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하아... 하.. 읏...!"
'뛰다가 살짝 삐끗했나...'
"여기까지 왔으니 저들도 쉽게 찾진 못하겠지."
나일은 그리 말하며 나무에 기대앉아있는 나에게 다가왔다.
"오윤.. 괜찮아?"
"아.. 뛰다 살짝 삐었는지 발목이 좀 욱신거리는데 이 정돈 괜., 뭐해?!"
나일은 자세를 낮추고 내 발목을 잡고는 이리저리 눌러보았다.
"읏.."
"여기구나."
'그냥 마사지해 주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부끄러운 거지...'
나일의 차가운 손이 나의 발목을 조심스럽게 감싸며 누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움찔거렸고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으으.. 빨리 끝나라..!'
눈을 질끈 감으며 이 상황이 빨리 끝나길 빌었다.
"오윤."
나일은 갑자기 마사지하던 손을 멈추더니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스윽-
"아픈데 참고 있는 건 아니지..?"
"얼굴이 빨개서.. 읍"
'역시 안되겠어!'
"이, 이제 괜찮으니까!! 그만해도 돼!"
나는 황급히 나일의 얼굴을 밀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근두근두근-
'뭔가 이상해.. 뭐지.. 이 느낌.'
"오윤. 같이가"
"얼굴 때문인가.."
혼자 중얼거리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였다.
'주변에 마을은커녕 집 한 채도 안 보이는데 정말 있는 거 맞아?'
"어?!"
"왜 그래?"
"야 저기."
내가 가리킨 곳은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유독 어둑한 숲 안이었다.
"저건.."
어둑한 숲 안을 집중해서 보니 푸른 빛이 일렁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도깨비불 같은데."
"뭐?! 도깨비불? 당장 가보자!"
"조심히 가."
그렇게 우린 도깨비불을 찾기 위해
더 깊숙한 숲속으로 파고들었다.
"와.. 이거 진짜야?!"
그곳엔 정말로 도깨비불이 있었다.
도깨비불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푸르고
따뜻한 온기보단 몸이 으슬할 정도의 한기가 돌았다.
"이거 만져봐도 돼?"
"안돼, 저걸 만졌다간 순식간에 네 몸이 타버릴걸... 뭐해."
"아니.. 내 몸은 타버리면 안 되니까 다른 걸 한번 대보게."
"...."
"알았어.. 안 할게.. 그렇게 보지 마."
"이 도깨비불 주인은 어디로 간 거지?"
"무슨 뜻이야?"
"도깨비들이 키우는 꽃이 있는데 꺾으면 도깨비불이 나와."
"그리고 그 도깨비불이 원하는 무언가를 가져와 주면 도깨비 마을로 갈 수 있어."
"그렇다는 건.."
'응?'
옷 끝자락이 당겨지는 느낌에 뒤를 돌아보았더니 그곳엔
옥색 눈동자에 푸른 머리카락을 양 갈래로 땋았고,
옷은 연한 하늘색의 저고리와 은방울꽃을 연상케 하는
하얀 한복 치마를 입은 어린 여자애가 있었다.
'와.. 애기다.'
그 소녀는 내 뒤에 있는 도깨비불로 다가갔다.
"자, 너가 원하던 거 가져왔어."
소녀의 손에는 붉은색 막대 사탕 두 개가 있었고,
도깨비불은 '잘 먹을게'라며 소녀의 손에 있는 사탕을 가져가 먹었다.
그러자 도깨비불에서 빛이 나더니 푸른색 빛을 내는 등불로 변했다.
소녀는 그 등불을 들고 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나일은 그 소녀를 불렀다.
"잠깐만! 꼬마야."
"뭐, 뭐? 꼬마?"
소녀는 '꼬마'라는 단어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나일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내가 어딜 봐서 꼬마야?! 이래 보여도 이미 성년 도깨비거든!!"
'뭐?! 진짜?!'
"뭐?! 진짜?! 헙!"
'생각만 한다는 게.. 이런..'
"하! 이놈이고 저놈이고.. 됐어, 날 불러 세운 이유는?"
날 째려보던 소녀의 시선은 나일에게로 향했다.
"우리도 따라가도 될까?"
"... 너네가 누군 줄 알고 내가 같이 데려가야 해?"
"우리도 모르는 꼬마 따라가고 싶.. 으븝.."
"아하하.. 우리는 말이지.."
황급히 나일의 입을 막고 나는 우리의 사정에 약간의 거짓말을 더해 설명했다.
물론,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도 숨겼다.
"그렇단 말이지.. 뭐, 좋아. 이미 망할 대로 망했는데
너네 좀 마을에 들어온다고 달라질 건 없겠지."
'휴... 다행이다.'
"빨리 따라와, 등불이 꺼지기 전에 도착해야 하니까."
그렇게 우리는 소녀 덕분에 도깨비 마을 타닌으로 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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