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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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문가비
작품등록일 :
2024.07.1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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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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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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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과의 내기 [The Devil]

DUMMY

도윤과 통화를 하고 나서 악령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마치 사라진 것처럼..

연서는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그저 두려움이 가시지 않을 뿐. 어떤 대안도 대책도 생각나지 않았다.



‘악령이 나의 몸을 탐한다. 만약 악령이 원하는 대로 된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내 영혼은? 지금 이게 말이 돼? 하..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다.. 비열한 쥐새끼.. ’



연서에게 집과도 같은 이 공간에서 자신만 사라진다면, 그렇게 그 자리에 나의 모습을 한 악령이 앉아 있다는 상상을 하니 연서는 심장이 오그라들고 숨이 턱턱 막혔다.



‘도윤이가 나를 도와준다고 해도 달라질 게 있을까? 무당도 어쩌지 못한 이 악령을 도윤이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어. 하지만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어. 그냥 당하고만 있으면 내가 죽어 없어지는 것과 뭐가 달라..’



*****



도윤은 한국으로 가기 전에 사무실 정리와 집에서 필요한 짐들도 챙기고 집 정리도 해놓고 가야 했다. 살고 있는 집의 계약기간이 꽤 남아 있었고 사무실도 비워 놓아야 하니 각각 주인에게 장기 여행을 다녀온다고 연락을 했다.



일단 우선은 생각보다 오래 사무실을 비울 수 있으니 간단한 정리는 해두어야 한다. 또 사무실에 있는 물건들 중에 가져가야 할 것들이 뭐가 있을지 체크했다.



‘서둘러야 해. 정리할게 뭐가 있지.. 일단은 중요한 간단한 짐만 우선 챙기고 한국에 도착하면 유정 스님께 한 번 다녀와야겠다. 필요한 부분을 도움받을 수 있을 거야.’


“흠.. 카메라 3개랑 배터리, 플래시, 메모리 카드, 충전기.. 그 외에는.. 딱히 없군. 쓰레기 좀 비우고 정리 정돈만 해놓고 가면 되겠다.”


다니고 있는 유도장에는 사범님께 연락드려서 한국에 갈 일이 생겼다고 말씀드렸다.



도윤의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는 재일 교포 3세인 친구 아키가 살고 있다.

아무래도 부탁할 친구는 아키뿐이라 아키에게 집 스페어 키를 맡기고 도윤이 없는 동안 처리해야 할 일들이 생기면 연락을 달라고 부탁했다.


“한국? 갑자기? 무슨 일 있어?”


“아냐. 특별한 일이 있는 건 아니고. 오랜만에 가족들도 보고  같이 시간도 보내고  오려고. 특별한 계획이 있는 건 아니라서 그냥 편하게 머무르다 올 거야. 그래서 언제쯤 돌아올지는 정하지 않았어.”


“아~ 진짜 무슨 일 생긴 건 아니지?” 


“하하하 아냐~ 뭘 그렇게 걱정해~ 가족들이랑 실컷 좋은 시간 보내고 오려고 가는 거야. 원래 가을쯤 한국에 다녀올 생각이 있긴 했었어. 조금 당겨진 것뿐이야.”



최근 한국에 간다는 얘기도 따로 없었고 도윤의 성격이 신중한 것을 알기에 아키는 염려가 되는 모양이었다.

도윤은 태연하게 웃으며 걱정하는 아키를 안심시켰다.


“알겠어. 조심히 잘 다녀와. 도착하면 연락 주고.”


“오케이~ 자~ 나중에 봅시다~ 아키군~”



마음이야 짐이고 뭐고 지금 당장이라도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싶었지만 사무실도, 집도 장기간 비우게 될 테니 정리를 해놓을 필요도 있었다. 이참에 아예 한국에서 자리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일단 한국으로 갈 준비를 했다.



*****



연서는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오늘은 손님이 온다고 해도 이 상태로는 제대로 타로 상담에 집중할 수 없다. 자리에서 일어난 연서는 샵의 문을 잠그고 돌아서서 잠시 문에 기대어 안을 둘러봤다.



마치 오래된 도서관처럼 우드로 되어 있는 실내에는 빈티지한 잔 꽃무늬의 따뜻한 색감의 벽지가 햇볕을 받아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 공간의 모든 것 하나하나에 연서의 손길이 묻어있다. 벽면 한쪽의 큰 창문이 살짝 열려 있었고 아이보리색 쉬폰 커튼이 바람에 따라 흔들흔들 가볍게 춤을 추고 있었다. 마치 왈츠처럼.

‘이렇게 평화로워 보일 건 뭐람..’



하나씩 실내의 불을 껐다. 아직은 낮이라 많이 어둡지는 않지만 좀 전과는 다르게 왠지 쓸쓸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그러고는 작은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언제든 쉴 수 있게 매트리스도 놓고 이불과 베개도 놓아뒀다. 작은 원룸처럼 탕비실 겸 휴게실로 만들어 놓은 방이었다. 연서는 가만히 누워서 눈을 감았다. 참고 있던 눈물이 조금씩 새어 나왔다.



연서는 억울했다. 한창 좋은 27살.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은 미래를 꿈꾸며 도전하고 연애도 하고 6월의 이 좋은 날씨를 즐기며 살 텐데.. 

대체 내가 뭘 잘못했길래 악령의 손아귀에서 인생을 보내는 건지 너무도 억울했고 원망스러웠다.



누구를 원망하는 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 그냥 다 억울하고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나 하나가 사라진다 해도 아무도 모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헛웃음이 나왔다.

‘아.  도윤이는 알겠구나. 하하..’



그렇게 있자니 또 점점 화가 났다. 

“아니.. 이거 너무하잖아! 로판 비련의 여주야 뭐야. 그리고 나면 뭐, 회귀라도 하나? 회귀도 안될 거 아니야. 어이가 없네.”



‘어쨌든 지금의 최선은 이놈 근원을 추적하는 거다. 지금까지도 경계하고 살면서 어떻게 없앨 수 있을지 고민만 했고 본격적인 추적은 하지 않았어. 결정적인 건 아무것도 나한테 주지 않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최후의 방법. 그거 하나만 남은 거야. 그리고 지금이 그 방법을 쓸 타이밍이고. 과연 하자는 대로 할까?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 해.’


연서는 일어나 방에서 나와 책상 앞에 앉았다. 연서의 계획에 대한 카드를 뽑기 위해 집중해서 카드를 섞었다.



카드를 펼친 뒤에 심호흡을 하고 한 장을 그대로 빼서 눈앞에 두었다.

바로 뒤집어서 카드를 확인하기에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으므로.. 

의자에서 일어나 왔다 갔다 하며 초조함을 삭히고 있었다. 잠시 후 책상 앞에 서서 슬며시 카드를 뒤집었다.

[The Devil] 악마 카드다.



⌜악마 카드⌟

인간 세상의 이방인. 뿔 달린 짐승의 모습을 하고 있고 악마의 제단에 연결된 쇠사슬을 목에 건 남녀가 있다. 머리의 오망성은 하늘이 아닌 땅을 향해 거꾸로 뒤집힌 역오망성의 형태.



'하늘도 땅도 너의 자리가 아니지. 비록 나는 카드의 도상처럼 너의 쇠사슬에 묶여 있고 악령이 보여주는 세상에 갇혀 있지만 이 쇠사슬의 종속을 끊을 때가 온 거야. 너의 쾌락은 나겠지. 그래. 쇠사슬을 끊을 수 있는 남은 유일한 방법. 나의 제안에 악령이 넘어와야 해.'



 카드를 확인한 연서는 빠르게 잔머리를 굴렸다. 악령을 속이기 위해 감정 연기를 할 타이밍이다.


 ‘카드를 보고 화가 나고 흥분한 척해야 해. 판단력을 잃은 것처럼 보여서 내가 방심했을 거라고 생각하도록 하고 내 제안에 응하도록 유도해야 돼.’


“아우...이 시XXX!! 언제까지 엮일거야!! 야 이 개XX야!! 니가 뭔데! 딴 데 가 딴 데! 왜 나한테 지X염X이야! XX야!! 죽XX버릴 거야아!!!”


<킄크크크 지랄 났네. 그래~ 그렇게 욕하고 해대버려~ 넌 원래 그런 년이야~ 니 애미 피가 어디가겠어? 꺄아아아하하하>


‘반응했다. 휴~’


“뭐? 이 쥐새끼가! 진짜 지랄이 뭔지 보여줘? 어?!!? 이 새끼 이거 안되겠네.”

“야. 너. 뭐, 인간 체험하고 싶어?”


‘액션, 액션! 뭘 하지?’


“아우~ 열받아! 후후~ 어머 빡쳐! 아우.”


급하게 떠오른 대로 얼굴이 달아오른 듯 손으로 부채질을 해가며 오버스러운 연기를 했다. 제발 ‘나 지금 제정신 아니야’ 이런 분위기가 악령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라며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못 알아 들었나?'



그럼에도 악령은 정곡을 찔려서 인지 아니면 대답을 하기 싫은 건지 어울리지 않게 조용했다.

‘입을 열게 할 한 방이 뭐가 있지?? 생각해 연서야.. 생각해.. ! 대놓고 말하자!’


  

“너! 사람으로 살고 싶은 거나고.”


 <크크킄 글쎄에~? 그게 궁금해? 키킼 알려줘? 키키키킼.너. 한연서 너. 완전히 잡아먹을 거야. ㅋㅋㅋㅋ.  병신 같은 니 애미 한수정보다 니가 더 맘에 안 들어~ 그리고 젊잖아. 킼ㅋ키키키.>


‘더 말을 많이 하도록 최소한의 반응만 하자. 스스로 목적을 말하도록. 이 쥐새끼.’


“웃기고 있네.풉. 네 주제에?”


 < 왜 내가 못할 거 같아? 크크 건방진 년. 그게 제일 맘에 안 들어. 니 년의 태도. 니가 뭔데 내 말을 안 들어! 니 년이 뭔데! 개X은X! >



‘아.. 내가 지 뜻대로 통제도 안되고 무서워하지도 않아 보여서 점점 더 조여 오는구나. 이것도 나에 대한 집착이 생긴 거야. 꺾어버리고 싶겠네. 악마 카드야말로 지금 너와 나의 현실이구나.. 좋아. 다음 단계.’



“그렇게 자신 있으면 나랑 내기해”

< 뭐라? 내기? >


“지금 봐봐. 우리 모습을. 네가 죽든 내가 죽든 한 놈은 죽는 게임이야. 이렇게 시간 끌고 있어봤자 너나 나나 의미  없어. 네가 원하는 대로 몸을 내어 줄 생각은 추호도 없고.”


“내 몸을 원하는 거잖아? 아니야?”

< 미친년. 그래서? 어쩌자고? >



“그래. 그러면 나랑 내기하자. 목숨을 건 도박이야."

<뭐? 내기? 같잖은 년. 아직도 분수를 모르는 년이네.>


"대신 조건이 있어. 내가 너를 알 수 있게 넌 힌트를 줘야 해. 그래야  동등하지. 나만 불리한  상황으로 내기를 할 순 없잖아? 그럴 바엔 내기 안 하고 너랑 죽을 때까지 싸우고 말지.”


<힌트? 킄킄크. 이 년이 겁먹어서 돌았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잔대가리 굴리지 마.>


“너. 너에 대한 힌트. 정보. 역사. 너의 근원을 알 수 있는 모든 걸 줘.”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키킼키키 >


“들어봐 일단.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준다면 당연히 나의 일방적인 승리겠지. 그냥 내가 널 알아갈 수 있게 어떤 방식이든 꾸준히 정보를 줘. 이건 스무고개 게임 같은 거야.

네가 이길지 내가 이길지 알 수 없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모든 걸 알고 있는 네가 이길 확률이 더 높지 않겠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내 한 몸 던진다고.” 



악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연서는 일부러 더 유치하게 빈정거렸다.

“왜? 정체가 밝혀질까 봐 두려워? 내가 무서운 거야? 무서우면 하지 마. 혼자 센 척은 다하면서  결국 넌 영 일 뿐이잖아. 아무 가치도 없는 목소리일 뿐이야 넌.”



<내가 버러지만도 못한 너를 무서워한다고? 끼야핳하하. 이 내가? 킄크킄크? 이 년이 제대로 돌았네.>



“기한은 두 달. 난 그 안에 널 잡겠어. 너는 약속한 두 달이 되었을 때 그때도 내가 너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한다면 내 몸을 완전히 가져도 좋아. 두 달 후 밤 12시야.”



“어때?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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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쪽 찐 머리를 한 아이들 24.08.16 18 0 8쪽
28 붉은 빛의 팔찌 2 24.08.15 15 0 8쪽
27 붉은 빛의 팔찌 1 24.08.14 16 0 9쪽
26 흉허디 흉헌 것 24.08.13 18 0 10쪽
25 엄마의 손거울 24.08.12 17 0 10쪽
24 붉은 실 2 24.08.11 21 0 11쪽
23 붉은 실 1 24.08.10 21 0 11쪽
22 가족의 비밀 [Page of Wands] 24.08.09 22 0 13쪽
21 나의 영웅들 +1 24.08.05 25 0 12쪽
20 박수무당의 VIP 24.08.01 28 1 12쪽
19 할아버지의 보물 상자 24.07.31 31 1 13쪽
18 선명한 손자국 [Four of Pentacles] 24.07.31 31 1 13쪽
17 별의 빛을 따라서 [The Star] 24.07.30 34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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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어느 노신사의 이야기 1 +1 24.07.26 37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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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그 여자의 이름은 [Judgement] +1 24.07.24 2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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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돌이킬 수 없는 선택 [Two of Swords] +1 24.07.23 31 2 11쪽
9 악령과의 계약 [King of Cups] +1 24.07.23 40 2 13쪽
8 혼란 속의 빛 [Seven of Cups] +1 24.07.23 32 2 13쪽
» 악령과의 내기 [The Devil] +1 24.07.23 34 2 11쪽
6 빙의 [Eight of Swords] +1 24.07.23 37 2 10쪽
5 화요일의 그 손님 [King of Wands] +1 24.07.23 45 2 10쪽
4 '검'의 주인 [Ace of Swords] 24.07.23 49 2 12쪽
3 연꽃 연 蓮 , 펼칠 서 敍 [Two of Pentacles]] +1 24.07.23 53 2 13쪽
2 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1 24.07.23 70 2 15쪽
1 악령의 수레바퀴 +2 24.07.19 162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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