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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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흑
작품등록일 :
2024.05.16 21:01
최근연재일 :
2024.09.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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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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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DUMMY

온유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그야... 그 편이 더 계획에 차질 없이 진행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들레에겐 동기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곁엔 동기가 되어줄 만한 좋은 사람이 있었죠."

"전 그걸 이용한 것뿐입니다."


'이렇게 보기엔 완벽해 보이겠지만 사실 몇 가지 차질이 존재했다.'

우선, 들레가 납치를 당한 것.


다행히 스파이인 힐렌이 교주가 남긴 전언을 수정해 장소를 남겨두었다.

힐렌에게 이것에 대해 묻자 이리 답했다.


"들레라는 여자의 어머니를 죽이라는 도련님의 명령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받은 교주의 지령이었어."


"그리고 딱 생각했지! 간 김에 두 지령을 한 번에 처리해야겠다 하고~!"

"하지만 그... 우리가 깜빡.. 하고 도련님께 전하는 걸 잊었지 뭐야~..."


"나는 빼라. 힐렌."

"그런 게 어딨어!"


"아무튼, 그래도 우리의 실수니까 그런 거라도 남긴 거야!"

두 번째로는 들레가 감옥에서 탈출하는 것을 거부한 것.


하나 거기엔 이유가 있었는데 그것이 마지막 이유다.

바로 무녀가 될 자만 본다는 빛을 마주했다는 것.


원래라면 그런 식으로 처리할 예정은 아니었으나..

"결과가 좋았으니 된 것 아닌가."


"그럼 그럼.. 마녀가 그런 계획을 세우고 있단 걸 도련님은 어떻게 알고 있었어?"

"그건 구미호 남매의 도움을 받았어."


"지금 우리 타닌의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조언을 구하러 갔을 때 들은 거야."


'티혼이 날 제일 신경 쓰는 바람에 안 들키고 움직이는 게 힘들었지.'

"자, 이제 궁금한 거 더 없지? 돌아가."


"네네~ 다음에도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줘요~ 도련님."


정리하자면 타닌은 무녀의 힘이 사라진 것과

불난 집에 부채질하러 온 티혼에 의해 쇠퇴할 수밖에 없었다.


나와 나일이 타닌에 도착했을 땐 거의 망하기 직전이었다.

그 망해가던 타닌이 지금 새로운 무녀와 영주에 의해 바로 잡히기 시작했다.


뭐가 됐든 결과만 좋으면 된 거 아닌가.

"이곳에서 묵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나와 나일은 하루 정도 타닌에 더 있다가 가기로 했고,

영주성에서 일하는 하녀가 방으로 우릴 안내해 주었다.


방 안을 살펴보니 접이식 파티션으로 공간을 분리해놓았는데

파티션 뒤에는 넓고 푹신해 보이는 침대가 하나가 있고,


담소를 나누기에 좋아 보이는 작은 원형 탁자와 의자가 있었다.

침대 옆엔 큰 장롱이 위치해 있고 그 옆엔 높이가 낮은 서랍장이 있었다.


우리는 각자 하루의 피로를 풀고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아니 근데....'


"왜 또 침대가 하나인데!!!"

"오.. 푹신해... 너도 누워 봐."


나는 손 끝으로 살짝 침대를 눌러보았다.

"진짜네... 아니, 나일.. 나 따지고 올게!"


'후우.. 하마터면 그대로 누울 뻔했네.'


몇 분 후.


"표정이 왜 그래?"

".... 나일."


"응?"

"우리가.. 연인..인 줄 알았대.. 그래서..."


생각해 보니 나와 나일은 어딜 갈 때마다 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꼭 손을 잡고 다녔다.

하녀에게 안내를 받을 때도 그렇고 엄청 붙어 다니니 오해를 한 모양이었다.


특히, 나를 대할 때와 남들을 대할 때의 태도 때문에 더 그리 생각했던 것 같다.

'이상한 꿈 때문에 같이 자기 좀 그런데 어쩔 수 없지.'


'그러고 보니 나일은 처음 날 만났을 때도 이상할 정도로 친절하고 잘 챙겨줬지.'

'음.. 나중에 한 번 물어봐야지.'


".... 연인.."

나일이 작게 중얼거렸다.


"뭐라고?"

"아냐."


나는 나일을 등지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나일은 정자세로 내 옆에 누워 내게 말을 걸었다


"오늘 여기로 오면서 말이야."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아직 안 자고 있어. 계속 말해."

"....."


'자는 거 아니지?'

나는 나일 쪽으로 몸을 돌렸다.


나일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왜 이렇게 빤히 쳐다봐..'


"야... 하던 말이나.."

"연인...처럼 보이는 남녀가 접문하는 모습을 봤어."


"뭐 뭐,뭐 뭐라고?"

놀란 나머지 누워있는 몸을 일으켰다.


"... 아, 그러니까 네가 알려준 그 키스라는 걸 하고 있었어."

"나도 접문이란 단어는 알고 있거든!"


"그걸 왜! 지금! 나한테 말하는 거야?"

'겨우 다 잊을 참이었는데.. 이러니까 다시 떠오르잖아!'


오윤은 'B는 A를 덮치고 싶다.'라는 BL 웹툰을 호기심으로 본 적이 있다.

15금 답지 않은 아슬아슬한 수위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최근 여기서 나오는 한 장면을 모티브를 삼고,

나일을 상대로 묘하고 이상한.. 즉, 야릇한 꿈을 꾸었다.


"전에 '환각 꽃'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했던 때가 떠올랐는데.."

"아 그, 때.. 으음.. 그때 그 일에 대해선 말해주지 말아줘.."


'으.. 속이 안 좋아졌어..'

나일은 몸을 일으키고 나에게 불쑥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그때 했던 키스 다시 해보고 싶어."

그때 오윤을 살리기 위해 책에서 본 대로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오윤을 업고 가면서 원래라면 하지도 않았을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떼어냈지만 오윤이 보여줬던 그 책엔 어머니가 남긴 쪽지가 있었다.


'환각 꽃 대처법은 연인끼리 하는 접문 같지 않니? 하하!'라는 쪽지 말이다.

다이어니아의 언어로 적혀있어 오윤은 몰랐겠지만..


그래서 그때 오윤이 물어보았을 때 멍청하게 얼굴을 붉혔다.

'그건 그냥 대처법인데 오윤 때문에 그 책 보는 것도 껄끄러워졌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어떤 한 연인이 하는 구합을 보았을 때.

다시 해보고 싶다는 감정이 들었다.


'그때 했던? 분명 나한테 키스한 적 없다 했는데.'

"너 분명 나한테..."


"거짓말... 이었어.."

'... 그렇다는 건..!'


"나한테 그, 그 그 했다는 거지? 고블린이 아니라!"

나일은 나에게서 살짝 물러났다.


"아, 응."


"하아~ 다행이다!! 나는 너가 그리 말하길래.... 고블린... 거짓말이라니... (생략)"

"그랬구나~ 그랬어.. 자! 이제 잘까?"


그리 말하며 다시 누우려는 나의 행동을 막으며 나일이 말했다.

"되게 자연스럽게 말을 돌리는데.. 답 안 해주면 내 마음대로 할 거야."


'으음... 이래서 눈치 빠른 자식이란...'

"그 말 볼 붉히면서 말하는 거 되게 키스 많이 안 해본 숙맥 같은 거 알지?"


'물론, 나도 마찬가지지만.'

오윤, 그는 고3을 앞둔 열여덟 살 소년.


'새 학기 시작하기 전에 여기 왔으니 따지자면 열아홉이지.'

'.. 지금은 이게 중요한 게 아냐.. 내가..'


'생애 처음 키스를 '남자'와 하게 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는 거지.'

'하지만.....'


'궁금한 것도 있지만 이 얼굴이면 가능할지도.'

"알겠어! 그.. 처음이니까... 살살 부탁해."


'으아! 뭐라는 거야!'

나는 눈을 질끈 감고 기다렸다.


나일의 숨결이 가까워짐과 동시에 내 입술에 또 다른 온기가 닿았다.

몇 초 정도 그리 가만히 있다가 물컹한 느낌이 들어 놀라 입술을 살짝 벌리니


그 안으로 조심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둘 다 처음이고 서툴렀지만 지금 서로에겐 이보다 좋은 자극은 없었다.


"하아.. 하.. 하아...."

유독 길게 느껴졌던 키스가 끝나고 서로를 마주 본 순간.


현타가 몰려왔다.

'아아아아아아! 진짜 했어!! 어떡해.. 이제 얼굴 어떻게 봐... 어색해!'


'나일 쟤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멍해져가지고.. 내가 먼저 말해야겠다.'

"그.. 나일 오늘 있던 일은...."


"...... 또 하자!"

"그래, 그리 말할 줄... 뭐?"


나일은 츄르를 처음 먹어 본 고양이처럼 반짝반짝한 눈으로 날 보며 말했다.

"다시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와~ 얘 원래 이런 애였나?'

"나일 나일 진정해."


"우리 내일 일찍 갈 데 있다며 나중에 또 하자."

"하루에 한 번씩 해주면 물러나주지."


'이게..!'

"빨리."


"알았어. 그리할게.. 그러니까 오늘은 이만 자자."

나는 마지못해 이를 악물고 약속해버렸다.


그렇게 타닌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갔다.

.


.


나와 나일은 들레와 온유의 배웅을 받고 구미호 남매가 살고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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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24.06.07 9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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