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공 천재가 흡성대법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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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시
작품등록일 :
2024.07.0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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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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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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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 산 속에는 기인이사가 산다.

DUMMY

002. 산 속에는 기인이사가 산다.



대한은 산길을 걸으며 머리를 북북 긁었다. 그래픽으로 보던 세상과 현실이 달랐던 탓이다.


“이거, 이동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네. 역시 경공이 없으니 불편하단 말이지.”


허나 지금은 어찌할 방법도 없었으니, 그저 한숨을 푹 하고 내쉬고 열심히 걸을 수밖에.


그래도 마냥 나쁜 것은 아니었던 게, 청량한 산의 공기와 지저귀는 새들이 대한의 기분을 말랑하게 만들어 주었던 탓이다.


그렇게 때아닌 산림욕을 즐기며 걷던 대한의 눈앞에 반짝거리는 무언가가 떠올랐다.


띠링—.


【 축하합니다. 최초의 명예 점수를 얻으셨습니다. 명예 점수를 모아 다양한 보상을 획득하세요. 】

【 명예 : 1 】


“시스템은 그대로네.”


대한이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창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명예 점수가 없다면 세워뒀던 계획도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었으니, 정말 다행이라 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명예 점수는 다양한 활용법이 있지만,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 바로 명예 상점의 뽑기 시스템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공의 성취가 깊어지는 다른 특성과 달리 이렇다 할 변화가 없는 백호지체에겐 더욱 중요한 것이 바로 이 명예 상점이었다.


“그러고 보니 백호트리는 새삼 쓰레기네.”


이쯤 되면 제작자 놈들이 정말 실수로 만들어 둔 것이 아닐까 의심이 될 지경이었다.


“후, 첫 뽑기가 10점이니까, 남은 게 9점. 산채 하나 정도 털어주면 그 정도는 금방이지.”


녹산채가 어서 보고 싶어지는 대한이었다. 대한의 마음이 그러하니 발걸음도 자연히 가벼워졌다.


허나 마음이 가볍다고 몸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하여 대한이 쿵쿵하고 뛰는 뜀박질을 멈추지 않으니 녹산이 함께 쾅쾅하고 울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에 대충 통나무를 깎아 이리저리 꽂아 만든 산채가 보였다.

위치를 가늠해보던 대한이 방긋 웃었다.


“역시, 혈랑채가 있던 자리네.”


매번 멸혼대검을 얻고 나면 들리곤 하던 혈랑채. 괜히 반가운 마음에 대한이 속도를 올렸다.


“그나저나 왜 이름이 녹산채로 바뀐 거지? 채주가 바뀐 탓인가?”


하긴 그것이 무슨 상관이랴. 그저 잘 다독여주고 명예 점수나 받아 챙기면 되는 것을.


대한은 어느새 눈앞까지 성큼 다가온 방벽을 살폈다. 엉성하긴 해도 큼직한 나무들을 땅에 박아넣어 만든 방벽이었다. 보기와는 달리 튼튼하기가 보통은 넘을 것이다. 과거 혈랑채가 그랬듯이.


“다른 특성이라면 방책을 뚫기도 힘들었겠지만.”


허나, 백호지체의 유일한 장점이 튼튼한 육체였으니. 눈빛을 반짝이던 대한이 녹산채의 정문을 향해 뜀박질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쿵 하는 소리에 놀란 산새가 날아오르고, 쾅 하는 소리에 잠든 사슴이 깨어나 사방을 살폈다.


멍하게 경계를 서던 녹산채의 산적들은 무언가 시커먼 것이 쿵쾅거리며 달려오자, 조금 전 먹은 술이 덜 깨었나 고개를 털털 흔들었다.


“어? 저기 뭐가 오는 거 같은데?”

“하아암. 무슨 헛소리야, 여기가 어딘데 뭐가 와.”


둘 중 술을 더 많이 처먹은 뚱뚱한 놈이 하품을 쩍 했다. 어찌나 많이도 처먹었는지 입을 열자 지독한 술 냄새가 주변을 채웠다.


“새끼야! 저기, 저기! 보라니까!”

“보긴 뭘 봐, 어디, 어?, 어어어! 저게 뭐야!”


멀대 같은 놈이 가리킨 방향에서 달려오던 시커먼 무언가는 이미 지척에 이르러 있었다.


“마, 막아!!”

“멍청아 뭘 막아! 피해!”


콰아아앙—!

뚱뚱한 놈과 멀대 놈이 아웅다웅 거리는 와중에 시커먼 대한이 산채의 문을 부수며 들이닥쳤다.


“뭐시여! 시부럴!”

“산사태라도 난 거 아냐?”


엄청난 소음에 산채의 산적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두리번거리다, 곧 대한과 조각조각 흩어진 문을 발견하고 눈을 껌뻑거렸다.


그야, 사람이 낸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는 큰 소리였으니 소음의 원인이 대한이라고 얼른 짐작하지 못한 탓이다.


“후우, 여기가 혈랑, 아니 녹산채 맞지?”


숨을 고른 대한이 싱긋 웃으며 산적들을 향해 물었다.

문부터 박살을 내놓고 하는 말이라고는 어이가 없었지만, 실로 당당하니 과연 남자라 하겠다.


“침, 침입자다!”

“웬 놈이냐!”


멍하게 대한을 바라보던 산적 놈들 중 하나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소리쳤다. 그제야 멍하게 대한을 바라보던 산적 놈들이 다급히 뛰어 그를 포위하듯 둘러싸고는 제각기 병장기를 뽑아 들었다.


일전의 대랑채란 놈들과는 확연히 다른 프로들의 자태에 대한이 휘파람을 휙 하고 불었다. 과연 피 냄새가 진득한 것이 사람 좀 배어본 놈들다웠다.


“너희는 진짜 나쁜 놈들이구나. 후후후.”


대한의 웃음에 녹산채의 부채주는 어이가 없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대한 때문에 혼비백산하여 뛰쳐나왔는데 사지가 멀쩡한 놈이 미친놈처럼 처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부채주는 힐끗 채주가 머무는 방향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저께 잡아 온 마을 처자의 야릇한 교성도 들리지 않는 거로 봐선 거사를 마무리한 채주가 깊게 잠들어 있는듯했다.


‘차라리 다행이야. 빨리 처리하면 우리한테 불똥이 튀진 않을 거니까.’


녹산혈도의 지랄 같은 성격을 떠올린 부채주는 부르르 몸을 떨고는 수하들에게 손짓했다.


“그냥 미친놈이다. 채주께서 깨시기 전에 빨리 죽여라. 그리고 산채부터 수리해. 빨리 움직여.”

“아! 알겠습니다.”


부채주의 명령에 대한과 가까이 섰던 산적 놈들 서넛이 칼을 빼 들고 대한에게 다가왔다.


“상놈의 새끼야. 곱게 뒤질 생각은 하지 마러.”

“감히 산채를 부셔? 시부럴.”


각기 걸쭉한 욕설을 퍼부으며 다가오는 산적들을 바라보는 대한의 눈에 더욱 반짝였다. 그야 이놈들을 잡으면 점수는 확실할 터였으니까.


대한은 다가오는 산적들을 향해 가타부타 말도 없이 멸혼대검을 쓱 뽑아 들었다. 만년한철에서 풍기는 서늘한 기운이 대한의 몸을 감쌌다.

시원한 감각에 절로 웃음이 났다.


커다란 칼을 거뜬히 뽑아 들며 히죽 웃자, 몰려오던 산적들이 주춤거렸다. 그야 칼을 들고 웃는 놈이 정상으로 보일 리가 없었던 탓이다.


“무슨 검이 저리 크냐···.”

“젠장, 저거 실성한 놈 같은데?”

“하긴, 미친놈이 아니면 누가 우리 대 녹산채에 쳐들어오겠냐?”


산적 놈들의 말에 대한이 얼굴을 구겼다.

대뜸 욕을 처먹은 탓이었다.


“방금, 날 보고 미친놈이라고 했나?”


차갑게 가라앉은 대한의 목소리에 산적 놈들이 움찔 멈춰 섰다.


“뭐, 괜찮아. 난 그 말을 좋아하거든. 사실이니까.”


대한이 눈을 감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과연 자기 객관화가 정확히 되어있는 대한이었다. 하긴 어느 누가 대한의 상황에서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눈을 감은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던 대한이 번뜩 눈을 뜨며 산적들을 노려봤다. 살기가 가득 담긴 눈빛이었다.


“하지만 말이야. 다른 건 몰라도. 날 미친놈이라 욕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부우웅—.

커다란 외침과 함께 묵빛의 대검이 묵직한 파공음을 내며 산적들을 덮쳤다.


“뭐, 뭔 개소리야!”

“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거야! 미친놈이잖아!”

“병신들아! 막기나 해!”


산적들의 외침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가장 앞줄에서 섰던 산적 놈의 곡도(曲刀)가 멸혼대검과 맞부딪혔다.


채앵—!

커다란 소리와 함께, 엉성한 곡도가 깨어져 파편이 튀었다.


흉흉한 눈빛을 보내오던 산적들이 우뚝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야 쇠로 된 곡도가 사기그릇처럼 깨어져 나갔으니.


“어이, 아까 지껄인 놈. 다시 한번 지껄여 봐.”


대한이 미친놈 소리를 내던 산적 놈들을 똑바로 노려보며 지껄였다. 지명 당한 산적 놈이 진동하는 핸드폰마냥 덜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입을 떡 벌린 채 지켜보던 부채주가 대한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젠장, 보통 고수가 아닌 거 같은데···. 저 근육은 설마··· 녹림 감찰 수호대? 아니야. 총단에서 우릴 노릴 이유가 없어. 제기랄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은 부채주가 대한의 기도를 면밀히 살폈다. 물론 느껴지는 것이 있을 리 없었다. 대한에게는 내공이랄 것이 없었으니까.


이쯤 되자 부채주의 얼굴이 더욱 하얗게 질렸다.

저 무기가 만년한철이며, 대한이 백호지체라고는 상상도 못 한 부채주의 눈에는 자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고수로 보였으니, 식은땀이 줄줄 흐를 수밖에.


‘감찰대고 수호대고 나발이고, 채주님이 와야 할 거 같은데··· ’


나름대로 이것저것 잡다한 무공을 익혀서 일류의 수준에 오른 부채주였다.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노련한 무림인이라는 소리.


그런 부채주의 감이 대한이 위험하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뭐, 뭐해! 놈을 빨리 쳐라! 그리고 너! 채주님 모셔와! 빨리!”

“우, 우아아!”


부채주의 닦달에 멈칫하던 산적 놈들이 다시 칼을 빼 들고 대한을 향해 달렸다.


대한은 자신을 어정쩡한 고함을 지르며 달려드는 산적들을 바라보며 다시 흐흐흐 웃고는, 산적들을 향해 마주 달렸다.


“와라! 내 점수들!”


멸혼대검이 대기를 찢으며 산적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사실, 무딘 날을 가져 검이라기보다는 몽둥이에 가까운 멸혼대검이었으니.


퍼억—!

경쾌한 타격 소리와 함께 산적들이 바람 빠진 풍선마냥 이리저리 날았다.


순식간에 산적 놈들이 여기저기서 신음을 흘렸다.


팔목이 부서져서 덜렁거리는 놈,

발이 돌아가서는 안 되는 방향으로 돌아간 놈,

갈비뼈가 나갔는지 몸을 웅크리고 끙끙거리는 놈,


이런저런 놈들이 흘려낸 신음에 부채주의 얼굴이 더욱 희게 변했다.


“아까 채주 모시러 간 놈은 왜 아직 안 오는 거냐!”

“하하하, 이놈들! 내 경험치가 되어라!”


부채주가 발을 동동거리는 사이, 대한이 더욱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열댓 명의 산적 놈들이 쓰러졌다.


그렇게 대한과 산적들이 사이좋게 아웅다웅하는 동안 대한이 달려온 산 쪽에서 어둠 속에 잠긴 두 눈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



노인은 산속에 살고 있었다.

왜냐고 묻는다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가 조용한 자연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평온, 고요, 휴식.

그렇다. 노년에 접어든 고수인 그가 추구하는 바가 바로 이런 것들이었다.


그러니 노인이 귀청이 떨어져라, 울리는 쿵쾅 소리에 화가 잔뜩 나서 뛰쳐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안락한 암자를 뛰쳐나와 소리의 근원을 찾은 노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적당히 내공 좀 익힌 무림 족속들이겠거니 했는데, 이게 웬걸.


“저놈 뭐야? 내공이 하나도 없어? 허허.”


무림 강호를 누빈지 일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저런 특이한 놈은 처음 보는 노인이었다.


결국, 노인은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조용히 대한의 뜀박질을 뒤쫓았다.


쿵 하고 대한이 문을 부수며 들어갈 때는 단단하게 단련된 몸에 감탄이 나왔고, 대한이 무아지경으로 대검을 휘두를 때는 눈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저놈을 잡아다가 가르치면, 허허허. 이거 생각만 해도 엄청난 괴물이 나오겠구먼.”


물론 당장 제자로 받을 생각은 없었다.

그가 가진 무공이 어떤 것인가?


저, 거만한 삼존 놈들과 천하제일의 자리를 두고 겨룰 수 있는 몇 안 되는 무공이 아닌가.


물론 무식한 무뢰배들이야 사이한 마공이라 손가락질했지만, 정종의 무공을 몰라보는 무식한 놈들은 무시하는 편이 좋았다.


어쨌든 산속에 사는 기인이사라 함은 바로 이 노인을 칭하는 말이니, 대한을 바라보는 기인이사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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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019. 동정제일도라 하더라. +2 24.07.20 738 2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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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016. 몽중정사 이니라. +4 24.07.17 870 25 13쪽
16 015. 섭식마공의 도살귀이니라. +2 24.07.16 855 22 14쪽
15 014. 꼬리잡기 이니라. +2 24.07.15 899 26 13쪽
14 013. 범인은 이 안에 있느니라. +3 24.07.14 931 28 12쪽
13 012. 익양현에서 울려퍼진 곡소리. +2 24.07.13 1,021 26 12쪽
12 011. 돌맹이에 담긴 열기. +1 24.07.12 1,076 28 12쪽
11 010. 사거리 객잔에서. +1 24.07.11 1,184 30 13쪽
10 009. 녹림의 감찰수호대 이니라. +2 24.07.10 1,224 27 14쪽
9 008. 이만 하산하거라. +3 24.07.09 1,350 29 12쪽
8 007. 맛있어 보이는 아이로구나. +3 24.07.08 1,437 33 12쪽
7 006. 유월흡성신공 이니라. +4 24.07.07 1,536 32 12쪽
6 005. 사부로 모시거라. +1 24.07.06 1,507 31 12쪽
5 004. 예의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1 24.07.05 1,528 36 12쪽
4 003. 삼류 건달 왕정중이다. +1 24.07.04 1,677 32 12쪽
» 002. 산 속에는 기인이사가 산다. +2 24.07.03 1,879 37 12쪽
2 001. 그러니까 멸혼대검이니라. +1 24.07.02 2,450 4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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