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난나 케이스:프로이트가 남긴 멸망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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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ei
작품등록일 :
2024.06.03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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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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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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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성명

DUMMY

이현이 구해온 차로, 최호와 김청은 교토역을 무사히 벗어났다. 그리고 최호의 안내로 이코마시의 다카코의 저택으로 일단 피신하기로 한다. 교토를 빠져나와서 고속도로로 들어갈 때까지 세 사람은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입이 근질근질하던 이현이 먼저 그 침묵을 깬다.

“우리 통성명은 해야겠지? 나는 이현이라고 한다.”

뒷좌석에 앉아 있는 김청은 아직도 온몸에 묻은 피를 휴지로 닦아내고 있었다.

“아, 네. 제 이름은 김청입니다. 저를 이렇게 구해주신 것에 대해서 인사를 못 드렸는데요, 감사,,,”

“너는 그 날아다니는 놈의 상대가 안 되던데, 왜 죽자 살자 달려든 거야?”

김청의 감사 인사를 잘라먹은 것은 조수석에 앉아 있는 최호였다.

“알고 있어요, 사곡의 무위는요. 하지만 저는 그 사람을 반괘권으로 꼭 꺾어야 해요. 제 친구의 소원이었거든요.”

풀이 죽은 김청의 대답에 이현은 피식 웃는다.

“무슨 무협지 쓰고 있어? 혹시라도 그 친구 죽기라도 했나? 친구 소원 때문에 그렇게 죽자고 자 덤벼?”

“어떻게 아셨어요? 제 친구가 죽은 것을?”

김청의 뜻하지 않은 대답에 이현은 입술을 삐죽 내민다.

“무협지였네, 당신 이름은 뭐야?”

무안했는지, 이현은 바로 자신의 옆자리에 있는 최호에게 말머리를 돌린다.

“최호.”

짧은 최호의 대답에 그다음 말을 기다렸던 이현은 그가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자,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입을 연다.

“뭐, 이렇게 침묵이 금이라는 철칙을 지키는 인간들과 같은 차를 타게 되었는지, 내가 오늘 운수가 꽝이네. 그런데 자네는 누구를 노리고 그 자리에 왔나?”

이현의 대답에 최호는 대답할 생각이 없었다. 이현은 잡고있는 핸들을 살짝 손바닥으로 치더니 또다시 말을 잇는다.

“뒤의 저 친구는 사곡이고, 나는 그 옆에 있었던 백인 남자가 오늘 목표였어. 자네는 둘 중에 누구야? 당신도 그들이 그 장소에 오는지 알고 왔던 것 같은데?”

비록 이현은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었지만, 아직도 그에 대한 신뢰는 충분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총기가 불법인 일본에서 그는 버젓이 권총을 두 자루나 들고서 나타났고, 또 자신이나 김청 같은 무술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사곡 같은 고수를 잠깐이라도 몰아붙일 정도로 싸움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사실 최호가 그를 다카코의 집으로 데리고 가는 이유도 자신보다 이현이 이 상황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나가 자신을 죽여달라는 뜻에 따라 교토역을 가기는 했지만, 최호는 그녀를 죽이려는 맘은 별로 없었다. 만일 그녀가 교토가 아닌 다른 곳에서 자신을 죽여달라고 했다면 미친 여자라고 여기고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최호는 단지 다카코와 이치로를 다시 만날 계기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 교토역에서 벌어진 사고는 그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최호는 알 필요가 생긴 것이다.

“뭐야, 피난처까지 알려준 사람이 너무 입이 무거운 거 아니야?”

최호는 이현이 너무 시끄러워서 싫었다. 그가 총을 다루고, 싸우는 폼을 봐서는 무슨 특공대 출신인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가 게리를 노리고 왔다고 이야기하지 않나, 시시껄렁한 말투로 오늘 사고가 무슨 해프닝인 것처럼 떠벌리는 것도 맘에 들지 않았다.

더 이상 최호가 말을 하지 않자, 그는 블루투스로 연결된 스마트폰에서 음악을 재생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플레이 리스트는 대부분이 걸 그룹 노래였다. 오늘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죽어 나갔는데도 불구하고, 콧노래로 음악을 따라하는 그의 무신경이 최호는 짜증이 났다.

뒷좌석에 앉아 있는 김청은 휴대용 휴지팩을 한 통 거의 다 쓰고나서야, 그나마 얼굴에서 피를 어느 정도 지웠다. 하지만, 그의 머리에는 군데군데 굳어버린 피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밤이 다 되어서야, 최호 일행의 차는 시기산 중턱에 있는 마을 입구에 다다를 수 있었다. 다카코의 집쪽으로 가는 골목은 정말 차가 딱 한 대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하지만 이현은 능숙하게 그 골목을 지나서, 다카코 집 앞의 사찰 주차장으로 차를 몰고 가 주차했다.

주차장에는 미리 최호가 연락해 놓아서, 다카코가 나와 있었다. 차에서 내린 이현은 다카코를 보고 흐뭇한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는 최호의 팔을 슬쩍 치더니,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다카코는 앞으로 한 발자국 나와서, 최호를 살펴본다.

“어떻게 된 거야? 네가 당한 거야?”

다카코는 최호의 입술이 터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아, 한국분이신가 보네요? 이 친구가 이 정도면 상대방은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아, 제 소개를 안 했지요, 제 이름은 이현이고요, 아, 이 친구는 김청이라고 합니다.”

다카코 앞으로 나선 이현은 김청을 어깨동무하고는 그의 소개까지 일사천리로 한다.

“저는 모리 다카코입니다. 호에게 이야기 들었습니다. 집은 낡았지만, 커서 편하게 쉬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다카코는 김청의 몰골을 보고는 최호를 다시 쳐다보고는 힐난의 목소리로 한마디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저분은 왜 온몸에 피가 묻어있고 말이야? 그냥 교토 관광하러 간다고 했잖아?”

김청은 괜히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 같아서, 무슨 말을 꺼내야할 것 같았다. 그런 그의 심정을 알아챘는지, 말주변 없는 그 대신 이현이 말을 해준다.

“아, 혹시 뉴스를 보셨는지 모르시겠지만, 교토역에서 큰 사고가 있었잖아요. 거기에 있다가 그만,,,”

“그 사건, 너랑 상관있는 거였어?”

변명을 한다는 게, 역린을 건드린 게 아닌가 싶어서 이현은 바로 입을 꾹 닫는다. 이현은 다카코는 보통의 여인이었고, 최호는 그녀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숨기고 있는 것이라고 미뤄 짐작해 버렸다.

“어떤 여자가 자신을 교토역에서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했어. 하지만 오늘 만나서 그녀의 부탁을 거절할 생각이었어. 그런데 그녀와 그녀의 일행을 노리는 사람들이 나 말고도 여러 명이 있었고, 그들이 서로 죽고 죽이면서 큰 사달이 난 거야.”

이현은 최호가 솔직하게 그녀에게 다 털어놓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그러면서도 그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했던 어떤 여자가 누군지 궁금증이 확 일어났다. 이현은 다카코가 놀래서 한마디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다카코는 최호의 말에 특별한 대꾸 없이 김청을 보면서 말한다.

“저 친구는 뒷문으로 들어오라고 해. 다카시에게는 저렇게 피범벅을 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다카코의 말이 떨어지자, 최호는 김청에게 자신을 따라오라고 하며, 저택의 뒤쪽으로 돌아갔다.

“저희 할아버지가 집에 계시는데, 밤이 늦었으니 내일 아침에 인사를 드리시면 될 것 같아요. 제가 방까지 안내해 드릴게요.”

다카코의 안내에 따라 이현은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는 그렇게 큰 집처럼 보이지 않았는데, 안쪽으로 들어가니 널찍한 안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ㅁ자형의 큰 1층의 목조건물이 있었다. 한쪽은 전체가 덧문들이 설치되어 있는게 방이 있는 것 같았고, 다른 한쪽은 넓은 마루가 있는데, 벽에는 여러 사람의 이름들이 걸려 있었고, 구석에는 검도 무구들이 쌓여 있었다.

“여기는 검도를 가르치는 곳인가 보군요?”

다카코는 큰 마당을 지나 다른 쪽문을 열고 뒤쪽 마당으로 이현을 인도하면서 그의 물음에 대답한다.

“예전에요. 지금은 사정이 있어서 문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아까 전 최호라는 친구가 하는 이야기에 전혀 놀라지 않으시더군요. 원래 그렇게 그 친구가 사고를 많이 치고 다녔던가요?”

다카코는 이현의 이야기에 대답을 하지 않고, 그냥 쓴웃음만 지어 보인다.

“그 친구가 더 이야기하지 않은 게 있습니다. 그 일행을 노린 사람 중, 저와 피범벅 친구도 있었습니다. 아이도 있으신 것 같은데, 저희 같은 사람들을 집안에 들이시면 안 되실 것 같은데요.”

다카코는 이현의 말에 걸음을 멈추고 그를 뒤 돌아본다. 이현은 여기서 그녀를 한 번 더 겁을 줄까 말까 잠깐 고민한다.

“오늘 호를 처음 만나신 거죠?”

이현은 일부러 자기 코트 단추를 풀어서, 자신의 권총 홀스터를 그녀에게 보여주려고 하였다.

“재미있는 분이신 것 같은데, 호가 좀 무례하게 굴더라도 이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말과 함께 다카코는 허리를 90°로 굽혀서 이현에게 머리를 수그렸다. 의외의 반응에 호는 코트 단추를 푸는 손가락을 멈춘다.

“최호라는 친구가 저를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는 것 같던데,,,”

“원래 호가 낯을 좀 가려서요, 하지만 그가 당신들을 여기로 데려온 것은 정말로 당신이 필요하거나, 아니면 당신에게 무언가 큰 신세를 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현은 다카코가 보통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녀를 놀리려고 했던 게 미안했는지, 이현은 머리를 끄적거렸다.

“호는 원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요. 그게 그의 최고 장점이자, 단점이지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는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때 뒷문을 열고, 최호가 김청을 데리고 뒷마당으로 들어온다.

“먼저 그 친구를 씻으라고 해.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 줄 테니, 내 건넌방으로 이따가 오고.”

다카코의 말에만 반응하는 로봇처럼 최호는 김청을 뒤채의 욕실로 데리고 간다.

“이 집에 머무는 동안, 친구의 집에 머무는 것처럼 편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카코는 잠깐 하던 이야기를 끊고는 이현에게 싱긋 웃어 보인다.

“당신과 호는 의외로 잘 어울리는 친구가 될 것 같습니다. 믿으셔도 돼요, 저와 호도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를 싫어했거든요. 서로를 죽이려고 할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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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나 케이스:프로이트가 남긴 멸망의 유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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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발경 NEW 4시간 전 0 0 15쪽
37 흡혈 24.09.13 1 0 13쪽
36 이대도강 24.09.06 5 0 13쪽
35 천년협객 24.08.30 4 0 20쪽
34 사투 24.08.23 5 0 15쪽
33 접촉 24.08.16 5 0 15쪽
32 재회 24.08.09 6 0 14쪽
31 탈출 24.08.02 8 0 12쪽
30 1971년, 런던 24.07.26 7 0 14쪽
29 한청검 24.07.19 7 0 15쪽
28 1969년, 취리히 24.07.12 6 0 20쪽
27 원수 24.07.05 8 0 10쪽
26 1967년, 데스밸리 24.06.28 10 0 14쪽
25 시험 24.06.21 8 0 16쪽
24 1965년, 네바다. 24.06.16 13 0 11쪽
23 반괘권 24.06.15 10 0 13쪽
22 1953년, 예일대 24.06.14 8 0 12쪽
21 복마전 24.06.14 7 0 9쪽
20 1941년, 클라인 24.06.13 11 0 16쪽
19 Gold Code 24.06.13 12 0 12쪽
18 1939년, 유혼 24.06.12 10 0 12쪽
» 통성명 24.06.12 11 0 10쪽
16 1909년, 영혼의 두드림 24.06.11 11 0 14쪽
15 탈출 24.06.11 9 0 11쪽
14 죽음의 행진 24.06.10 11 0 15쪽
13 비명 24.06.09 11 0 12쪽
12 격돌 24.06.08 14 0 13쪽
11 첫 만남 24.06.07 12 0 15쪽
10 맥도날드 24.06.07 10 0 19쪽
9 피지 않은 벚나무 24.06.06 1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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