 나도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이놈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한번 들어나 보기로 했다.


나의 특수성은 나도 안다.


나를 이용하면 펼칠수 있는 서사가 많다는 것도 안다.


뻔한 소리 하겠지.


아직 내가 사람을 상대한 경험이 적어서 그런가.


누군가가 진심으로 다가오면 그 눈을 똑바로 보면서 거절을 하는게 쉽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

[이런식으로 접근하는 사람들 말 다 들어 줄수는 없는데..]




“맛있는거 사.”




“지금? 시간 괜찮아?


너 뭐 좋아하냐? 당연히 맛있는거 사야지. 하하”




“스테이크.”




당황한듯 눈이 동그래져서 나를 바라보면 물었다.




“너.. ..초식인거 아니었어?”




“아이씨!! 나 토끼 아니라고!!”




“아.. 그러냐? 미안.. 나무위키만 봤지 내가 뭘 알겠냐..


이제 알아가야지. ㅎㅎ 미안 미안.”




잠깐 기다려 달라며 검색을 좀 해보더니 스미스 앤 월렌스키라는 스테이크 하우스에 가자고 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부탁을 더 했다.



“내 친구들이 정말 너 한번 꼭 보고 싶다는데,


만약에 니가 내 얘기 듣고도 싫다면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니까..


친구들 좀 부르면 안될까?”




“맘대로 해.”




퉁명스럽게 대답했지만 누군가와 어울려서(어울리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이용당하는 것 뿐일지도) 함께 식사를 하러 간다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도 불러서 여럿이서 함께 어울린다는 것은 더 좋았다.


좀 괴짜 녀석이지만 나쁜놈은 아닌것 같고,


너무 이상한 놈만 아니면 친구가 되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다 첫사랑과 결혼을 하는것도 아니고 친구는 한명만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좀 더 이야기를 나눠 보기로 한건 잘 한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식사자리에 오는 친구놈들은 제발 정상적인 인간들 이기를..


재미난 녀석들 이면 더 좋고.


또 나의 희망회로가 작동되기 시작했다.


긍정의 상상이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지하철을 타고 51스트리트 역에서 내렸다.


가는 동안에도 이 짭퉁 주성치의 랩은 계속 됐다.


혹시나 친해지면 목탁을 하나 사서 들고 다니다가 옆에서 박자를 맞춰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나는 별로 화가 난 상태는 아니었지만 최대한 침묵을 지키고 있었기에 주로 이 친구가 말을 했다.


며칠동안 내 귀에서 피가 나도록 다큐멘터리 같이 찍자던 부탁의 랩을 계속 한 건 아니었다.


그냥 자기소개 같은 내용들 이었다.





캘리포니아 팰로엘토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고 대학에 오면서 부모님과 떨어져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게임을 좋아한다면서 이거 알아? 이건? 이건? 이건? 하고 10개 정도는 물어본것 같은데 하나같이 모르는 것들 이었다.


내가 워낙 게임에 관심이 없기도 했지만


광고 같은거라도 봐서 유명한건 이름 정도는 아는데,


하나같이 생소한 것들인걸 보면 이녀석은 오타쿠임이 틀림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식사 장소에 같이 온다는 친구들도 다 오타쿠 일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흠.. 뭐 오타쿠가 싫은건 아닌데.. 뭔가.. 내가 상상하던 캠퍼스 느낌은 아닌데..





자기는 대만계 부모님 아래 태어났고 여동생이 하나 있다고 한다.


엄청 예쁘다며 나중에 친해지면 소개해 준다고 한다.


소개팅 소개 말고 그냥 인사를 시켜준다는 말이었다.


굳이 호구조사 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워낙 기본적으로 말하기를 좋아하는 녀석 같았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였는지 중고등 과정을 월반하여 조기졸업 했고,


그래서 나이에 비해서 대학을 좀 빨리 온 편이었다.


3학년이지만 나와 나이는 같았다.


그 부분을 굉장히 강조하며 우린 동갑이라 좋은 친구가 될거라고 했다.


흠.. 난 나이같은건 별로 신경쓰는 편이 아닌데.

(내 나이 같은건 검색하면 누구나 알수 있다.)


나에게 궁금한 것들이 잔뜩 있는 것 같은데 혹시나 내 심기를 건드릴까봐 말조심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어색함을 막으려는 건지 아니면 원래 이렇게 말이 많은 건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계속 했다.


그리고 스미스 앤 월렌스키에 도착했다.


portrait-of-a-20-year-old-taiwanese-male-with-brown-hair-tied-back-exuding-sophistication-as-he-con-937748806.jpeg


작가의말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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