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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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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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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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6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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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0화

DUMMY

거, 거짓말?


내가 정보 제공자 이름을 거짓말이라고 하자,

스튜디오 내 모든 사람들이 마치 사진 속에서처럼 일순 동작과 표정을 멈추었다.


‘‘야, 이 강대구아, 시발 진짜!’’


그러다 남자 엠씨 놈 하나가 나를 향해 욕설과 함께 물건 하나를 집어던지자 마치 마법에 풀려난 듯 다들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 진짜 지금 이거 다 구라였어요?’’

‘‘예, 오늘 제가 한 거 다 구라였습니다. 좀 이따 벌어질 MTV 뮤직 어워드에 우리나라 그룹 두 개가 상 받는다는 것부터 해서 지금 여기 이 이피엘 맨씨 구단 내부 사정까지 전부 다 구라였습니다, 하하하하.’’

‘‘오, 오빠! 진짜 거짓말이었어?’’


여자 엠씨 홍일점은 허탈함에 눈물까지 핑 돌며 내게 말했다.


‘‘응. 미안. 나 오늘 오전 라디오에서 애 딸린 돌싱 비하 드립으로 멘붕 되었었잖아.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늘 하루 내 인생에서 없는 날로 치자 하면서 그냥 맘대로 다 막 지어냈지. 외국 소식이니까 뭐 어차피 막 질러도 상관없잖아, 하하하.’’

‘‘아이 씨이 진짜. 여기 채팅창 봐봐. 완전 오빠 죽일 놈 다 되어 있어.’’

‘‘뭐 어차피 오전에 이미 욕먹을 거 다 먹었는데 오후에 더 좀 먹는다고 내 인생에 미동이라도 생기겠냐. 이미 까만 밤하늘이 된 인생인데 먹구름들이 또 몰려온다고 티가 나겠냐고, 하하하.’’

‘‘대구 형님! 정말 실성하신 것 같아요.’’

‘‘하하하, 하하하. 이 풍진 세상 제 정신으로 어찌 살 수 있겠냐, 하하하, 하하하.’’

‘‘스트리트 키즈 팬이라는 아이디 정이짱님은 허위사실 유포죄로 오빠 고소한다는 데요.’’

‘‘하하하. 얼마든지. 어차피 막 가는 인생인데 뭐, 하하하.’’


내가 한층 더 호쾌한 웃음을 선보였다.

왜냐하면 정이짱이라는 네티즌이 나를 고소할 일은 없을 테니까.

잠시 후 MTV 뮤직 어워드에서 그녀가 열광하고 있는 스트리트 키즈는 수상자로 분명 호명될 테니까.


‘‘참! 그리고 오빠가 맨씨 홈피에 지금 자기가 하는 말 영어로 바로 올리라고 했잖아. 그거 실지로 올린 사람 있었는데 이제 와서 거짓말이라고 하면 어떡하냐고 지금 영어로 격렬하게 패드립 하고 있는데? 퍽 유어 마더 ......’’

‘‘그 올렸던 것들 지금 삭제하면 되잖아.’’

‘‘삭제하면 뭐 해? 그 사이 본 사람이 전 세계에서 한 둘이 아닐 텐데.’’

‘‘그럼, 그냥 한국 시사평론가가 뻥 친 거라고 하면 되지.’’

‘‘어머!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무책임 할 수가 있냐, 진짜.’’


아까 전 내 눈앞에 또 나타난 프롬프터에서는 실지로 맨씨의 브라운 선수와 왓슨 선수 간의 불화에 관한 이야기들이 구체적으로 설명되어졌다.

그런데 이제 와 내가 다 구라인 척 하는 이유는?

왜냐하면 실지로 프롬프터에 적힌 내용 외에 몇 가지 구라들을 내 임의로 조금씩 섞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상대팀 전담마크맨 제레미가 브라운을 담근 건 일부러 그런 게 맞다.

하지만 그건 제레미가 유소년 시절 베프였던 왓슨을 위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워낙 브라운 실력이 넘사벽이라 계속 뚫리니까 자존심 상해서 그런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물론 친구 왓슨의 자리를 빼앗은 놈이기 때문에 더더욱 얄미워서 일을 저지른 측면도 있을 것이다.


또 작년에 왓슨 집을 턴 사건에 브라운이 관여했다는 것도 팩트가 아니다.

정확한 팩트는, 왓슨이 브라운이 자기네 집 정보를 그 일당들에게 흘렸을 거라 의심했다는 점, 거기까지가 정확한 팩트다.

하지만 검거된 다국적 일당들 중 브라운과 같은 국적 인물은 브라운과 일면식도 없는 인물이었다.

즉 왓슨의 의심은 경쟁자에 대한 신경과민 의심증에 근거한 억측에 불과했다.


마지막으로 왓슨이 팀 내 트레이너 부인과 바람을 피웠다는 썰도 사실이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팀 내 트레이너 부인과 바람을 피운 건 다른 선수다.

대신 왓슨은 팀 내 동료 선수 부인과 원나잇을 했다.


내가 이렇게 프롬프터 텍스트를 이리 꼬고 저리 꼬고 MSG도 첨가하며 입을 턴 이유는?

다른 이유 없다.

이번 시즌만큼은 맨씨의 독주를 막고 싶어서다.


한 팀이 너무 일방적으로 우월하면 리그 전체가 재미없잖아.

현재 추세대로라면 이번 시즌도 맨씨의 우승이 유력한데 그걸 방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팀 내 선수들 간 이간질을 시키고 시즌 막판까지 최대한 분란이 이어지게 하기 위해 팩트와 거짓말을 교묘히 섞어찌개 한 것이다.


브라운과 왓슨 사이 벌어진 일에 관한 내 언급은 맨씨 홈피에 그대로 실시간 번역되어 올라갔다.

전 세계 네티즌들이 들여다보는 곳이니 여기저기 급속도로 퍼졌을 것이다.

근데 마지막에 내 말이 전부 거짓말이라고 하니 다들 허탈감에 빠질 것이다.


단, 내 언급에 등장한 당사자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브라운, 왓슨, 트레이너, 트레이너 부인과 바람 핀 선수, 왓슨이 원 나잇한 여자 남편인 동료 선수 등등.

대체 어디까지가 팩트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당사자들은 허탈해하기 보다 헷갈려하고 당황해 하며 불안에 떨 것이다.


게다가 모든 게 뻥이라고 막판에 자기 말을 뒤엎은 한국의 시사평론가의 다른 언급들.

MTV 뮤직 어워드 수상자나 NBA 간판스타의 마약 연루 건 같은 게 잠시 후 정확한 팩트로 드러나면서 그들의 혼란은 가중될 것이다.


내가 팩트만을 말했다면 시즌 중인 구단 측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분란을 일시에 잠재우려 들겠지만

이렇게 팩트와 거짓을 교묘하게 섞어 이야기 해 버리니 그들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한 동안 갈피를 못 잡을 것이다.


원래 정치판에 이런 말이 있다.

상대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뭔가를 꺼내려고 뒤적일 때가 가장 무서운 순간이라고.

다시 말해, 주머니 속에 든 게 총이나 칼이라고 명확하게 드러날 때보다 총인지 칼인지 아니면 사탕인지 뻥카인지 모를 때, 그때가 오히려 보다 긴장되고 혼란스러운 순간이라고.


팩트와 거짓을 솎아내야 할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맨씨 팀 내 분란은 가중되게 될 것이다.

반면 나는 한동안 이어질 맨씨의 부진과 분란을 팝콘과 함께 즐기는 동시에 아울러 오늘 오전 송주나와의 방송에서 있었던 참극의 트라우마에서도 벗어나야겠다.



+++



일요일 저녁.

아니나 다를까 걸려올 것 같은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실언의 아이콘! 주말 잘 보내고 있냐? 킥킥킥.’’


최웅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잔뜩 낄낄대며 놀리는 목소리다.


‘‘실언은 무슨! 내가 뭔 실언을 했다는 거야?’’

‘‘실언도 국내선에서 그쳐야지. 이제 하다하다 해외 뉴스까지 건드리냐. 너 솔직히 말해 봐. 너 요즘 약 하고 다니지?’’

‘‘그래, 약 먹는다. 하도 여기저기서 제 침소에도 한 번 드시옵소서 간청하는 애들이 많아서 비아그라 엄청 처방받아 먹고 있다. 됐냐?’’

‘‘실언에다 작대기 하나 더 그어 실연의 아이콘이기도 한 놈이 무슨, 킥킥킥.’’


평소대로 최웅과 시 덥지 않은 안부 인사 아닌 안부 인사를 나눈 후 본론에 들어갔다.


‘‘오밤중에 왜 전화 했수?’’

‘‘야! 다음 주부터 우리 신박한 기획 들어갔다.’’

‘‘뭔 맨날 신박 타령이야. 까 보면 전부 진부한 기획이면서.’’

‘‘이제 본격적인 총선 정국이잖아. 그래서 이제부터 총선 때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진보 보수 체급 비슷하고 컨셉 겹치는 유명 정치인 두 명씩 붙여서 맞다이 토론 코너 런칭하기로 했어.’’

‘‘아이, 이 포맷은 자유당 시절 때부터 있던 건데 대체 뭐가 신박하다는 거야?’’

‘‘쯧쯧. 좀 더 들어 봐. 두 정치인들 불러다 놓고서 정치 이야기 하라고 하면 그거야 말로 진부한 포맷 맞지. 근데 거꾸로 정치 이야기 하면 절대 안 되는 토론이라면? 정치 이야기 빼고 다른 이야기는 뭐든 할 수 있는 토론이라면? 어때? 졸라 신박하지 않냐? 총선 앞두고 정치 이야기는 절대 하면 안 되는 정치인 토론이라니. 신이시여! 정녕 이 포맷 제가 구상한 것이 맞단 말씀이십니까, 하하하.’’

‘‘그냥 정공법으로는 경쟁력 없으니까 맨날 삐딱선 타는 거면서 무슨 놈의 신박 타령은, 쯧쯧.’’

‘‘아무튼 그래서 니 역할이 중요해.’’

‘‘난 안 해.’’

‘‘왜 인마.’’

‘‘왜긴? 다음 날 중구난방 녹화 뜨잖아. 진보 보수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 하는 거. 이틀 연속 비슷한 롤 뭔 재미로 하냐.’’

‘‘아이, 그건 정통 시사 프로고 이건 방금 전에 말했잖아. 정치 이야기는 절대 하면 안 되는 정치인 토론이라고.’’

‘‘야! 그게 말처럼 되냐. 정치인들이 어떤 놈들인지 총선 앞두고 지 홍보 못 하게 하는 방송에 출연하겠냐고.’’

‘‘쯧쯧. 진짜 이런 감각 없는 놈들이 시사평론을 하고 있으니 울 나라 정치가 이 모양 이 꼴이지. 야! 오히려 이게 정치인들한테 진짜 자기 홍보 기회지.’’


사실 최웅 말은 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오히려 정치인한테 정치 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그들 득표에 실질적 도움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가장 대표적 사례로 유명한 건, 과격 이미지를 가졌던 한국 현대사의 대표적 정치인이 코미디 프로에 출연해 정치 외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이미지를 완화시킨 덕에 결국 훗날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사례다.


그런데 그걸 뻔히 아는 내가 지금 어깃장을 놓는 이유는?

답은 심플하다.


그냥 습관이다.

최웅과는 이렇게 딜을 전개하는 게 일종의 통과의례다.


둘 중 누가 어떤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다른 한 쪽은 무조건 초장부터 부정적 언사부터 바로 잔뜩 늘어놓는다.

그럼, 처음 아이디어 내 놓는 쪽이 이제부터 내키지 않는 설득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이번 최웅의 설득 작업은 무려 세 단계로 나누어 들어왔다.

그 중 첫 번째.


‘‘야!’’

‘‘왜?’’

‘‘원래 이 코너 패널로 이현호랑 너랑 저울질 했었거든.’’

‘‘으응? 이현호?’’


설마?


‘‘근데 너로 정했어. 거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지.’’

‘‘뭐, 뭔데?’’

‘‘소라가 너를 적극 밀더라.’’


아아!


‘‘뭔 일인지 이현호는 불편하대. 둘이 뭐 우리 모르는 사이 사귀었다 쫑이라도 난 건가. 아니면 강대구 너에게 진짜로 마음이 가고 있는 건지. 지난번 말했듯이 너가 요즘 섹시해 보인다느니 어쩌니 실성한 소리 하더만. 정녕 소라가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네.’’


나는 오히려 최웅 이 인간 속을 모르겠다.

어디까지 알면서 모르는 척 시치미 떼고 있는 건지.

방금 전 말한 주머니 속 뒤적이며 뭔가 꺼낼지 헷갈리게 만드는 거.

이게 최웅의 전매특허다.


자! 첫 번째 설득작업으로 당근을 제시했으니 이제 두 번째는 채찍이다.

그것도 아주 아픈 채찍.

등에 핏자국이 날만큼 아픈 채찍.


‘‘야! 너 아직 송주나 측으로부터 메시지 못 받았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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