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난나 케이스:프로이트가 남긴 멸망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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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ei
작품등록일 :
2024.06.03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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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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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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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도강

DUMMY

“인연이라는 게 있다면 다시 만나게 되겠지.”

그와 만남이 벌써 한 달이나 지났다는 것을 최호는 실감할 수가 없었다. 만일 그를 이렇게 만나지 않았다면 스승 곽한을 잃은 상실감을 극복해낼 수 있었을까? 타츠야와 대결로 생긴 절대적 무력감에서 헤어 나올 수 있었을까?

“저는 당신의 성함도 모릅니다.”

최호의 부탁에 그 남자는 곤란한 듯이 입가를 손가락으로 매만진다.

“지금은 제가 많이 부족하지만, 다시 만나게 될 때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니 당신의 성함을 가르쳐주세요.”

그 남자는 자신의 오른편에 서 있는 젊은 여성을 향해서 표정으로 도움을 요청한다.

“이 사람의 이름은 알게 되면 도리어 앞으로 당신의 삶에 많은 고난에 처하게 될 거예요. 그냥 지나치는 인연이라고만 여기시고, 이 사람을 만난 것을 잊으세요.”

최호는 그녀가 이야기하는 것을 쳐다도 보지 않고, 그냥 그 남자만을 바라보고 서 있다. 그런 최호의 간절함에 그 남자는 다시 옆의 여자를 쳐다보고 어깨를 한 번 으쓱거린다.

“천(千)”

그 남자의 그 한마디에 최호는 약간 당황한다. 그 천이라는 이름이 성인지, 이름인지 헷갈려 다시 물어보려고 하려는 찰나, 천은 최호를 향해 손을 흔들어 다음 물음을 막는다.

“나도 원래 내 이름을 버리고 산 지 너무 오래되었고, 그렇다고 요즘 불리는 이름은 그녀의 이야기대로 당신에게 별 도움이 안 될 거야.”

천은 최호의 앞으로 다가가 그에게 손을 뻗어서 악수를 청한다.


“천년협객?”

사곡의 물음을 그대로 최호는 되돌려 주었다. 그러나 직감적으로 사곡이 말한 천년협객이 바로 자신에게 무정검법을 잊는 방법을 가르쳐 준 천과 동일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루두크에 몸을 둔 첫 번째 임무에 너를 만나다니, 이제부터 내 운빨이 풀리려나 보네.”

사곡은 만면에 미소를 띠면서, 양손을 편하게 아래로 내리고 손등이 최호를 보이게 하고는 그냥 어깨 폭 정도로 다리를 벌리고 섰다.

“천년협객이랑 인연이 있는 이에게 반괘권 같은 하류 무술로 상대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자, 그럼 이제 한번 진지해져 볼까?”

김청과 사곡의 반괘권은 비록 초식은 비슷하게 보여도 전개 방식과 초식의 활용, 무엇보다도 권법의 이해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김청은 반괘권을 책으로 혼자 배운 것이기에 권결에 숨겨져 있는 진정한 비결을 제대로 깨우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직접 겪어본 사곡의 반괘권은 최호에게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런데 그 반괘권 조차 하류 무술이라고 치부하는 사곡의 진짜 무술에 최호는 알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최호는 사곡이 어떤 기수식을 취할지를 살피며 다시 한청검의 칼자루를 고쳐잡았다. 그런데 사곡은 다른 기수식 자세를 하지도 않고, 그냥 양손을 내리고 의미 모를 미소만 입가에 그리고 있는 것이다.


“저와 대련할 때, 왜 당신은 어떤 기수식도 취하지 않나요?”

최호의 질문에 천년협객은 오른 검지로 머리카락을 끄적거린다. 막상 대답하기가 곤란한지 팔짱을 끼고서 약간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이해합니다. 제가 당신 수준에 한참 못 미치니까,,,”

천년협객은 손을 들어서 최호의 다음 이야기를 못하게 막는다.

“아니야, 그런 것은 아니야. 어떻게 보면 네 문제가 아니라, 나 때문에 그런 것이야.”

“제 기운을 북돋아 주려고 괜한 이야기 할 필요는 없어요.”

천년협객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 자세를 취한다. 그는 똑바로 서서, 왼발만 살짝 앞으로 내밀고는 오른 손바닥이 앞에서 보이도록 해서 약간 사선 아래로 오른팔을 쭉 폈다.

“이 기수식이 뭔지는 알겠어?”

최호는 처음에는 그의 기수식이 권법의 종류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최호가 권각은 물론이고 검법 조차도 자신의 무정검법 말고는 따로 연습한 적도, 그리고 대결한 적도 없어서 그가 무슨 기수식을 취한 것인지 알지 못하였다.

“모르겠지? 이 기수식은 곤륜파의 음양검법의 것이야. 검을 다루는 이들에게는 꽤 유명한 검법이지. 하지만, 너는 이 기수식이 무엇인지도 모르잖아? 내가 너랑 대련 때 특별한 기수식을 쓰지 않는 이유는 하나야.”

천년협객은 기수식을 풀고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마치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년의 모습으로 편하게 최호의 앞에 섰다.

“너는 아까 전 처음 본 기수식에서도 투로를 읽었지? 바로 상대방 무술을 공감하고, 그 본질을 바라볼 수 있는 너만의 특별함 때문이야. 내가 너와 대련하는 이유는 무정검법의 기술에만 가려져 버린 네 본색을 다시 찾아주고 싶은 것뿐. 다른 것은 없어.”

천년협객은 마치 친구가 주머니에서 손을 빼서 다른 친구의 어깨에 손을 얹듯이 최호의 어깨를 툭 쳤다. 그냥 가벼운 인사처럼 살짝 친 것뿐이었는데, 최호는 온몸의 반이 사라진 듯이 그대로 마비되어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만다.

“거보라고, 투로를 못 읽으니까 망했지? 무정검법은 한 번 기세를 잡으면 적을 미친 듯이 몰아치는 데에는 장점이 있지만, 한 번 막히면 그다음이 없어. 물론 네 스승 정도의 공력이면 문제가 없지만, 너는 한참 못 미치잖아? 그러니까 이제부터 나는 네가 무정검법을 잊어먹게 만든 게 만들어서 너만의 검을 되찾아 줄 거야.”


최호와 사곡은 걸음으로 세, 네 발자국 떨어져 있었다. 최호는 사곡이 자신 쪽으로 한 걸을 내딛는 것을 보는 순간, 한청검을 좌우로 휘둘러 우선 사곡의 모든 공격을 원천 방어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 시도는 바로 사곡의 다음 공격으로 모두 무산되고 말았다.

“경공!”

최호는 교토역에서 사곡이 공중으로 몸을 거꾸로 돌리는 경공을 이미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사곡이 펼친 경공은 최호의 상상력을 한참 더 상회하는 수준의 것이었다. 분명히 가볍게 한 발만 앞으로 내디뎠을 뿐인데, 사곡은 몸이 땅바닥에 튕겨 올라 단번에 최호의 머리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최호는 그에게 뒤를 빼앗기는 것을 막기 위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청검을 왼쪽 어깨 뒤로 회전시키며 던져버렸다. 사곡이 땅에 착지하는 위치를 짐작해서 검을 던졌지만, 사곡은 발이 땅에 닿기가 무섭게 몸을 낮추어 최호의 검을 피하였다.

사곡을 맞추지 못한 한청검은 공중에 원호를 그리면서 뒤쪽으로 날아갔다. 사곡은 최호의 손에 한청검이 없는 틈을 바로 노리며, 양손을 모아서 앞으로 쭉 밀었다.

최호는 그 초식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꽤 둘 사이에 거리가 있음에도 양 손바닥에서 밀려오는 진기가 바로 느껴졌다. 최호는 몸을 피하려고 했지만 사곡이 살짝살짝 앞으로 딛고 있는 보법으로 자신의 모든 퇴로가 막혔다는 것을 금방 알아챘다.

최호는 도망가기보다는 정면 돌파를 선택하였다. 최호는 이미 사곡이 철사장이나 독사장과 같은 외가무공을 능수능란하게 펼칠 수 있는 고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펼쳐지는 그의 장법이 내가무공처럼 보이기에 진기를 모아 최대한으로 막아 보겠지만, 막상 몸에 닿았을 때 바로 다른 장법으로 바꿀 수도 있기에 최호는 양 팔뚝을 들어서 그의 외가공격을 대비하였다.

자신의 공격에 잔뜩 움츠러진 최호의 모습을 보면서, 사곡은 재차 미소를 입가에 머금는다. 드디어 최호의 팔뚝에 사곡의 양 손바닥이 닿는 순간, 최호는 자신의 예상이 완전히 어긋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곡의 양 손바닥이 양 팔뚝에 닿는 순간, 최호는 어떠한 충격도 느낄 수가 없었다. 아니, 사곡의 양손바닥이 자신의 팔뚝에 닿은 느낌도 없었다. 그리고 최호에게는 일말의 당황함도 사곡은 주지 않았다. 최호는 갑자기 자신의 가슴에 무형의 기운이 눌러오는 것이 느꼈다.

“격산타우(隔山打牛)!”

사곡의 장력이 최호의 양팔뚝을 건너뛰고 곧바로 최호의 양쪽 유근혈(乳根穴)을 때려왔다. 최호는 유근혈을 타고 들어온 사곡의 기세가 불용혈((不容穴)을 타고 중완혈(中脘穴)로 타고 들어오지 못하게 최대한 진기를 끌여 올려 막아 보려 하였다. 하지만 사곡의 내력은 최호의 그것과는 상대가 전혀 상대되지 못하였다.

그리고 사곡의 뒤로 날아갔던 한청검이 그대로 부메랑처럼 한 바퀴 돌아서 사곡의 뒤를 베어왔다. 하지만 사곡은 이미 예상했는지, 몸을 그대로 다시 수그려 도리어 한청검이 최호의 팔뚝을 베도록 피하였다.

최호는 검을 피하려고 하였지만, 중완혈을 뚫고 기해혈(气海穴)로 들어온 사곡의 진기에 최호의 단전(丹田)이 막히면서 그의 온몸에서 대부분의 진기가 무너져 버리는 것이었다.

사곡은 최호의 오른쪽으로 몸을 빼고, 이제 팔뚝이 잘리고 단전에 내상을 입고 땅바닥에 그가 쓰러지는 것을 구경하려고 하였다. 그때, 최호가 오른쪽 팔뚝을 갑자기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한청검은 그의 왼쪽 팔뚝을 베었다.

사곡은 최호가 그래도 검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검을 잡지 않는 손을 지키려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사곡의 착각이었다.

최호의 왼쪽 팔뚝을 벤 것은 한청검의 검날이 아니라 검등이었다. 최호는 그 기세를 빌어서 위로 세웠던 왼쪽 팔뚝을 눕히며 한청검의 방향을 사곡 쪽으로 틀었다. 자신과 최호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기에 검등의 방향을 검날로 바꿔서 공격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사곡은 일단 철사장으로 한청검의 검등을 잡아내려고 하였다.

한청검의 검날을 사곡이 잡으려는 순간, 한청검이 갑자기 진동을 일으키더니 바로 반대방향으로 돌아버리는 것이다. 이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한 사곡은 손바닥에서 한청검을 놓치고 만다. 그리고 검자루가 회전하여, 사곡의 머리의 왼쪽 태양혈을 때리는 것이다.

이번 공격은 너무 의외라서 사곡이 피할 수가 없었다. 태양혈에 그대로 검자루 직격당했지만 다음 최호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사곡은 두 눈을 감지 않았다.


사곡은 비록 최호가 되돌아온 검의 공격을 피했지만, 격산타우의 신공으로 내상은 피할 수 없었다고 믿고 있었다. 비록 모든 공력을 실어서 한 공격은 아니었지만, 두 번이나 최호와 대결해 본 결과, 최호가 검은 모르겠지만 체계적으로 내공을 수련한 것은 아닌 게 분명해 보였기에 단전에 충격을 받아 당분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라고 사곡은 생각했다.

그런데 최호는 사곡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어엎었다. 최호는 기해혈로 들어온 사곡의 진기를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 석문혈(石門穴)을 열어버리고 그대로 관원혈(关元穴)까지 진기 공격을 그대로 받아 버렸다. 그 때문에 최호는 바로 하반신에 기력이 빠져 버리고, 단전의 충격에 온몸의 혈자리를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고통에 휩싸였다. 하지만 최호는 정신을 부여잡고, 사곡의 태양혈을 때리고 튕겨 나오는 한청검의 검자루를 부여잡고 사곡의 턱을 노리는 천지불인(天地不仁)의 초식을 펼쳤다.

비록 내상으로 천지불인의 기세는 꺾이었지만, 한청검에 의지하여 사곡의 턱으로 정확하게 날아가는 검날의 날카로움은 살아있었다. 사곡은 고개를 틀어서 검날을 피했다.


-탕!

검날을 피한 사곡이 몸을 회전하여 주먹으로 다시 최호의 왼쪽 가슴을 치려는 순간, 골목 어귀를 총성 하나가 가득 채운다.

“警察だ!動くと撃つ!(경찰이다! 움직이면 쏜다!)”

사곡과 최호가 대결하는 동안, 진검을 들고 싸운 것을 본 동네 주민의 신고로 경찰 한 명이 출동한 것이었다. 너무 급하게 오느라고, 혼자 온 그 경찰은 급한 마음에 총을 꺼내어 먼저 공포탄을 쏘고 난 이후, 최호와 사곡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하지만 사곡은 멈출 생각 없었다. 사곡은 그대로 바닥에 꾸겨져 떨어져 있는 요도를 발로 차서 경찰에게 날려버린다. 막상 권총을 꺼냈지만, 사람을 쏠 용기가 없었던 그 경찰은 날아오는 요도를 피할 요령 같은 것은 애초에 없었다.

그대로 요도가 그 경찰의 머리를 치고, 그의 얼굴은 요도가 일그러지는 것과 똑같이 일그러져 버렸다.


-타탕!

요도가 얼굴에 박힌 경찰의 얼굴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순간, 경찰의 손에서 총이 미끄러져 나오면서 두 발이 발사되었다. 한 발은 바닥에, 그리고 나머지 한 발은 경찰이 다가온 골목 어귀에 서 있었던 나나의 목덜미에 날아가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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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나 케이스:프로이트가 남긴 멸망의 유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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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발경 NEW 4시간 전 0 0 15쪽
37 흡혈 24.09.13 1 0 13쪽
» 이대도강 24.09.06 5 0 13쪽
35 천년협객 24.08.30 4 0 20쪽
34 사투 24.08.23 5 0 15쪽
33 접촉 24.08.16 5 0 15쪽
32 재회 24.08.09 6 0 14쪽
31 탈출 24.08.02 7 0 12쪽
30 1971년, 런던 24.07.26 7 0 14쪽
29 한청검 24.07.19 7 0 15쪽
28 1969년, 취리히 24.07.12 6 0 20쪽
27 원수 24.07.05 8 0 10쪽
26 1967년, 데스밸리 24.06.28 9 0 14쪽
25 시험 24.06.21 8 0 16쪽
24 1965년, 네바다. 24.06.16 12 0 11쪽
23 반괘권 24.06.15 10 0 13쪽
22 1953년, 예일대 24.06.14 7 0 12쪽
21 복마전 24.06.14 7 0 9쪽
20 1941년, 클라인 24.06.13 10 0 16쪽
19 Gold Code 24.06.13 11 0 12쪽
18 1939년, 유혼 24.06.12 10 0 12쪽
17 통성명 24.06.12 10 0 10쪽
16 1909년, 영혼의 두드림 24.06.11 10 0 14쪽
15 탈출 24.06.11 9 0 11쪽
14 죽음의 행진 24.06.10 11 0 15쪽
13 비명 24.06.09 11 0 12쪽
12 격돌 24.06.08 14 0 13쪽
11 첫 만남 24.06.07 12 0 15쪽
10 맥도날드 24.06.07 10 0 19쪽
9 피지 않은 벚나무 24.06.06 1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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