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문가비
작품등록일 :
2024.07.19 09:49
최근연재일 :
2024.08.31 15:22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1,414
추천수 :
31
글자수 :
290,107

작성
24.08.15 14:06
조회
15
추천
0
글자
8쪽

붉은 빛의 팔찌 2

DUMMY

연서는 그리곤 바로 도윤을 살폈다. 저 방어막인지 보호막인지 뭔지 모를 것은 일단 감사하고. 도윤이 다치지는 않았는지 여기저기 만져보고 확인을 했다. 혹시라도 속이 다쳤을까 봐 살짝씩 눌러보기도 했지만 아무 데도 다치지 않은 것 같았다. 


도윤은 잠이 든 것인지 어떤 상태인지 모르겠지만 정신을 잃은 것 같다. 손을 코에 갖다 대니 호흡도 안정적이다. 아무래도 귀신이 빠져나가고 잠시 잠이 든 것으로 보였다. 



창밖을 보니 멀리 있던 사람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눈앞에서 돌진하던 차가 벽으로 세게 부딪히는 그 모습을 본 사람들도 당황하고 놀랐을 것이다. 연서는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먼저 벽 쪽에 부딪힌 부분을 확인했다. 놀랍게도 어디 하나 찌그러진 곳이 없었다.



붉은 원이 연서와 도윤을 지켜준 것이 확실했다. 몰려온 몇몇 사람들은 연서에게 괜찮냐 물었다. 어떤 사람은 119를 부르려고 전화기를 꺼내는 것 같았다. 연서는 그 사람에게 다가가서 아무 데도 다친 곳이 없다며 119를 부르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또한 몰려든 사람들에게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하다며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누군가는 의심하는 눈초리로 매섭게 물었다.


“거. 혹시. 음주운전한 거 아니에요? 그거 피하려고 119 못 부르게 하려는 거 아니야?”


그 사람의 말을 들은 모두가 웅성웅성 대기 시작했다. 연서는 그들의 의심을 없애기 위해 잠든 도윤을 흔들어 깨웠다. 


“도윤아 괜찮아. 아무 일 없었어. 이제 나와서 해명 좀 해줘. 목격한 사람들이 음주 운전 아니냐며 의심하고 있어. 그냥 과로였다고 하자.”


도윤은 연서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어안이 벙벙했다. 연서는 다시 도윤에게 필요한 말만 전했다. 몸을 추스르며 밖으로 나온 도윤은 사람들이 몇몇 몰려있는 것에 당황을 했지만 차가 벽 쪽을 향해 멈춰 있는 모습을 보고 연서의 말대로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설명을 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요즘 과로로 잠이 부족했는지 졸음 운전을 한 것 같습니다. 놀라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도윤은 일부러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서 말했다. 술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기 위해서다. 음주운전이 아닌 것을 확인한 어떤 아저씨가 돌아서며 말했다.


“혹시 모르니까 병원은 꼭 가봐요. 멀쩡해 보여서 다행이긴 하네. 운이 좋았네. 진짜 괜찮은 거 맞죠?”


도윤은 웃으며 정말 괜찮다고 염려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렇게 다시 둘은 차에 앉아 안전하게 주차를 해 놓고 숨을 돌렸다. 연서는 바로 2번 채팅 방에 무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유정 스님께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그때 어머니의 전화가 왔다. 


“네 엄마. 죄송해요 놀라셨죠.”


“괜찮은 거야? 둘 다 아무 이상 없는 거 맞아?”


도윤과 연서는 안전하니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된다고 어머니를 안심 시키고 일단 집으로 향했다. 



“도윤아 좀 어때?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 병원을 안 가도 될까?”


“나는 괜찮아. 어디 불편한데도 없고 어떻게 된 건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몸으로 받은 충격은 거의 없어. 신기하게도..”


“다행이다. 이제 내가 운전할게.”


도윤은 괜찮다고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연서가 고집스럽게 자리를 바꿔 운전대를 잡고 설명을 했다.


“네가 빙의 되었고. 그게 어떤 귀신인지는 몰라. 분명 처음에 출발할 때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느낌이 이상해서..”


여차저차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말이다. 비록 팔찌 얘기는 뺐지만. 팔찌는 도착하면 가족들과 함께 얘기를 나눠야겠다 생각했다. CCTV급의 악령이 귀를 쫑긋 세우고 있을테니.



<더 큰 거 온다. 조만간. 둘 다 부셔 줄게.>


"뭐? 네가 벌인 짓이야?"


도윤은 갑작스러운 연서의 말에 잠시 놀랐지만 악령과 대화를 하는 것 같았다.


<아니. 난 그냥 가만히 있었을 뿐이야. 귀문이 활짝 열린 인간이 있는데 동네방네 떠돌이들이 안 붙을 거 같냐? 크킄킄크. 이 정도면 약하지~>


그래. 앞으로도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날 거고 악령은 방관하겠다. 나랑 상관없다. 이 말인 거다.

해봐 어디. 연서는 내가 죽던 네가 죽던 끝장을 자고 생각하며 입술을 질끈 물었다.



*****



겨우 도착한 집. 사건이 있기는 했지만 둘 다 다친 곳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아휴.. 세상에.. 천만다행이다. 너희도 다칠뻔했고 무고한 사람도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연서의 판단력이 큰일을 막았네.”


상황을 전해 들은 어머니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찌 이 착한 아이들에게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인가.. 이때 아주 잠깐 하늘도 무심하시지.. 라는 생각을 했다. 곧 다시 정신을 차리고 회개를 하긴 했지만. 


연서는 무사할 수 있었던 이유가 팔찌였음을 말했다. 도윤도 몰랐던 사실이다. 팔찌가 발휘한 큰 힘으로 무사할 수 있었다는 것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그러면.. 외할머니께서 이미 다 내다보시고 만드신 거 같구나..”


목사남은 연서의 말을 듣고 그럴 것이라 추측했다. 그 생각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러니까.. 그게.. 돌아가시기 몇 년 전부터 외할머니께서 이 팔찌를 만드셨어. 그리고 친할머니도, 그러니까 장모님이 팔찌를 만드실 때 우리 어머니도 함께 같이 하셨었지. 도윤이에게 줄 거라고 하시면서. 그 팔찌를 만드시는데 공을 엄청 들이셨거든. 우리는 다 몰랐지. 팔찌의 의미와 역할을. 팔찌 한 쌍을 만드시면서 두 분이 굳이 저렇게 열을 올리시나 했었어..”



“맞아. 팔찌를 만드는 과정은 어렵지 않아서 금방 만들 수 있거든. 그런데 한 올 한 올 엮으시면서 기도하고 신력을 불어넣고 하시면서 몇 년을 만드신 거야. 우린 그냥 뜻이 있으시겠거니 하고 크게 생각하지는 않았었어. 그 팔찌가 너희를 살렸구나..”



어머니는 두 사람에게 할머니들의 사랑이 담긴 노력의 과정을 알려주었다.


연서는 벅차오르는 이 감정을 무어라 표현할 수 없었다. 도윤 한 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도윤과 함께 할 인연까지 생각하고 만드신 팔찌다. 세상에 비싸다는 그 어떤 명품도 보석도 이 팔찌의 값어치에 비할 수 없다. 


이야기를 들은 도윤은 울컥했다. 사랑하는 손주를 지켜줄 팔찌.. 이 감사함을 세상의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저 사랑이었다. 


도윤과 연서는 약속이나 한 듯 손을 꽉 잡았다. 마치 절대 떨어지지 말자고 서로에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


이때 휴대폰 메시지 소리가 울렸다. 연서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만 있는 1번 채팅 방이었다. 유정 스님이 아까 도윤이 물었던 결계 출발 예정일을 채팅 방에 남긴 것이다.



⌜정확하진 않지만 열흘 정도 뒤에  결계의 장소로 출발할 것 같구나. 시간은 더 걸릴지도 몰라. 최대한 정보가 많이 있는 상태에서 결계로 가야 해. 그 결계 안에서 우리의 모든 정보를 맞춰볼 수 있도록.⌟


⌜알겠어요. 그러면 나는 내일 엄마랑 연서랑 같이 움직이려고. 시간 여유 있으니까.⌟


⌜그래. 그러자꾸나. 셋이 같이 다녀 오자.⌟



내일 일찍 일어나 출발을 해야 하니 각자 쉬기로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도윤은 연서에게 자신도 내일 함께 간다고 했다. 아무래도 여자 둘만 멀리 다녀오라고 하기에는 걱정이 되어 그런 것 같았다.


레지나 수녀님이 쓰던 방에 누워 연서는 생각에 잠겼다. 점점 악령의 기운이 강해짐을 느낀다. 예전처럼 촐싹맞게 말도 많이 하지 않는다. 우리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살피는 걸까.


악령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고 싶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쪽 찐 머리를 한 아이들 24.08.16 18 0 8쪽
» 붉은 빛의 팔찌 2 24.08.15 16 0 8쪽
27 붉은 빛의 팔찌 1 24.08.14 16 0 9쪽
26 흉허디 흉헌 것 24.08.13 18 0 10쪽
25 엄마의 손거울 24.08.12 17 0 10쪽
24 붉은 실 2 24.08.11 21 0 11쪽
23 붉은 실 1 24.08.10 21 0 11쪽
22 가족의 비밀 [Page of Wands] 24.08.09 22 0 13쪽
21 나의 영웅들 +1 24.08.05 25 0 12쪽
20 박수무당의 VIP 24.08.01 28 1 12쪽
19 할아버지의 보물 상자 24.07.31 31 1 13쪽
18 선명한 손자국 [Four of Pentacles] 24.07.31 31 1 13쪽
17 별의 빛을 따라서 [The Star] 24.07.30 34 1 15쪽
16 어느 노신사의 이야기 2 +1 24.07.29 38 1 13쪽
15 어느 노신사의 이야기 1 +1 24.07.26 37 1 15쪽
14 정체불명의 그것 [The Moon] +1 24.07.24 37 1 14쪽
13 그 여자의 이름은 [Judgement] +1 24.07.24 26 1 12쪽
12 불확실한 날들의 시작 [The Emperor] +1 24.07.24 30 1 12쪽
11 회복될 세계의 열쇠 [The Sun] +1 24.07.23 33 1 14쪽
10 돌이킬 수 없는 선택 [Two of Swords] +1 24.07.23 32 2 11쪽
9 악령과의 계약 [King of Cups] +1 24.07.23 40 2 13쪽
8 혼란 속의 빛 [Seven of Cups] +1 24.07.23 32 2 13쪽
7 악령과의 내기 [The Devil] +1 24.07.23 35 2 11쪽
6 빙의 [Eight of Swords] +1 24.07.23 37 2 10쪽
5 화요일의 그 손님 [King of Wands] +1 24.07.23 45 2 10쪽
4 '검'의 주인 [Ace of Swords] 24.07.23 49 2 12쪽
3 연꽃 연 蓮 , 펼칠 서 敍 [Two of Pentacles]] +1 24.07.23 53 2 13쪽
2 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1 24.07.23 70 2 15쪽
1 악령의 수레바퀴 +2 24.07.19 162 3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