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사마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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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의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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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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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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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01 유년기

DUMMY

그 뒤로 나는 노식과 친해지고 많은 책을 선물받을 수 있었다. 비록 그 책들이 나에게 도움이 되었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해야겠지만, 아직 인쇄술도 없고 종이 값도 비싼 이 시대에 책은 엄청나게 비싼 사치품이 맞았다. 서양에는 아직 종이 제지술이 없는 시기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종이로 만든 책을 이리도 많이 선물한다는 것은 그만큼 나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이다. 내가 지었던 시에서 노식은 내가 청류파로서 나라를 걱정하는 참된 선비의 모습을 보았다고 하는데...아마 율곡이었다면 그 말에 부합했겠지만, 내 정신은 이미 미제 자본주의에 오염되 타락해버렸지...


어쨌든 간에 내 정체성을 뭐라고 생각하는가? 삼국지에 나오는 일타강사? 제갈량을 유비에게 소개시킨 악질 브로커? 제갈량도 유비 밑에서 떠돌이로 살다 과로사해 죽을 운명인 걸 알았으면 스승을 욕하지 않았을까? 사마휘는 어쩌면 유비가 자기를 영입할까봐 두려워 제자를 팔아넘긴 게 아닐까?


어머니는 가문 사람들이 몰살당한 충격에 앓아누워 있고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돌봐주느라 나한테 신경을 많이 못쓰고 있다.


지금 우리는 [황제의 반란] 희망편에 살고 있고 어머니는 성씨도 숨겨야 하는 상황...지금 생각해보면 유일하게 어머니의 정체를 알고 있는 마융을 상대로 영혼까지 탈탈 털어버렸다가 안그래도 쪼잔한 양반이 억하심정이라도 품고 미친 척 폭로라도 하면 큰일이란 말이지...


우선 솔직히 말해서 노식이 나에게 책을 갖다 준 건 고마우나 그걸로 공부할 필요는 없다. 1500년(조선 중기)정도 앞선 유학 지식이 내 머릿속에 있는데 굳이? 게다가 불교와 도교에 대한 지식도 매우 풍부하다.


그래도 노식이 내게 준 풍부한 책들은 '개연성'을 만들어 줄 것이다. 왕윤이 십상시와 동탁한테 개기고 살아남았던 이유, 정현이 골고루 바른말 하면서 끝까지 살아남았던 이유이기도 한 유학자로서의 권위를 말이다.


이 시대 마융이 성질 더러운 늙은이이자 권력에 아부하는 늙은이라는 오명을 얻고서도 살아남는 이유는 그가 '훈고학의 시조' 라는 명성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 훈고학이란 건 별 게 아니다. 우선 유교가 한나라의 국교가 된건 한 무제가 동중서의 건의를 받아들이면서부터인데....문제는 유교의 조상인 공자 맹자 하는 양반들이 춘추전국시대 사람이고....


다들 알다싶이 전국시대를 통일한 진 시황이 문화대혁명을 벌인 탓에 박살이 나버렸다. 뭐...분서갱유라고도 하는 그 사건 말이다. 이 사건에 감명을 받았는지 2차 문화대혁명이 2000년 뒤에 또 일어나지만 말이다.


어쨌든 간에 이런 이유로 지금 시대 유교를 공부하는 학자들은 따지고 보면 현대의 고고학자 같은 양반들이다. 시황제가 불놀이 한 흔적에서 뭐라도 발견하려고 애쓰는 불쌍한 양반들이라는 소리지..


지금 이 사람들한테 내가 아무리 주자 왈 해봤자 왈? 뭔 개소리야 그래서 주자가 누군데? 주유도 모르는 양반들이 주자를 어떻게 알겠나? 주자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도 정자로도 존재하지 않을 시절인데 말이지...성리학 자체가 송나라 때부터 시작된 학문이기도 하니 800년 전 사람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그나마 이 시대 사람들한테 통할 학문이라면...


오경정의가 있다.


오경정의는 당 태종 이세민이 신하들을 달달 볶아 만들어낸 180권의 책으로 현대로 따지자면 수능특강 수능완성 같은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오경정의의 의의는 한대로부터

당대로까지 이어져왔던 훈고학의 총결산..즉 완결이라고 볼 수 있는 책, 다시 말해서 훈고학의 끝판왕이라고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문제는 그런 책이니 만큼..180권이라는 흉악한 분량으로 이루어진 책이라는 사소한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몇 년 정도 쓰다 보면 쓸 수 있겠지? 어찌 되었든 이 책 흉악한 양의 분량이다 보니 태종 때부터 시작해 고종 때 완성 된 책이다...... 절대 나 혼자서는 끝내기 힘든 책이란 말이지...


그런 의미에서 나는 노식 사형한테 내가 이러한 책을 만들려 한다고 말을 했더니.


"뭐? 훈고학을 집대성한다고? 미친 생각이로구나"


"그렇습니다 사형,그렇지만"


"당장 시작하자"


"네!"


"이럴게 아니라 정현 그 양반도 초대하고 다른 스승님의 제자들도 초대하기로 하지...그래 스승님은 명색이 '훈고학의 시조'라고 불리시는 분! 돌아가시기 전에 학문의 완성을 보여드리는 게 예의 아니겠나?"


그렇게 노식은 정현을 포함한 마융의 제자들을 초대했고 이내 한나라 전체에 우리가 훈고학의 새로운 경지를 펼 책들을 만들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고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올해 9살 된 사마휘라는 것에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



학자들은 우리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졌고 이내 많은 이들이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소동은 널리 퍼져 어느 새 나는 낙양에서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물론 성공하면 좋겠지만.. 이쯤 되면 실패해도 경력이라고 할 정도로 명성을 많이 쌓았다. 그렇지만? 이미 정답을 알고 있는 나는 단지 그들에게 내 사상을 일부 불어넣음으로써 그들과

함께 책을 쓰기 시작했고,....마침내!


해가 지나 내 나이가 10살이 되었을 무렵


1년 만에 책을 완성하는데 성공했다. 원 역사에서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던 것에 비하면 2년이란 시간을 단축한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이마저도 나와 함께 모인 사람들에게

내 뜻을 말하고 가르치는 데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으니 말이다.


적어도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더 이상 나를 10살짜리 꼬맹이로 보는 시선은 없다. 그자리에 남은 것은 위대한 대학자에 대한 존중과 경의 그리고 감탄과 곤경의 시선이었다. 그들 모두는 학문을 연구하는 자들 내가 10살 밖에 안 되어서 이룬 업적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것인지는 알 것이다. 아마 이들은 훗날 내가 억울한 일을 당할 때 그들의 제자들과 함께 고기방패..가 아니라 나를 나서서 지켜줄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질투하는 시선도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 가문의 어르신 사마천(司馬遷)은 이렇게 말했다.


-자기보다 10배 부자인 자는 시기하며 질투하고

100배 부자면 두려워하며

1000배 부자면 고용당하며

10000배 부자면 그의 노예가 된다.


이미 이들은 나의 압도적인 지식에 짓눌려서 지식의 노예가 된 상태다. 그들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아 해매는 사람들처럼 지식이라는 우물을 찾는 낙타와도 같은 존재들이다. 아마 지금은 완성된 훈고학에 기뻐하며 저리 좋아하겠지만...나중에는 허무해질지도 모른다. 더 이상 향상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려는 의욕이 사라질 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그렇게 된다면 곤란하다. 그렇기에 나는 훈고학을 완성했지만 그들에게 천천히..아주 천천히..새로운 학문을 풀 계획이다. 지식에 목마른 자들이란 그런 존재들이다. 특히 권력조차 포기하고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는 자들일수록 더 심하지.


아마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지금의 희열은 조만간 매너리즘으로 바뀔 것이고 내가 푸는 아주 작은 지식에 그들은 경험한 적 없는 엔돌핀을 맛보게 될것이다.



"하하...스승님...어떻습니까 저희가 완성했습니다.스승님의 학문을 말입니다..흑흑"


"아아..스승님...어찌 저희를 버리고 가셨습니까?"


"시끄럽다! 이놈들아... 나 아직 살아있다 이놈들..."


"....스승님! 살아계셨군요...이 책들을 보셨습니까?"


"그래 보았다..허! 내가 말년에 아주 괴상한 제자 하나를 받았구나."


"?감사합니다."


"련이가 아주 괴물을 낳아버렸어...."

그렇게 말하면서 마융은 어딘가 후련하다는 눈빛으로 잠시 바깥을 바라보았다.


"자..제자야 내 너에게 가르친 것은 없다만 하나 알려줘야겠구나..너가 벌인 일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일인 줄은 알고 있는게냐?"


"스승님의 학문을 완성한 일입니다. 고금을 통틀어 유래가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래..덕분에 너의 명성이 하늘을 뚫을 정도다."


"하하....그렇습니까?"


"웃을 때가 아니다..."


"예?"


"아직 이해 못한 모양이구나..."

그리 말하면서 마융은 이내 내 얼굴을 똑바로 마주 보고 말했다. 처음에 꼬맹이를 보던 그 시선은 더 이상 없고 이제 그의 눈에 남은 것은 동등한 학자로서 존중한다는 의미의 시선만이 남아 있었다.


"하긴...아직 겸험이 없을 만도 하니.."

그렇게 중얼거리더 그는 이리 말했다.


"잘 듣거라...제자야...너는 특히 다른사람과는 다른 특별한 비밀이 잊지 않느냐? 말그대로 경천동지할 비밀 말이다."


"....?"


"너의 어머니와 관련된 비밀 말이다..지금의 황제께서는 양기와 관련된 것들을 증오하신다..헌데 그의 일족이 이렇게 버젓이 살아서 낙양에서 하늘에 닿을 정도의 명성을 얻고 활개를 치는 것을 두고 보실 것 같으냐?"


"!!!!"


"지금의 폐하께서는 무서운 분이시다. 결심하시자마자 순식간에 당대 최고의 세력가를 흔적조차 남지 않게 지워버리는 결단성, 과감함, 대범함.....그리고 잔혹함을 지니신 분이시지...너의 명성이 높으면 높을수록 훗날 더 위험해질 수 있음을 기억하거라....그리고..당분간은 몸을 사리고"



처음 마융은 나에게 바둑 대결에서 진 뒤로 삐진 사람처럼 나와 대화를 하지 않으려 했고 의미있는 조언도 하지 않고 툴툴대기만 했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이렇게 진지하게 조언을 하고 있다.


아마 그만큼 내 어머니를 향한 마음은 진심이라는 것이지...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다행히 그런 쪽은 아니고 딸처럼 생각한다는 모양이다..하긴 80노인이....서지도 않을텐데 너무 걱정한 거 같다.


어찌되었든 이번에는 스승의 말이 맞았는지 편찬이 끝났음을 알리자마자 여기저기 세력들에서 나를 보고 싶어했다. 특히 조씨 일가에서 보고 싶어했는데 조씨 일가는 작년에 조씨 일가의 수장이자 탁류와 청류의 가교 역할을 맡아왔던 핵심인물인 비정후 조등이 사망함으로써 세가 좀 기울기는 했으나 아직은 핵심 세력 중 하나인 가문이다.


조씨 일가 말고도 꿀물로 유명한 꿀물황제를 배출할 원씨 가문에서도 나를 보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하내에 있는 사마씨 가문에서도 나를 보고 싶어했지만 성이 같다는 것말고는 딱히 세력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눈치만 보는 것 같았다.


작년 한참 편찬작업에 열중일 때 마융 스승은 우리를 데리고 조씨 일가를 방문하기도 했다.그 곳에서 훗날 1억의 사나이라고 불리는 태위 조숭을 만났다. 역사상 가장 거대한 규모의 효도를 받은 사나이기도 하지..아마 다들 알 것이다.


조조의 아버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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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도원결의 +1 24.07.25 270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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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서주에서의 습격 +1 24.07.14 280 7 11쪽
16 낙양으로 가는 길에 +2 24.07.13 288 9 13쪽
15 암약하는 세작들 +2 24.07.12 297 7 12쪽
14 말릉에서 금릉 다음은....? +2 24.07.11 299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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