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공 천재가 흡성대법을 숨김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김하시
작품등록일 :
2024.07.01 13:41
최근연재일 :
2024.07.26 09:38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29,786
추천수 :
731
글자수 :
151,488

작성
24.07.12 09:20
조회
1,073
추천
28
글자
12쪽

011. 돌맹이에 담긴 열기.

DUMMY

남자는 힘.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미덕이었다.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라 하는 항우가 얼마나 강했는지는 몰라도 대한의 힘 또한 일반적인 사람의 수준을 한참 벗어났으니.


대검이 스친 천장은 시원하게 박살이나 하늘이 보이고, 돌바닥은 푹 파여 파편들이 개성 있게 널브러졌다. 몰아친 검풍은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았으니, 실로 재해와 같은 상항이라.


여기저기서 흰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걸 보니 지려버린 이들이 한둘이 아닌 모양이었다.


“꺼져라.”


재해 같은 상남자, 대한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지린내를 풍기던 사내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먼저 나서지 않아 다행이었다.’


살아남은 흑호문도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또한, 공통적으로 배운 것이 있다면 먹을 때는 개도 건드리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라, 탁자를 베어버린 멍청한 놈만 불쌍해진 상황이었다.


붉은 띠의 조장이 떨리는 다리로 겨우 일어섰다.

물론 다시 덤빌 용기는 없었다. 그렇다고 비 맞은 강아지마냥 돌아가는 것도 자존심이 용납할 수 없었다.


결국, 사내는 떨리는 목소리를 더듬거리며 해야 할 말을 했다.


“너, 우리 흐, 흑호문을 적으로 삼고도 무, 무사할 것 같으냐!”


참으로 용기 있는 사내라 하겠다.


익숙한 대사에 대한은 콧방귀를 뀌며 다시 대검을 쾅, 바닥에 내려뒀다.


“셋을 세는 동안 안 꺼지면 전부 대갈통을 부숴주마.”


대한이 의자에 앉아 손가락 세 개를 들어 보이자, 화들짝 놀란 흑호문 사내들이 경쟁하듯 객잔 입구를 향해 몰려갔다.


마지막으로 객잔을 통과하던 붉은 띠를 맨 사내가 여전히 아쉬움이 남았는지, 이를 부득 갈며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두, 두고 보자! 우리가 이대로···.”

“거기 빨간 띠!”


분위기상 한 말에, 대한이 다시 부르자 심장이 쫄깃해진 사내가 우뚝 멈췄다.


‘하···. 마지막 말은 하지 말걸.’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어차피 죽는 것이라면 마지막은 용기 있게 달려들자 마음먹은 사내가, 용기를 쥐어짜며 돌아섰다.


덜덜 떨리는 손이 어설프게 출수할 준비를 마쳤다. 그런 사내를 바라본 대한이 피식 웃었다.


“뭐해? 돈 내고 가라. 소면값이랑 객잔 수리비.”

“아······.”


사내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지만, 겨우 몸을 지탱한 채 주섬주섬 전낭을 풀어놓고 후다닥 도망쳤다. 물론, 이번에는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분위기 파악은 잘 못 해도, 학습하는 사내였다.


전낭을 받아든 대한이 얼굴을 구겼다.

엽전이 서너 개 들어 있을 뿐이었다.


“이거 개방의 거지새끼들보다 더한 새끼들이네. 어이 왕점이. 여기 수리비는 흑호문에 받아라.”


대한이 주섬주섬 주머니를 챙기자, 왕점이는 어이가 없었다. 물론 흑호문의 잘못도 있었지만 부순 것은 강대한이 아닌가.


대한이 떠나려고 하자, 다급해진 왕점이가 대한의 소매를 붙잡았다.


“그······. 대, 대협······.”

“뭐?”


대한이 눈을 부라리자 왕점이는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싶었다.

그러나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이 안녕하고 인사를 보내는데, 이래서야 먹고살기도 힘들었다.


“그··· 그러니까, 이건 대협이 부수신···.”

“뭐?!”


아까보다 약간 높아진 언성에 왕점이가 눈을 질끈 감았다. 대한의 성난 근육들을 보고 있자니 말문이 턱하고 막혔던 탓이다.


그러나 부모님이 겨우 얻으신 객잔이다.

이 객잔을 얻기 위해 겪어야만 했던 고초를 생각하면 자다가도 눈물이 나오는 왕점이였다.

어차피 이대로면 거리로 나앉거나, 다시 저 구석 자리 초라한 객잔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리하여 왕점이는 용기를 냈다.


“대, 대협께서 대···. 대검으로···.”

“하아···.”


눈 부라리기와 뭉그적 넘어가기가 통하지 않자, 대한은 한숨을 내쉬며 전낭을 꺼내 들었다.

협객이라면 남자의 용기를 회피해선 안 될 일이었다.


“얼만데?”

“으, 은자로 서, 석냥은 주셔야···.”

“뭐!?”

“그, 그게 싼 걸로 해도··· 두, 두냥은···.”


대한의 성난 근육이 꿈틀거렸지만, 왕점이도 물러서지 않았다.


“두, 두냥···. 은자로···. 수, 수리하는 동안도··· 생각해 주셔야 합죠···.”

“하아, 그놈 그리 안 봤는데, 용기 있네. 남자야 남자.”


왕점이의 용기에 대한은 주머니에서 탈탈 털어 왕점이에게 건넸다. 은자 석냥은 족히 될 것 같았다. 과연 협을 숭상하는 협객이라 할 수 있는 배포였다.


“감, 감사합니다. 대협!”

“됐어. 나 잠깐 나갔다 온다.”

“헤헤, 다녀오십쇼. 대협!”


텅 비어버린 주머니를 휙휙 털다 던져버린 대한이 왕점이의 인사에 손을 대충 흔들며 대꾸했다.

그리곤 커다란 대검을 어깨에 둘러메고 객잔을 나가버렸다.


“저놈···. 도대체 정체가 뭐야?”


지켜보던 천도현이 눈을 끔뻑거리며 홀린 듯이 대한을 따라나섰다.



*



대한은 바로 흑호문으로 갈 생각이었다.


피 같은 돈을 무려 은자로 석냥이나 가져갔으니(?), 적어도 은자 서른 냥은 받아야 분이 풀릴 것 같았다.


무엇보다 양민을 겁박하는 저런 나쁜 놈들을 혼내주면, 당연히 명예 점수도 오를 것이고.


그러나 무작정 객잔을 나선 대한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흑호문주의 무위가 겁이 났던 탓은 아니었다. 협객전에서는 없었던 문파라 정보가 없었지만, 그래 봐야 중소 흑도 문파 수준이 빤했으니까.


문제는,


“도대체 흑호문이 어디 있는 거야?”


그렇다. 길을 모른다는 것이다.

하긴, 그가 아는 지리는 이미 삼십 년이 지난 정보였으니, 강산이 바뀌어도 세 번은 바뀌었을 것이니 사람 사는 곳이야 말해 뭐하겠는가.


“음, 지금이라도 가서 물어볼까?”


왕점이를 떠올리며 중얼거리던 대한은 고개를 저었다.


남자답게 나왔는데, 다시 돌아가서 길을 묻다니.

이건 상남자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못했다.


“그래, 가다 보면 나오겠지. 어차피 있을 만한 곳은 몇 곳 없으니까.”


그렇다. 무릇 강호의 상남자라면 몸으로 부딪쳐 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길을 나선 대한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흑호문을 찾아 처음 가는 길로 들어서니, 보이는 민가들이 죄다 거지 굴과 다름없었던 탓이다.


거리를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은 꼬질꼬질한 때가 잔뜩 묻은 채 생기 없이 담벼락에 기대어 앉아있었고, 피골이 앙상한 노인들이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대한을 바라보았다.


‘언제···. 이리 변했지?’


그가 기억하는 익양현은 그리 큰 도시는 아니었지만, 풍족한 곳이었다. 그런데 고작 삼십 년 만에 이리도 궁핍한 곳으로 변하다니.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리자, 한 소녀가 쓰러져가는 초가집에서 얼굴을 내밀고는 대한을 노려보고 있었다.


대한과 눈이 마주친 소녀는 겁을 먹은 기색이 역력했으나, 눈을 피하지 않았다.


“꼬마야, 무슨 일이니?”


대한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움츠렸던 소녀가 용기를 얻은 듯 초가집 문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자그마한 손에 움켰던 돌멩이를 힘껏 던졌다.


“이 나쁜 놈들아! 우리 언니 돌려줘!”


대한을 향해 날아간 돌멩이는 맥없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피골이 상접한 꼬마는 멀찍이 떨어진 대한을 맞출 만큼의 힘도 없었던 탓이다.


소녀의 돌발 행동에 깜짝 놀란 소녀의 부모가 창백해진 얼굴로 부리나케 달려 나와 아이를 끌어안았다.


“이것아! 무슨 짓이야!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대, 대협 죄송합니다. 저희 소식이 철이 없어서 죽을죄를 졌습니다. 제발,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쇼.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입니다.”

대한은 묵묵히 떨어진 돌멩이를 바라보았다.

저 자그마한 손이 어찌나 오랫동안 꽉 쥐었던지, 돌멩이에 뜨거운 열기가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


“언니를 데려가? 그게 무슨 말이냐?”

“모른 척하지 마! 너희 흑호문이 사람들을 몰래 잡아간다는 걸 모를 줄 알아! 우리 언니도! 웁—!”


소녀의 말이 길어지자, 어미가 급히 입을 틀어막았고, 아비는 바닥에 이마를 찧었다.


“대협, 이 년이 멍청하여 그런 것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마시고···.”


그때였다.

익숙한 소리가 대한의 귓가를 울렸다.


띠링—.


【 퀘스트 : 익양현에서 벌어진 행방불명 사건. 】

흑호문과의 관련성을 조사하여, 양민들의 원한을 풀어주세요.

*보상 : 명예 +10


대한은 슬쩍 메시지 창을 바라보고는 다시 그의 앞에서 떨고 있는 양민들에게로 눈을 돌렸다.


“전 흑호문이 아닙니다. 그것보다 사람들을 잡아간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대한의 말에 넙죽 엎드려있던 소녀의 아비가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대한이 정말 흑호문이 아닌가 의심 가득한 눈으로 살폈다.


“저, 저희도 잘 모, 모릅니다. 이년이 그저 하는 말이니 대협께선 자비를 베풀어 주십쇼!”


대한은 소녀를 향해 걸음을 내딛으려다 멈춰 섰다.

소녀의 아비는 떨고 있었다.

온몸이 떨리는 두려움에도 자식을 위해 나선 그는 남자였다. 그는 아버지였다.


“그렇군요···. 당신도 남자군요. 어차피 퀘스트가 아니었어도 제가 거절하지 못했겠네요.”

“네···?”

“아닙니다. 그보다 흑호문이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대한의 물음에 아비가 얼떨결에 고개를 돌려 한 곳을 바라보고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저···, 저희는 모, 모릅니다요.”


혹시나 해코지라도 당할까 몸을 사리는 아비의 모습에 대한은 씁쓸하게 웃고는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는 사내가 바라본 방향을 향해 묵묵히 걸어갔다.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소녀의 가족이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



대한을 따라다니던 천도현은 이마를 짚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했는데, 길을 몰라서 헤매고 있을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초장에 나서서 길이라도 알려줄 것을 그랬다.


그래도 수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니, 그는 익양현 인근에서 사람들이 사라진다는 소문을 조사하기 위해 무림맹에서 파견 나온 차였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흑호문이 범인이라. 물론 관계가 완전히 없는 건 아니겠지만.”


지금 그가 조사하고 있는 이도 흑호문에 적을 둔 상태이긴 했다. 하지만 소녀의 말처럼 흑호문 전체가 관련된 일은 아닐 것이다. 흑호문은 엄밀히 말하여 흑도의 문파. 그들은 대놓고 사람을 착취할지언정, 지속적으로 납치하는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었다.


“그자의 범행이라고 보고는 있지만, 설마 마교나 혈교와 관련이 있는 건 아니겠지? 에이. 그럴 리 없지. 그것보다···.”


천도현이 턱을 긁적이며 멀어지는 대한을 다시 바라보았다.


참으로 신기한 사내였다.


무거운 대검 사용하는 것도, 그 대검을 자유로이 휘두르는 것도 신기했지만.


“아까 분명히 내공을 쓰지 않았단 말이지. 그런데도 그런 위압감이라니···.”


젊은 나이에 절정의 경지에 올라 촉망받는 후기지수인 천도현이었지만, 검기를 일으키지 않고 아까의 일 검을 쉽게 막을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대한이 조금 전 완력만을 사용했지만, 내공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그가 과연 전력을 낸다면 얼마나 강할지 궁금해졌다.


“이제 막 약관을 벗어난 것 같던데 말이지. 후후후.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신성이라.”


천도현은 무림의 촉망받는 후기지수들이 모인 잠룡회의 일원들을 떠올렸다. 쟁쟁한 문파와 세가의 후계들이 모여있는 만큼 만만한 인물이 없었지만.


“과연 몇 명이나 저 친구를 이길 수 있을까?”


그 물음에 떠오르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그와 함께 절정에 오른 남궁의 소가주나 화산의 대제자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추측이 있을 뿐.


“이거, 나도 오랜만에 불타오르는군. 하하 재미있는 일이야. 그런데 정말 혼자 가는 건가? 흑호문에?”


그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흑호문을 혼자 상대하기엔 무리일 터였다. 특히나 흑호문주는 이미 절정에 오른 고수였으니.


“뭐, 위급할 때는 내가 도와주도록 하지. 고마워하라고 강형.”


천도현이 멀어져가는 대한을 얼른 따라붙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외공 천재가 흡성대법을 숨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중단 공지입니다. +4 24.07.26 161 0 -
공지 제목 변경 공지 : 외공 천재가 흡성대법을 숨김. 으로 변경됩니다. 24.07.09 620 0 -
27 026. 그 남자의 박력. +6 24.07.26 326 14 13쪽
26 025. 은빛 암기라더라. +1 24.07.26 320 11 13쪽
25 024. 목격자가 없으면 없던 일이니라. +3 24.07.25 420 17 14쪽
24 023. 홍수채 소탕작전 이니라. +3 24.07.24 447 18 13쪽
23 022. 애송이와 협객이더라. +2 24.07.23 533 17 13쪽
22 021. 진범은 따로 있다더라. +4 24.07.22 621 18 13쪽
21 020. 일권무적이라 하오. +2 24.07.21 670 23 14쪽
20 019. 동정제일도라 하더라. +2 24.07.20 734 20 14쪽
19 018. 새빨간 돛을 보았다. +2 24.07.19 809 23 13쪽
18 017. 무림오화 중 으뜸은 연화라더라. +2 24.07.18 892 27 13쪽
17 016. 몽중정사 이니라. +4 24.07.17 866 25 13쪽
16 015. 섭식마공의 도살귀이니라. +2 24.07.16 851 22 14쪽
15 014. 꼬리잡기 이니라. +2 24.07.15 895 26 13쪽
14 013. 범인은 이 안에 있느니라. +3 24.07.14 928 28 12쪽
13 012. 익양현에서 울려퍼진 곡소리. +2 24.07.13 1,018 26 12쪽
» 011. 돌맹이에 담긴 열기. +1 24.07.12 1,074 28 12쪽
11 010. 사거리 객잔에서. +1 24.07.11 1,181 30 13쪽
10 009. 녹림의 감찰수호대 이니라. +2 24.07.10 1,220 27 14쪽
9 008. 이만 하산하거라. +3 24.07.09 1,347 29 12쪽
8 007. 맛있어 보이는 아이로구나. +3 24.07.08 1,434 33 12쪽
7 006. 유월흡성신공 이니라. +4 24.07.07 1,532 32 12쪽
6 005. 사부로 모시거라. +1 24.07.06 1,504 31 12쪽
5 004. 예의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1 24.07.05 1,523 36 12쪽
4 003. 삼류 건달 왕정중이다. +1 24.07.04 1,670 32 12쪽
3 002. 산 속에는 기인이사가 산다. +2 24.07.03 1,874 37 12쪽
2 001. 그러니까 멸혼대검이니라. +1 24.07.02 2,443 45 12쪽
1 프롤로그. +1 24.07.01 2,619 56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