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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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문가비
작품등록일 :
2024.07.1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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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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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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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비밀 [Page of Wands]

DUMMY

어머니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목사님을 비롯한 나머지 가족들 모두 어머니와 같은 말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이 도윤의 선택이며 그것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사람을 돕는 일은 모두에게 사명이라고 했다.


이때 목사님이 연서에게 말했다.


“이 일의 대상이 연서 양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었다 하더라도 맺어진 인연이라면 당연히 도와야 하는 일이예요. 사람을 살리고 함께 도우며 살아가는 것이 종교인의 숙명이자 신의 섭리랍니다. 물론 우리 연서 양의 일이니 더욱더 도움이 되어주고 싶지요. 하하.”



유정 스님도 의지를 다지며 덧붙였다.


“이 악령은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합니다. 연서 양의 몸에서 나간다 해도 악령은 다시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갈 겁니다. 그러니 세상을 위해서도 사라져야 하는 존재인 거죠. 우리는 함께 손잡고 그 길을 걸어야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일 뿐이지요. 곧 저희 모두에게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연서 보살님의 할아버님의 유언이나 마찬가지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깊은 닿아있는 인연줄은 보통의 인연이 아닌 거 겠지요..”



옆에 앉은 도윤은 연서의 옆모습을 보며 손을 꼭 잡아주었다. 파르르 떨리는 긴 속눈썹을 보며 연서가 어떤 마음일지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잡은 손과 도윤이 애틋하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나머지 가족들은 눈빛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맞네. 빠졌네. 썸이네. 썸!’



도윤이 잡아준 따뜻한 손을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연서가 꽉 움켜잡았다. 지난 27년간의 삶 속에서 연서의 자유 의지라는 건 사치였다. 살아있어도 죽은 목숨 같았다. 이 결과가 어떻게 되든 연서가 할 수 있는 보답은 명확하다. 앞으로 후회하지 않을 만큼 끝까지 달려서 모두와 함께 결승점에 도착하는 것이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도 기죽지 않고 지치지 않게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


터질 것 같은 눈물을 삼키며 내뱉은 연서의 다짐은 아프고도 아름답게 빛나는 한마디였다. 그러자 모두 밝게 웃으며 시끌벅적하게 연서의 마음을 기쁨으로 채워주었다.



그때에 레지나 수녀님이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물었다.

“둘은 무슨 사이야?”


갑자기 들어온 질문에 당황한 둘은 동시에 말해버렸다.

“친구요!”


몇 초의 정적이 흐른 뒤 어머니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시며 말했다.

"아아~~ 친~구우~!“


유정 스님 또한 표정이 묘해지며 한마디를 보태고.

"아~아~ 하우스 메이트으~“


이어받아 목사님이 또 한마디를 얹었다.

“아~아~ 룸은 메이트 아니고~”


아주 잠깐 모두가 아쉬워하는 표정을 본 것 같은 건 연서의 착각이었을까.

목사님, 어머니, 수녀님과 유정 스님은 전혀 믿지 않는 눈빛으로 동시에 말씀하셨다.


“그렇구나아~”


얼굴이 빨개진 연서는 그대로 허공만 바라봤다.


“자~ 과일 좀 먹고 다시 얘기해 보자구요~ 연서 양이 사 온 거예요~ 맛있게 드시고~ 저녁은 좀 늦게 먹어야겠네. 괜찮아요 연서 양?”


“아! 네네! 저는 괜찮습니다. 저.. 그런데 어머니..”

“네~ 편하게 얘기해요. 연서 양~”


“저기.. 다름이 아니라.. 저 호칭을.. 편하게 연서야라고 부탁드려도 될까요..? 목사님도, 수녀님도, 스님도 그렇게 편하게 불러주시면 좋을..거.. 같..아서..요..”


연서가 어렵사리 말을 꺼내자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어머니도 기쁜 목소리로 ‘연서야‘라고 불러보며 좋아했다.


“오~ 좋네 좋네~ 그래 연서 양 보다는~ 연서야~ 하는 게 편하고 좋지~ 자식이 아들 하나 뿐이라 딸이 생긴 거 같아서 괜히 기분이 더 좋구만~” 

목사님은 한껏 흥겨운 목소리였다.


“네? 하나요?”

연서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아, 저것들은 그냥 종교인이시고. 자식은 도윤이 한 마리..”

목사님은 말끝을 흐리며 넘겼다.


이에 수녀님과 유정 스님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어머.. 나 감동받았어.. 여동생 생긴 거 같아~ 이 꺼무죽죽한 남정네들 사이에서 자매 있는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


“저도 여동생이 생긴 기분이네요. 상상도 못 해본 여동생.. 막내가 여동생이길 그렇게 바랬건만.. 안타깝게도 이딴 녀석이.. 관세음보살..”


“아 뭐야~ 나도 신경 써줘 다들~”


도윤은 볼멘소리로 말했지만 내심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호칭은 정리는 일단락이 되었다. 레지나 수녀님과 도윤 스님은 사적으로는 언니, 오빠 라고 불러주길 바랬지만 도통입에 잘 붙지 않아서 천천히 노력해 보기로 했다.


**


그렇게 잠깐의 수다 시간을 가지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일단 도윤의 귀신을 악령이 없앴을 때를 연서가 추가로 설명했다. 도윤은 그때 제정신이 아니어서 직접 목격하지 못했다. 악령이 검은색 구름 같은 형태였다는 말과 함께 그때의 상황을 말했다. 이에 유정 스님은 악령이 그렇게 잡귀의 기운을 흡수하는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그렇다면 이 계약이 시작되면서 악령이 위기감을 느끼고 악한 기운을 모으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러면 최근의 상황들이 이해가 되네요. 없던 잡귀가 집에 하나씩 생기니까요. 잡귀의 기운도 차지하고 거기에 저희까지 괴롭힌다면 악령의 입장에서는 일석이조로 아주 좋은 수를 뒀네요.”


연서의 말에 모두 끄덕였다. 그렇게 뒤에서 힘을 키워가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악령이 계속 악한 기운을 늘려간다면 앞으로는 어찌해야 될까. 


일단 지금까지 추측해 본 상황을 정리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까지 상황을 겪으면서 타로 카드로 확인한 악령의 의도나 기타 상징들이 의미하는 것에 대해 정리를 해드릴게요.”


모두가 알고 있는 정보에 더해서 연서가 뽑았던 카드들이 말해주고 있는 의미들을 정리했다.


“악령은 도윤이가 급하게 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잡귀들로 저를 위협했어요. 그래서 의문이었어요. 도윤이가 오는 게 왜 악령이 조급해지는 건지.. 카드를 뽑아보니 지금처럼 이런 상황이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던 거 같아요.”


모두 심각한 표정으로 연서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본격적인 계약이 시작되고 악령이 준 힌트의 화경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새로운 것들이 섞여 있었어요. 그중에 알고 있는 장면을 제외하고 새로운 것들을 기록했는데 그 세 가지 장면의 공통점이 있었어요.”


연서는 할아버지의 상자에서 엄마의 결혼식 사진을 꺼내어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이 여자요. 신랑 옆에 있는 시어머니. 이 여자가 공통적으로 등장했어요. 이 여자의 이름을 알 수 없어서 주민센터에서 이것저것 서류를 떼고 하다가 겨우 알아낸 게 이 시부모님의 이름이었어요. 권자영, 김주성 이렇게 두 사람이요.”



모두 돌아가며 사진 속 얼굴을 잊지 않기 위해 잘 봐두었다. 하나같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 여자의 사진을 봤다. 


“제가 봤던 장면에서 공통적으로 권자영이 등장했던 의미에 대한 카드를 뽑아 봤는데 핵심 상징은 가족으로 보였어요. 가족 안의 어떤 것. *가계(대대로 이어 내려온 한 집안의 계통)도 될 수 있겠죠. 그리고 불안정한 상황과 심리적 공포가 있었어요. 일종의 미지의 공포가 가족과 관련이 있는 거죠. 결국 그 ‘미지의 공포’가 가족 안에서 밖으로 새지 않도록 비밀리에 통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고. 가족 내부에서만 전해져 내려오는 걸로 보였구요. 아마 그것도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거 같아요.”



유정 스님은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렇다면.. 허.. 제가 생각하는 것이 맞겠군요.”

“아마 맞으시지 않을까 싶어요.”



연서는 이후에 도윤의 화경 내용도 말했다. 굿하는 장면들에서 겹치는 인물이 권자영과 박수 무당이라는 것. 주기적으로 박수 무당에게 굿을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는 내용과 함께 권자영이 마치 남의 굿을 보듯 했던 태도. 그리고 꿈속에 나온 할아버지의 상자에서 테이블에 있는 가족사진을 발견했고 도윤의 화경에서 본 인물과 권자영이 동일한 것을 확인했다는 내용도 전했다.



이때 어머니가 큰 종이를 가져와 테이블에 펼쳤다. 

“여기에 각각 인물의 관계도를 정리해 보자.”


연서가 권자영을 중심으로 등장인물의 이름들을 썼다. 거기에는 ‘성민’이라는 연서의 생물학적 아버지도 적었다. 한쪽에는 연서의 추측과 해석한 타로의 의미도 써두었다. 그리고 어제 본 화경의 권자영의 새로운 정보도 함께 적었다.


“이 권자영이라는 여자의 남편이 성형외과 의사라고?”

레지나 수녀님이 물었다.


“네. 병원 이름이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성형외과는 확실해요.”

“그러면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되겠네!”


아.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연서는 수녀님의 말에 바로 휴대폰으로 검색을 했다. 모두 휴대폰을 꺼냈다.


김주성의 이름이나 기타 성형외과에 관한 검색을 여러 가지로 해봐도 원하는 정보는 찾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한참을 검색하던 중에 도윤이 외쳤다.



“찾았다!!”

모두 놀란 토끼 눈으로 도윤을 바라봤다.


“오래된 기사네요. 청담동에 성형외과가 있었는데. 횡령 및 불법 시술, 의료 사고, 기타 범죄 혐의로 형량이 꽤 나왔어! 이 기사 날짜가 10년 전이야. 이미 출소했겠다. 그 외의 다른 정보는 없어요. 이거 링크 단체 채팅방 만들어서 올릴게요.”



그렇다면 악령이 보여준 장면 중 권자영이 남편을 찾아간 장면은 최소 10년 전의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일단은 연서 보살님의, 저기 아니, 연서의 해석이 맞아 보이네. 내가 생각하는 것과 같아. 그전에 연서한테 봉인에 대한 얘기를 했었지?”

“네네. 저도 그 생각을 했어요.”


“지금 나온 정보로만 봐도 봉인은 확실해 보여. 연서는 이대로 계속 화경이나 기타 정보를 수집하는 대로 도윤이에게 메시지를 보내줘. 그러면 도윤이 네가 단체 채팅방에 올려주고. 결계가 안정적으로 작동을 하는지까지 확인이 되어야 하니 시간은 좀 더 걸릴 거야. 그리고 언제든 도윤이가 어딜 가야 한다고 가자고 하면 그냥 묻지 않고 따라가면 돼. 우리도 정보를 조심해야 하니까.”



유정 스님의 뜻은 결계의 위치나 정보를 도윤에게만 알려주겠다는 것이다. 


“이제 날짜는 얼마나 남은 거지?”

어머니의 질문에 모두가 연서를 바라봤다.


“47일 정도 남았어요.”

“생각보다 시간이 촉박하구나.. 그러면 지금 우리가 어떤 걸 먼저 해야 할까 유정 스님?”


“저도 최대한 빨리 준비를 마쳐야겠네요. 지금 우선순위로 알아봐야 할 것은 봉인을 한 자가 누구인가 입니다. 그 사람을 찾고 또 박수 무당의 이름과 권자영의 소재 등에 관련된 정보 수집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 나도 엄마 주변 무당분들께 좀 알아봐야겠다.”


어머니의 말에 연서는 또 한 번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목사님 사모님이..? 무당을..? 아.. 모르겠다.’



그때 연서의 머릿속에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유정 스님. 혹시.. 그 박수무당이 봉인을 한 사람일 가능성이 있을까요?”

“그럴 수도 있지.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야. 아니, 오히려 높다고 봐야지.”



“저 그럼 타로 카드를 지금 뽑아 볼게요.”

연서는 카드를 꺼냈다. 잠시 동안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정신을 집중했다. 카드를 펼치고 신중하게 뽑았다.


[King of Wands, 8 of Swords, 8 of Cups]

[킹 완즈, 8 소드, 8 컵스]


카드를 본 연서는 멈칫했다. 그렇다. 예상했던 대로다. 봉인을 옮겼다. 그리고 또 카드를 뽑았다.



[2 of Swords, 9 of Swords, The Sun]

[2 소드, 9 소드, 태양 카드]


“박수무당은.. 어떤 방법을 해야 할지, 혹은 이렇게까지 하는 것이 맞는지의 갈등과 정신적 스트레스와 고민이 지속되던 그때에 해결책을 찾은 것 같아요. 아마도 적당한 누군가가 등장한 것이지 않을까 싶어요.”



연서는 이 질문만은 하고 싶지 않았다. 알고 싶지 않았던 진실에 가까울 수 있는 질문을 어쩔 수 없이 카드에게 던졌다.


[Knight of Pentacles, Page of Wands, Knight of Cups]

[나이트 펜타클, 페이지 완즈, 나이트 컵스]


연서는 이 카드를 뒤집어 확인했을 때 순간적으로 몸이 떨렸다. 아니길 바랬지만 이미 어릴 때부터 알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사실을 보게 된 것이다.


“박수 무당이.. 갇혀있던 악령을 옮겼어요.. 다른 누군가한테.. 그 사람이 저희 엄마 같아요..”


연서의 말에 모두가 얼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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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쪽 찐 머리를 한 아이들 24.08.16 18 0 8쪽
28 붉은 빛의 팔찌 2 24.08.15 15 0 8쪽
27 붉은 빛의 팔찌 1 24.08.14 16 0 9쪽
26 흉허디 흉헌 것 24.08.13 18 0 10쪽
25 엄마의 손거울 24.08.12 17 0 10쪽
24 붉은 실 2 24.08.11 21 0 11쪽
23 붉은 실 1 24.08.10 21 0 11쪽
» 가족의 비밀 [Page of Wands] 24.08.09 22 0 13쪽
21 나의 영웅들 +1 24.08.05 25 0 12쪽
20 박수무당의 VIP 24.08.01 28 1 12쪽
19 할아버지의 보물 상자 24.07.31 31 1 13쪽
18 선명한 손자국 [Four of Pentacles] 24.07.31 31 1 13쪽
17 별의 빛을 따라서 [The Star] 24.07.30 34 1 15쪽
16 어느 노신사의 이야기 2 +1 24.07.29 38 1 13쪽
15 어느 노신사의 이야기 1 +1 24.07.26 37 1 15쪽
14 정체불명의 그것 [The Moon] +1 24.07.24 37 1 14쪽
13 그 여자의 이름은 [Judgement] +1 24.07.24 26 1 12쪽
12 불확실한 날들의 시작 [The Emperor] +1 24.07.24 30 1 12쪽
11 회복될 세계의 열쇠 [The Sun] +1 24.07.23 33 1 14쪽
10 돌이킬 수 없는 선택 [Two of Swords] +1 24.07.23 31 2 11쪽
9 악령과의 계약 [King of Cups] +1 24.07.23 40 2 13쪽
8 혼란 속의 빛 [Seven of Cups] +1 24.07.23 32 2 13쪽
7 악령과의 내기 [The Devil] +1 24.07.23 34 2 11쪽
6 빙의 [Eight of Swords] +1 24.07.23 37 2 10쪽
5 화요일의 그 손님 [King of Wands] +1 24.07.23 45 2 10쪽
4 '검'의 주인 [Ace of Swords] 24.07.23 49 2 12쪽
3 연꽃 연 蓮 , 펼칠 서 敍 [Two of Pentacles]] +1 24.07.23 53 2 13쪽
2 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1 24.07.23 70 2 15쪽
1 악령의 수레바퀴 +2 24.07.19 162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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