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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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흑
작품등록일 :
2024.05.16 21:01
최근연재일 :
2024.09.20 21:0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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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285

작성
24.09.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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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DUMMY

우리가 구미호 남매에게 가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기 전 남매에 대해 알려주자면

우선 누나인 여우나.


그녀는 흑홍색 피부와 눈 밑에 진한 홍조, 가늘고 길게 찢어지고 처진 눈매,

눈썹 위 점이 있고 매력적인 보조개가 있다.


앞머리 없는 검붉은색 굵은 컬의 가슴 아래까지 오는 머리카락과 민트색 눈이 특징이다.


의상은 하엽색의 짧고 타이트한 저고리에 치맛말기를 조이고,

지백색의 화려한 자수가 새겨진 치마는 퍼지도록 하는 상박하후 차림을 하고 있다.

두 귀는 쫑긋 세워져 있지만 끝이 살짝 접혀있다.


남동생인 여우의.

누나와 같은 흑홍색의 피부와 눈을 지녔지만 외모는 달랐다.


동글동글한 눈매와 진한 쌍꺼풀을 가졌다.

누나보단 살짝 더 밝은 붉은색의 머리카락을 옥색의 비녀로 고정한 묶은 머리를 하고 있다.


평소 입고 다니는 옷은 하엽색의 소창의다.

귀는 누나와 달리 쫑긋 세워진 귀다.


그런 이들에게 가는 이유는 바로 나 때문이다.


수상한 눈 문양의 표식 덕분에 괴물들 사이에서 안 들키고 생활할 수 있었으나

종종 사라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구미호가 지닌 여우구슬의 힘을 빌려보기로 했다.


물론, 그 남매가 우릴 도와줄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 그래서 우리가.. 오윤, 듣고 있어?"

"으, 응? 어.. 어!"


"흐음..."

'사실 아니다.. 아까부터 네 입술밖에 안 보인다고!'


나의 생각이 얼굴에 드러날까 고개를 숙여 아래를 본 채 걸었다.

'어제 내가 왜 그랬지? 내가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게 분명해!'


"... 윤"

'하... 시간을 돌리고 싶어..'


'생각해 보니 나만 이리 부끄러운 거야?'

'으으.... 괜히 내가 진 것 같아.'


어제의 서툰 키스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무렵.


"윤아."


평소엔 성을 붙여 부르더니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나의 이름의 성을 떼어 부르는

나일의 다정한 목소리에 아까 전까지만 들었던 잡생각이 사그리 없어졌다.


그리고 그런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나일의 얼굴을 고개를 들어 직시하니

처음 느껴보는.. 아니 어쩌면 몇 번이고 있었지만 의식하지 못했던 간질거림이 훅 몰려왔다.


얼굴에 살짝 열이 올라 따뜻하다 못해 뜨거워지며

이 순간만큼은 오직 나의 심장소리만이 귀에 선명히 박혔다.


두근- 두근-


나는 재빨리 나일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이상해... 어제 키스했을 때보다 더.. 이상해.'


'왜 그러는 거야 젠... 장.'

나의 이런 심란한 마음을 모르는 나일은 나의 이마에 대뜸 손을 올리며 말했다.


"살짝 열이 있는 것 같은데. 괜찮아?"

'아무래도 단단히 홀렸나 보다.'


'알고 보니 얘가 구미호인 거 아냐? 막 이래.'

"너 앞으로 성 빼고 부르지 마."


"왜."

"그냥 부르지 말라면 부르지 마."


"어디 가?"

"어디 가긴 구미호 남매한테 간다며."


"여기 앞이야."

"엥? 여기 동굴?"


"저 안으로 들어가면 구미호 남매가 사는 곳이 나와."

'이런 축축하고 이끼 잔~뜩 낀 이곳을 지나가야 한다고?'


"여.. 기 말고는 없는 거야?"

"응. 없어."


"알았어... 가자."


음침하기 짝이 없는 동굴을 지나자 뿌연 안개가 시야를 가리기 시작했으나

계속해서 앞을 향해 나아가니 천천히 걷히며 장시가 나왔다.


"우와..!"


이곳은 밤처럼 어두웠고, 청사초롱이 가로등처럼 거리를 밝게 비추었다.

내가 느끼기에 타닌과 비슷한 분위기지만 좀 더 고급 진 느낌이었다.


'구미호만 살고 있는 그런 곳인 줄 알았는데 꽤 다양하게 살고 있네.'

"나일, 여기에 터를 잡고 사는 건 알겠는데 구미호 남매가 정확히 어디 사는지 알아?"


"그거라면 저기 보이는 바람종을 울리면 돼."

나일이 가리킨 곳엔 '길 안내가 필요하다면 종을 울리세요.'라는 말이 적힌 장승이 있었다.


장승 옆엔 엉성하게 만든 나무 탁자가 있고, 그 위에 낡은 작은 종이 하나 올려져 있다.


딸랑- 딸랑-


종을 울리니 잠시 후 우리의 앞에 카라카사가 나타났다.

카라카사는 눈 하나, 긴 혀, 양팔과 하나의 발이 달린 우산 요괴이다.


"안녕하시옵니까? 길잡이인 미미라고 합니다.

'미, 미? 이름이 왜 이래?'


"생긴 거랑 똑같이 이상한 이름이네."

"하하, 하"


멋쩍게 웃으며 나일의 어깨를 툭툭 쳤다.

"저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그분은 이름 짓는 센스가 없으시니 이해해 주세요."


"아무튼 절 부르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구미호 남매가 사는 곳으로 안내해."


"그분... 그러니까 여우나님이 사시는 곳 말이죠..."

'중요한 손님이 계신 것 같았는데 데려가도 되겠지... 이것이 나의 일이니까.. 이해해 주실 거야.'


"아, 알겠습니다.. 절 따라오십쇼."

미미는 우릴 가옥 금잔화 문양이 그려진 대문 앞까지 안내 후 홀연히 사라졌다.


대문을 조심스레 두들겼더니 문이 스르르 열리며

붉은색의 화려한 지붕의 넓은 전통가옥과 마당이 나왔다.


나일은 망설임 없이 가옥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도 되는 건가?'

"시, 실례합니다...."


우린 가끔씩 들리는 마룻바닥의 삐거덕 소리를 들으며 복도를 걸었다.

'아무런 기척도 안 느껴지는데.... 집 비운 거 아냐?'


"야,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나가자..."

"잠깐만."


수많은 방 중 어느 방 앞을 지나가던 때.

"..... 게 아냐."


"이 방에서 무슨 소리 안 들려?"

"소리?"


나와 나일은 발걸음을 멈추고 문 앞에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

농후한 여자의 목소리와 미성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 거기... 렇게 하면.. 안...."

"이, 이렇게... 요?"

"좋아... 그렇게..."


'이이, 이게 대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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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24.06.07 9 0 5쪽
9 9화 24.06.03 11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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