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그.. 네 이름은 뭐야?"
"너네도 말해줬으니 특별히 말해줄게."
"내 이름은 민들레야."
'민들레.. 이름 이쁘다.'
"그리고 '성년' 도깨비지."
들레는 '성년'이란 단어를 강조하며 말했다.
"정말 성년 도깨비가 맞아?"
"성년이라면 다 있어야 할 뿔이 넌 없어."
들레는 혀를 차며 말했다.
"쯧.. 몰라, 성년이 됐는데도 뿔이 안 나오는 바람에
마을에선 돌연변이 취급받고 있다고."
"내가 뿔이 안 나고 싶어서 안 나는 것도 아니고 이씨.. 지도 없으면서 짜증 나게."
들레의 눈가가 살짝 붉어지더니 이내 눈물이 살짝 고였다.
"난 너랑 달라."
"없으면 없는 거지 뭐가 달라!"
"있어 그런 게."
'으아... 나일 얘는 아까부터 계속 곤란한 말만 골라서 하는 거야..'
"그 미안해.. 얘가 사회성이 좀.. 부족해..!"
"빨리 미안하다 해."
"난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나일...!!"
"괜찮아. 쟤 말이 틀린 것도 아니고."
"근데 말투는 좀 고치는 편이 좋겠네."
"신변을 위해서라도."
"으.. 응."
'이미 위험한 것 같은데..'
어색한 공기와 함께 침묵이 이어지고 잠시 뒤 우리는 타닌에 도착했다.
'이딴 게 마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상태가 안 좋은데."
땅은 메말라 갈라져 있고 나무는 푸릇함을 잃어버린 채 굽어 있었다.
그 외 길거리엔 며칠은 굶주린 듯한 도깨비들과 구걸하는 도깨비들도 보였다.
이곳은 황폐 그 자체가 되어 있었다.
"지금 마을 꼴이 말이 아니지? '무녀'가 없어서 그래."
"무녀가 대체 뭐야?"
"뭐야, 무녀도 모르는 거야? 잘 들어."
무녀는 말이지 우리 마을에 평안을 안겨주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축복 받은 도깨비를 말해.
딱 한 번 원하는 소원을 실현시킬 수 있는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진실인지 아닌지는 무녀 본인만 알고 있겠지.
"무녀는 왜 없는 거지."
"아 그건."
2년 전에 무녀가 마을 밖으로 도망치게 되면서 무녀 자리가 비게 되었는데
전 영주는 그녀를 꽤 아꼈단 말이지..
그렇기에 그녀가 돌아올 것이라 믿고 뽑지 않았어.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을 줄 알았지만 전 영주가 병으로 돌아간 후,
현 영주인 '온유'가 자리하고 서서히 안 좋아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이 꼴이 난 거지.
"그럼 무녀를 빨리 뽑으면 되는 거 아니야?"
"하.. 그게 또 문제인 거지."
마을이 이 꼴이 나기 전부터 무녀는 계속 찾고 있었어.
하지만 무녀의 조건에 맞는 도깨비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중이야.
그 조건은 옥색 눈동자에 아름답게 솟아난 두 뿔이 있어야 해.
'흠.. 옥색 눈동자라..'
"그럼 민들레 너 아냐?"
"뭐, 뭐? 이상한 소리 하지 마!"
"그렇지만 너 옥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잖아."
"아니거든!! 옥색이 아니라 푸른 거야! 그리고 난 뿔도 없다고!"
"앗! 잠깐, 같이 가~!"
우리는 앞서가는 들레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바짝 따라갔다.
들레를 따라 도착한 곳은 마을과 좀 떨어진 위치에 자리한 초가집이었다.
"엄마! 저 왔어요~!"
"들레 왔니. 응? 뒤에 두 분은 누구니?"
"뭐야! 너희 왜 여기까지 따라온 거야?"
"그게.. 갈 데가 없어서.."
"그게 무슨.. 음? 엄마?"
들레의 어머니는 놀란 얼굴로 나일에게 향했다.
"... 설마 령희의 아들이니?!"
'령희? 그게 누구지?'
"그, 그걸 어떻게.."
'이 여자는 우리 어머니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무사히 마을을 나갔나 보구나.."
"너 우리 엄마랑 무슨 사이야?"
"저랑 령희는.."
"그리고 날 어떻게 알아 본 거지?"
"잠깐, 나일아! 아무리 급해도 예의 있게 물어봐야지!"
"어, 어떻게."
" '저희 어머니랑 무슨 사이신지 알려주세요!'라고 자, 해봐"
"... 알려주세요."
'아이고! 나일아..'
"죄송해요.. 제가 열심히 가르치겠습니다.."
"괜찮아요, 우선 여기서 할 이야긴 아닌 것 같군요.. 안으로 들어오세요."
"어.. 엄마!"
"들레야, 가서 마실 거라도 가져와 주렴."
"... 흥!"
그렇게 우리는 당분간 들레의 집에서 머물게 됐다.
"그리 좋은 대우를 해주지 못해 미안해요.."
"보시다시피 마을이 지금.. '개판'이잖아요."
"아, 아니에요.. 저희야말로 감사합니다."
"전 오윤이라고 합니다, 이 얘는 나일이고요."
'얘는 아까부터 왜 가만히 있지..'
"그.. 아까 보니 나일과 아는 사이신 것 같은데.."
"아, 그렇군요.. 제 소개가 너무 늦었네요."
"저는 '민하얀' 이라고 합니다. 령희와는 오랜 친구 사이예요."
들레의 푸른 머릿결과 옥색 눈동자와는 다르게 들레의 어머니는
갈색 머릿결과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지만 뿔이 없는 건 똑같았다.
"나일씨를 알아 본 건 목걸이 때문입니다."
"그 목걸이.. 령희의 목걸이니까요."
'그래서 알아보셨던 거구나.'
"두 분이 여기에 오신 이유는 역시 령희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겠죠?"
"아뇨 그건 아니지만.."
나는 고개를 돌려 나일을 보았다.
'나일에겐 꽤 중요하겠지.'
"꼭 듣고 싶어요."
"그런가요?"
"꽤 긴 이야기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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