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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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문가비
작품등록일 :
2024.07.1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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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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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4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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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날들의 시작 [The Emperor]

DUMMY

달의 환각에서 벗어나 의식이 깨어나게 되는  19번. 태양 카드. 태양의 빛으로 만천하에 모든 것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카드이다. 하지만 빛이 있다면 당연히 어둠도 있는 법. 그 숨겨진 어둠까지 드러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태양의 힘. 


이 카드는 앞으로의 일들을 상징적으로 예언하고 있다. 아마도 정말 중요한 순간에 발휘되는 힘이 될 것이다.



연서는 다시 카드를 주머니에 넣었다. 이 태양 카드의 의미가 왜곡되지 않도록 아직은 혼자만 알고 있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더 깊은 뜻을 알게 되겠지. D-59일. 이제 시작. 너무 조급해 하지 말자‘



*****



연서는 도윤과 함께 밖으로 나와 걸으며 오랜만에 활기를 느끼고 있다. 조급한 마음은 잠시 내려놓고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악령 따위는 잠시 잊고 있을 수 있었다.



한적한 카페를 찾은 둘은 안으로 들어가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악령이 이미지로 보여주긴 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같은 방법으로 알 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일상 중에도 민감하게 안테나를 세우고 있어야 한다. 



도윤은 한국에 와서 가족들에게 아직 연락하지 않았다. 연서의 일에 신경 쓰느라 연락이 좀 늦어진 터라 가족들에게 연락을 해야 했다. 도윤이 전화 통화를 위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악령은 다시 연서에게 말을 건다.



<니 년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네. 키키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오늘 내가 보여준 건 어때? 뭐 좀 알겠어? 키키키키크크킄.>


“내가 알아서 풀어갈 일이지. 뭘 신경을 쓰고 그래? 답지 않게.”

​<과연 풀어갈 수 있을까? 니 대가리로? 크킄킄크크. 멍청한 년이잖아 넌~ 쟤 없으면 뭣도 아닌 년. 그렇다고 쟤도 뭐가 있냐? 쟤도 별 볼일 없어~ 끼키키키.>



“너. 지금. 불안하지?”​

<뭐? 이 년이 돌았나. 내가 뭐가 불안해? 크크크크킄. 내가 불안한 게 아니라 니 년이 불안하겠지~ 같이 한 세월이 얼마인데 니가 지금 해놓은 게 뭐가 있냐? 키킼키. 나 없으면 넌 아무것도 아니지. 킄크크. 불안하게 해줘? 우리 연서? 키킼키키키.>



사실이다. 그래서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27년째 연서는 떠오르는 이미지들만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었을 뿐 악령을 없애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그 외에 적극적으로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왜 말을 못 해~? 키키키. 그게 너란 년이야. 주제를 알아야지~ 인간들은 지 분수도 모르고 까분단 말이야~ 너처럼~ 크킄킄크.>

“꺼져.”



직면하는 게 두려웠기에 그저 매일을 악령에게 이용 당하지 않는 것에만 신경 쓰면서 삶을 유지하고 있던 것이 전부이다. 그간 연서는 체념하고 그것이 운명에 순응하는 것이라고 포장하며 단지 살아남아야 한다는 무의식에 갇혀서 살고 있었다.



도윤이 곁에 가까이 있는 이제서야 그나마 불안한 마음을 달래며 움직여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태연한 척해왔지만 혼자서는 악령과 맞설 용기도, 자신도 없던 연서였다.

이런 상황에서 혹시라도 다시 혼자서 맞서야 한다면 지금과 같은 적극적인 행동이 가능할까? 연서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답은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도윤이 옆에 있건 그렇지 않건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과감하게 행동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했다. 스스로 강해져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두고 봐 이 쥐새끼 년아. 내가 어떻게 독하게 변해가는지 잘 봐.”

<크하하하하하. 웃기고 있네 캬하하하>



도윤은 전화 통화를 마치고 들어와 앉았다. 


“엄마가 한 소리 하시네. 하하. 이제 연락 하냐고.”

“화나셨어?”


“아냐~ 웃으면서 한 소리 하시는거야~ 생각보다 우리 가족들 다 쿨해. 한 달 후에 전화했어도 똑같은 반응이실걸. 그래도 못 본 지 꽤 되어서 집에 가보긴 해야 할 거 같아.”


“그래. 보고 싶으시겠다.”


도윤은 혹시라도 연서가 상대적으로 외로움을 느끼게 될까 봐 평소에도 자신의 가족에 대한 얘기는 잘 하지 않는다. 연서를 배려하는 마음인 것을 연서 또한 알고 있다. 



**



이제 각자의 노트에 적어 놓은 걸 다시 확인하고 연서가 타로 카드를 꺼냈다. 오늘 본 장면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카드를 뽑았다.


[ Six of Wands, The Emperor, The Moon]

(6완즈,황제,달)


연서는 해석한 내용을 도윤에게 설명했다.


“오늘 본 장면 중에는 새로운 장면도 있으니까 그 부분은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어. 그리고 전체적인 큰 틀에서 변하지 않는 인물들의 자리가 각각 있고 그 인물들의 연관성에 숨어 있는 힌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바뀐건 없고 새로운게 추가 된거니까 인물의 관계가 뭔지 그걸 확인해야겠네.”



연서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이 카드 중에 이거 황제 카드. 황제 카드의 변하지 않는 틀. 그것이 가지고 있는 구조, 역사. 지금까지 드러난 것으로는 그 틀은 가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여. 물론 다른 의미일 수도 있겠지만. 이들 사이에 뭔가 얽혀있는 것이 있는 거 같아. 황제는 당연히 그것들이 밖으로 튀지 않도록 통제해야 하겠고..”


연서는 도윤에게 타로 카드에 대한 기초를 알려준 적이 있었다. 그래서 직접 해석할 수는 없지만 연서의 해석을 알아듣기가 어렵지는 않았다. 



“달 카드의 불확실한 것들의 핵심은 황제 카드가 의미하는 ‘어떤 것’이겠지..”

눈을 감고 있는 달 카드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잠들어 있는 의식, 그에 대한 무의식의 심연, 그리고 알 수 없는 미지의 공포도 함께 존재했다.



달 카드를 보니 연서는 아까 뽑았던 태양 카드가 떠올랐다. 18번의 달 카드의 과정을 거쳐서 통합을 이루어 낸 19번 태양 카드.


‘하필 이렇게 맞아떨어지게 나왔을까.. 우리가 뭔가에 가까워지고 있는 건 분명해. 예전처럼 곁가지만 뱅뱅 돌던 상황이 아니야.’



**



카페에서 집으로 돌아온 도윤은 연서에게 말했다.

“나는 오늘 집에 들러야 할 거 같아. 가서 자고 내일 올게.”


“어! 그러면 아까 카페에서 바로 집으로 가지 그랬어.”

“너 데려다 주고 가려고 그랬지.”


“하핫. 애도 아니고 오버하시는거 아닌가요~”

“아무튼 내일 올께.”



오랜만에 본가에 가는 도윤이 자신때문에 서둘러 돌아오려는 것을 알기에 연서는 미안하고 고마웠다. 그런 도윤이 오랜만에 가질 가족들과의 시간을 뺏고 싶지는 않았다.


 “내일? 너무 짧게 있는 거 아니야? 거리도 있는데..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며칠 있다가 편할 때 와.”


도윤은 연서에게 다가가 꼭 끌어안고 말했다.

“너 혼자 있게 두는 게 불안해서 그래.”


“알아. 고마워. 그래도 괜찮을 거야. 걱정하지 마. 이 쥐새끼는 내가 잘 다뤄. 이 몸이 계약서다.”


연서는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도윤은 걱정스럽긴 했지만 연서의 말대로 계약을 방패 삼아 별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



⌜엄마. 나 1층인데 소금 좀 갖다주실 수 있어요? 더러운 거 하나 붙은 거 같아서.⌟

⌜어머 그래? 지금 내려갈게.⌟



“여기. 소금”

도윤의 엄마는 아파트 1층 자동문이 열리자 문 앞에 소금 그릇을 내려놓았다.

“엄마~  내 주변에 뿌려줘야지~ ”


“얘! 누가 보면 어쩌려고! 목사님 사모님이 아들한테 소금 뿌린다고 소문나면 어쩔 거야. 네가 뿌려!”


“하하. 참나. 그건 그러네.”



도윤은 부모님과 인사를 나눈 후 연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 집에 잘 도착했어. 별일 없었어?⌟


⌜응~ 아무 일 없음. 사서 걱정하지 마시고 좋은 시간 보내셔~⌟

⌜ㅋㅋㅋ 알았어. 쉬어~⌟



*****



연서는 침대에 누워서 잠들기 전 곰곰이 생각해 보고 있었다. 이다음 단계는 어떤 시도를 해봐야 할지 악령에게 힌트를 더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태양 카드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짚어봤다.



모든 것을 밝히는 태양은 어두움마저도 밝히는 큰 빛이다. 도윤이 악령에게 태양 카드와 같은 존재라면 분명히 카드의 힘처럼 어두움인 악령까지 드러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 외의 기타 다른 해석들도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이쪽이 더 확률이 높다.



만약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악령에게 도윤이 힘이 되어버리는 역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 연서 혼자만 알고 있는 이유도 그 역효과 때문이다. 태양 카드의 또 다른 얼굴인 자만심이 자신의 해석에 비판적 시선을 하지 못하게 하여 상징을 왜곡되게 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0.1%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참 생각에 빠져있던 그때에 ‘끼~이익~’ 하는 소리가 났다. 마치 누가 조용히 문을 여는 것처럼.


“무슨 소리지?” 

연서는 가만히 귀를 기울여 봤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잘못 들었나.. 아우 몰라 잘못 들었나봐. 자자.’

연서는 잠시 일으켰던 몸을 뉘었다.


​“끼~이~익”


또 다. 또 소리가 났다. 이번엔 잘못 들은 게 아닌 거 같았다.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침대에 앉았다.


그리고 가만히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끼~익’

소리가 조금 더 커졌다. 


‘뭐야.. 무슨 소리지?’


연서는 일어나 천천히 방문을 열었다. 불이 꺼진 거실은 어두웠고 살짝 비치는 가로등 불만이 옅게 비치고 있었다. 거실의 불을 켜기 위해 방 밖으로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소리는 멈췄지만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불을 켜고 확인해야 한다.




그때에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앞을 스쳐 지나갔다. 사람이 아니다. 아니, 이 시간에 모르는 사람이 집에 있는 것이 더 비정상이다.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미 연서의 몸의 털이 쭈뼛 서는 그 으스스한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평소 집에 잡귀는 없었는데 어디서 따라붙은 걸까?


연서가 긴장하며 잠시 생각을 하는 동안 다시 무언가가 연서의 등 뒤로 스쳤다. 익숙한 서늘함. 거실의 불을 켜야 한다. 그래야 이 두려움이 잦아들 것이다.

조금씩 거실의 스위치로 다가가 불을 켰다. 아무것도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았다. 혹시 몰라서 화장실과 서재, 할아버지 방까지 확인했다. 악령의 장난인 걸까?


“하지 마. 경고했다.”

악령은 대답이 없었다.



집안을 다 둘러본 후 다시 방으로 돌아와 문을 잠그고 누웠다. 


‘신경 쓰지 말자. 피곤해.’

그렇게 한참을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



잠을 자다 보니 몸이 너무 무겁고 답답했다. 편한 자세로 자보려고 움직이려고 했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숨이 막힐 정도로 점점 더 강한 힘이 몸을 누르고 있었다. 차갑고 축축한 느낌. 겨우 눈을 뜬 순간, 새까만 그림자가 연서의 위에 올라타 앉아 있었다. 긴 머리카락이 온 몸을 감싼 형체였다.




‘가위다.’




소름이 끼쳤다. 심장이 터질듯이 머릿속에 울렸다. 그 머리카락은 젖어 있었고 숙였던 고개를 점점 들고 있었다. 얼굴을 보고 싶지 않은 연서는 눈을 감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 긴 머리카락의 얼굴을 봐야 할 수밖에 없다.


​그 순간 갑자기 고개를 든 얼굴은 눈이까맣게 뻥 뚫려있었다. 그 두 눈에서 빨간 피가 흐르고 있었다. 연서는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식은땀이 났다. 다시 움직이려 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머리카락은 천천히 코앞까지 다가왔다. 눈이 마주친 순간! 까만 양쪽 눈에서 갑자기 두 손이 확! 나와 연서의 목을 졸랐다!


‘으아..아.. 하지..마.. 아.. 어.. 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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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쪽 찐 머리를 한 아이들 24.08.16 18 0 8쪽
28 붉은 빛의 팔찌 2 24.08.15 16 0 8쪽
27 붉은 빛의 팔찌 1 24.08.14 16 0 9쪽
26 흉허디 흉헌 것 24.08.13 18 0 10쪽
25 엄마의 손거울 24.08.12 17 0 10쪽
24 붉은 실 2 24.08.11 21 0 11쪽
23 붉은 실 1 24.08.10 21 0 11쪽
22 가족의 비밀 [Page of Wands] 24.08.09 22 0 13쪽
21 나의 영웅들 +1 24.08.05 25 0 12쪽
20 박수무당의 VIP 24.08.01 28 1 12쪽
19 할아버지의 보물 상자 24.07.31 31 1 13쪽
18 선명한 손자국 [Four of Pentacles] 24.07.31 31 1 13쪽
17 별의 빛을 따라서 [The Star] 24.07.30 34 1 15쪽
16 어느 노신사의 이야기 2 +1 24.07.29 38 1 13쪽
15 어느 노신사의 이야기 1 +1 24.07.26 37 1 15쪽
14 정체불명의 그것 [The Moon] +1 24.07.24 37 1 14쪽
13 그 여자의 이름은 [Judgement] +1 24.07.24 26 1 12쪽
» 불확실한 날들의 시작 [The Emperor] +1 24.07.24 31 1 12쪽
11 회복될 세계의 열쇠 [The Sun] +1 24.07.23 33 1 14쪽
10 돌이킬 수 없는 선택 [Two of Swords] +1 24.07.23 32 2 11쪽
9 악령과의 계약 [King of Cups] +1 24.07.23 40 2 13쪽
8 혼란 속의 빛 [Seven of Cups] +1 24.07.23 32 2 13쪽
7 악령과의 내기 [The Devil] +1 24.07.23 35 2 11쪽
6 빙의 [Eight of Swords] +1 24.07.23 37 2 10쪽
5 화요일의 그 손님 [King of Wands] +1 24.07.23 45 2 10쪽
4 '검'의 주인 [Ace of Swords] 24.07.23 49 2 12쪽
3 연꽃 연 蓮 , 펼칠 서 敍 [Two of Pentacles]] +1 24.07.23 53 2 13쪽
2 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1 24.07.23 70 2 15쪽
1 악령의 수레바퀴 +2 24.07.19 162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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