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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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흑
작품등록일 :
2024.05.16 21:01
최근연재일 :
2024.09.20 21: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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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9,285

작성
24.09.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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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4화

DUMMY

나는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도, 동작 그만!"


뭐라도 말하며 들어가야만 될 것 같아 나도 모르게 강도가 된 것처럼 외쳤다.

"으음~ 나일? 우의, 네가 불렀니?"


"아뇨. 제가 쟬 왜 부르겠어요."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맞나...?'


'소리만 들었을 땐 그렇고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침실에서 왜.... 베이킹을 하고 있지?'


"옆에 있는 그 친구는 누구야? 나일."

"오윤."


'오윤이라.. 아~ 설마...'

"후후 꽤 귀여운 아이를 데리고 왔네."


여우나는 눈웃음을 지으며 나의 앞으로 다가왔다.

"안녕~? 너 되게 사람... 같은 냄새가 나네."


'그리고.. 뭔가 익숙하네.'

'굳이 반응하지 말고 말을 돌리자.'


"그.. 왜 부엌을 두고 침실에서 빵을 만들고 계세요...?"

'어머, 말 돌리는 거 봐라.'


"음~ 부엌까지 가기 귀찮잖니~"

"게다가 침실에선 떡도 치는데... 빵 반죽이라고 안될 게 뭐 있니."


'어디서 봤더라... 이놈의 기억력은 좋아지질 않아.'

'그건 그걸 뜻하는 게 아닐 텐데...'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생각해 보면 애초에 저 둘은 남매잖아? 그런 일은..'

"불가능이라고?"


"헉, 어떻게!"

"그건 비밀이고.. 아이야. 원래 먹지 말라고 하는 걸 먹었을 때 더 맛있는 법이란다."


"네?"

'내가 방금 뭘 들은 거지.'


당황한 기색이 드러났는지 나일은 나 대신 맞받아쳤다.

"개과라서 그런가 개소리를 여전히 잘하네."


"나일.. 이쁜 말."

'이라곤 하지만.. 대신 말해주니 속 시원하다..!'


"... 여우나, 여우인 주제에 개소리를 참 잘하네."

'고치긴 고쳤는데 아까랑 다를 게 없잖아....'


"너도 여전히 싹수가 없는 건 마찬가지구나."

"누님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의! 이럴 땐 나의 편을 들고 나일을 꾸짖어야지."

"누님에게서 보고 배운 것들이니 알아서 하십시오."


"전 할 일이 있으니 먼저 가보겠습니다."

우의는 그대로 방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흥! 정말 이쁜 구석이 없어."

여우나가 손가락을 튕기니 빵을 만들고 있던 모든 도구와


책상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원래 있었던 것 같은 탁자와 흔들의자가 놓였다.


그리고 흔들의자에 앉은 여우나의 손은 곰방대로 향했고,

대통에 담뱃잎을 넣어 불을 붙인 후 피우기 시작했다.


"후우~ 지금 위험한 손님이 와있어서 원하는 게 있으면 빨리 말해."


한껏 건들리며 여우나가 말했다.

"그럼 사양 않고 여우구슬의 힘을 좀 빌리고 싶은데."


여우구슬에 대해 언급하자 여우나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하며 우릴 노려봤다.

"저 인간에게?"


'내가 인간인 걸 알고 있어?'

'어떡해.... 도움받기는커녕 이대로...'


"그리 얼굴이 사색이 되면 어떡해. 잡아먹어버리고 싶게.. 후훗."

"그만하지."


나일은 여우나가 보지 못하게 나의 얼굴을 자신의 쪽으로 당겼다.

어정쩡한 자세로 뿌리쳐야 하나 고민하다 그냥 그대로 안았다.


'키스도 했는데 이 정도는 껌이지.'

"농담이야~ 농담~ 저리 두려워할 줄은 몰랐지."


"본론으로 넘어가서 내 힘을 어떻게 써먹게?"

"수배에 걸렸어. 그래서 외형을 바꾸려고."


'음.. 물어보고 싶은 건 많지만 쟤 성격에 알려주진 않겠지.'

"그래~ 그 정돈 어렵지 않지.. 근데 하루 정도 시간이 걸려."


"거짓말처럼 어제 비축해둔 게 다 떨어졌거든."

"어디다 썼길래 그 많은 걸 다 써?"


"아~ 그건 알 거 없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방 내어 줄 테니 하루 묵고 가."

"겸사겸사 장시 구경도 하고... 뭐, 알겠지?"


나는 시장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눈을 반짝였다.

'시장...! 아까 보니 되게 재밌어 보이던 거 많던데...'


"오윤, 그렇다는데 넌 괜찮.. 아?"

"으, 응? 어.. 너만 괜찮으면!"


'귀여워. 이리 좋아할 줄 알았으면 아까 좀 둘러보고 올 걸 그랬나.'

"강아지 같아."


나일의 손이 나의 머리카락을 스치며 볼을 어루만졌다.

괜히 그 행동이 부끄럽고 간지러운 느낌이 들어 나일에게서 떨어졌다.


'으아~ 이런 건 아직 버티기 힘들어!'

"염장은 다른 데서 질러라. 우의! 얘네들 빨리 데리고 나가!"


문이 드르륵 열리며 우의가 왔고, 우릴 데리고 나가려 하는데 여우나가 멈춰세웠다.

"아 맞다. 지금 좀 위험하고 귀중한 손님이 와있어서 말이야."


"위험하고 귀중한 손님이요?"

나는 반사적으로 여우나에게 되물었다.


"그래. 그러니까 밤중에 무슨 소리가 들리든 나오지도 답하지도 마."

"특히, 너 인간! 너는 더 조심해. 그 남자는 히시아에서도 어떻게 못 하는 골칫덩어리야."


'히시아라면 유령.. 혼들이 사는 북쪽의 마을이었지.'

"아무튼 난 경고했어. 이후에 잘못되면 너네 책임이야."


"나머진 우의. 네가 알아서 잘 해줘."

그리 말하고 여우나의 방 문은 닫혔다.


"들으셨죠? 그 부분에 대해선 저희도 책임 못 지니 참고하시길."

"우선 방부터 안내해 드리죠. 따라오세요."


나와 나일은 우의를 따라 복도를 걸었다.

"저 아까 말한 귀중한 손님이 누구인가요?"


궁금함을 참지 못한 난 조용한 침묵을 깨고 질문했다.

".... 서구할미라는 귀신입니다. 새우니라고도 부르죠."


'그런 귀신이 있었어? 처음 들어 봐.'

"그리 경고할 정도로 위험한 혼인 가요?"


"그분에 대해서 잘 알진 못합니다. 제가 아는 선에서 말씀드리면.."

새우니는 원래 무당이 사역하는 귀신이 영적 능력을 쌓아 진화한 악귀이다.


하지만 워낙에 통제불능이라 무당조차도 감당하지 못했다.

그 외 원한이 너무 강하면 새우니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청구야담에 나오는 새우니의 경우 여자이나 여기에 나오는 새우니는 남자다.)


그는 여우나 고양이로 둔갑하기도 하고 요염한 여인으로 변해 남성을 홀려 관계를 갖거나

숫처녀를 자기가 만든 약으로 임신을 시키게도,

뱃속 아이를 없애기도 하는 등의 다양한 능력이 있다고 알려졌다.


"제가 아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이야기가 끝남과 동시에 우리가 묵을 방에 도착했다.


"그 귀신이 여기 있는 이유는 뭐지?"

"무엇 때문에 여기 온 지 저도 잘 모르겠으나 둔갑하여 이곳에 발을 들인 것 같습니다."


"여하튼 여기 머무는 동안엔 모쪼록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


.


'그 엄마에 그 아들이야~'


'령희가 그런 선택을 했던 건...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던 건가?'

"가물가물했는데 역시 구슬에 비췄던 애가 맞네."


여우나는 백자 주병에 든 술을 잔에 따라 홀짝이고 있었다.

"누가 구슬에 비춰?"


"뭐야, 여기 변태는 출입 금지인데."

살짝 열린 문 틈새로 남자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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