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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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문가비
작품등록일 :
2024.07.1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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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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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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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실 1

DUMMY

그렇게 침묵을 깨고 먼저 말을 꺼낸 건 유정 스님이었다.

“봉인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박수무당이 악령을 옮겼다면.. 좀 더 복잡한 내력이 있겠군..”



“제가 해석한 것이 100% 정확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확룰이 높은 건 맞아요..”

연서는 카드의 결과에 아직도 머리가 멍했다. 



어머니는 아까와는 다른 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람에게 악령을 봉인했다는 건 그만큼 없애기 어려운 악한 것이라는 뜻이겠지. 이렇게 되면 박수 무당이 이 악령을 소멸할 방법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야. 그도 어쩔 수 없이 고민하다 찾은 방법일 테니까.”


그렇다. 박수 무당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찾아서 선택했을 것이다.



목사님은 현재 가지고 있는 정보 중에 알아봐야 할 것들을 정리했다.


“연서가 이 권자영이라는 여자에 대해 알게 된 새로운 것들 중에 김주성이라는 사람. 이 사람이 성형외과를 운영하다 범죄 혐의로 수감된 것이 추적할 수 있는 현실 중 하나이고. 나머지의 일상은 중요치 않는 걸로 보이는구나. 그리고 사무실과 부적. 이 두 가지가 남았네.”



*권자영은 낡은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권자영이 명품 백 같아 보이는 것에서 조심스럽게 새로 쓴 것 같은 부적을 꺼냈다.



어머니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이 낡은 사무실. 이게 무엇인지. 그 비싼 강남, 그것도 청담동에서 크게 성형외과를 운영하던 남편의 사모님과 낡은 사무실은 너무 안 어울리지.”



도윤도 같은 생각이다. 그런 사모님과 누추하고 허름한 사무실에 대한 연결 고리가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해야 할 건 그 장면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즉 그 허름한 사무실이 뭘 하는 곳인지 알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연서가 더 힌트를 모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장면이 중요한 장면일지, 그저 권자영의 삶 속에서 하찮게 지나간 일부의 짧은 순간일 뿐인지에 대해서도 더 확인이 필요하다.



힌트가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고, 모아서 적어봐도 개연성이 없을 것 같은 장면의 연속이다. 결국 현재로서는 힌트들을 연결하게 하는 건 연서의 타로 카드의 해석일 뿐. 타로 카드가 전부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분명 이 중에는 연서가 놓친 부분도 많이 있을 것이다.


어머니는 현재 드러난 것들 몇 가지와 새로운 장면에 더해 본질적인 이야기를 했다.



“이 상황에서 단순히 악령을 소멸하는 것만이 목표가 되는 건 더 큰 악의 근원을 무시해 버리는 것과 같아. 박수 무당이 흉한 짓을 했다면 타고 올라가서 역추적을 했을 때 더 큰 무언가가 있을 거야. 그 내용을 전부 알아야 박수 무당이나 혹은 그와 관련된 자들이 똑같은 짓을 못하도록 막을 수 있어. 연서 한 명으로 끝날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지.”



어머니의 말이 맞을 것이다. 연서만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처음에야 그렇게 생각을 했지만 날짜가 지나갈수록 겉으로만 드러나는 악령의 의도 외의 내밀한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먼저 엄마에게서 연서로 옮겨왔다는 사실 자체가 엄마와 연서만이 아닐 것이라는 걸 의미했다.



“저는 신부님들께 퇴마에 관해 깊이 알아봐야겠어요. 지금은 이 추측이 전부니까 다들 각자 더 조사를 해봐야 해요.”

수녀님은 단단한 각오를 굳히신 듯한 모습이었다.



“그럼 각자의 역할을 배분하자. 지금 연서의 힌트만 기다리고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아. 또 앞으로 알게 될 힌트들이 의미 있는 정보가 된다는 보장도 없어.”


어머니는 각자 파트를 나눠서 어떤 것을 해야 할지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도윤과 연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계속 악령의 힌트를 모으기로 하고, 나머지는 각자 어떤 부분을 파야 할지 적었다.



“유정 스님은 일단 지금처럼 결계 준비를 해주고. 안전하다 생각될 때 위치와 모일 시간을 알려줘. 메시지를 남겨주면 우리는 알아서 그거구나 하고 그 시간에 모이는 걸로 하고. 지금은 김주성, 박수 무당, 권자영에 대해 알아봐야 해. 박수 무당은 엄마가 알아볼게.

전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라 막막하긴 해도 그래도 어떻게든 뭐라도 알아봐야 하니까. 그리고 연서는 그 부적에 대해 나중에 그림으로 생각나는 만큼이라도 그려서 알려주고. 어떤 부적인지 찾아보게."



김주성에 관한 정보는 수녀님이 알아보기로 했다. 김주성이 출소 후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소재에 관한 정보를 캐는 것이었다.



권자영에 대한 건 연서와 도윤이 맡기로 했다. 악령은 지금 권자영에 대한 걸 흘리고 있으나 어떤 의도인지는 알 수 없다. 연서와 도윤이 일부러 권자영에게 집중하도록 몰아갔을 가능성도 있다.


박수무당에 대한 정보와 권자영에 관한 실마리가 더 나오게 되면 분명히 연결 고리가 될 만한 무언가가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핵심은 ‘봉인’이다. 정말 가계와 관련이 있다면 더 엄청난 것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


**


“자~ 각자 할 일들을 나누었으니 저녁을 먹는 건 어때요 다들?”


연서도 배가 고픈 참이었다. 일단 배를 채우자. 오늘 여기서 더 핵심이 될만한 건 없다. 남은 기간 동안 핵심에 가까워져야 한다. 

‘그러려면 체력도 보충해야지.'


“오늘은 특별히 배달 음식을 시키겠어요~ 귀찮으니까~”

활기차게 분위기를 이끄는 어머니의 센스. 역시 배달 음식은 언제나 베스트다.  


하지만 그땐 알지 못했다. 이것이 전쟁의 서막이었음을..


**


고기를 먹지 않는 스님과 고기를 원하는 자들의 일대 다수의 전쟁이었다.


“이놈의 자식이! 엄마랑 아빠는 고기가 필요해! 특히 연서는 고기 좀 먹여야겠어! 애 팔 좀 봐봐. 뼈 밖에 안 남았잖아!”

“아이고 어머니.. 아무리 불자라 해도 테이블 가득 고기가 있으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아는 맛이 무섭거든요.”


유정 스님이 방금 침을 삼키신 것 같은데. 잘못 본 것인가.


어머니는 절대 고기를 포기하지 않을 생각임이 틀림없었다.


“너는 풀떼기 시켜 먹어! 샐러드 먹어 샐러드!”



“어허~ 여보~ 종교인이 언사가 좀 거치신 거 아닌가요?”

"어머어~? 저는 그냥 목사 사모입니다만? 그냥 남편이 목사인 거지. 내가 아니라. 대통령 영부인이 대통령인가요!"


음.. 적절한 비유인가. 의문이 들었지만 납득은 됐다.


“그래도 여보.. 여기 스님도 계시고 수녀님도 계신데 목사에 님을 좀 붙여주시면 어떨까요..? 허허.”

“그냥 설명하는 건데 님까지 꼭 붙이라고 그래요. 번거롭게. 얘들도 그럼 님자 빼요. 스하고 수녀. 딱 좋네.”


아니.. 저기.. 어머니.. 그건 좀.. 연서는 당황스러웠다. 수녀님은 깔깔거리며 웃었다. 


“스가 뭐야~ 하하하하하. 그러면 아빠는 그냥 목사예요? 푸하하하. 스야~ 이 누나도 샐러드를 강추한단다~”



어머니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정색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외치셨다.

“고기 먹고 싶은 사람 손!”


목사님, 어머니, 수녀님과 도윤까지 번쩍 손을 들었다. 유정 스님은 남은 한 명인 연서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연서는 유정 스님의 눈빛을 피해 고개를 돌리며 천천히 손을 올렸다. 그렇게 메뉴 1차 전은 보쌈과 족발로 결정되었고 스님은 막국수를 드시기로 했다.


**


1차 전이 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서는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정 스님과 레지나 수녀님과의 2차전이 시작된 것이다.


“그나저나 수녀님께서는 여전히 경박스럽게 웃으시는군요. 허허허” 


유정 스님은 뒤끝이 있으신 분이신 걸까? 


"스님~ 어째 머리카락은 아직도 살아나지 못하셨나 봅니다."


수녀님이 연서를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다들리게.“

“쟤 20대 때부터 탈모 심해서 스님 됐잖아.”


이번에는 스님이 연서를 보며 덧붙였다. 


“우리 누님께서는 동네 성당에 잘생긴 신부님이 있다는 첩보를 듣고 친구 따라 동네 성당 갔다가 수녀님이 되셨지요. 얼빠예요 얼빠.”


“아이고 스님. 쓸데없이 말이 참 많으십니다. 한때는 유정 스님이 마시는 공기마저 아깝다고 생각하기도 했지요. 그래서 어떻게 죽일까 고민했던 때가 있었죠. 아직 철이 덜 드신 거 같아서 지금도 고민이 됩니다~”


“큰 누님으로써 참 없어 보이시는 경향이 있으십니다. 하하하.”

“네~ 그러면 잠시 방으로 들어가실까요 스님~? 제가 긴히 할 말도 있고 해서..”


“아이고 아닙니다~ 아닙니다~ 별말씀을요~. 들어가면 반 죽은 상태로 나올 텐데요~ 벌써 부처님 곁으로 가기에는 좀 이릅니다~”


다들 그들만의 사연이 있었구나 싶을 때 목사님이 2차 전을 마무리하기 위해  참전하셨다.


“아이고~ 수녀님도 스님도 여전하시네요~ 하하. 아직 깨달음이 멀어 보이는데 저희 교회를 다녀보시는 건 어떠실지요? 저는 폭력은 안 씁니다 스님~”



이 무의미한 신경전에 드디어 수장의 빛나는 카리스마가 발휘되었다.


“어머~ 작작들 하시지요~ 오랜만에 모여서 참으로 화기애애합니다? 네? 참~ 보기 좋네요? 안 그래요? 보기 좋다구요! 목사수녀스들! 대답 안 하십니까들?!”


세명이 동시에 외쳤다.

“네!“


어머니의 날카롭게 빛나는 눈빛에 작두가 스쳤던 것은 연서의 착각이었을까? 연서는 의아해 하며 물었다.


“그러면 아버님께서는 어떻게 목사님이 되신 건지..”


그때 심드렁하게 한 마디를 던지는 어머니.


“아~ 내가 전도 했어.”


이번엔 도윤이 연서를 보고 속삭인다. 

“아빠는 엄마한테 19살 때 전도 당하셔서 갑자기 신학대 가셨대. 금사빠셔..”


“하하. 고3 때 갑자기 신학대를 가겠다고 해서 엄마한테 죽도록 맞았었지. 하하하. 이렇게 맞다 정말 죽겠다 싶어서 ‘여자친구 엄마도 무당이야!’라고 소리쳤던 기억이 있어. 하하하. 그 얘기를 들으시고 바로 허락해 주셨단다.”


“예~에?”

연서의 큰 눈이 더 커졌다.


“우리 엄마도 시어머니도 두 분 다 무당이셨거든~ 나는 엄마가 자꾸 무당 하라고 하셔서 열 받아서 교회 다녔잖니. 믿지도 않는 거. 지금은 아~주~ 신실하지만."


목사님은 그때를 회상하며 추억에 몰입하신 듯 했다.


“두 분이 자매처럼 참 우애가 좋으셨어. 닮은 부분도 많아서 어찌나 서로를 위하시던지.. 참 똑 닮으셨지..”

.

.

.

“점사가 안 맞는 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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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쪽 찐 머리를 한 아이들 24.08.16 17 0 8쪽
28 붉은 빛의 팔찌 2 24.08.15 15 0 8쪽
27 붉은 빛의 팔찌 1 24.08.14 16 0 9쪽
26 흉허디 흉헌 것 24.08.13 18 0 10쪽
25 엄마의 손거울 24.08.12 17 0 10쪽
24 붉은 실 2 24.08.11 21 0 11쪽
» 붉은 실 1 24.08.10 21 0 11쪽
22 가족의 비밀 [Page of Wands] 24.08.09 21 0 13쪽
21 나의 영웅들 +1 24.08.05 25 0 12쪽
20 박수무당의 VIP 24.08.01 28 1 12쪽
19 할아버지의 보물 상자 24.07.31 31 1 13쪽
18 선명한 손자국 [Four of Pentacles] 24.07.31 31 1 13쪽
17 별의 빛을 따라서 [The Star] 24.07.30 34 1 15쪽
16 어느 노신사의 이야기 2 +1 24.07.29 38 1 13쪽
15 어느 노신사의 이야기 1 +1 24.07.26 37 1 15쪽
14 정체불명의 그것 [The Moon] +1 24.07.24 37 1 14쪽
13 그 여자의 이름은 [Judgement] +1 24.07.24 26 1 12쪽
12 불확실한 날들의 시작 [The Emperor] +1 24.07.24 30 1 12쪽
11 회복될 세계의 열쇠 [The Sun] +1 24.07.23 33 1 14쪽
10 돌이킬 수 없는 선택 [Two of Swords] +1 24.07.23 31 2 11쪽
9 악령과의 계약 [King of Cups] +1 24.07.23 40 2 13쪽
8 혼란 속의 빛 [Seven of Cups] +1 24.07.23 32 2 13쪽
7 악령과의 내기 [The Devil] +1 24.07.23 34 2 11쪽
6 빙의 [Eight of Swords] +1 24.07.23 37 2 10쪽
5 화요일의 그 손님 [King of Wands] +1 24.07.23 45 2 10쪽
4 '검'의 주인 [Ace of Swords] 24.07.23 49 2 12쪽
3 연꽃 연 蓮 , 펼칠 서 敍 [Two of Pentacles]] +1 24.07.23 53 2 13쪽
2 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1 24.07.23 70 2 15쪽
1 악령의 수레바퀴 +2 24.07.19 162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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