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막타빌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신비록
작품등록일 :
2024.07.19 18:28
최근연재일 :
2024.07.28 11:5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151
추천수 :
9
글자수 :
46,264

작성
24.07.28 11:50
조회
9
추천
1
글자
11쪽

아카데미 막타빌런 9

DUMMY

교수가 두꺼운 안경을 고쳐쓰며 물어왔다.


“자네가 아슬란 군의 동생인가?”

“그렇습니다.”

“전혀 안 닮았구만.”

“자주 듣는 이야깁니다.”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저택에 걸려있던 초상화만 보아도 첫째 아슬란 쉐도우워커는,

전형적이라 할만큼 쉐도우워커 일가의 외모를 뚜렷하게 지니고 있었다.

그 날카로운 인상과 생기다만듯한 이안의 얼굴을 비교하면,

형제라고 부르기가 민망할 지경이긴 하다.


마지막 학생까지 강의실을 빠져나가자,

잠시 뜸 들이던 교수가 말을 이었다.


“지금이야 모르는 사람도 있고 이 학원을 떠난 사람도 있어서 자네 형에 대해서는 입에 올리는 게 금기시되는 분위기긴 하지만.. 그 시절 그 장소에 있었던 내가 보장할 수 있네, 자네 형은 괜찮은 학생이었어.”


다른 형제나 오리지널 이안이 들었다면 어떤 감정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알맹이가 완전 남인 나로서는 아무 생각이 안들었다.


“..감사합니다”


그런 티가 안나게 적당히 잠긴 목소리로 감사인사를 전했다.

동생인 내게도 별다른 악의가 없다는 의견 정도로 해석가능했으니 나쁜 말은 아니었다.


“그래, 가보게. 과제 빼먹을 생각말고.”


아카데미 생활은 예측한대로 따분한 측면이 있었다.


샤를로트 공주와의 식사때문인지,

대놓고 쉐도우워커에 대한 반발심을 드러내는 학생은 없었지만, 내게 친밀하게 접근하는 학생도 없었다.

좋은 일이다.


아카데미 교육 커리큘럼 역시 수학, 역사학, 인문학, 법학 등.

보통의 평범한 대학과 비슷한 이수과목으로 시간표를 선택할 수도 있었다.


전쟁장교 양성소였던 옛 명성은 그대로 남아있어,

자원한다면 전투마법학이나 여러 식의 오러교육도 받을 순 있었지만,

이 몸 상태로는 아직 그럴 수 없었다.


“이안! 이안!”


절뚝거리며 아카데미 교정을 걷는데,

멀리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왔다.

메르키스였다.


평민출신에 감수성이 풍부한 메르키스는,

내가 혼자 밥을 먹는다는 사실을 본인 스스로 견디지 못한다며 점심시간만 되면 개코를 가진 코볼트처럼 날 찾아낸다.


“천천히 가..”


그녀 옆에 항상 니야 부장이 붙잡혀 오는 건 일상이었는데,

그 뒤에서 누군가도 따라오고 있었다.


아는 얼굴.

아카데미 첫 날 내 지팡이를 걷어찼던,

붉은머리 브리짓 포아너스다.


“이안, 인사해! 우리랑 같은 전투마법학 듣는 브리짓이야.”


메르키스의 소개가 따로 필요하진 않았지만,

나는 처음보는 사람처럼 인사했다.


“이안 쉐도우워커입니다.”

“브리짓 포아너스.”


브리짓도 모르는 척에 동조해줬다.


“설마설마했는데.. 멜키 네가 말하던 미궁도시출신 신입부원이 진짜 쉐도우워커였네?”

“그러니까말야! 신기하지? 저 선글라스도 오랫동안 미궁도시에 살다와서 태양빛에 아직 적응을 못해서 쓰고 있는거야. 대박이지?”

“글쎄, 일주일이나 지났으면 눈도 적잖이 적응하지 않았을까싶은데.. 지팡이까지 쥐고다니니 누가보면 맹인이라도 되는 줄 알겠어.”


선글라스를 쓰는 건 심리적 측면이 크다.

눈은 어떻게 적응했을지 몰라도,

암흑시대에서 노인나이까지 살아온 내 기준에서는 아직도 쏟아지는 햇볕이 낯설었다. 쓰고 있는 편이 편했다.


“평생을 미궁도시에서 살았다잖아, 난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어서 좋기만 한데? 부장도 그렇지?”

“어? 어.. 뭐..”


칫, 브리짓은 버릇처럼 혀를 찼다.


“오늘은 뭐 먹을래? 브리짓! 먹고싶은거 다 말해!”


라고 말하지만, 지금까지 밥값은 내가 다 냈다.

아카데미내 물가는 궁핍한 평민출신 마법학회원 메르키스와 백색탑 지원금으로 근근이 버티는 니야의 얇은 지갑사정까지 챙겨주진 않았으니까.


숨쉬는 것처럼 익숙해진 통찰의 결과.

브리짓은 내 얼굴을 봐서 밥생각이 없어졌고,

메르키스는 브리짓을 이용해 스테이크를 먹고싶어했다.

니야 부장은 늘 그렇듯이 아무 생각도 없었다.


“음..”

“얼른! 고민하지말고 팍하고 떠오르는거 아무거나 말해봐!”

“기다려봐. 식욕이 별로 없어.”


브리짓은 나에 대한 뒷조사를 끝마쳤는지,

내가 쉐도우워커가의 돌연변이. 즉 대리인이 아니라 진짜 쉐도우워커가라는 사실을 알아낸 듯 보였다.

그와 동시에 선도부원 마르크에게 직접 경고를 받은 상태였다.


“계획없으시면 스테이크로 하시는 게 어떨까요.”


브리짓이 쉐도우워커에 대한 적개심이 사그라들었다곤 할 수 없다.

아까 전, 날 발견한 순간부터 어떻게 나를 이용해 쉐도우워커가에게 복수할 수 없을까.

즉, 나는 쉐도우워커의 진정한 혈통이 아니기에 분노의 대상에서 약간 빗나갔고,

나를 이용해 쉐도우워커를 불태워버릴 생각 밖에 없었다.


“그럴까! 오늘 날씨도 딱 고기 먹기 좋은 날인거 같아! 그렇지? 그렇지 부장?”


구름없이 화창한 날은 스테이크를 먹는건가.


“어.. 어.. 그런가..?”

“그렇지 브리짓?”

“마음대로 해.”

“결정! 결정! 가자 이안!”


전생을 포함하면 적지않은 여자들과 식사를 같이 했었지만,

메르키스는 유별날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다.

특히 구워진 고깃덩이가 테이블에 올라올 적에는, 모두가 봐야한다느니 그림을 그려놔야한다는 둥 소란을 피워댔다.


“여기가 아카데미 안에서 스테이크가 가장 맛있는 곳이거든! 이안 너 샤를로트 공주님이랑도 알지? 그 분도 가끔 여기온다고!”

“그래요?”

“물론 1층이 아니라 윗층에 마련된 특실에서 먹긴하지만 고기는 같은 고기 아니겠어? 먹자! 부장 내가 썰어줄게 이리내.”

“내가 할게.. 멜키.. ”

“웃기지마, 저번처럼 또 나이프로 접시까지 썰 생각말고 내놔!”

“으응..”


니야 부장이 얌전한 고양이처럼 메르키스의 스테이크 썰기를 구경하는 동안,

나는 넌지시 브리짓에게 말을 건넸다.


“혹시 동아리활동에 참여안하신다는 부원이 브리짓님이신가요?”


브리짓은 고기를 질겅질겅 씹으며 답없이 날 노려다봤다.

내가 쉐도우워커 순수혈통이 아니기에 당장 죽여버려야겠단 계획을 미뤘을 뿐이지,

이름에 쉐도우워커가 달린 인간이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 자체로 짜증이 부풀고 있었다.

대신에 메르키스가 입을 열었다.


“전혀 아니지~ 원래는 이안 너 아니었으면 치맛자락을 붙들고서도 브리짓을 입부시키려고 했는데, 얜 마법말고는 전혀 관심없어서~ 음! 완전 맛있어! 미쳤어 진짜!”

“정확히는 파괴계열이나 사살마법만이지.”

“그러고보면 넌 참 레온아카데미에 잘 맞는 인재야.”

“비꼬는거야?”

“그럴리가! 정말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걸? 넌 졸업하면 온갖 기사단이랑 귀족들이 스카웃하려고 난리일걸?”

“뭐래, 난 마탑으로 복귀할거야.”

“에~ 굳이? 너 정도면 얼마든지 왕립마법사도 될 수 있는데?”

“난 출세나 하려고 마법사가 된 게 아니야. 해야 할 일이 있거든.”


푹, 브리짓은 붉은 육즙이 흐르는 스테이크에 포크를 찌르며 날 쏘아봤다.

마음을 읽을 필요도 없는 적개심이었다.


“멜키..”

“응? 부장 왜?”

“나..”


니야 부장이 메르키스에게 귓속말을 속삭였다. 쟨 아까부터 화장실을 가고싶어했다.


“아이 참.. 고기식는데, 브리짓. 내 접시 건드리지말고 딱 기다리고 있어! 가자 부장.”


메르키스가 니야의 손목을 잡고 떠나자.

브리짓은 제 붉은머리카락을 머리끈으로 묶으며 물어왔다.


“너 왜 모른 척하냐?”

“브리짓님이 그러고싶어하는 눈치셔서요.”

“난 상관없는데?”

“저도 상관없습니다.”

“터진 입이라고.. 메르키스 쟤가 별 생각없어보여도 괜히 이 자리에 날 끌고 온 거 같아?”


아무 생각없던데.


“듣자듣자하니까 어차피 너는 쉐도우워커 혈통도 아니라며? 선도부애들이 말하기를 뭔 버려진 뻐꾸기라던데..”

“그런 우스갯소리가 있긴 합니다.”

“그래 뭐, 너라고 우리 포아너스가문이랑 척을 지고 싶어서 지겠니, 다 너네. 참 너네도 아니구나. 너가 자란 그 가문의 선대랑 있었던 일이지. 우리 가문이 또 합리적이거든. 굳이 적을 늘리진 않아.”


나이프를 마법지팡이처럼 내게 빙빙 휘둘렀지만, 의외로 이건 화해의 제스처였다.


“그래도 생각 깊은 메르키스가 마련해준 자리니까. 괜히 깽판 부릴 생각말고 신입부원이면 신입답게 행동해. 원래는 올해 입학한다는 쉐도우워커의 그 하얀대가리를 보자마자 터트려버리고 감옥이라도 갈 생각이었다가 생각이 조금 바뀐거니까. 메르키스한테 감사하라고.”


이쯤되니 오히려 궁금증이 생긴다.

원래 역사의 세이건은 어떻게 구워삶았길래 브리짓에게 머리도 안 터지고 무사히 졸업했던걸까.


“하나 둘 셋.. 다행히 그대로 있네.”


부장과 돌아온 메르키스는 제 스테이크 조각수를 세고서야 자리에 제대로 앉았다.


“우리 아까 무슨 이야기까지 했더라.”


별 이야기 안했다.

메르키스는 한 입 크게 고기를 베어먹고 말을 이었다.


“아 그치! 그거 말하려고 했다. 그래서 말인데 이안, 우리 이번 첫 동아리활동있지? 그거 브리짓이 도와줄거야.”

“내가?”

“응! 전에 그랬잖아?”

“내가? 뭘 그랬는데? 아.. 설마 너네 또 허락도 없이 미궁내려가는거 아니지?”

“에이, 아니지. 아직 학기초고 우리 외출증도 없는걸?”

“그럼 뭘..”

“중앙도서관 귀신!”

“아!”


브리짓이 시선을 피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 왜~ 네가 작년에 도와준다 그랬잖아.”

“하지마라 진짜.”

“브리짓~.”

“그건 작년에 하닉스 선배랑 달튼 부장이 있을 때 이야기고, 지금은 너네 둘 뿐이잖아.”

“이안도 있어서 셋인데?”

“장난해? 아, 못해 못해. 너네끼리 하던가.”


중앙도서관 귀신.

역사서에 남을만한 주제도 아니고,

늙은 이안 쉐도우워커도 모르던 이야기.


나는 둘의 사념을 통하여 상황을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5년 전부터 아카데미 중앙도서관 상층에서 발견되기 시작한 귀신.

시기가 맞아떨어져서 브리짓은 그 귀신이 아슬란 쉐도우워커에게 죽은 학생 중 하나일거라고 생각했고,

조금 더 자세한 내막을 알고있는 메르키스는 중앙도서관 꼭대기층 박물관에 기증된 유물이 원인이라고 믿고있었다.

니야 부장은 목이 말라 시원한 걸 마시고 싶어했다.


“부장님, 나가기 전에 가볍게 마실 것 좀 주문할까요?”

“...그래..”


메르키스는 언쟁하는 와중에도 이 가게의 시그니처라는 밀크쉐이크를 부탁했고, 네 잔의 밀크쉐이크가 도착할 때쯤에야 기력이 다 한 브리짓이 항복했다.


“입구, 딱 입구까지만이다. 더는 안돼.”

“어디 입구?”

“당연히 도서관입구지.”

“내부가 더 어두운거 몰라? 그럼 박물관층있는 4층 입구까지만, 어때? 딱 거기까지만 응? 와, 이거 진짜 맛있어. 마셔봐 브리짓.”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카데미 막타빌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아카데미 막타빌런 9 24.07.28 10 1 11쪽
8 아카데미 막타빌런 8 24.07.27 8 1 11쪽
7 아카데미 막타빌런 7 24.07.26 8 1 11쪽
6 아카데미 막타빌런 6 24.07.25 12 1 10쪽
5 아카데미 막타빌런 5 24.07.24 14 2 11쪽
4 아카데미 막타빌런 4 24.07.23 14 2 11쪽
3 아카데미 막타빌런 3 +1 24.07.22 19 1 13쪽
2 아카데미 막타빌런 2 24.07.21 22 0 12쪽
1 아카데미 막타빌런 1 24.07.20 45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