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쌍 천마님이 귀환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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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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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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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2)

DUMMY

“자네 진심인가?“

”예.“


최지원의 눈빛엔 흔들림이 없었다.


제갈정환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후···.”


그녀의 말도 일리는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입지는 상당히 위태롭다.


이는 각 나라마다 세워진 무한의 탑 중,

대한민국의 것은 북한 평양에 세워졌기 때문.


‘한반도는 탑 하나를 공유한다.’


북한은 탑이 솟아오르고 얼마 못 가 멸국했지만 문제는···,


”국장님도 알고 계시겠지만, 현재 러시아나 중국이 정부가 궤멸한 북한땅을 노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대로 빼앗기기라도 한다면 국민들의 분노는 정부와 관리국에 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빨을 드러낸 이웃 국가들은 대놓고 탑의 이권을 노리고 있다.


제갈정환의 이마 주름이 깊어졌다.


“···.”


초창기 탑 웨이브에 의해 궤멸되어 무주공산이 된 북한땅을 누가 차지하냐로

알력다툼 중인 것은 길 가던 꼬마 아이도 아는 상황.


“귀환자 하나가 현재 상황을 바꿀 수 있다 생각하나?”

“··· 과거 이진우. 자칭 용제라던 그는 혼자서 대한민국 플레이어들의 절반을 죽였습니다.”


제갈정환도 알고 있다.


최지원의 부모가 죽었던 피의 일주일.

제갈 정환 자신도 그 자리에 있었고 귀환자의 강함을 목도했다.


”그 정도의 강함만 된다면, 중국이나 러시아에 머리를 숙일 일은 없다 생각합니다.“

”··· 일리는 있군.“


제갈정환이 책상 위 유선 전화기를 들었다.


달칵-


”오미자 할멈 좀 바꿔주게.”


최지원이 성예린을 힐끔 쳐다봤다.

성예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할멈에게 전달했으니, 한번 모시고 가보게. 정신감정에서 통과하면 나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지. 수갑은 채웠나?”

“예! 플레이어용 수갑으로 채워뒀습니다!”


어지간한 S급도 풀지 못한다는 플레이어용 범죄자 수갑.

마나 자체를 억제하는 특수제다.


“아직은 절대 수갑을 풀어선 안 되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럼 정신 감정이 끝나고 다시 이야기하지.“

”예! 알겠습니다!“


국장실을 나온 최지원은 숨을 내쉬었다.


“언니.”

“그래, 한국은 다시금 도약하는 거야.”


최지원은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과거 피의 일주일 전, 플레이어 강국으로 불리던 한국의 영광을 다시금 돌려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사명감.


목숨을 걸고 한국을 지킨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사명감이다.


“우리 손으로 일으키는 거야.”


그에 비해 성예린은 MBTI로 이야기하면 F.

감성적이고 공감능력이 뛰어나다.


한편으로 저런 비장한 다짐을 들을 때마다 그녀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언니···.”



***



소파에 기대 팔자 좋게 영상을 보는 백강우.


“··· 이놈이 그놈이야?“


인상(印象)을 본 오미자 할멈이 인상을 구겼다.


”맞아요 할머니. 저희가 하는 말을 알아듣긴 한데, 정신감정이··· 가능할까요?“


예순이 넘은 나이로 관리국에서 통칭 할머니라 불리며 정신감정 및 치료를 도와주는 힐러계열 플레이어인 그녀이지만,


과연 귀환자에게도 가능할지 의문이다.


”예끼! 날 뭘로 보는 게야? 내가 이 건물 올라갈 때부터 이 짓거릴 했어!“


오미자 할멈은 쭈글쭈글한 손을 백강우의 이마에 댔다.

그는 살기도 어떤 공력도 느껴지지 않는 노파의 손짓에 반응하지 않았다.


띵-


순간,

백강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시선이 영상에서 떨어졌고 눈앞 노파에게 향했다.


‘이 노파··· 무녀인가?‘


그녀가 쓰는 힘은 정신과 정신의 공명(共鳴).

고요한 호수에 돌을 떨어뜨리면 파문이 생기고.

돌멩이가 호수바닥에 떨어지면 진흙이 일어나듯 정신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인격 자체를 꿰뚫어보는 능력이다.


”···..“


오미자 할멈을 응시하는 백강우.

흥미를 느꼈다.


’등선지로(登仙之路)까지 이룬 본좌의 내면을 보려는 것인가?‘


오미자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백강우는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광오(狂傲)한 노파에게 지옥을 보여 주마.‘


백강우는 눈을 감고 공명률을 높였다.


자신의 의식에 감히 파문을 일으킨 노파에게 벌을 줄 생각이었다.


공명이 아닌 일방적 지배에 가까운 합.


백강우의 의식 속에 오미자는 당황했다.


“이게 뭬야?“


그의 의식은 말 그대로 명경지수(明鏡止水)라,


자신의 발밑부터 시선의 저편까지 펼쳐진 호수는 자신의 얼굴이 비칠 정도로 맑음과 동시에.. 가슴에 사무칠 정도로 고요했다.


“본좌의 의식은 어떠한가 노파여.”

“··· 너··· 사람은 맞는 게야?”


내면에서 마주한 그의 모습.


현재 본인은 모르지만 백강우의 외관은 젊은 청년의 모습.


허나 내면에서 마주한 그의 모습은 달랐다,


무림에서 천하무쌍으로 불리던 하얀 수염과 백색 장발의 노인, 천마의 모습이었다.


“본좌는 신선의 자리를 마다하고 돌아온 천마일세.“


뒷짐을 진 백강우는 히죽이며 말했다.


오미자는 슬금 뒷걸음질쳤다.


‘내 생전 이런 장소는 처음이다.‘


이제껏 거짓말 조금 보태 수백의 플레이어들을 들여다봤다.

기괴하거나 특이한 이들은 종종 마주했지만, 이토록 고요하고 소름 돋는 내면은 처음이다.


”신··· 선? 천마···?“

”그러하네, 어떤가? 본좌의 내면은?“


그녀의 귓가엔 대화 외에 자신의 숨소리, 자신의 맥박소리까지 들렸다.

마치 이제껏 듣지 못했던 작은 정보들이 자신의 머릿속에 과부하 되듯 때려 박히는 느낌,


”우웩-!“


오미자가 헛구역질하며 고개를 떨궜다.


힘들어하는 그녀에게 백강우는 슬쩍 허리를 숙여 눈높이를 맞추곤 말했다.


“그래도··· 고맙구나, 노파.”

“무, 무슨 말이냐!?”


오미자가 소리쳤다.


“자네가 날 들여다보는 만큼, 나 또한 자네를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순리 아니겠나?”


슈화아악-!


“허어억-!”


오미자는 현실로 돌아왔다.

조여오던 숨통, 숨이 멎을듯한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도망친 것이다.


’인간이 아니다, 저건 흉악한 마신(魔神)이야.‘


돌아오기 직전 마주한 백강우의 마지막 모습.

찰나의 순간 직면했던 그 모습은 분명, 검고 거대한 실루엣의 이질적인 마신이었다.


’이··· 이건 위험하다. 안돼. 세상에 내놔선 안 된다.‘


오미자가 침을 꼴깍 삼키며 고개를 홱 돌렸다.


“드, 듣거라! 이 자는!”

“고맙네, 노파.”


백강우가 말을 했다.

고대 중국어가 아닌 현대의 말을,


”어··· 어떻게···.”

“본좌가 말했지 않나? 자네가 날 들여다본 만큼, 나 또한 자네를 들여다본다고.”


백강우가 입꼬리를 비릿하게 올렸다.


“대박!! 대단하세요, 할머니!”

“역시 할머님이시네요.”


오미자의 동공이 흔들렸다.


’아니다, 아니야. 그게 아니란 말이다.’


자신이 마주한 두려움.

그 실체가 자신을 응시하고 있다.


오미자가 죽을 각오를 하고 입을 열려던 순간.


툭.


눈에 보이지 않는 빠르기로 백강우는 점혈을 찔렀다.


상대방의 말을 빼앗는 아혈(啞穴).

그리곤 전음을 날렸다.


[본좌는 지금 만족하는 중이네. 여흥을 방해하지 말아 주게.]


오미자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고.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눈동자가 지진이 난 듯 마구 흔들렸다.


[어떤가? 본좌에게 협조한다면 고개를 끄덕이게. 그럼 아무 일 없을게야. 천마의 이름으로 약속하지.]


덜덜 손을 떠는 오미자가 백강우를 쳐다봤다.

입술을 깨문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백강우는 얼굴을 슬쩍 기울이며 웃었고.

만족한 그는 또 한 번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점혈을 풀어줬다.


상황을 모르는 두 사람 중 성예린이 말했다.


”자! 당신은 대체 누굽니까!? 어디에 있다가 귀환한 누구인지 하나하나 다 말하도록 하세요!“

”··· 일단 저 노파에게 감사를 표하지. 덕분에 말이 트였어.“


성예린이 미간을 찌푸렸다.


”할머니에요! 버릇없게 노파 거리지 마세요!“

”응···? 나 또한 노인이네만?“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귀환한 백강우는 이제껏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러니 자신이 반로환동(返老還童)한지 조차 알지 못했다.


어두운 화면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고서야,


“허허··· 참···.”


백강우가 웃음을 흘렸다.


’환골탈태는 옛날 옛적에 했것만 느닷없는 반로환동이라니.‘


다시금 그가 입을 열었다.


“내 본래 무림이라는 곳에서 101살까지 먹고 돌아왔으니, 노파에게 노파라 하는 것은 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하네만? 노파의 생각은 어떠한가?“

”그··· 그래. 내, 내가··· 확인했다.“


오미자가 손을 떨며 답했다.


믿기힘든 성예린은,


”··· 진짜에요?“

”본좌가 뭐하러 거짓을 말하겠는가?“


백강우와 오미자를 번갈아 봤다.


최지원은 그보다 백강우의 파악에 나섰다.


“알겠어요. 그건 됐습니다. 무림이라는 곳에 얼마나 있었는지, 당신의 이름을 말해주세요.”

“좋지~ 퍽 옛날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라네.”


과거 고향에 돌아와 말까지 습득해 기분 좋은 백강우.

그는 곡조를 뽑듯 음가를 넣어 시조를 읊었다.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

“남들 다하는 외식 한번 한 적이 없었고-”

“··· 장난치지 마세요.”


미간을 찌푸린 세 여인 탓에 기분이 상한 백강우.

고개를 가로저었다.


“재미 없구료. 그렇다면 이건 어떻소?”


연극이라도 하듯 양팔을 벌린 백강우,

자신의 옛이야기를 시작했다.


“대~ 천마 신교의 천마, 백강우. 패왕(霸王)의 상(相)을 타고난 하늘이 내린 기재(奇才)로 무림의 수많은 고수들을.”

“잠시만요.”

“··· 또 뭔가···?”


두 번이나 방해당한 백강우.

살짝 짜증이 올라왔다.


“그러니까 당신이 천마신교의 천마라구요?”

“그렇네만?”

“이름은 백강우고요?”

“그렇지?”

“아까 101살 먹었다고 하셨는데. 그럼 몇 년이나 있으셨던 거에요?”

“약 80년 있었다네.”


원하는 정보만 빼낸 최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백강우가 물었다.


“다시 해도 되겠나?”

“아니요. 돌아오신걸 축하드립니다.”


최지원은 오른손을 내밀었다.


백강우는 입을 삐쭉거리며 손을 잡았다.


“축하한다니 고맙긴 하네만, 이 시대에는 풍류라는 걸 모르는 건가?”

“그런 걸 챙기면서 살기엔 세상이 많이 각박해져서요.“

”안타까운고로···.“


자신의 곡조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라,


백강우는 진심으로 안타깝다.



***



백강우와 성예린을 두고 오미자와 최지원은 국장을 찾았다.

귀환자에 정신감정 결과를 알리기 위함이다.


“그래, 어떻던가?”


국장의 질문에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최지원이 오미자를 응시했다.


“···.”

“할멈, 왜 그래?”


제갈정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미자는 미간을 찌푸리고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혹시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간 건가?”

“아, 아니야!”


오미자가 다급히 답했다.


그녀의 이상한 반응은 역시나 백강우 때문이라.


백강우를 두고 방을 나올 당시 그녀의 머릿속에 전달된 전음.


[앞으로도 허튼소리는 하지 않는 걸 추천하지, 노파에겐 돌봐야 할 손녀가 있지 않나?]


오미자는 손이 떨렸다.


’어··· 어떻게···.‘


그녀는 부모를 잃은 손녀를 돌봐주는 중이다.


역으로 그녀의 내면을 들여다본 백강우는 이미 약점의 파악을 끝낸 상태,

침을 꼴깍 삼킨 오미자는 눈을 질끈 감으며 방을 나왔다.


오싹했던 기억을 되새긴 그녀는 호통치듯 말했다.


“그 남자는 아무 문제 없어!”


자신의 죽음을 각오하고서라도 그의 위험을 알리려던 오미자.

삶에 대한 욕심은 없다.


그러나, 자신의 손녀.


고작 10살도 채 안 된 손녀를 혼자 두고 떠날 순 없었다.


오미자의 대답을 들은 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군. 그럼 최지원 팀장, 앞으로 진행은 자네에게 맡기겠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를 사회에 적응, 아니! 대한민국에 호의적으로 만들도록.”

“예! 알겠습니다!”


최지원은 우렁차게 답했다.


오미자의 반응은 이상했지만, 현재로서 본 백강우의 모습은 대화가 통하고 악인을 벌하는 모습이다.

충분히 사회에 녹여들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절대···. 이진우 같은 상황을 반복해선 안 되네. 그의 가족관계 친지들을 파악하고 만약에 그에게 악영향이 간다는 판단이 들 경우 무조건 숨기게.“


불안한 제갈정환은 당부를 남겼다.


이는 최지원 또한 알고 있는바.


”예! 알겠습니다!“


또 한 번 우렁차게 답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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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소동(小童) +2 24.08.20 1,486 25 12쪽
22 삼매진화(三昧眞火) 24.08.19 1,506 24 14쪽
21 벌레 소굴(3) +1 24.08.18 1,518 26 13쪽
20 벌레 소굴(2) +1 24.08.17 1,519 27 13쪽
19 벌레 소굴(1) 24.08.16 1,563 25 15쪽
18 손을 드시오(2) +1 24.08.15 1,568 28 13쪽
17 손을 드시오(1) 24.08.14 1,590 27 12쪽
16 인질(人質)(3) 24.08.13 1,597 26 12쪽
15 인질(人質)(2) 24.08.13 1,579 26 13쪽
14 인질(人質)(1) +2 24.08.11 1,641 27 13쪽
13 마공(魔功) +2 24.08.10 1,677 32 15쪽
12 마교인(摩教人) +2 24.08.09 1,706 27 13쪽
11 소저(2) +1 24.08.08 1,769 28 14쪽
10 소저(1) +1 24.08.07 1,844 27 14쪽
9 등록(2) +1 24.08.06 1,919 29 15쪽
8 등록(1) +1 24.08.05 2,001 33 16쪽
7 상봉(2) +1 24.08.04 2,102 32 15쪽
6 상봉(1) +4 24.08.03 2,252 31 14쪽
5 귀환자(3) +2 24.08.02 2,253 32 15쪽
» 귀환자(2) +2 24.08.01 2,332 33 12쪽
3 귀환자(1) +1 24.07.31 2,580 36 14쪽
2 가련한 인생 +2 24.07.31 2,941 36 13쪽
1 등선지로(登仙之路) +3 24.07.31 3,485 4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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