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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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흑
작품등록일 :
2024.05.16 21:01
최근연재일 :
2024.09.20 21: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282
추천수 :
0
글자수 :
59,285

작성
24.08.1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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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20화

DUMMY

'후.. 이 마음을 깨달은 건 별로 안되었다.'

'하지만 전해야 해. 거절당한다 하더라도..'


"온유, 지금부터 하는 말은 나의 진심이니 잘 들어."

"응. 하나도 빠짐없이 들을게."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널 처음 만났을 때 정말 인생에서 제일 재수 없는 날이었어."


'아 그날인가.'

"알아. 더러운 흙바닥에 주저앉아서 울고 있었지."


"뭐야.. 너도 기억하고 있었어?"

"그걸 어떻게 잊어."


"나에게 보여준 모든 모습들 중 너의 제일 나약한 모습이었는데."

"네가 나에게 보여준 모습도 만만치 않아."


"사람 위로하는 게 얼마나 서툴던지.."

'지금은 왜 그렇게 서툴렀는지 알겠다.'


'곱게 자란 도련님이 남을 위로해 봤겠냐고..'

"그래도 너 그런 서툰 위로에 눈물 그친 거 알아?"


'"너~ 무 웃겨서 눈물이 안 나온 거야!"라는 반응을 보이려나..'

"... 응. 분하지만 엄청 위로받았어."


'어쩌면..'

"뭐야.. 그게."


'난 이미 그때부터 이 애를 좋아하게 될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서툰 모습이 귀여워 보였으니까..... 아!"


'생각한다는걸.. 입 밖으로..'

'귀... 귀엽다고? 분명 그리 말했지?'


"푸하..!"

"왜, 왜 웃어!"


'사람이 진지하게 말하는데.. 웃기나 하고.'

"나도."


"얼굴은 눈물 범벅이 될 정도로 울고 있었으면서.."

"입 밖으로는 '지들은 얼마나 잘났다고..' 하면서 중얼거리는 게 엄청 맘에 들었어."


"너도 참.. 별종이야."

"별말씀을.."


'아.... 지금이라면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 좋아해."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방금.. 좋아한다고 한 거 맞지?'

온유는 예상 외의 말에 놀라 말문이 잠시 막혔다.


들레는 벙쪄있는 온유를 곁눈질로 힐끔댔다.

'뭐라 답이라도 해.. 사람 부끄럽게!'


"좋아한다고 고백한다면 내가 먼저 할 줄 알았는데.."

"그럼 말해주면 되잖아. 온유.."


"나도 좋아해. 들레야."


살며시 웃어보이며 좋아한다 말하는 온유의 모습에 들레는 얼굴이 뜨거워지고,

평소보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막상 들으니 기분이 이상하네..'


우리의 마음이 서로를 향한 순간 달빛도 우릴 비추기 시작했다.

그 달빛은 낮의 태양보다도 따뜻했었다.


동시에 기분탓인지 모르겠으나 평소와 다른 색다른 힘이 흘러넘치는 것 같았다.

'지금인 것 같아.'


그리고 들레는 설이 알려준 대로 말했다.

"온유.. 나 이제야 알 것 같아."


"무엇을?"

"설님이 한 말을."


"난 나의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고 잃지 않기 위해

나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맞서겠어!"


"... 바로 그거란다."

'이건 설님의 목소리!'


설의 목소리가 들리며 들레의 몸을 수많은 빛들이 감쌌다.

온유는 반사적으로 들레에게서 조금 거리를 두었다.


"이, 이게 뭐야?"

'저 빛들은 뭐지? 들레에게 위험한 것 같진 않은데..'


"들.., 들레...."

자리에서 일어나 온유가 들레에게 다시 가까이 가려던 때였다.


"온유! 뭐하고 있는 거야?!"

"오윤? 왜 내려 왔어?"


"왜 내려오긴.. 지금 당장 나가야 해!"

"여기로 카도교 교주랑 신자들이 오고 있어."


그렇다. 온유와 들레가 얘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처형식의 시간이 오고 만 것이다.

온유는 들레를 바라보았다.


들레를 감싸던 빛들은 어느새 사라져있었고,

온유의 눈 앞에 보였던 건 아까와는 다른 들레의 꼴이었다.


'몸이.. 자랐나?'

들레의 키는 어린 아이라고 오해할 정도로 작은 키를 가졌다.


하지만 현재 들레는 한눈에 봐도 전보다 성숙해 보였다.

물론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들레 너.. 뿔이.."

".. 감탄할 시간은 지금 말고도 많이 있으니까 내 걱정 말고 얼른 나가."

.


.


내 이름은 티혼.

나는 타닌에 잠입해 안쪽에서부터 서서히 무너뜨렸다.


그 녀석들이 우리를 무너뜨린 것처럼 똑같이 말이다.

당연히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곧 나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도깨비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무녀가 없어진 후


너무나 순조롭게 나의 손바닥 안에 들어왔다.

'지금쯤이면 영주가 여자를 데리고 도망갔겠지?'


티혼은 신자들이 자신에게 달려와 여자가 사라졌다는 보고를 올리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들레는 신자들의 손에 이끌려 터벅터벅 계단을 올라왔다.


'이게 아닌데!'

나의 계획은 이러했다.


여자를 납치 후 영주에게 이 정보를 대놓고 줘버린다.


여자를 영주가 몰래 빼돌려 데려가면

그것을 빌미로 영주와 여자를 둘 다 없애버릴 생각이었다.


'영주를 이단아를 도와준 배반자로 몰고

무녀의 싹인 여자를 밟은 생각이었다만..'


'쯧.. 눈치챈 건가? 하지만 어떻게?'


'됐어, 영주는 일단 내버려두고 하나하나 처리하지 뭐.'

약간의 차질은 있긴 했지만 처형식은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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