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그렇게 우리는 동굴에서 나와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와... 이거 무슨 꽃이야?”
내가 관심을 보인 그 꽃은 연한 보랏빛을 내며 은은한 단 향이 감돌았고,
멀리서 보면 나비로 착각할 정도로 나비와 흡사한 모습이었다.
“.. 한 눈 팔지 말고 잘 따라와.”
“그 저기.."
“나일.”
“내 이름은 나일이야.”
“아! 나는 오윤이라고 해.”
“있잖아, 나일 저 꽃 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데 그래도 돼?”
“아니. 멀리서만 봐. 가까이 다가가면...”
나는 나일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은 채 가까이 다가가 꽃의 향을 맡았다.
‘어차피 꽃인데 뭐 위험하겠어?’
“오윤. 그 정도 봤으면 이제...”
“음~ 이 꽃.. 향이 되게 좋...”
“향을 맡으면 안돼!!”
“... 어?”
‘뭐지... 갑자기.. 어지.. 러.. 워.’
꽃의 향을 맡은 난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시간이 꽤 흘렀는지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땐 청명한 하늘은 잠에 들고
누군가 붉은색 물감을 떨어뜨린 듯 물들어 있었다.
‘으... 왜 이렇게 흔들리냐...’
“으음...”
작은 흔들림에 살며시 눈을 뜬 나는 나일의 등에 업여있는 상태였다.
나일은 내가 깬 걸 알았는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일단 무거우니까 정신 차렸으면 좀 내려와.”
‘솔직히 평소의 나였으면 군말 없이 내려왔겠지만...’
“조금만.. 더.. 안돼..?”라고 웅얼거리며 나일의 등에 얼굴을 비볐다.
그러자 나일에게서 나는 시원한 박하향이 부드럽게 내 코 끝에 감돌았다.
'기분 좋은 향..'
“하...”
나일은 작게 한숨을 쉬고는 이내 날 업은 채 걸음을 옮겼다.
“오윤, 네가 쓰러진 이유는 알고 있어?”
“흠.. 분명 꽃의 향을 맡고... 바로.. “
”네가 향을 맡은 그 꽃은 ‘환각’ 꽃이야. “
”향을 맡는 순간 기분 좋은 환각을 보여주고
향을 맡은 자의 영혼을 먹어버리는 위험한 꽃이야. “
"그러니까.. 내가 가까이 가지말라고.."
‘응? 그렇지만 난...’
”나는 ‘환각’ 같은 걸 보지 않았는데.. “
"그야.."
'잠, 깐.. 그땐 급해서 하긴 했는데.. 이거..'
”나일... 너 얼굴이.. “
”... 보지 마! “
나일은 본인의 얼굴을 보고 있는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얼굴을 내가 못 보게 반대쪽으로 돌려버렸다.
”뭔데..! 왜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는 건데?! “
‘내가 환각을 안 본 거랑 연관이 있는 건가?’
”알려줘! 왜 내가 환각을 안 본 건데?! “
”나한테 대체 뭘 했는데? 응응? 알려줘! 나일! “
“... 내려.”
집요하게 물어보자 나일은 자신의 등에
업혀있던 날 그대로 내동댕이쳤다.
“윽..! 아야야..”
'데자뷰가..'
“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하잖아!”
‘내가 못 물어볼 걸 물어본 것도 아니고... 대체 뭔데! 무슨 일이 있던 거야!’
“흥..!”
나일은 바닥에 날 내버려 둔 채로 걸음을 옮겼다.
“헐.. 같이 가!”
나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나일을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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