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과 검정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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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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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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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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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 전쟁의 서막 06

DUMMY



제이는 아까 검색을 마치고도 계속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중이다.


좀 이따가 생각 좀 정리하고 호텔에서 말해준다고 하고 계속 말이 없다.


호텔에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볼 힘도 없어서 룸서비스를 시켰다.


방은 좀 불편해도 오늘은 할 얘기가 많으니 같이 지내자며 스위트룸을 잡았다.


작은 거실과 방이 두개 있는 곳이었다.


한 방에는 퀸 사이즈의 베드가, 한 방에는 트윈 베드가 준비되어 있었다.




“제이랑 세레나에게 퀸 사이즈 베드를 양보 할게~


로멘틱한 나이아가라 폴스 까지 왔는데, 오붓한 밤 보내야지~”




내가 먼저 농담을 던졌지만 호락호락한 세레나가 아니었다.




“우린 오붓한 밤이 아니라 뜨거운 밤을 보내겠지~


그러지 말고, 내가 양보 할테니 너랑 사와가 퀸베드에서 자는 건 어때?”



“아.. 아니!! 무슨 소리야~~ 우리가 왜..”



그말을 하며 사와 눈치를 봤다.


평소처럼 별 반응없고 무표정하게 있을 뿐이었다.


제이가 배가 고팠는지 룸서비스로 온 쟁반의 은색 뚜겅을 열고 햄버거를 꺼내 들었다.



“자 다들 먹자~ 오늘 다들 수고 많았어!!”



그말을 하고 제이는 입안에 한가득 햄버거를 넣고 우물우물 거리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아꽈 너흐드리 차즈거츠름 그 거무은 크우드 헤브시서리찌도 모아.”




“야 뭐라는거야.. 입에 있는거 삼키고 말해.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어.”





우물우물 하던 음식들을 목으로 넘기고 제이가 다시 말을 했다.





“아까 너희들이 찾은 건물, [클라우드 헤븐]에서 운영하는 시설같다고.


아마도 데이터센터 인것 같아.


원자로 만큼은 아닌데 데이터센터도 수랭식으로 열 식혀주는게 중요 하거든.


그래서 추운 캐나다 쪽의 5대호 근처에 여러개 있다는 것 같아.


아마 그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어.”




“아.. 그렇구나.. 하여간 여기까지 와서 허탕쳤네.


아니면 그 데이터 센터를 이용해서 또 다른 위치에서 접속한 걸 감춘거 아닐까?”




“흠.. 내가 추적한 내용으로는 거기가 최종적인 엑세스 포인트인건 맞는 것 같아.




“네가 틀렸을 가능성은?”




“없어!”




“이욜~ 자신감 쩌네~”




평소같았으면 함께 농담을 주고 받으며 툭탁툭탁 했을 텐데 오늘의 제이는 사뭇 진지했다.




“그럼 실마리를 놓친거네.. 다시 미궁으로 빠졌구만.


도저히 저 마을에서 40만명의 댓글부대가 접속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는 힘들어.”


세레나가 말했다.




“한가지 가능성이 남아있어.”


제이의 말에 모두가 먹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거기가 정말 [클라우드 헤븐]의 가상공간이 구축된 데이터센터라면,


그 곳에 40만명 아니 400만명이 살고 있을지도 몰라.”




“AI !!!??”


사와가 놀란 토끼눈으로 반문했다.





“그런데 왜?? AI가 나를 집단적으로 공격하지?”





나는 이미 달에서 지구로 거주지를 옮길때 부터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반발이 있을것은 예상했다.


소송때문에 법원에 갈 때, 그앞에 운집한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어려서 부터 내 눈으로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며 자랐다.


때로는 무섭기도 하고, 때로는 화가나기도 했다.


내가 그들에게 피해를 준것도 아니고,


왜 나는 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아야 하지?


피켓을 들고 소리치는 군중들의 표정이 슬로우모션처럼 떠올랐다.


마치 나를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처럼 바라본다.


나는 그냥 태어났고, 숨쉬고 살아있을 뿐인데..


나의 존재가 왜 저들에게 저렇게 분노를 일으킬까.






조금 더 나이가 들고 그 사람들을 조금은 이해하게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해하는 척 하기위해 그들의 입장을 억지로 외웠다.


사람들은 누구나 하나씩 소설을 쓰면서 살아간다.


그중 어떤 소설은 짜임새있고 완벽하며 아름답기까지 한 것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엉성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


캐릭터도 별로 재미없고, 스토리도 별로이다.


그게 바로 [나의 인생 이라는 소설]이다.





인간은 백지와 가까운 상태로 본능의 알고리즘만 가지고 태어난다.


주변 환경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며 세상을 알아간다.


그리고 경험을 통해서 자아를 형성 해간다.


세계관의 형성과 주인공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이다.


똑같은 환경에서 사는 형제간에도


누군가의 세계관은 화창하고 다른이의 세계관은 잿빛이다.


그 차이는 부모가 차별대우를 해서 일수도 있고, 본인의 성향 때문일수도 있다.


그렇게 써 내려간 소설이 곧 그 사람의 인생이다.


모든 인간은 [이야기]를 갈구한다.


문학과 음악과 미술도,


만화와 영화와 그 모든 매체들도 서사를 가지고 있다.


모든 인간은 그 서사를 흡수한다.


그리고 그 중에 필요한 요소들을 [나의 인생 이라는 소설]에 차용한다.


그렇게 끊임없이 매일 매일 연재해야 하는 [나의 인생 이라는 소설]은


재미를 잃지 않기 위해서 계속 새로운 인풋이 필요하다.


변화해 가는 세계관의 업데이트를 위해서


성장해가는 주연과 조연들의 스테이터스를 적절하게 설정하기 위해서


우리는 계속 외부의 이야기들을 빨아먹어야 한다.


인풋이 없으면 아웃풋도 없다.





그때 그곳에서 피켓을 들고 나를 악마처럼 바라보던 사람들.


그들이 정확히 어떤 [나의 인생 이라는 소설]을 썼는지 알수는 없다.


주변에서 어떤 이야기를 양분으로 빨아 먹었는지도 알수 없다.


하지만 그 결과에 따라서 인간은 그 무엇이라도 될수 있다.


정말로 악마에서 천사까지 그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


그들을 탓하고 나의 정의를 설파하는 것은 어쩌면 의미가 없다.


그들의 인생의 이야기는 이미 나의 주장을 받아들일 개연성이 닫혀있다.


인간은 그런 구조의 뇌를 가지고 있고


인간은 그렇게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탓 할 필요 없고, 욕 할 필요도 없다.


그들은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최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 뿐이다.




졸라 재미없고 괴상망측한 엉망진창 소설이라고해도


그건 그 작가가 쓰고 싶은대로 써 나아가는 것이다.


모든이의 인생은 [전지적] 작가 시점 이기에


나는 그 이야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수 없다.


그들이 나를 미워하는 것은 어쩔수 없다.


나름의 논리가 있을 것이다.


나의 존재로 인해서 자신이 믿는 신의 존엄성이 훼손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의 존재가 인류의 미래에 해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누군가가 돈을 좀 줄테니 피켓들고 열심히 소리 치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했다.


그 이후로도 그런 사람들이 무섭기도 하고 화가나기도 한다.


이해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무것도 없다.


내 머릿속의 복잡함이 조금 줄어드는 것 뿐이다.




이번 댓글 테러가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소행이고 그걸 완전히 없앨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걸 집단적으로 계획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최소한 사람들을 선동하여 실제보다 과장되게 만드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누군가가 소방호스를 틀어 우리집에 물을 뿌리는 건 막아야 하니까.






그런데 사람들이 아니고 AI라고??


대부분 노년이 된 부유층만 전뇌화 해서 AI 인격을 획득한다.


그런 사람들만 저 [클라우드 헤븐]에 거주하고 있다.


도대체 AI가 왜??? 왜 또 그렇게 내가 밉다는 것 인가?


얼마 전 까지 인간들에게 동등한 권리를 얻어내기 위해서 법원에서 함께 싸우던 동료라고 생각했는데..

[함께 싸운건 아니다. 같이 보통인간의 반대편에 서 있었다는 말이다]


그들은 인권을 얻지 못하고 나만 얻어낸 것도 아니다.


전뇌화 한 AI들이 나보다 몇년 전에 인권을 획득했다.


그들의 활동구역은 클라우드로 만든 가상세계와 몇개의 SNS에 한정 되었지만


육체를 가지고 있었을 때와 다름없는 가상세계에서 ‘영생’을 누리는 행복한 존재들이 아니었는가.


그런 사람들이 왜.. 나에게 신경을 쓰는 것이며


집단적으로 행동을 하기 시작한거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인간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것 처럼 AI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나..


아니 그것보다 먼저 당장 왜 이러는 건지 알고 싶었다.






“제이, 정말로 네 생각이 맞다면 AI들이 도대체 왜 이런 행동을 하는걸까?”




“그러게.. 나도 아까부터 열심히 고민해 보고 있는데.. 그걸 모르겠어.”




“정말로 계정 추적에서 놓친게 있다거나.. 이 추론이 틀릴 가능성은 없는 거야?”





“응. 내가 조사한 자료들은 몇번이고 다시 테스트 해봤어.


댓글에 사용된 계정 들은 모두 정상적으로 생성된 아이디야.


그리고 우회한 모든 루트를 역추적 한 결과


상당수의 계정의 엑세스 포인트가 저곳으로 몰려있어.


저 마을 지하나 온타리오 호수 지하에 어마어마한 도시를 숨겨 놓은 것이 아니라면


저 데이터 센터에서 트래픽이 나온게 맞아.”




머릿속으로 잠시 마을 지하와 온타리오 호수아래 거대 지하도시가 있는 상상을 해보았지만


말도 안되는 상상 이라는 것은 초등학생도 알수 있을 것이다.


그때 사와가 진지한 얼굴로 먹던 햄버거를 볼 한쪽으로 밀어넣고 말했다.




“몰래 처들어가서 데이터 센터를 부숴버리면 그 AI들은 죽어서 없어지는 건가?”




“아니, 다른 지역의 데이터센터에 백업이 있을거야.


복구하는 동안 며칠간의 활동도 기억도 날아간채로 되살아나겠지만,


완전히 AI의 존재가 없어지는 건 아닐거야.” 제이가 말했다.




“사와, 큰일날 소리 하지마.


만약 그게 된다고 해도 그럼 넌 수십만명을 학살한 특급 범죄자가 되는 거야.


전뇌화 AI도 모두 인격체로 권리를 획득한 존재라고.” 세레나가 말했다.




“그럼 일단 그 AI들 하고 만나보거나 왜 그러는지 알아 볼 수 없을까?”




나의 질문에 제이는 눈썹을 찌푸리며 그 방법을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일단 가장 쉬운건 그 댓글을 단 아이디에 DM을 보내서 대화를 시도해 볼수 있지.


그런데 여러번 접속우회를 통해서 본인을 숨기려는 사람들이


쉽게 속내를 드러내고 대화를 해줄지는 모르겠다.


일단 본인이 AI라는 사실 조차 말하기 싫어 할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면 [클라우드 헤븐]을 해킹해야 하는데


그건 거의 불가능해.”




“너 아까 ㅁ글이랑 ㅁ튜브도 다 해킹한거 아니야?


그정도 실력이면 세상 못 뚫을 곳이 없는것 아니야?”




“[클라우드 헤븐]이나 전뇌화 AI들이 거주하고 있는 가상공간은


보안상으로 암호화 되어있는 수준을 넘어서


물리적으로 외부의 인터넷과 차단되어 있어.


인터넷 연결이 안되고 자체적인 내부망으로만 또 하나의 세상이 구축되어 있어.


그래서 그 클라우드 가상세계와 우리가 사용하는 현실의 인터넷은 별도야.


그곳의 거주중인 AI들이 가족들과 만나거나 현실의 SNS에 접속하려면


중간지대 역할을 하는 가상공간으로 이동을 해서 접속해야 해.


[클라우드 헤븐] - 중간지대 - [현실의 인터넷] 이렇게 나뉘어 있어.


물리적으로 [클라우드 헤븐]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으니 해킹도 불가능하지.”




“데이터 센터 내부로 들어가서 연결하면 그 안에 살고있는 AI들과 접촉이 가능한건가?”


사와가 제이에게 물어봤다.




“그렇기는 한데, 아마도 일반인이 보유한 모바일 머신으로는 컴퓨팅 파워가 딸려서 그것도 안될거야.


저정도 가상세계를 해킹하려면 거의 대형 연구소의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고.”




막다른 길이었다.


이런 저런 묘책들을 내 봤지만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동굴을 파고 점점 더 깊은 지하로 내려가는 것 처럼


해결보다는 미궁속으로 빠져가는 것 같은 답답함을 느꼈다.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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