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막타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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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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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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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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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막타빌런 8

DUMMY

“입부하려는 지원동기를 알 수 있을까?”


불가사의부의 부장은 아카데미에 와서 처음으로,

내 이름을 듣고도, “쉐도우워커?”라며 반문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제가 나고 자란 곳에 심령현상과 관련된 괴이가 많이 일어나는 터라 확실히 알아두고자 하는 마음이 큽니다.”


부장은 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날 쳐다봤다.


“괴이가 많아? 미안 내가 잘 몰라서 그런데 네 고향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겠어?”

“미궁도시입니다.”

“미궁도시? 어디 미궁도시?”

“레온시티 바로 아래에 있는 대미궁의 미궁도시입니다.”

“레온시티가 어딘지 설명해줄래?”


“부장!” 자신을 부부장이라고 소개하며 부실로 인도했던 단발머리 여학생이 벌떡 일어났다.


“어? 왜..”

“여기가 레온시티잖아! 미, 미안해! 니야 부장이 평소에 저정도는 아닌데.. 잠깐, 잠깐만.. 쉬고있어줄래? 부장은 잠깐 나 좀 봐.”


단발머리가 부장의 손목을 잡고 복도로 뛰쳐나갔다. 밖에 무어라 혼내는지 복도벽을 몇 번이고 세게 치며 큰소리도 들렸다.


몇 분 후, 풀이 죽어 눈망울이 그렁그렁해진 부장이 돌아왔다.

그녀는 내려간 입꼬리를 겨우 추스르고는 다시 입부면접이 시작되었다.


“쉐도우워..커는.. 미궁도시를 다스리는 대귀족의 가문명이구나..”


니야 부장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기어가듯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그러며..는..”


한 번 훌쩍이고,


“..심령현상도 많이 있었겠네..”


물론 없었다.

쉐도우워커가 저택이 있는 장소는 미궁도시 4계층 중심부.

4계층을 포함하여, 1, 2, 3, 4, 5계층은 쉐도우워커가 덕분에 미궁중심부가 완벽하게 토벌된 상태.

그러니 민간인도 주거하며 살 수 있는 미궁도시가 성립될 수 있었다.


“네, 많이 목격했습니다.”


그냥 맞장구쳐주기로 했다.

암흑시대를 살았던 대학사일 적에는, 대륙 전체가 심령현상으로 넘실거리는 악마의 구렁텅이었으니까. 딱히 거짓도 아니다.


“잘 찾아왔어.. 우리 불가사의부가 원래는 미스터리심령현상연구부였는데.. 그런 이름으로는 동아리를 못 만든다고 해서 미확인 역사유적연구 같은 걸 핑계로 만든 불가사의부거든.. 그러게.. 어떻게 알았어? 우리가 심령현상에 대해 탐사하는 건?”


니야 부장은 금방 회복하고 처음처럼 진지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흥미가 생기면 복도에서 혼났던 일도 쉽게 털어내는 성격이었다.


“...미궁 1계층 관리자에게 들었습니다.”


애초에 쉐도우워커 가문도 몰랐던 부장이니, 대도왕 카이곤 방패는 먹힐 것 같지않아 더 구체적인 인물을 방패로 내세웠다.


일례로 작년과 재작년을 포함 거의 매년, 레온아카데미 불가사의부는 허가도 없이 미궁도시 외각을 탐사하다가 계층관리자에게 몇 번이고 잡혔단 기록이 있다.


그 사실은 또렷하게 기억하는지, 니야 부장은 “아!”하는 탄성과 함께 입을 벌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치 그치 너희 가문이 미궁도시를 관리하니까.. 그 무시무시한 분께 직접 들었겠구나..”


계층 관리자라면 카이곤의 심복이지 나랑 친한 건 아니다.

나는 저택 서고 깊은 곳 접근불가구역의 업무보고서에서 해당 내용을 읽었을 뿐이다.


“...”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리고 두 사람의 상념이 고스란히 들려왔다.


‘...멜키가 아까 뭐라고.. 했더라..’

‘무려 샤를로트 공주님이 추천서까지 써주고 직접 부서 지원까지 약속했다고! 부장! 당장 입부 허락하고 그 멍청한 콧물자국이나 닦아! 부장! 부장! 내 눈을 봐!’

‘뭘 하라고 했는데.. 왜 저렇게 쳐다보는거지.. 뭐더라..’

‘이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을 보고도 기억이 안나? 동아리 자금까지 약속받은 마당에 뭘 망설여!’


부부장 메르키스는 평민출신 마법사인지라 쉐도우워커에 대한 적개심이 전혀 없었다. 추천서를 가져다준 선도부원 마르크와 뒤에서 쑥덕거리더니 모종의 거래도 있었던 듯 싶다.


‘뭘 또 잘못했나.. 분명 물어볼 게 더 있었는데..’


“그러니까.. 어.. 그..”


‘그래 부장! 그냥 승낙해! 우리같은 평민이랑은 급이 다른 귀족도련님이시잖아!’


“아까 들어올 때 보니까 다리에 좀 문제가 있던거 같던데.. 잠깐 어디 다친거야 아니면?”

“어릴 적부터 있던 장애입니다.”

“그렇구나.. 우리 동아리가 걸을 일이 좀 많은데..”


“아니지!” 또다시 부부장 메르키스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억지로 미소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거야 졸업하신 전대 부장이 워낙 열정적이셔서 온동네를 싸돌아다니느라 그런거고.. 우리는 아니지않아? 안그래 니야 부장?”

“아니지않지않아..? 우리 밤마다..”

“니야 부장!”

“어.. 어?”

“어차피 우리 부서에 서기도 필요하고 총무도 필요하고 회계, 인사, 홍보, 사장회장실장이사! 꼭 걷지않아도 맡을 수 있는 직책은 널리고 널렸는걸? 그렇지? 그렇지않아?”

“...그런가..?”

“엄청 그렇지.”

“그렇구나.”

“그럼 이제 면접은 그만하고..”

“잠깐! 생각났다! 나 궁금한 거 하나있었어!”


“하아아..” 부부장 메르키스의 긴 한숨에도 불구하고 니야 부장이 날 똑바로 쳐다봤다.


“그 검은 안경은 뭐야? 눈이 안 좋아?”

“시력은 좋습니다. 태양빛이 아직 덜 익숙해져서.”


니야 부장이 처음으로 긍정적인 사인을 보냈다.


“그럼 반대로 어두운 장소에선..”

“잘 보입니다.”

“오..”


니야 부장은 보물이라도 발견한 표정으로 메르키스를 쳐다봤다.

나는 추가타를 넣어줬다.


“밝은 곳보다 더 잘보죠.”

“오!”

“부장! 그만 장난치고 입부지원서에 싸인이나 해요! 우리가 언제부터 까다롭게 면접을 봤다고!”


참지못한 메르키스의 분개해준 덕분에,

내 입부허가서에 부장의 싸인이 그어졌다.


불가사의부에 부장 니야, 메르키스 외에 두 명의 부원이 더 있다곤 하는데, 명단만 올려져있을 뿐, 학업을 핑계로 동아리실에 방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부원 5인이 충족되었기에 동아리는 폐부위기에서 벗어나서 좋고,

나는 내년에 불가사의부로 합류할 이를 기다릴 수 있어서 좋다.


그 사람은,

내가 지닌 큰 문제를 해결해줄지도 모르는 비야 카르타.

그녀는 아직 어린 견습백마법사에 불과하겠지만, 비야 카르타의 비상한 탐구력이라면 그녀가 전문했던 영혼학을 기초하여 지금 내 상황에 대한 해석을 내줄 수 있을지 모른다.


영혼회귀, 타자빙의, 시간역행.

탐구해야 할 주제가 하나같이 무거웠다.


내가 아카데미행을 택한 건,

단순히 계층 관리자들이나 쉐도우워커일가에게 빙의사실을 들키기 않기 위함 이상으로

그녀를 만나서 도움을 받아기 위해서다.


백마법사 비야 카르타.

원래세계에서 그녀가 이안 쉐도우워커를 저주하며 불타죽어갔단 이야기는 구전되어 내려왔다.

늙은 이안 쉐도우워커도 그 부분만큼은 자서전을 쓸 적에 꺼내지 않던 이야기였던지라,

입과 입으로만 전해진 이야기를 어렴풋이 떠올린다면,


-이안, 너는 구원받지 못하리라. 너의 영혼을 받아줄 우주는 그 어디에도 없으리라. 악인이여, 네 영혼이 영원한 고통 속을 헤매이며 흩어지면 부디 이 세상이 구원되리라.


헛소리였다. 죽음을 앞둔 백마법사의 허망한 저주였을 뿐이다.


늙은 이안 쉐도우워커는,

나와의 자서전 작업이 끝나고도 3년은 더 살고

푹신한 침대에서 따뜻한 와인 한 잔을 마시고 잠자듯 안락한 죽음을 맞이했다.


비야 카르타의 저주는 별 볼 일 없는 울림이었다.

나조차도 비야 카르타라는 고명한 천재가 남긴 저주에 대해서는 그리 생각했다.

그보다는 완전히 잊고 있었다는 편이 맞다.

내가 이안 쉐도우워커로 다시 눈을 뜨기 전까지는.


“앞으로 잘 지내봐!”


입부 축하..라고 할 것까진 없고,

면접이 끝나자마자 헤어지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메르키스는 비야 부장과 나를 붙잡아두고 수다를 떨었다.


“형님이신 레인님이 그렇게 아름다우시다는데, 진짜예요?”


부부장 메르키스는 생각보다 쉐도우워커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나도 오빠가지고싶다..”

“뭐래, 부장은 귀여운 동생이라도 있지, 난 외동이라구.”


이름이 비슷하다했더니, 니야 부장이 비야 카르타의 친언니였다.




***




시간역행은 인간의 이지로 해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예를 들면, 오러유저가 소드마스터의 극의를 이룬다면 닿는 경지 역천기.

그를 통해 소드마스터는 찰나의 미래를 옅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오러학자들은 소드마스터의 뛰어난 기감이 주는 예측력 정도로 해석할 뿐.

실제로 시간을 되감는다는 설은 전혀 지지하지않는다.


성녀들이 미래를 옅보는 예지력은 무시무시한 북방신전과 관련된 일이니 감히 손대려는 학자가 드물다.

암흑시대가 도래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봐, 거기 선글라스 학생. 밖에 헤어진 여자친구라도 지나가?”


교수가 건넨 농담에 학생들이 가볍게 웃는다.


수업태도는 이 정도로 하는 게 좋다.

지난 생애가 대학사였으니, 성적 좋은 영특한 학생이 되는 일이야 어렵지 않지만,

부득이하게 눈에 띄어서 좋을 건 없다.


역사적으로도 황금시대에 두각을 드러낸 천재들의 말로를 보라.

모두가 개죽음을 당했을 뿐이다.


“수업시간에 창문 밖이나 내다 볼 수 있을 실력이면 나 대신에 강의를 해도 되겠구만, 자네가 칠판에 적힌 내용을 직접 설명할 수 있겠나?”


칠판을 들여다봤다.

반문할 요소가 수두룩한 철지난 가설이지만,

이 시대에는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이론이다.


“죄송합니다.”

“에잉.. 쯧쯧, 자자 다 집중, 마나입자론은 마법을 연구하는 마법사뿐만 아니라 대륙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어야할 기초상식입니다. 마나의 원형태가 어떤 식으로 생겨먹었는지, 그 기초에는 어떤 구성으로 이루어져있는지를 알아야 실생활에 쓰이는 생활마법을 쓸 때도 마법의 양식과 작동원리를 한 눈에 꿰뚫어볼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마나의 입자가 볼 수도 없는 작은 점으로 이루어져있다는 가설.

따지고들자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입자론을 깊이 파고들다보면, 마나 소립자 측정과정에서 입자설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모순을 발견한다.

현 마법학회가 기를 쓰고 연구하고 있는 마법기초학 난제지만, 의외로 답은 쉽다.

마나는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는 양자적 존재다.


은과 동의 시대에 마나파동설이 걸출한 대마법사를 대거 양성한 마르웬 가문에 의해 반박당한 이후로 제대로 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아서 그렇지.

내가 이 자리에서 몇 가지 실험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그를 증명할 수 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구성된 양자와 음자 숫자에 따른 개체별 특수마나입자에 대한 리포트를 다음시간까지 작성해오셔야합니다.”


다만 그런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가는,

이안 쉐도우워커라는 인간의 입지가 돌이킬 수 없게 되기에 조용히 교수의 말을 따르는 게 맞다.


“여러분들이 그렇게 한숨쉰다고 없던 지식이 갑자기 생기는 거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만 하지요.”


학생들과 함께 우르르 빠져나가는데,

교수가 두꺼운 안경을 고쳐쓰며 물어왔다.


“자네가 아슬란 군의 동생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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