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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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흑
작품등록일 :
2024.05.16 21:01
최근연재일 :
2024.09.20 21: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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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285

작성
24.07.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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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16화

DUMMY

"야 온유 너 미쳤어?"

'응? 이건.. 들레 목소리?'


'누구랑 대화하고 있는 거지.'

'여기선 잘 안 보여.. 좀 더 앞으로...'


나는 앞에 세워져 있는 장독대 뒤로 몸을 숨겨 다시 그곳을 바라보았다.

'오... 보인다.'


거기엔 들레와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의 모습은 이러했다.


수려한 외모의 진갈색 머리카락을 땋아 넘기고

검은 저고리에 연갈색의 긴 도포를 매치한 단정한 차림이었다.


'음.. 나일보단 아니지만 이쁘장하게 생겼네.'

'... 헉! 설마 들레의 숨겨진 애인?!'


"누가 보면 어쩌려고 찾아와!"

"... 들레야 전에 말했던 거 다시 생각해 주면 안 될까?"


"하아.. 분명 말했지 난 무녀가 될 생각 추호도 없어."

"네가 지금 상황을 몰라서 그래!"


"마을이 이렇게 된 것이 뿔이 없는 도깨비라며

그들을 모조리 잡아다 죽이고 있어."


'뭐?!'

"뭐? 어떤 새끼들인데."


"카도교."

"이번에 생긴 집단이야."


'하긴 마을이 이 지경인데 사이비가 나타날만하지.'

"자, 여기. 읽어 봐."


온유는 왼쪽 품 안에서 작은 두루마기 하나를 꺼내어 들레에게 주었다.


"뿔이 없는 이단아로 인해 이 마을의 빛을 잃어가고 있으니

두 뿔을 가진 자들이 구원해 줘야만 이윽고 다시 빛을 되찾을지어다."


'개소리를 참 신성하게 적었네.'

'저기 교주 누구지.. 적성 찾은 듯.'


"쯧, 그 새끼들이 이런 말을 적어서 뿌리고 다니니?"

"맞아. 그건 카도교의 교리가 적힌 종이야."


"이 자식들이 판치고 있는 동안 넌 뭐 한 거야."

"... 지금의 내겐 그들을 막을 권력이 없어."


"내 예상보다 규모가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고.. 뒷배가 있는 모양이야."

'생각보다 얘기가 흥미진진하네.. 재미없으면 몰래 방으로 들어가려 했는데.'


"... 상황은 충분히 알겠어."

"그, 그럼!"


"아니. 그렇다 해도 무녀가 될 생각은 없으니까."

"대체 왜! 제발 들레야.."


"그들이 지금 노리고 있는 건 너와 너희 어머니도 포함돼."

"이대로 있다간 위험하다고..!"


온유는 가만히 서 있는 들레의 양손을 조심스럽게 잡으며 말했다.


"네가 무녀가 된다면 그들도 맘대로 손을 못 쓸거야."

"그러니까... 이런 방법으로라도 널 지키게 해줘.."


들레는 자신의 손을 맞잡은 온유의 손이 작게 떨리는 걸 느꼈다.


"... 나도 미안하지만 내 생각은 바뀌지 않아."

들레는 온유의 두 손을 단호하게 뿌리치며 말했다.


'와.. 저 얼굴에 안 넘어가다니.. 나라면 바로 무녀 됐다.'

"이제 그만 가."


"들레야!"

"됐어! 그만하고 돌아가."


그리 말하며 들레는 온유에게서 등을 돌렸다.

하지만 온유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는지 등을 돌린 들레의 손목을 붙잡았다.


"이거 안 놔?"

'.. 아 이런 중요한 순간에 다리가..'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얘기를 들어서인지 다리가 저려오기 시작했다.

'잠깐만 앉아있자.'


잠시 쭈꾸려 앉아 있던 나에게 불길한 소리가 들렸다.


위이이이잉-


'으.. 제발 여기서 윙윙대지 말고 다른 데 가줘..'

'응? 손에 뭔가가..'


이름 모를 벌레가 내 손에 안착했고,

난 그대로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우..'

"우와아아아아악!"


우당탕-


"거기 누구지?"

"아야야.."


"오윤?"

"너 여기서 뭐해?"


"하하.. 그.. 좋은 밤입니다."

'아. 그냥 자러 갈걸.'


난 흙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 온유와 들레가 있는 쪽으로 갔다.


"오윤 이랬나? 우리 대화를 어디까지 엿듣고 있었던 거냐."

"전부 다... 들었습니다."


위아래로 자신을 훑는 온유의 시선이 느껴졌다.

난 들레에게 슬쩍 다가가 귀에 대고 속닥였다.


"이 분은 누구?"

"온유. 이곳에 영주야."


"뭐 영주라고?"

'음...'


"왜 이 집에 있는 거지?"

"그게.. 사정이.."


"온유, 네가 알 거 없어."

"가자 오윤."


"들, 들레야!"

난 들레의 뒤를 따라가지 않고 온유의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야 오윤 거기 있지 말고 빨리 와."

'솔직히 영주를 어떻게 만나야 하나 했는데 제 발로 올 줄이야..'


'굴러들어 온 기회를 버릴 수야 없지!'

"크흠! 영주님 제가 도와드릴까요?"


"오윤!"

"무슨 속셈이지?"


"음.. 살짝의 속셈이 있긴 한데... 영주님께서 손해 보시는 건 없을 겁니다."

난 내가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들레는 다시 내게 돌아와 나의 옷소매를 쥐고는 세게 잡아당겼다.

"쓸데없는 말하지 말고 이리 와."


'절대 못 가지.'

"아쉽지만 내일 오시겠어요? 저희 대화에 훼방을 놓는 방해꾼이 있네요."


나의 옷소매를 쥐고 있는 들레의 손을 살며시 떼놓고

온유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소곤댔다.


"천천히 오붓하게 둘.이.서 얘기 나누죠."


난 온유에게 말을 전하고 뒤로 슬쩍 물러나 말을 이었다.

"그럼 밤길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온유는 들레의 눈치를 마지막까지 살피곤 돌아갔다.


온유가 점점 멀어지고 그 자리엔 나와 들레만 남았다.

들레는 나의 등을 세게 내리쳤다.


짝-!


"악!"

"왜 때려!"


'영주님.. 괜한 걱정을 하고 계시네..'


'그딴 사이비 하나는 얘 혼자 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너 미쳤어?! 도움은 무슨 도움!"


"쉬잇! 이러다 다 깨겠네."

"난 절대로 무녀 따윈 되지 않을 거니까!"


"걱정 마. 우리의 거래에 너가 낄 자린 없어."

"위험해져도 몰라. 흥!"


"얘기를 들어보니 위험한 건 내가 아니라 너 같은데.."

나는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뭐?"

"아, 아냐.."


'이걸 듣네..'

그 말을 뒤로 들레의 방문은 닫혔다.


"나도 들어가서 마저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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